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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권말부록│토익 고득점 영어 영재④

미국 생활 2년 반 하고 돌아와 토익 9백50점 받은 조성원

"책에 나오는 좋은 표현은 메모해뒀다가 독후감 쓸 때나 친구들과 대화할 때 꼭 써먹었어요"

■ 기획·구미화 기자 ■ 글·장옥경‘자유기고가’ ■ 사진·정경택 기자

2005. 06. 15

2001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떠나 공립학교 3학년에 편입했을 때 조성원군은 영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해 같은 반 아이들의 놀림을 받았다. 하지만 부모의 적극적인 도움과 본인의 꾸준한 노력 덕분에 1년 만에 학교생활에 완전히 적응하고, ‘다독왕’ 상까지 받았다. 조군과 부모를 만나 영어 실력을 높이는 독서요령에 대해 들어보았다.

미국 생활 2년 반 하고 돌아와 토익 9백50점 받은 조성원

세계적인 곤충학자가 되고 싶다는 조성원군.


초등학교6학년이던 지난해 토익에서 9백50점을 받은 조성원군(13)을 만나기 위해 강원도 춘천의 한 아파트를 찾았을 때는 평일 오후였다. 하지만 아버지 조용준씨(43)는 가족들과 함께 있었다. 한림대 의대 신경외과 교수인 조씨는 기자의 방문시간에 맞춰 일부러 시간을 내 집에 돌아왔다고 한다. 많은 경우 아이들 교육은 어머니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지지만 조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어린 나이에 뛰어난 영어 실력을 갖추기까지 부인 못지않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했다.
“아빠가 미국 스탠퍼드 대학으로 연수를 떠나게 돼 2001년 7월부터 2004년 1월까지 온 가족이 미국에서 지냈어요. 아빠는 저와 제 동생 성우가 미국에 머무는 동안 영어 실력을 최대한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도움을 주셨죠.”
조군의 가족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인접한 팰러앨토(Palo Alto)라는 도시에서 2년 반 동안 생활했다. 팰러앨토는 인구 6만여 명의 작은 도시지만 미국에서 교육환경이 좋은 지역으로 손꼽히는 곳.
하지만 조군의 미국 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엘 카멜로(El Camelo) 공립학교 3학년에 들어간 그는 한국에서 6개월간 영어 학원에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해 짓궂은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었던 것이다.
“특히 흑인 여자아이가 저를 ‘옐로’라고 부르며 괴롭혔어요. 계속 참다가 하루는 그애랑 티격태격하고 말았죠. 분한데 영어는 잘 안되고, 너무 답답해서 한국말로 ‘니가 먼저 그랬잖아’ 하고 말했는데 다음 날 엄마가 교장선생님께 불려갔어요.”
잔뜩 걱정하며 학교를 찾은 어머니 장현숙씨(40)는 교장선생님이 인종차별 이야기를 꺼내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웃지 못할 오해가 있었다는 걸 파악하고는 이내 가슴을 쓸어내렸다.
“성원이가 ‘니가 먼저 그랬잖아’ 하고 말한 것을 흑인 여자아이가 ‘Nigger’로 알아듣고 담임선생님께 이른 거예요. 제가 차근차근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교장선생님께서도 금세 오해를 풀고, 당신도 성원이가 그 정도 속어까지 알 리가 없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인종차별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에서는 흑인을 가리킬 때 보통 아무런 가치 판단도 담기지 않은 ‘black’이라는 단어를 쓴다. 귀에 익숙한 ‘negro’조차 흑인을 비하하는 ‘깜둥이’ 정도의 의미를 담고 있어 사용하지 않는데 ‘nigger’는 그보다 더 심한 경멸을 담고 있는 속어였던 것. 새로 들어온 외국 아이가 같은 반 흑인 여자아이에게 ‘니가’라고 했으니 학교가 발칵 뒤집힐 만도 하다.
조군은 신고식을 톡톡히 치른 대신 흑인 여자아이의 괴롭힘에서 해방되는 듯했다. 그러나 2주 정도 지나자 그 아이는 다시 조군을 놀리기 시작했다. 결국 ‘하루라도 빨리 실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겠다’고 결론을 내린 조군과 부모는 ‘영어 실력 향상시키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성원이가 정규 수업과 외국 학생들을 위한 ESL 수업까지 마치고 집에 오는 시간은 보통 오후 2시30분쯤이었어요. 그러면 성원이를 데리고 곧바로 도서관으로 향했죠. 성원이는 어려서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해 도서관 가는 것도 무척 좋아하거든요. 팰러앨토는 작은 도시지만 공립도서관이 6개나 있고, 도서관마다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다양해 책 읽는 것 외에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어요. 특히 영어 발음을 교정하고, 듣기 실력을 쌓는 데 도움이 되는 동화 구연, 연극 프로그램은 빼놓지 않고 수강했죠.”
조군의 어머니 장씨는 아이들 책을 연령별로 빨강, 노랑, 파랑색으로 구분해놓고 열람실 한쪽에 널찍한 소파를 놓아 아이들이 편하게 눕거나 기대서도 책을 볼 수 있도록 한 미국의 도서관 시설이 무척 부러웠다고 한다.

