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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한은희 강추! 가족여행지

강원도 강릉

전통 축제의 흥겨움, 야영 캠프의 설렘, 음악과 미술의 향기로움이 있는 곳~

2005. 06. 07

여름이 시작되는 6월. 더위도 피하고 아이들과 함께 알찬 체험 여행도 즐길 수 있는 곳이 없을까. 산, 바다, 강과 같은 피서지에 전통 축제와 미술체험관 등 다양한 문화 체험이 함께 어우러져 매력을 더하는 곳, 강원도 강릉으로 떠나보자.

강원도 강릉

강릉시는강원도 영동지방의 관문이다. 영동고속도로의 종착지이자 강원도의 중심지로 지금처럼 넓고 편리한 고속도로가 뚫리기 오래전부터 대관령을 넘어오는 대처의 문화를 받아 영동지역으로 전달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때문에 화려했던 당시의 문화 흔적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옛 선조들의 건축방법과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경포대, 오죽헌, 선교장처럼 이름만 대도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알고 있는 문화유산들이 강릉에 모여 있는 것. 계절에 따라 다양한 축제와 행사도 열린다. 연초에 열리는 경포해돋이축제, 음력 정월대보름에 열리는 망월제, 한여름 바닷가에서 펼쳐지는 정동진독립영화제 등 그 수가 24개에 달한다. 그중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 등록후보로도 올라 있는 단오제는 강릉을 대표하는 축제로 손꼽히고 있다.
강원도 강릉

단오장과 단오문화관에서는 강릉 단오제에 관련된 체험도 하고 재미있는 전시물들을 관람할 수 있다.


강릉을 대표하는 축제 즐기기, 강릉 단오제 & 강릉 단오문화관
강릉 단오제는 단오(음력 5월5일)를 전후하여 음력 5월3일부터 7일까지 5일간 열리는 전통 민간 축제로 고대 부족국가의 제천의식과 농경의례에서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화합과 우의를 다지며 건강과 풍년을 기원하는 것이 축제의 목적. 올해는 6월11일 단오를 전후해 9일부터 13일까지 5일간 계속된다.
단오제가 열리는 강릉시 노암동 남대천 단오장 입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높다랗게 매어 있는 그네가 눈에 띈다. ‘단오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이 그네는 웬만한 사람은 혼자 타기 힘들 정도로 묵직하다. 줄의 길이도 3m에 이른다. 그런데 강릉 사람들은 그 묵직한 그네 위에 올라타 날렵한 폼으로 줄을 민다. 그네가 올라가고 줄과 하늘이 수평이 되었다가 다시 반원을 그리며 내려와 땅 위를 스치면 보는 사람의 손에 땀이 배어날 정도. 이곳의 아이들 역시 어른 못지않은 솜씨로 그네를 탄다.
그네를 돌아 단오장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굿당이 나온다. 굿당에서는 단오제에서 모시는 세 신의 제를 올린다. 범일 국사와 김유신 장군이 죽어서 되었다는 대관령국사서낭신과 대관령산신, 범에게 물려간 정씨 처녀가 대관령국사서낭신과 혼례하여 생겼다는 여서낭신이 바로 그들. 모두 신라시대에 살았던 인물들로 단오제가 천 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지녔음을 증명한다.
강원도 강릉

단오장에서는 단오날 빼놓을 수 없는 창포물에 머리감기 체험과 손가락 굵기의 창포뿌리를 연필 깎는 칼로 깎아 비녀를 만들어볼 수 있다. 한 해의 건강과 번영을 기원하는 단오부적 찍기 체험도 가능하다. 부적이 새겨진 인장에 붉은 인주를 묻혀 황색 한지 위에 찍어주는데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끊이지 않는다.
강릉 단오제에서는 독특한 먹을거리도 맛볼 수 있다. 단오 즈음에 많이 나는 수리취를 찹쌀과 함께 섞고 떡메로 쳐서 만드는 수리취떡은 단오에 ‘수릿날’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붙여준 주인공. 예부터 마을이 번성하기를 기원하며 해먹던 수레바퀴 모양의 떡이다.
강릉 단오제는 축제장이 워낙 넓고 행사 내용도 다양해 무작정 찾아가면 축제의 진면목을 보지 못하고 돌아오기 쉽다. 노암동 단오장 입구에 자리한 ‘단오문화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곳. 중요무형문화제 제13호인 단오제를 널리 홍보하고 전승하기 위해 지난해 초 문을 열었다.

