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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권말부록|부동산 재테크 특집

결혼 4년 만에 24평형 아파트 마련한 나종아 주부의 생생 체험

“치열한 강남지역 청약당첨의 꿈 접으니 실속 있는 미분양 아파트가 보였어요”

■ 기획·최호열 기자 ■ 글·박진숙 ■ 사진·박해윤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3. 09. 03

결혼한 부부의 가장 큰 소망은 대부분 ‘내집 마련’이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저축을 해보지만 집값은 그보다 훨씬 많이 오르기 때문이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내집을 마련할까? 결혼 4년 만에 내집을 마련한 나종아 주부의 ‘내집 마련 생생 체험기’를 들어보았다.

결혼 4년 만에 24평형 아파트 마련한 나종아 주부의 생생 체험

청약 통한 대박의 꿈 보다는 실속있는 미분양 아파트 골라 내집 마련 꿈 이룬 나종아 주부.


결혼한 부부가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다가 현실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집이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저축을 해보아도 내집 마련의 꿈 실현이 가까워오기는커녕 해마다 오르는 전세값을 맞추기도 버겁기 때문이다. 게다가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집값은 생각만 해도 한숨부터 나온다.
정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02년 말 기준 주택보급률은 이미 100%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치고, 여전히 서울은 83.8%, 경기도 94.2%에 머물고 있다. 또한 보급률이 높다고 자기 집을 갖는 비율도 함께 높아지진 않는다. 자기 집을 장만한 비율은 절반을 조금 웃도는 게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내집 마련 기간’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결혼 후 집을 장만하기까지 평균 7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정책이 실수요자 위주로 바뀌었기 때문에 서민들의 내집 마련이 한결 쉬워질 것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멀게만 느껴진다. 결혼 4년 만에 내집을 마련한 나종아씨(32)를 만나 ‘내집 마련의 꿈’을 일찍 실현시킨 노하우를 들어보았다.
성북구 정릉동 새 아파트에 입주한 나씨를 찾았을 때 그는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창 짐 정리에 부산스러웠다. 그러면서도 마냥 신이 나는지 연신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남다른 재테크 방법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씨는 “재테크요? 다른 것 있나요. 그저 저축을 열심히 했어요. 맞벌이를 하다 보니까 저축액을 일정하게 늘릴 수 있었거든요. 집을 일찍 살 수 있었던 건 운이 좋았기 때문이에요” 하며 특별한 재테크 노하우 따위는 없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나씨는 결혼 후 처음에는 저축만 착실하게 하면 집은 언제든지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내집 마련은 청약저축을 이용해 분양당첨을 받는 것이 집을 저렴하게 사는 유일한 방법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남편 명의로 된 1순위 청약저축통장으로 시집이 있는 잠실 근처의 아파트를 분양받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분양 소식이 들리면 열 일 제치고 모델하우스를 탐방했고, 앞으로 조성될 아파트 부지를 보면서 집이 들어설 지역을 눈여겨보곤 했다. 그런 뒤 분양신청을 하곤 했지만 번번이 실패를 거듭했다. 그러던 2001년 나씨는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도 내집 마련의 지름길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회사에서 경제신문을 읽다가 우연히 미분양 아파트를 일반분양한다는 광고를 보게 되었어요. 꽤 괜찮은 조건 같더군요. 그때까지만 해도 집을 살 정도로 돈을 충분히 모은 뒤 집을 장만하려고 했는데 이번 기회를 놓치면 손해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임신중이었는데도 퇴근 후 남편과 함께 모델하우스를 보러 갔어요.”
그가 본 아파트는 99년 IMF 때 우성건설이 짓다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공사가 중단된 것을 풍림건설이 인수하면서 미분양분에 대해 선착순 분양을 한 것이다. 24평형 분양가가 1억2천5백만원으로 중도금 무이자 대출을 해주어 계약금 10%만 있으면 아파트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좋은 조건이었다. 2001년 당시 한창 아파트의 분양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때였음을 감안한다면 99년 당시 분양가로 매매할 수 있어 꽤 저렴한 편이었다. 더불어 전용면적 25.7평 이하 아파트라서 취득세·등록세가 50% 감면되고, 당시 신규분양으로 매입한 주택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주는 혜택도 있을 때여서 세테크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결혼 4년 만에 24평형 아파트 마련한 나종아 주부의 생생 체험

나씨는 내집 마련을 위해 TV와 신문 등을 통해 재테크 지식을 쌓았다.


