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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생생리포트

아이 셋 키우는 주부기자 김진경의 독일유치원 현지 취재

“철저한 놀이 중심 수업, 읽기 쓰기 셈하기는 가르치지 않아요”

■ 글&사진·김진경

2003. 06. 05

아이를 어느 유치원에 보낼까 하는 문제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크게 고민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다. 유치원마다 교육 방식이 다르기 때문. 1백60년 전 교육사상가 프리드리히 프뢰벨에 의해 세계 최초의 유치원 ‘킨더가르텐’이 탄생한 독일에서는 어떻게 유아교육을 하고 있는지 그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아이 셋 키우는 주부기자 김진경의 독일유치원 현지 취재

독일 교육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들이 진로를 조기에 결정한다는 점이다. 초등교육은 대개 4년제로 만 6세부터 시작되며, 졸업 후 인문계 중등학교인 ‘김나지움’이나 실업계 학교인 ‘레알슐레’ ‘하우프트슐레’로 진학한다.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진로를 결정하기 전 초등학교 과정에서 충분히 자신의 능력과 자질을 파악하고 발휘하도록 도와준다. 유아교육도 마찬가지. 철저하게 놀이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그냥 놀리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영역의 지적 발달은 교육에 의해 가능하다는 인식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90년대초 바이에른 주에서부터 시작된 ‘장난감 없는 유치원’과 덴마크에서 도입된 ‘숲유치원’이 최근 각광 받고있는 유치원들. 90년대 중반부터 튀링겐 주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프뢰벨유치원’ 역시 독일의 젊은 부모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유치원 중 하나다. 어린이의 창조성을 강조하며 자신의 고향인 이곳에 ‘킨더가르텐’을 세운 프뢰벨의 교육사상이 ‘지식사회의 창조적 인간육성’이라는 21세기 교육이념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튀링겐 레지던트(왕이 거주했던 곳)인 하이덱스부르크성 아래 자리잡은 바트 블랑켄부르크. 시청 광장과 연결된 베링가 맞은 편 초등학교와 중등학교 사이에 프뢰벨유치원이 자리잡고 있다. 2층짜리 건물이 마주보고 있는데 오른쪽 건물은 3~5세를 위한 유치원, 왼쪽 건물은 1~2세를 대상으로 한 탁아소(크리페). 벽에는 ‘자, 우리 어린이들과 함께 살아보자’는 프뢰벨의 구호가 쓰여있다.
독일유치원은 3년의 교육연한이 있지만 초중등교육과 달리 의무교육은 아니다. 따라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은 교육비를 내지 않지만 사립유치원은 교육비를 내야 한다. 그러나 초등학교 입학 전, 학업준비도가 낮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공부를 시키는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이 무료인데도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자녀를 사립 유치원에 보내는 이유는 ‘유치원은 유치원다워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젊은 어머니들은 집에 있는 경우가 드물고 시간제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위해 오전반과 오후반이 있고 하루종일 일하는 어머니들을 위해 종일반이 운영된다.
이 유치원은 종일제로 오전 6시에서 오후 5시까지 문을 열고 있다. 교육비는 종일반이 맏이의 경우 월 86유로(우리 돈으로 11만7천원), 반일반이 56유로(7만6천원)다. 둘째 셋째아이는 맏이보다 싸며 넷째아이부터는 무료. 하루 동안만 맡길 경우 종일반 4유로(5천4백원), 반일반 3유로(4천원). 탁아소는 이보다 조금 비싸 종일반 맏이의 경우 월 1백2유로(14만원)를 받는다. 탁아소에서는 24명의 유아를 3명의 교사가 돌본다. 유치원의 어린이는 1백20명. 한반이 20명 정도다.
아이들은 오전 8시 이전에 유모차를 타고 오거나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온다. 탈의실에서 부모들은 아이가 실내화로 갈아신고 외투와 겉바지 벗는 것을 도와준다. 속바지 차림도 있으나 타이즈만 신은 채 하루를 지내는 아이가 많다.
어느 유치원에서나 감기에 걸려 기침을 하는 아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감기를 견디어 자연스레 낫게 해 면역성을 길러주기 위함이다. 이 유치원에서도 전염병을 앓고 있으면 쉬게 하지만 그냥 아플 경우엔 데려 오도록 하고 있다.

