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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연예가 포커스

병역비리 인정한 청춘스타 3인, 송승헌 한재석 장혁 심경고백

■ 글·최호열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4. 10. 04

경찰에서 운동선수와 연예인들의 병역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톱스타 송승헌이 지난 9월16일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사죄의 뜻을 담은 자필편지를 언론사에 보냈다. 연예인으로는 처음으로 잘못을 시인한 그의 심경과 편지 전문, 그리고 연예인 병역비리의 전모를 정리했다.

병역비리 인정한 청춘스타 3인, 송승헌 한재석 장혁 심경고백

“군입대를 하게 되면 2년 넘게 활동을 중단해야 하고 그러다보면 영원히 연기를 못할 수도 있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면서 그만 하나님과 제 양심을 속이고 옳지 못한 행동을 했습니다. 저를 아껴주고 사랑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충격을 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9월 중순, 연예계를 강타한 병역비리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톱스타 송승헌(28)이 연예인으로는 처음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팬들에게 사과했다. 지난 9월8일 호주 시드니로 출국해 드라마 ‘슬픈 연가’의 뮤직비디오를 촬영 중인 그가 지난 9월16일 오후 사죄의 뜻을 담은 자필편지를 방송사와 언론사에 보낸 것.
그는 편지에서 “호주에 도착한 9월8일 오후 한국에서 이번 사건에 제가 연루돼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그로 인해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심경을 털어놓았다. 또한 “마음은 금방이라도 한국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밝히고 싶었지만 이미 현지에 도착해 촬영준비를 마친 다른 출연자들과 촬영 스태프들을 생각해 촬영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동안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을 밝혔다.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 취재를 위해 현지에 간 취재기자에 따르면 송승헌은 자신의 병역비리 사실이 알려진 후 심한 정신적인 혼란에 휩싸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들과도 떨어져 조용히 침묵의 시간을 갖는가 하면 함께 출연하는 김희선, 권상우가 기자들과 인터뷰할 때도 혼자 자리를 피했다는 것. 또한 마음의 괴로움이 심한 듯 끊었던 담배도 다시 피웠다고 한다.
송승헌의 측근도 “그가 자책감, 이번 사건으로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게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 등 정신적인 혼란에 휩싸여 있다”며 “고민 끝에 용기를 내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 1월 방영 예정인 드라마 ‘슬픈 연가’는 MBC가 제작비 50억원을 투자해 송승헌, 김희선, 권상우 등 호화 연기자를 캐스팅하고, 대부분의 장면을 해외에서 촬영하는 등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작품. 첫 단계로 호주의 시드니와 브리즈번에서 드라마 주제곡 뮤직비디오와 홍보용 장면을 촬영하던 중에 이 사건이 터진 것이다.
따라서 MBC와 제작사는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다. 송승헌을 주인공으로 촬영을 강행할 경우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드라마 성공여부가 불투명할 것이고, 그렇다고 주인공을 바꾸자니 방영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아 제작일정에 쫓길 수밖에 없기 때문. 하지만 송승헌이 “드라마 출연을 고집하기 위해 호주에 남아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괴롭고 힘들었다”며 “나는 드라마 출연 욕심이 없다”고 입장을 밝혀 주인공 교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3년 공소시효 지나 형사처벌 면하지만 재신검 후 군 입대해야 할 듯
송승헌은 99년 받은 병무청 신체검사에서 사구체신염 판정을 받아 군 입대가 면제되었는데, 그동안 의혹의 눈길이 끊이지 않았었다. 대표적인 꽃미남인 그는 남자들도 부러워할 만큼 멋진 근육과 탄력 있는 몸을 가진 ‘몸짱’ 스타. 그 정도 몸을 만들기 위해선 헬스 등 많은 운동을 해야 하는데, 신장에 병이 있으면 과한 운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금만 무리를 해도 쉽게 피로를 느끼는 것은 물론 과한 운동이 신장에 더욱 무리를 주어 상태를 악화시키는 것. 따라서 군 입대 면제를 받을 정도로 신장이 약한 그가 몸짱이 될 정도로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의혹이 제기되어왔다.

