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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화제의 밀리언셀러

자서전에서 미 대통령 재임시절의 스캔들 솔직히 털어놓은 빌 클린턴

“고통 속에 뜬 눈으로 밤을 새운 후 힐러리에게 나와 르윈스키의 관계를 고백했다…”

■ 기획ㆍ구미화 기자 ■ 글·문경선‘자유기고가’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4. 08. 03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자서전 ‘마이 라이프’를 펴내 화제다. 이 책에서 그는 대통령 재임시절 그를 탄핵 위기에 몰리게 한 르윈스키와의 관계, 힐러리와의 연애시절 등 사생활 이야기를 자세히 털어놓아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자서전에서 미 대통령 재임시절의 스캔들 솔직히 털어놓은 빌 클린턴

빌클린턴(58) 전 미국 대통령의 자서전 ‘마이 라이프’가 지난 6월22일 전 세계에서 동시 발간됐다. 클린턴은 이 책에서 그가 태어난 1946년부터 2000년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백악관을 떠날 때까지 풍족하지 않았던 성장과정과 대통령시절 자신이 주도했던 굵직한 정치외교 사안은 물론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이 책은 미국에서 초판 1백50만 부가 팔리기도 전에 예약 주문이 2백만 부를 넘어섰는데 첫 발매를 하루 앞둔 6월21일 저녁 워싱턴의 주요 서점 앞에는 1천여 명의 고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열성 팬들은 클린턴 사인회 입장권을 얻기 위해 7시간이나 줄을 서서 기다리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95년 11월부터 6개월 동안 르윈스키와 ‘부적절하게’ 만나
클린턴의 자서전이 출간된다고 했을 때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단연 그가 르윈스키와의 관계를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클린턴은 이번 자서전을 통해 “98년이 시작되었을 때, 나는 이 해가 내 대통령 임기 가운데 가장 이상한 해가 되리라는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글로 고백을 시작해 르윈스키와의 만남과 스캔들이 불거져 나온 98년 1월부터 다음해 2월12일 탄핵 동의안이 부결되기까지의 복잡한 심경을 묘사하고 있다.
자서전에서 미 대통령 재임시절의 스캔들 솔직히 털어놓은 빌 클린턴

6월22일 발간된 클린턴의 자서전 ‘마이 라이프’는 7월1일 밀리언셀러를 기록했고, 클린턴은 이 자서전의 인세로 1천만달러(약 1백20억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은 95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르윈스키와 부적절하게 만났다고 털어놓았다. 95년 여름부터 백악관 인턴직원으로 일한 르윈스키는 같은 해 12월부터 다음해 4월 초 국방부로 옮겨가기 전까지 백악관에서 정식 직원으로 일했다. 클린턴은 르윈스키가 국방부로 옮겨간 뒤에는 가끔 전화 통화만 했을 뿐 만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97년 2월 주간 라디오 연설 저녁 녹화를 마치고 15분 동안 르윈스키와 단둘이 만났는데 그는 당시 그런 자신이 역겨웠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같은 해 봄, 르윈스키에게 이것은 잘못된 일이며 더는 계속할 수 없다고 말했으나 르윈스키가 계속 백악관을 찾아왔고, 그녀를 몇 번 보았지만 부적절한 일은 없었다고 적고 있다. 그는 “내가 르윈스키와 한 일은 부도덕하고 어리석은 일이었다. 나는 그 일을 매우 부끄럽게 여겼으며, 그 일이 드러나기를 바라지 않았다”며 르윈스키와의 관계를 뒤늦게 후회했음을 고백했다.
자서전에서 미 대통령 재임시절의 스캔들 솔직히 털어놓은 빌 클린턴

클린턴은 자서전 ‘마이 라이프’에서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 어리석은 짓이라며 후회했다.


98년 1월21일, ‘워싱턴 포스트’가 처음 보도하면서 시작된 르윈스키와의 스캔들에 대해 클린턴은 당시 켄 스타 검사가 자신을 대통령직에서 몰아낼 바람을 일으키려 한다고 판단했다며 그로 인해 가족과 미국 국민들을 속여야 했던 것이 가장 후회된다고 썼다.
“나는 끔찍한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았지만 켄 스타가 나를 대통령직에서 몰아내 그 잘못을 더 키우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계속 내 할 일을 했으며 힐러리, 첼시, 비서진과 내각, 국회의 친구들, 기자들, 미국 국민 등 모두에게 그 사실을 부인했다. 르윈스키와의 행동 외에 내가 가장 후회하는 것은 이들 모두를 속였다는 것이다. 나는 창피했고, 아내와 딸에게 그것을 감추고 싶었다. 켄 스타가 나의 개인 생활을 범죄로 만드는 것을 돕고 싶지 않았고, 미국 국민에게 내가 그들을 실망시켰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자서전에서 미 대통령 재임시절의 스캔들 솔직히 털어놓은 빌 클린턴

