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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따르고 있는 충격 살인사건의 전말 & 호신용 휴대용품·휴대폰 서비스

부천 초등학생 실종 살해 사건·포천 여중생 납치 살인사건…

■ 기획·최호열 기자 ■ 글·이남희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4. 03. 10

부천 초등학생 실종 살해사건, 포천 여중생 살해사건 등 잇따른 ‘납치 살인사건’으로 우리나라는 지금 ‘납치 공포’에 떨고 있다. 어린이·여성 대상 범죄의 증가로 호신 산업이 때아닌 성황을 이루며 ‘스스로 지키기’ 열풍이 불고 있을 정도다. 최근 벌어진 잇따른 납치 살인사건의 전말 & 안전 지키는 호신용 휴대용품.

최근 잇따르고 있는 충격 살인사건의 전말 & 호신용 휴대용품·휴대폰 서비스

최근 경기도 부천에 사는 두 초등학생이 야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데 이어, 포천에서는 여중생 엄모양(15·포천D중 2년)이 실종 96일 만에 집에서 6km 가량 떨어진 식당 앞 배수관에서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던졌다. 또 숨진 엄양의 집에서 3km 떨어진 곳에 사는 40대 여성 보험설계사가 1월에 실종된 것으로 드러나 화성 부녀자 연쇄 살인사건의 악몽이 재현되고 있다.
‘납치 괴담’의 첫 테이프를 끊은 사건은 부천 초등생 피살사건이다. 올해 1월14일경 뚜렷한 이유 없이 실종돼 ‘제2의 개구리 소년’이라 불리던 이들은 실종된 지 16일 만인 1월30일 부천시 역곡동 가톨릭대 뒤편 춘덕산 야산에서 나란히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윤모군(13)은 상하의와 팬티가 벗겨진 채 알몸 상태로 누워 있었으며, 양손이 묶인 채 나무에 연결돼 있었다. 임모군(12) 역시 상하의는 벗겨져 있었으나 팬티는 입은 채 흰색 점퍼로 덮여 있었고, 손목은 나무에 목도리로 묶여 있었다. 이들은 1월14일 오후 집 앞 공터에서 공놀이를 하다가 실종됐으며 오후 9시50분쯤 가톨릭대 옆골목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었다.
임군은 오후 6시26분쯤 집에 수신자부담으로 전화를 걸어 여동생에게 “집 옆 PC방에 가겠다”는 말을 남긴 뒤 연락이 끊겼다. 문제는 어린이 실종 살해사건의 실마리를 풀만한 단서를 찾기 어렵다는 것. 경찰은 두 어린이가 목 졸려 살해된 점에 주목, 원한이 있는 면식범의 소행으로 보고 탐문 수사를 벌이고 있으나 진전이 없는 상태다.
뒤이어 지난해 11월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다가 연락이 끊긴 엄양이 2월8일 경기 포천시 소흘읍 이동교5리 식당 진입로변 배수관에서 처참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늘 큰 목소리로 유쾌하게 웃어서 주위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던 명랑한 소녀의 모습은 이제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당시 배수관에 누워 있는 상태로 발견된 엄양은 교복과 속옷이 모두 벗겨진 상태였고, 상반신은 심하게 부패돼 있었다. 추운 듯 다리를 가슴쪽으로 구부리고 웅크린 모습이었다. 감식전문가들이 사망시점과 사망원인을 추정해보기 어려울 만큼 시신이 훼손된 상태였다. 엄양이 실종될 당시 ‘가출’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여온 경찰은, 뒤늦게 시신을 발견한 후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이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수사를 벌였던 단서는 네 가지. 시신 발견 현장에서 수거된 LG전자 TV박스와 농기구 1개, 엄양의 손가락에 칠해진 빨간 매니큐어와 주위에서 발견된 콘돔과 체모가 붙어 있는 휴지였다. 그러나 이 가운데 어떤 것도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엄양의 시신이 발견된 배수관 부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주민은 “11월 초부터 안 보이던 TV박스가 배수관을 가리고 있었다”고 말해, TV박스와 엄양 사건의 연관성을 시사했다. 경찰은 박스에 담긴 TV를 사갔거나 박스를 버린 사람이 엄양의 시신을 봤을 것이라 여겨, 범인이 사체를 유기한 시간을 추정해보려고 했다. 경찰은 TV가 남양주의 전자제품 대리점에서 운송된 사실을 밝혀내고, TV 일련번호를 확인, 이 TV의 배송자와 구매자를 찾고 있지만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현장 주변에서 발견된 삼지창 모양의 농기구도 마찬가지다. 경찰은 끝이 5cm 가량 구부러진 모양의 농기구가 엄양의 시신을 배수관 안에 밀어넣는 데 사용됐을 것이라 추정했다. 농기구 제조회사를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경찰은 이 농기구가 개인이 임의로 제작한 것임을 밝혀냈다. 그러나 탐문 수사 과정에서 포천 내촌면의 K씨가 “비슷한 농기구를 고물상에서 얻었다가 수개월 전 잃어버렸다”고 진술함에 따라, 농기구를 통한 범인 추적도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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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소년 사건처럼 미궁에 빠진 실종 살해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매니큐어도 별다른 실마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경 포천 소흘읍 화장품 가게에서 빨간 매니큐어를 구입한 20∼30대 남자 두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으나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다만 숨진 엄양에게 빨간 매니큐어를 바른 것으로 보아 범인은 변태성욕자이거나 성범죄자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 경찰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성폭력범이나 인신매매 전과자들을 용의선상에 올려 수사를 벌이고 있다.