강원도 강릉

어린이 체험미술관 갤러리 맷돌에서는 둥굴레 공예, 미술감상교육 등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지하 1층, 지상 2층짜리 건물인 단오문화관은 전시동과 공연동으로 나뉘어 있다. 전시동에서는 옛 단오장의 모습을 재현해놓은 미니어처, 단오제 제례에 사용되는 도구들, 관노가면극에 쓰이는 가면 등이 전시되어 있으며 앞서 열렸던 단오제를 찍은 동영상물이 상영된다. 이 외에도 단오부적 찍기, 관노가면 써보기, 단오 굿거리 장단 치기 등을 직접 해볼 수 있는 체험공간이 마련돼 있다. 공연동에서는 상설공연과 주민을 대상으로 문화교실이 열린다. 자세한 공연일정은 월별로 달라지므로 미리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단오문화관 개방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토요일 오전 9시~오후 1시다. 일요일은 휴무. 입장료는 없다. 문의 033-640-4951. 강릉 단오제에 대한 문의는 단오제위원회(033-648-3533)로 하면 된다.
아이 눈높이에 맞춘 미술체험 학습장, 갤러리 맷돌
단오문화관을 나와 남대천을 따라 좌회전해 다리를 하나 지난 다음 오거리에서 관동대학교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직진한다. 관동대학교 앞에서 구정면 학산리 방향으로 직진(4.8km)하다가 구정면을 지나쳐 곧장 가다 다리를 건너면 왼쪽으로 군부대가 나오고 부대를 지나 조금 더 가면 1607 전차부대가 나온다. 이곳에서 예비군 훈련장 방향으로 우회전하면 농심 물류센터가 보이는데 여기를 지나 세 번째로 나오는 집이 ‘갤러리 맷돌’이다.
강원도 강릉

건물 뒷편 솔숲에 마련된 미로를 돌아다니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미술감상교육을 전공한 서은아 관장이 3년 전 문을 연 미술체험관인 이곳은 자그마한 농가를 개조하고 벽면 가득 그림을 그려넣어 아이들이 친근함을 느끼도록 꾸몄다. 건물 외벽에는 이야기를 새긴 나무판자를 걸어두어 건물을 따라 돌다보면 다 읽을 수 있다. 건물 뒤편 솔숲에는 작은 미로를 만들어놓았는데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미술관 앞에는 모래마당이 준비되어 있다. 흙과 멀리 떨어져 자라는 요즘 어린이들이 직접 흙을 만지며 놀 수 있도록 한 공간이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아이들이 체험학습을 하는 동안 함께 온 부모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쉼터도 있다.
어린이들이 미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작품 감상 후 그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한 다음 다시 작품을 보며 자신이 그린 그림과 비교하며 의견을 나누는 순서로 진행된다. 둥굴레뿌리를 이용해 둥굴레 공예도 한다. 먼저 가운데가 움푹 파인 손바닥 크기의 동그란 나무판 겉면을 사포로 잘 다듬는다. 잘 말린 둥굴레뿌리는 절구에 넣어 곱게 빻아 체에 내린다. 이 가루를 물에 갠 다음 나무판의 움푹 파인 곳에 채워넣고 그 위에 작게 자른 둥굴레 조각을 모양대로 늘어놓는 것. 물에 갠 둥굴레 가루가 접착제 역할을 해 조각들이 고정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그 과정이 간단해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금세 아이들의 손끝을 타고 꽃과 나비가 모습을 나타냈다. 작품이 완성되자 저마다 자신이 만든 것을 자랑하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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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기를 끝낸 아이들이 선생님을 따라 솔숲에 자라고 있는 둥굴레를 직접 찾으러 나섰다. 어떤 것이 둥굴레인지 묻는 선생님의 질문에 이 풀 저 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아이들.
“바로 이 풀이 둥굴레예요. 넓은 이파리 위에 노랗게 자란 것이 꽃이고요. 아직 덜 자랐으니 뽑지는 마세요. 우리는 바로 이 풀의 뿌리를 가지고 작품을 만든 거예요.”