미국 생활 2년 반 하고 돌아와 토익 9백50점 받은 조성원

미국에 있을 당시 ESL반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한 조성원군.


매일 도서관 다니고, YMCA 무료 스포츠 강좌 이용하며 실용영어 접해


장씨는 두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에 가는 것 외에도 YMCA 등에서 무료로 진행하는 강좌를 체크해 조군이 축구·농구·하키 등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왔다. 조군은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가을에는 축구, 겨울에는 농구, 봄여름엔 해양스포츠를 즐기며 자연스럽게 영어 회화 실력을 쌓을 수 있었다고 한다. 만날 책상에 앉아 영어를 공부했다면 금세 질렸을 텐데 운동장과 농구코트, 바다에서 신나게 놀며 듣게 되는 영어는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귀에 쏙쏙 들어왔다고. 장씨는 또 조군의 반 친구들을 자주 집으로 초대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고, 조군에게도 자주 친구 집에서 놀다오라고 해 생활 영어를 접할 기회를 늘렸다.
한편 아버지 조씨는 아들이 영어를 듣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자신의 생각을 글로 논리정연하게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에 원어민 대학생 과외 교사를 구해 도움을 받게 했다.
“미국에서는 현직 교사의 과외도 불법이 아니에요. 하지만 45분당 50달러(약 5만~6만원) 정도의 고가라 엄두를 낼 수 없었죠. 성원이가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이니까 2년제 대학생만 되어도 충분히 가르칠 수 있겠다 싶어 대학 캠퍼스에 찾아가 건물마다 가정교사를 구한다는 공고문을 붙였어요.”
연락해온 학생들을 일일이 만나본 조씨는 그중 차분한 성격에 아이를 좋아하는 여학생을 택해 90분당 25달러(약 2만5천~3만원)를 주는 조건으로 1주일에 두 번 집으로 방문해 조군을 가르치도록 했다. 그 원어민 대학생은 조군에게 영어 발음을 교정해주고, 회화와 작문을 가르쳤다.
조씨는 “일요일마다 온 가족이 한인 교회가 아닌 미국인들이 다니는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는데 예배 후 소그룹 활동도 조군의 영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교회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늘 온 가족이 대형 서점에 들러 3~4시간씩 머물렀다. 도서관에는 신간이 많지 않은 탓에 일주일에 한 번 서점에 들를 때면 조군 형제는 새로 나온 책들에 푹 빠져 “이제 그만 가자”고 말하는 부모에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고 한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아버지 조씨는 귀국 전 몇 개월 동안 도서관 책 바자회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미국은 한국에 비해 책 값이 비싼 편이지만 도서관 바자회에서는 중고 서적 한 권을 25센트(약 2백50~3백원)면 구입할 수 있기 때문. 바자회에서 집중적으로 책을 구입한 결과 조군의 가족은 귀국할 때 1천2백 권 정도의 책을 들여올 수 있었다.