사체 발견 지점과 6m가량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콘돔과 체모가 붙어 있는 휴지도 사건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엄양의 사체가 옷이 벗겨진 채 발견됐고, 배수관 주변에 콘돔과 체모가 있어 용의자의 성폭행 가능성이 높게 제기된 상태였다. 그러나 엄양의 사체 부검 결과 정액에 대해 음성 반응을 보였고, 성폭행을 저지르는 사람이 콘돔을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어 이들 증거품은 범인을 밝히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정액이 물에 씻겨 음성반응이 나타났을 가능성도 있어, 경찰은 용의자의 성폭행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학부모 중심으로 ‘우리 아이 지키기’ 운동 벌어져
포천에서 ‘부녀자 납치사건’이 잇따르자, 일부에서는 ‘제2의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1월에는 40대 여성 보험설계사가 실종됐고, 지난해 여름엔 여중생 두명이 20대 남자 세 명에게 납치돼 성폭행을 당한 뒤 풀려난 것. 이에 경찰은 3건의 부녀자 납치사건이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 수사를 벌여왔으나 지금까지의 수사결과는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는 쪽이다.
보험설계사 유모씨(47)는 1월20일 “땅을 보러 나간다”며 집을 나간 뒤 행방불명 됐다. 유씨와 마지막으로 통화해 용의선상에 오른 오모씨(37)는 2월11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모텔에서 목을 맨 채 발견돼 사건이 미궁에 빠졌다. 오씨는 유서에서 “빚을 남기고 떠나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밝혔을 뿐, 실종된 유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2명의 여중생을 납치한 혐의로 구속된 박모씨(24) 또한 엄양 사건과의 연관성을 적극 부인하고 있다. 잇따른 납치 살인사건의 실마리가 풀릴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 실종자 가족들이 더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이렇듯 ‘납치 괴담’이 이어지면서 사람들 사이에서는 ‘스스로 지키기’ 열풍이 불고 있다. 국민을 보호하고 지켜줄 것이라는 경찰과 정부에 대한 믿음을 접고,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위기감이 대두된 것. 자식을 흉포한 사회로부터 보호하려는 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 1백25만원짜리 신변 보호용 보디가드 상품을 내놓은 우리홈쇼핑은 방송 1시간 만에 1백52건을 판매해 화제를 모았다. 우리홈쇼핑 관계자는 “스토킹과 학교폭력, 납치 등으로부터 자녀를 보호할 수 있다는 쇼핑호스트의 설명이 나간 후 1분당 2.5건씩 신청이 접수됐다. 특히 주부들의 문의가 많았다”고 밝혔다.
보디가드를 고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체적으로 팀을 구성해 아이들을 직접 등하교시키는 부모들도 있다. 초등학교 3학년과 5학년 자녀를 두고 있는 주부 김순애씨(35)는 “한동네 어머니들끼리 모임을 만들어서 일주일에 한 번씩 돌아가며 등하교를 시키고 있다”며 “번거롭지만 아이가 집에 올 때까지 불안하게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하루 종일 자녀의 근처를 떠나지 않는 부모들을 가리키는 ‘헬리콥터 페어런츠’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말 그대로 아이가 집 밖에 나가 있는 동안 부모가 아이의 머리 위를 선회 비행하듯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다는 뜻.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어머니들이나 학원 끝나는 시간에 맞춰 입구에 자가용 행렬이 늘어선 풍경 등은 우리 사회에 ‘헬리콥터 페어런트’들이 적지 않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서울 강남 지역은 아예 ‘어머니 폴리스대’가 창설돼 ‘우리 자녀 지키기’에 발벗고 나섰다. ‘미아 및 실종 아동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중인 민주당 김강자 시민사회특별위원장(전 경찰청 여성청소년과 과장)도 “우리의 자녀를 지키기 위해 주민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보호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면서 “어머니 경찰대와 같은 조직이 자녀 지킴이로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충격 살인사건의 전말 & 호신용 휴대용품·휴대폰 서비스