아이 셋 키우는 주부기자 김진경의 독일유치원 현지 취재

독일유치원은 3년의 교육연한이 있지만 의무교육은 아니다.


아이들이 아침 일찍 오기 때문에 오전 8시에 간단히 아침을 먹는다. 모든 식사는 유치원 부엌에서 2유로 20센트(3천원)의 비용으로 제공된다. 아침식사가 끝나면 이때부터 11시까지 실내외에서 놀이와 작업을 한다.
놀이와 작업은 그리기, 색칠하기, 만들기, 종이접기, 엮기, 놓기, 찌르기, 수놓기, 노래, 춤, 체조, 쌓기의 형태로 진행된다. 읽기 쓰기 셈하기는 가르치지 않는다. ‘놀이는 단순한 유희가 아니며 진지하고 심오한 의미를 갖고 있다’는 프뢰벨의 교육이념에 근거한다.
앙게리카 라이스 부원장은 “아이들과의 작업에서는 프뢰벨의 교육이념을 지향한다. 즉 프뢰벨이 고안한 은물(Spielgaben)을 가지고 놀이중심 교육을 하면서 아이들의 육체적 정신적 창조적 능력을 계발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물은 원래 독일 등에서 사용하는 인치 단위로 2.35㎝가 기본.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은물은 ㎝ 단위로 사이즈가 3㎝, 6㎝, 9㎝식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이곳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역으로 수입된 은물을 쓰고 있다. 은물은 원래 전체가 목재로 구성돼 있고 색깔도 1은물에만 있었으나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은물은 일부가 플라스틱 재질로 돼 있고 색깔도 다채로운데 역시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오전 수업시간에도 중간중간에 자유시간을 많이 둔다. 자유시간이 되자 5세 ‘딱정벌레반’ 어린이들은 삼삼오오 구석으로 들어갔다. 헬러와 카린은 다른 여자아이들과 인형놀이를 시작했고, 요하나와 루츠는 색종이를 접어 갖가지 모양들을 만들었다. 슈테판과 볼프강은 정육면체와 직육면체 은물들을 쌓아 성을 짓는 데 몰두했다. 막대모양의 은물을 늘어놓으며 벌레나 기차를 만드는 아이들도 있었다.
라이너 교사는 “작업시간뿐 아니라 자유시간에도 은물을 갖고 노는 아이가 많다”며 “여기서 교사의 역할은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물 뒤쪽으로 널찍한 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정원 안에 놀이터와 모래밭, 운동장이 있다. 정원에서 아이들은 식물을 가꾸는 작업을 한다. 그룹별로 밭에 라벤더 같은 약초나 양파 같은 채소를 심고 관찰한다. 이 채소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땅 일부는 자연스럽게 풀이 자라도록 내버려두어 매년 다른 모습을 관찰토록 한다. 자연친화를 강조한 프뢰벨의 교육철학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라이스 부원장은 “날씨가 좋으면 아이들은 맨발로 흙길 자갈길 바윗길 나뭇가지 깔린 길을 걷는다”며 “자연에 대한 관찰과 탐색활동을 통해 인성발달을 촉진한다”고 설명했다.
오전 11시부터 다같이 점심식사를 하고 낮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점심휴식에 들어간다. 오후 2시반 티타임을 가진 뒤 다시 수업을 한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실내와 정원에서 놀이를 한다.
서울대 아동학과 이순형 교수는 “교사 대 어린이의 비율을 보면 우리나라보다 나은 점은 없지만 유치원 공간이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효율적으로 설계돼 있고, 어린이들이 맘껏 자연을 접할 수 있는 정원이 있어 부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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