모르는 단어 한 쪽에 3개 이상 있으면 좀 더 낮은 수준의 책으로 바꾸는 것이 좋아
아버지와 어머니가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에 미국에 간 지 4~5개월쯤 됐을 무렵 조군은 놀라운 경험을 했다.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말할 때 몇몇 단어가 들리는가 하면 금세 슈~욱 하고 말이 끝나버려 정말 갑갑했는데 어느 날 반 친구들이 옆에서 떠드는 소리가 마치 한국말처럼 귀에 또렷하게 박히는 거예요. ‘이게 웬 일인가’ 하고 깜짝 놀랐죠. 그 뒤로는 친구들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있었어요(웃음).”
한 학기를 마칠 때쯤엔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9개월째에는 책도 수월하게 읽혔다고 한다. 영어 실력이 늘자 수업을 받는데도 전혀 불편함이 없고, 일부 아이들의 괴롭힘도 사라졌다.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때나 놀 때 친구들이 하는 말을 똑같이 따라 하려고 노력했어요. 친하게 지낸 친구들이 제 발음을 고쳐주고, 제 영어 실력이 조금씩 늘 때마다 잘한다고 격려해줬는데 그게 큰 힘이 됐죠.”
조군은 또 “‘라이언 킹’ ‘타잔’ 같은, 이미 한국에서 본 적이 있어 내용을 다 아는 애니메이션을 한글 자막 없이 여러 번 반복해서 본 것도 영어 듣기와 말하기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노래가 많이 나오는 어린이 프로그램도 자주 보았다고 한다.
미국 생활이 1년쯤 될 무렵 조군은 ‘해리포터’를 무리 없이 읽을 정도의 수준이 됐고, 1년이 지난 뒤에는 같은 학년 최고 수준의 읽기 실력을 인정받았다. 아버지 조씨는 “그때 정말 기뻤다”며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매일 저녁 6시부터 잠들기 전까지 책을 읽었다는 조군은 독서 노트를 만들어 읽은 책의 제목과 쪽수를 기록했는데 4학년 여름방학 3개월 동안 무려 6천8백30쪽을 읽어서 팰러앨토시에서 주는 ‘다독왕’ 상까지 받았다.

미국 생활 2년 반 하고 돌아와 토익 9백50점 받은 조성원

조성원군은 아빠, 엄마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단기간에 영어 실력을 월등히 향상시킬 수 있었다.


“많이 읽을 때는 하루에 30권까지 읽었어요.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메모만 해놓고, 앞뒤 문맥으로 대충 이해하고 넘어갔죠.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사전을 찾게 되면 책 읽는 리듬이 자주 끊겨서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거든요. 메모해놓은 단어는 책을 다 읽은 다음에 사전을 찾아봤어요.”
조군은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한 쪽에 세 개 이상 있으면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다고 간주하고 좀더 쉬운 책을 고르는 편이 낫다고 조언한다. 어려운 책을 계속해서 붙잡고 있으면 오히려 영어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그는 “책을 읽다가 좋은 표현이나 문장이 나오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메모해뒀는데 나중에 독후감을 쓸 때나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책을 읽고 난 다음 독후감까지는 아니어도 짧게나마 자신의 감상을 영어로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면 작문 실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충고했다.
“미국에 있을 때는 매일 영어 일기를 쓰면 선생님께서 틀린 표현을 바로잡아주셔서 영어 작문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자기가 아는 단어나 표현을 동원해서 짧게라도 매일 일기를 써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세계적인 곤충학자가 되기 위해 요즘도 영어 학원에 꾸준히 다니고, 미국에서 구입한 영어 원서들을 읽으며 영어 실력을 쌓고 있는 조군은 “우리말로 된 동화나 동시를 영어로 번역해보는 것도 재미있다”며 “무엇이든 겁내지 말고 일단 시도해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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