최근 잇따르는 실종 살해 사건들을 계기로 경찰의 실종 신고 수사에 대한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남의 문제로만 여겨졌던 ‘실종자 문제’는 현재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실종된 15세 이하 어린이는 1만3백4명(경찰청 발표)으로 하루 29명꼴이다. 그런데 실종 신고를 해도 경찰의 초동수사는 미진한 편이다. 강도나 살인 등 강력범죄에 밀려 찬밥 대접을 받기 일쑤다. 부천 초등생 살인사건과 포천 여중생 사건도 실종 사건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은 경찰의 뒤늦은 초동수사가 자초한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잇따른 부녀자, 어린이 납치 살인사건을 계기로 ‘미아찾기 시스템’ 정비에 대한 공론화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표정은 어둡다. 큰 사건이 터진 후 반짝 관심을 보이다 곧 잊어버리고 마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아 찾기에 대한 주변의 지속적 관심과 제도정착이 실종자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전국 미아·실종 가족 찾기 시민의 모임’의 나주봉 회장은 “가족이 실종된 후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 가족이 사라진 후 허둥대다가 더 끔찍한 일을 겪을 수도 있다”며 침착한 대처를 당부했다.
“가족이 실종됐을 경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경찰에 신고하는 것입니다. 이때 발생 일시와 장소, 신체 특징 등을 되도록 자세히 기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범인들이 전화를 걸어올 경우에는 가족을 찾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침착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범인의 요구를 들어주는 척하면서 통화 시간을 끌어 경찰이 위치를 추적할 수 있도록 돕는 작업이 필요하고요. 그러나 인터넷에 신상 정보를 올리거나 비인가 기관, 흥신소 등을 찾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실종자 가족을 두번 울리는 각종 사기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갈수록 개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가 늘어나면서 호신용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뜻밖의 상황에서 자신과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비상시에 큰 도움이 되는 휴대용품을 소개한다.



◇글·백경선<자유기고가>
호신용 스프레이
고추와 후추 등에서 추출한 매운 성분의 액체를 스프레이식으로 뿌려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한다. 가스총과 달리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고, 크기도 립스틱 정도로 작아 휴대가 간편하다. 상대방의 눈에 뿌려야 하기 때문에 발사 사정거리가 가까워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효과는 강력하다. 가격은 4만원대.
호신용 경보기
뚜껑을 누르거나 안전핀을 뽑으면 요란한 소리가 나 주위에 위험을 알릴 수 있다. 핸드백·주머니에 넣고 다니거나 목에 걸고 다닐 수 있어 휴대가 간편하다. 가격은 2만∼4만원대.

호루라기
가장 간단하고 휴대하기 편리한 호신용품. 위험한 상황에서 호루라기를 부는 것은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된다. 문방구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으며 간단한 호루라기부터 버튼만 누르면 큰 소리가 나는 전자 호루라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가격은 2천∼1만원대.
미아 방지기
송신기와 수신기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와 함께 외출할 때 송신기는 아이가 소지하고, 수신기는 부모가 소지하면 된다. 아이가 부모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멀어지면 수신기에서 경보음이 울린다. 최대 수신 거리는 약 7m로 거리 조정이 가능하다. 가격은 2만∼3만원대.

여성용 가스총 & 전자충격기
여성용 가스총은 방아쇠를 잡아당기면 최루 성분의 액체가스가 스프레이식으로 분사된다. 일반 가스총과 달리 발사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전자충격기는 쇼트식과 봉식이 있는데, 봉식은 접으면 길이가 짧아지고 비상시에는 버튼을 눌러 빼내서 사용하면 된다. 상대방의 몸에 직접 닿으면 순간적으로 20만 볼트까지 전류가 흐른다. 둘 다 만20세 이상만 소지할 수 있으며, 구입 전에 신체검사서와 증명사진 2매를 준비해 경찰서에서 소지허가를 받아야 하고, 판매 허가를 받은 총포사에서만 구입이 가능하다. 가격은 여성용 가스총은 20만원대, 전자충격기는 20만∼30만원대.

위치확인 서비스 휴대전화
휴대전화로 아이나 가족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LG텔레콤 ‘알라딘’ 서비스는 위험 상황에 처했을 때 긴급버튼을 한번만 누르면 현재 상황이 연속 촬영되고 곧바로 저장된 보호자 3명의 휴대전화로 자동 위치전송 및 동시 통화가 이뤄진다. 촬영된 사진도 자동 전송되어 보호자가 사진을 통해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전화를 받지 않는 보호자에게는 1분30초 후 다시 통화를 시도하도록 되어 있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지정된 GPS(위성 위치확인시스템) 단말기인 알라딘폰이 있어야 하는데, 가격은 44만원이다. 가입비 3만원과 충전기값 1만1천원 별도. 서비스 1회 사용당 대략 3백원의 요금이 추가된다.
KTF ‘친구찾기’ 서비스는 상대방의 동의 아래 가족의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내 위치를 상대방에게 전송할 수도 있고, 상대방의 위치를 주기적으로 설정해놓고 볼 수도 있다. 기존의 단말기로도 이용할 수 있지만 정확도가 떨어지므로 GPS 단말기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가격은 30만∼40만원대이고 가입비는 없다. 서비스 1회 사용당 50∼80원의 요금이 추가된다. SK텔레콤 ‘안심 위치 알림’ 서비스는 자신의 위치를 지정한 사람에게 일정한 시간동안 정해진 간격으로 알려준다.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휴대전화면 이용할 수 있고, 한달에 3천원의 별도 이용료가 부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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