둥굴레 관찰을 끝으로 공예 체험시간이 마무리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으므로 홈페이지를 참고하자. 참가비는 5천~1만원 선. 체험이 가능한 시간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의 및 예약 033-647-8181, www.gm818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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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커피 향이 떠나지 않는 커피공장 테라로사. 유럽풍으로 지은 예쁜 건물 안에 누런색 커피자루가 늘어서 있는 모습이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커피 향기와 재즈가 흐르는 곳, 테라로사
갤러리 맷돌을 나와 농로를 따라 우회전하여 가면 잘 포장된 2차선 도로와 만난다. 이곳에서 우회전 후 직진해 달리면 구정면 어단리다. 어단리 마을 입구에 우거진 밤나무숲 사이로 ‘커피공장 테라로사’라고 쓰인 나무간판이 보인다.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하여 들어가면 차 한대가 지나갈 수 있는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나오고 그 길을 따라 약 200m 들어가면 왼쪽으로 유럽 어느 마을의 예쁜 집을 옮겨놓은 듯한 커피공장 건물이 나온다.
커피 전문가 김용덕씨가 3년 전 이곳을 열며 붙인 이름 ‘테라로사(Terarosa)’는 포르투갈어로 ‘커피가 잘 자라는 보랏빛 땅’이란 뜻. 공장 안으로 들어서면 높은 천장과 한쪽 벽면에 서 있는 커피 로스터가 눈에 띈다. 공장 가득히 쌓여 있는 커피자루들도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아직 구워지기 전이라 베이지색을 띠고 있는 커피생두가 담긴 자루들에는 하와이안 코나, 블루마운틴 등 각각 제 이름들이 적혀 있다.
이곳에서는 필요할 때마다 소량으로 커피를 구워낸다. 커피 굽는 날에 맞춰 찾아가면 커피생두가 알맞은 맛과 향을 가진 원두로 구워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이렇게 갓 볶은 커피는 국내 호텔들과 커피 전문점에 납품되고 이곳을 찾는 고객들에게도 판매된다. 소정의 비용(4천~5천원)을 내면 진한 에스프레소와 중간 정도 맛의 커피, 아주 연한 맛의 커피 등을 맛볼 수 있다.
테라로사에서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커피공장에서 열리는 ‘재즈 음악회’. 커피공장을 시작한 이후 3개월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음악회를 열어왔는데 어느새 강릉 사람들이 기다리는 문화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고. 6월에도 음악회가 열릴 예정이다. 자세한 음악회 일정은 홈페이지를 참고할 것.
커피공장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5월부터 허브빵과 이탈리아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커피나무들을 직접 볼 수 있는 커피식물원도 짓고 있는데 7~8월쯤 문을 열 예정이다. 문의 033-648-2760, www.terarosa.com

마을 할머니들과 함께 하는 자연체험, ‘야영캠프장 자연속으로’
강릉에서 동해로 이어지는 동해고속도로를 달려 옥계 IC로 나와 좌회전하면 북동면으로 길이 이어진다. 7년 전 옛 북동분교를 개조해 문을 연 ‘야영캠프장 자연속으로’는 산악구조대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한 남기선씨 부부가 운영하는 곳. 직접 만든 벤치와 정자, 숙소, 산책로 등 학교 구석구석 부부의 손길이 닿지 않은 데가 없다.
강원도 강릉

오래된 분교를 개조해 분을 연 '야영캠프장 자연속으로'


“마을 밖으로 나가기 힘든 긴 겨울 동안 하나하나 만들고 손봅니다. 그래야 겨울이 지나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잖아요.”
이곳에서는 팜스테이 마을인 북동마을 주민들과 프로그램을 연계해 진행한다. 씨앗을 뿌려 자라난 새싹을 옮겨 심는 다살이 농사체험, 마을에서 직접 키운 콩으로 두부를 만드는 체험, 인근 산에서 주워온 도토리로 묵 만들기 체험, 산과 들에 자라는 야생화를 찹쌀반죽 위에 얹어 기름에 지져먹는 화전 만들기 체험, 강원도 토속 음식인 ‘감자옹심이’ 만들기 체험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먹을거리 체험비용은 재료비에 마을 할머니들의 인건비를 더해 정해지는데 대략 1인당 1만원 선. 사전에 재료를 준비해야 하므로 예약은 필수다.
솟대 만들기, 부메랑 날리기 등 간단한 놀이와 주인 부부의 특기인 암벽타기 등 산악훈련 프로그램도 체험할 수 있다. 여러 가족이 함께 갈 경우 캠프장 뒷산에서 펼쳐지는 서바이벌 게임도 해볼 만하다.
야영캠프장의 백미는 학교 뒷산 야영장에서 이루어지는 텐트 체험. 처음에는 불편해하던 아이들도 나중에는 떠나기 싫어할 만큼 재미있어 한다. 텐트가 없더라도 걱정할 것 없다. 캠프장에서 50여 동의 텐트를 준비해놓고 필요한 사람에게 대여해준다. 텐트 대여료는 1만원. 캠프장 이용료는 5천원이다. 화장실과 샤워장은 공동 사용한다. 텐트가 불편하다면 농가에서 민박체험을 할 수도 있다. 민박체험은 1인당 5천원. 문의 및 예약 033-535-4038, www.intonature.co.kr.
강원도 강릉

가족여행 전문가 한은희씨는…어린이를 위한 체험의 기회가 풍성한 여행지를 찾아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 달에 찾은 강릉에서는 갑자기 비가 온다는 예보를 듣고 서둘러 일정을 진행해야 했기에 조금 아쉬웠지만 아기자기함이 살아있는 갤러리 맷돌과 우리나라에서 유일하다는 커피공장을 둘러본 덕에 즐겁게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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