당초 송승헌은 호주에서 ‘슬픈 연가’ 뮤직비디오 촬영을 마친 후 일본으로 건너가 추가 촬영을 하고 9월22일이나 23일경 귀국해 경찰에 자진출두할 예정이었다. 일본 호리프로덕션과 산케이사의 포니캐넌에서 ‘슬픈연가’의 영상 DVD 2장을 내는 조건으로 1억엔(약 10억원)의 개런티를 받기로 이미 계약이 되어 있어 그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같은 병역비리 혐의를 받고 있던 탤런트 한재석과 장혁이 9월19일 경찰에 자진출두해 조사를 받자 일정을 바꿔 9월20일 저녁 6시 급거 귀국해 곧바로 서울경찰청으로 향했다. 이에 소속사 포이보스 대표 김광수씨는 “나는 물론 일본측에서도 당혹스러워하긴 했지만 ‘국제적인 약속보다 국민과의 약속이 더 중요하다. 한시라도 빨리 자신의 잘못을 조사받고 사죄하고 싶다’는 송승헌의 뜻을 받아들인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법률상 공소시효 3년이 지났기 때문에 형사처벌은 받지 않는다. 하지만 신체검사를 다시 받아 징집여부를 재결정하는데 현재 상황으로는 입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에 대해 “앞으로 모든 군대 문제는 국가의 뜻에 따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송승헌은 이번 사건으로 연예인으로서 최대의 시련을 맞고 있는데 이번 사태가 어떻게 매듭지어질 지 궁금하다.


병역비리 인정한 청춘스타 3인, 송승헌 한재석 장혁 심경고백

병역비리에 연루된 탤런트 장혁과 한재석이 9월19일 오후 서울경찰청에 변호사와 함께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은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승헌과 비슷한 시기에 사구체신염이라는 같은 병명으로 병역면제를 받아 병역비리 의혹을 받고 있던 탤런트 한재석(31)과 영화배우 장혁(28)도 부정한 방법으로 병역을 면제받았음을 솔직히 시인했다.
두 사람은 9월19일 오후 4시경 변호사와 함께 서울경찰청에 전격 출두해 4시간30분 동안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두 사람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둘 다 혐의 사실을 대부분 시인했다”며 “조사를 받으며 눈물을 흘리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내비쳤다”고 밝혔다. 장혁과 한재석은 이날 조사에서 브로커 우모씨에게 3천만원과 2천만원을 주고 병역을 면제받은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획사 소속으로 지난해 드라마 ‘대망’에서 공동주연으로 출연한 바 있는 두 사람은 조사를 마친 뒤 기자들 앞에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며 다시 한번 병역비리 사실을 시인한 뒤 ”어떤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다. 지금이라도 군대에 가야 한다면 의무를 떳떳하게 이행하고 싶다”고 심경을 털어놓았다. 장혁은 “고민을 많이 하다 나쁜 방법을 동원했다. 죄송하다”면서 국민들 앞에 용서를 구했고, 한재석 역시 “잘못했다. 법적인 처벌을 달게 받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소속기획사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적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또한 다른 연예인들의 병역비리 연루 혐의에 대해서도 자신들은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서로 불법적인 병역면제를 받은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몰랐다”고 말했다.
드라마 ‘째즈’ ‘유리구두’ 등으로 스타덤에 오른 한재석은 신라시대 해상왕 장보고의 일대기를 다룬 KBS 드라마 ‘해신’(11월 방영 예정)에 캐스팅되어 중국에서 드라마를 촬영하던 중 경찰에서 병역비리를 조사한다는 소식을 듣고 촬영을 중단한 채 귀국해 칩거하고 있었다. 그의 극중 배역은 송일국에게 돌아갔다.
영화 ‘화산고’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등을 통해 거칠면서도 외로운 캐릭터로 젊은 여성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던 장혁은 다음 작품 출연 계약을 앞두고 있는 상태였다.
경찰은 장혁과 한재석 두 사람 모두 송승헌의 경우처럼 공소시효 3년이 지나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불법적으로 병역 면제를 받았기 때문에 병무청에 이 사실을 통보, 재신검을 받게 할 방침이며 재신검에서 현역 판정이 나오면 군입대를 해야 한다고.
한편, 경찰은 국내 50대 기획사 및 매니지먼트사의 명단과 소속연예인의 명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무청의 협조를 받아 개인별 병역사항을 확인, 용의점이 드러날 경우 연예계 전반으로 병역비리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어서 이번 사건으로 인한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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