연두교서 발표일인 1월27일까지 그와 르윈스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증폭되자 그는 결국 주변 참모들의 권유를 받아들여 기자들 앞에 나서서 “(르윈스키와) 성관계를 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침 그날 아침 힐러리도 NBC ‘투데이쇼’에 출연해 “남편에 대한 혐의를 믿지 않으며 이는 92년 선거운동 이후 우리를 파괴하려는 우익의 거대한 음모”라고 말했는데 클린턴은 당시 힐러리가 자신을 방어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이 한 일을 더욱 부끄러워하게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클린턴과 르윈스키 사이의 스캔들에 대해 거의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사실이라고 믿었지만 클린턴은 계속해서 부인했고, 힐러리 또한 남편을 옹호했다. 그렇게 7개월의 시간이 흐른 뒤 연방대배심 증언이 예정되어 있던 8월15일 아침 클린턴은 힐러리에게 모든 사실을 고백했다.
“고통 속에 뜬눈으로 밤을 새운 나는 힐러리를 깨워서 르윈스키와 나 사이에 있었던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힐러리는 복부를 강타당한 듯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더니 지난 1월에 왜 거짓말을 했느냐며 화를 냈다. 미안하다고, 그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는 말 외에는 아무런 이야기도 할 수 없었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며, 그녀와 첼시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내가 한 일에 대해서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으며, 가족에게 상처를 주고 대통령 직위를 손상시키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나만의 비밀로 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힐러리보다 딸 첼시에게 이야기하기가 더 어려운 일이었다”며 “우리의 결혼 생활과 딸의 사랑과 존경을 잃게 될까 두려웠다”고 당시 괴로웠던 심경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자서전에서 미 대통령 재임시절의 스캔들 솔직히 털어놓은 빌 클린턴

르윈스키와의 스캔들로 나라 안팎이 시끄러운 가운데 클린턴 대통령 부부는 휴가를 떠나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도 했다.


그가 기록한 바에 따르면 그는 대배심 증언에서 96년에 몇 번, 그리고 97년에 한 번 르윈스키와 부적절한 관계가 포함된 그릇된 행동을 했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성관계는 아니었으며 나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있고, 나의 행동의 적법성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답변하겠지만,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적고 있다. 클린턴은 그의 자서전에서 르윈스키와의 관계를 ‘부적절한 관계’로 일관되게 표현하고 있으며 켄 스타 검사 측이 이를 ‘섹스’로 규정하는 데 불만을 나타냈다.
8월17일 오후 10시 정각, 클린턴은 대국민연설을 통해 “모든 사람들, 심지어는 아내까지 잘못된 판단을 하게 만들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적인 의도가 숨어 있었던 소송에서 자신과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모두가 인신공격과 사생활 캐기, 그리고 물고 늘어지기를 중단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 다음날 그는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떠났으나 힐러리와 첼시는 그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으며 힐러리는 침대에서 자고, 그는 소파에서 잤다고 한다.
9월9일 켄 스타 검사가 마침내 클린턴의 탄핵사유가 들어 있는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자 클린턴은 백악관으로 정부 각료들을 불러들여 사과를 했으며 탄핵을 당하지 않는 최선의 방법은 계속 직무에 충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하원과 상원에서 탄핵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직무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고 그는 밝혔다.
자서전에서 미 대통령 재임시절의 스캔들 솔직히 털어놓은 빌 클린턴

75년 결혼식을 올린 후 다정한 포즈를 취한 힐러리와 빌.


99년 2월12일 탄핵동의안이 부결되자 클린턴은 “가족과 나라에 큰 시련을 안겨주었던 과정이 끝났다는 사실이 만족스러웠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우리 딸 첼시는 나를 여전히 사랑했으며 내가 꿋꿋하게 잘 버티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힐러리의 사랑과 지원이었다. 그녀는 내가 시련을 겪는 동안 내 곁을 지키면서 사랑을 베풀어주었다. 불합리한 일들이 벌어지는 가운데 우리는 다시 웃음을 되찾았고 나는 나를 괴롭혔던 사람들한테 고마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힐러리 앞에서 다시는 멋있게 보일 수 없었을 테니까. 나는 심지어 소파도 떠날 수 있었다.”

자서전에서 미 대통령 재임시절의 스캔들 솔직히 털어놓은 빌 클린턴

클린턴은 이밖에도 힐러리와 처음 만났던 예일 법대 시절부터 대통령 임기 중 각종 스캔들을 겪으면서 힐러리에게 느꼈던 미안함과 고마움, 사랑을 표현했다. 특히 힐러리에게 청혼했을 때를 회상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드라이브를 지나갈 때 언덕 위의 아담하고 아름다운 벽돌집이 눈에 들어왔다. 힐러리는 너무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했다. 나는 힐러리를 공항에 내려주고 돌아와서 그 집을 살펴보았다. 나는 선금을 주고 그 집을 샀다. 힐러리가 돌아왔을 때 나는 ‘그 작은 집 기억나? 그거 내가 샀어. 당장 나랑 결혼해줘. 그 집에서 혼자 살 수는 없으니까’라고 청혼했다.”
그는 “언론에서 힐러리를 공격할 때면 그것을 막아줄 수 없었기 때문에 나 자신에 대한 공격보다 더 괴로웠다”고 고백했다. 또한 르윈스키 사건이 진행 중인 시기에도 “나는 늘 힐러리를 사랑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사랑하지는 못했다. 우리는 최고의 친구였고 나는 결혼을 파탄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며 힐러리를 향한 애정에 변함이 없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클린턴은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백악관을 떠나던 2000년 1월20일을 회상하며 “새로운 인생에 대한 기대로 마음은 설레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대통령 시절을 그리워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고통스러웠던 시기에도 나는 대통령이라는 게 좋았다”고 적었다.
30세에 아칸소 주 검찰총장에 뽑히고, 32세에 미국 역사상 최연소 주지사가 됐으며, 46세의 나이로 존 F. 케네디 이후 최연소 미국 대통령이 됐던 빌 클린턴. 그는 책의 서문에 “법대를 갓 졸업하고 인생을 제대로 살아보고 싶은 마음으로 가슴이 뜨거웠던 시절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좋은 결혼 생활을 하면서 좋은 자식을 두고 싶었고, 훌륭한 책을 쓰고 싶었다”며 “이번 자서전이 훌륭한 책인지는 알 수 없으나 괜찮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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