미분양 아파트는 선택할 물량이 적기는 했지만 대신 추첨에 의해 살 곳이 정해지는 일반분양과 달리 자기가 원하는 동과 층을 고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여기에 입주 때 최소 1백만원은 들어가는 새시까지 무료로 시공을 해준다니 귀가 솔깃해졌다. 모델하우스에서 본 집안 내부 구조나 마감재도 고급소재를 사용해 손색이 없어 보였다.
그래도 ‘내집’인 만큼 가격만 볼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따져볼 것이 많았다. 대단지를 이룰 것인지, 생활편의시설이나 교육여건이 잘 갖춰졌는지, 교통은 어떤지, 단지 내에서 동의 위치는 어떤지, 조망권은 확보되는지, 믿음직한 건설사인지…. 나씨는 이 모든 것을 모델하우스 관계자를 붙잡고 꼼꼼하게 확인해보았다.
일단 북한산 재개발단지였기 때문에 나씨가 사려는 아파트뿐 아니라 다른 아파트들도 인근에 속속 건설되고 있어 대단지 아파트촌을 이룬다는 점과 ‘풍림건설’이라는 비교적 인지도 높은 브랜드 아파트라는 사실에 안심이 됐다. 아파트 조감도를 보면서 인근에 북한산이 있어 환경이 깨끗하고, 조망권이 뛰어나다는 것도 확인했다.

비과세 상품 활용하면서 수입의 절반 저축해
교통도 나쁘지 않았다. 버스로 10분 거리에 지하철 4호선 미아삼거리역과 길음역이 있었고, 단지를 경유하는 지하철 12호선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교육환경 역시 단지 내에 초등학교가 들어설 예정이라 20개월 된 딸의 교육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아파트 주변에 이미 백화점이 두곳이나 있고, 대형마트도 입주 후 곧 생긴다고 하니 반가웠다.
복도식이라는 단점이 없지 않았지만 그보다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한 나씨는 미분양 매물 중에서 고르고 또 고른 뒤 계약을 했다.
“결혼한 뒤 계속 정릉에서 살았기 때문에 아파트가 들어설 곳의 환경을 잘 알고 있어 비교적 선택하기가 쉬웠어요. 남편과 제가 출퇴근하기에 나쁘지 않거든요. 아파트를 고를 때는 아이가 놀기 좋은 곳, 산책로나 공원이 잘 조성된 곳이 좋다고 생각해요.”
그는 엉겹결에 애초 계획에 없던 아파트를 계약하고 나니 2년 후 입주할 때 내야 하는 목돈 마련이 걱정이 되었다. 좋은 조건으로 아파트를 샀지만 돈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아파트 계약금 1천2백50만원은 살던 전셋집을 월세로 바꾸면서 돌려받은 2천만원으로 해결했다. 다음으로 입주 때 한꺼번에 내야 하는 중도금과 잔금 1억2백50만원이 문제였다.
아파트에 불입해야 하는 돈을 걱정하며 신혼 초부터 맞벌이를 하면서 꾸준히 저축했던 통장을 꺼냈다. 모아둔 자금이 1천5백만원뿐이었다. 결혼 후 2년 동안 전세금대출 2천만원을 갚느라 많이 모으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매달 부부 월급의 절반인 2백만원씩 저축하던 시기였으므로 입주 때까지 꾸준히 저축하면 4천8백만원을 마련할 수 있고, 모자라는 부분은 대출을 받으면 될 것 같았다.
더구나 이들 부부가 가입한 저축은 모두 비과세 상품. 나씨는 다른 건 몰라도 은행상품만큼은 잡지나 은행 홈페이지를 통해 비과세 은행상품에 대한 정보를 물색, 상품 판매 기한이 종료되기 전에 발빠르게 가입해왔다. 이것이 바로 나씨가 내집 마련을 앞당길 수 있었던 방법 중 하나였다.
그는 내집 마련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청약저축상품’에 가입할 것과 ‘비과세 저축상품’을 활용할 것, 맞벌이하면서 두 사람 월급의 절반은 과감히 저축해야 한다는 것을 철칙으로 강조했다. 그리고 비과세나 세금우대 상품은 만기를 가능한 길게 가입했다. 똑같은 정기적금이라도 만기가 1년 미만이면 금리가 연 3.9%이지만 2년 이상은 4.35%로 상당한 차이가 났다. 또 금리가 같다 해도 일반과세(세율 16.5%)를 생각한다면 비과세(0%)와 세금우대(10.5%) 상품은 많은 수익효과를 냈다.
청약저축은 남편이 94년부터 이미 가입했던 통장이다. 지금은 종료된 금융상품인 근로자우대저축과 비과세가계저축을 부부가 각각 가입한 덕분에 아파트를 계약한 후 총 2백만원을 매달 저축하면서 종잣돈 만들기에 심혈을 기울여 나갔다.

결혼 4년 만에 24평형 아파트 마련한 나종아 주부의 생생 체험

결혼 4년만에 내집 마련의 끔을 이룬 나종아씨 가족.


지난 99년 3월에 결혼한 나씨 부부가 지금의 안정된 저축규모를 갖추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같은 회사 사내커플로 만난 두 사람은 결혼 당시 여느 젊은 부부와 다르게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신들의 힘만으로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했던 나씨는 결혼하면서 모아둔 돈을 친정에 주고 1천만원만 가지고 결혼했다. 남편 또한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아둔 3천만원이 전부였다. 적금 통장을 해약하면 손해를 입으므로 1천만원은 통장에 두느라 2천만원을 대출받아 4천만원짜리 전셋집을 얻었다.
따라서 명색이 신혼살림이었지만 변변한 것 하나 없었다. 오디오며 소파는 사치품에 해당했다. 남편이 결혼 전 자취할 때 가지고 있던 18인치 중고 텔레비전을 바꾸지 않고 있다가 최근 새 집으로 이사 오면서 바꿨을 정도다. 나씨는 신혼 초부터 대출금을 갚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신혼 초 두 사람의 월급을 합쳐봐야 2백만원이 넘지 않았기 때문에 매달 대출이자와 원리금 70만원씩 상환하는 일이 무척 버거웠다고 한다.
“결혼 초에는 대출금을 갚느라 힘들어 결혼할 때 집을 사서 시작하는 친구들을 보면 시샘이 나기도 했어요. 그것 때문에 남편과 말다툼도 자주 했죠(웃음).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렇게 아끼고 아껴 2년 만에 대출금을 다 갚았고, 남편과 제 월급도 연봉제로 바뀌면서 많이 올랐어요. 그래서 월 1백50만원씩 저축했고, 3년째부터는 2백만원씩 저축을 했어요. 매일 밤 통장을 꺼내 보면서 돈이 쌓이는 재미로 살았죠.”
젊은 나이지만 나씨의 똑소리 나는 저축 솜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이들은 결혼 4년 동안 대출금 2천만원을 모두 갚고 6천여만원 정도를 저축했다. 그래서 지난 6월말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중도금 6천만원을 해결했고, 한달 뒤 잔금 5천2백50만원은 주택자금대출 3천만원과 그동안 살던 월세 보증금 2천만원 등으로 마무리했다.
“집을 사고나니까 통장들이 텅텅 비어서 너무 허전해요. 다시 모아야지요. 그래서 얼마 전에 장기주택마련저축을 들었어요. 비과세상품인데 올해까지만 가입할 수 있거든요(웃음). 대출한 돈도 3년 안에 상환할 생각이에요. 내년엔 둘째도 낳을 생각이라서 신혼 때처럼 허리띠 졸라매면서 저축하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청약통장을 한번도 쓰지 않았으니까 5년쯤 후에 30평대 아파트에 도전할래요.”
20개월 된 딸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가 바로 집 앞에 있어서 무척 좋다며 활짝 웃는 나씨. 밝고 긍정적인 성격이라 힘든 일이 있어도 금세 털어버리는 그였기에 당당히 내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들 가족의 냄새가 아직 배지 않은 새 집이 손때가 묻어 바래졌을 무렵 나씨의 소망대로 두 아이와 함께 좀더 넓은 보금자리로 옮기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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