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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궁금한 사연

손녀 결혼식으로 퇴임 후 첫 나들이한 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 요즘 생활

■ 글· 최숙영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2003. 05. 07

김대중 전 대통령이 퇴임 후 40일 만에 첫 나들이를 했다. 지난 4월5일 장남 김홍일 의원의 차녀 정화씨의 결혼식에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참석한 것. 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의 퇴임 후 달라진 요즘 생활 공개.

손녀 결혼식으로 퇴임 후 첫 나들이한 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 요즘 생활

김대중 전 대통령(77)이 퇴임 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나타냈다. 지난 4월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도심공항터미널 예식장에서 열린 장남 김홍일 의원의 차녀 정화씨(26)의 결혼식에 참석한 것. 지난 2월24일 청와대를 떠나 동교동 자택에서 칩거한 지 40일 만의 ‘첫 나들이’인 셈이다.
지팡이를 짚고 부인 이희호 여사(81)와 함께 식장에 들어선 김 전 대통령은 하객들의 인사를 받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퇴임 당시에 비해 얼굴은 다소 야위었으나 건강한 모습이었다.
이날 식장에는 전·현직 의원 30여명 등 1천2백여명의 하객이 참석해 혼잡을 이뤘다. 노무현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한 문희상 비서실장을 비롯해 민주당에서는 정대철 대표와 김원기 고문, 이만섭 한화갑 한광옥 박상천 김옥두 설훈 배기선 최재승 조순형 김근태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한나라당 김덕룡 홍사덕 의원의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그동안 늘 그림자처럼 김 전 대통령을 수행하던 박지원 전 비서실장과 임동원 이기호 전 특보 등 대북 송금 의혹 사건 관련 인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도 불참했다.
이날 결혼식 주례는 이해동 목사가 맡았는데 맨 앞줄에 앉은 김 전 대통령은 주례사가 진행되는 동안 내내 눈을 감고 경청했다. 기념촬영 때는 활짝 웃는 얼굴로 손녀사위 주성홍씨(30)에게 덕담을 하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주성홍씨는 건국대 의대를 나와 현재 국립의료원 산부인과 레지던트로 근무하고 있으며, 부친 주영철씨는 김홍일 의원과 같은 전남 목포 출신으로 강남의 유명 산부인과 원장이다.
“2001년 8월 성홍씨를 처음 만났어요. 성홍씨의 남동생 결혼식에 참석한 것이 인연이 돼 처음 만났는데 만날수록 성홍씨의 착하고 성실한 면에 마음이 끌리고 호감을 느꼈어요.”
정화씨의 말이다. 이후 두 사람은 2년간 진지하게 사귀어오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았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들을 쳐다보는 김 전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 여사의 눈길도 남다른 것 같았다. 두 사람을 향해 줄곧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대견해하는 눈치였다.
사실 김 전 대통령은 대북 송금 의혹 사건과 관련한 특검수사 등 안팎으로 불거진 여러가지 사안을 의식,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김의원의 세 딸 중 첫 혼사라서 주위의 권유로 마음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식이 끝난 후 김 전 대통령은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별실에서 식사를 한 뒤 서둘러 식장을 떠났다. 그러자 사람들은 김 전 대통령의 근황에 대해 더욱 궁금해했다. 대북 송금 의혹 사건과 관련한 특검수사가 진행중에 있는데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이 심심찮게 나돌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 전 대통령 내외는 퇴임 후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손녀 결혼식으로 퇴임 후 첫 나들이한 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 요즘 생활

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는 결혼기념촬영 때 다소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은 동교동 자택으로 옮겨온 뒤로는 청와대에서의 생활에 비해 훨씬 심리적으로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왕성한 식욕도 되찾았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의 측근에 따르면 청와대에서는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건강식 위주로 짜여진 식단에 따라 식사를 하다보니 입맛을 잃을 때가 많았는데 요즘은 보통사람들처럼 마음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만족해하는 편이라고 한다.
아울러 김한정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의 근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건강 상태도 좋고 잘 지내고 계세요. 주로 책을 많이 읽으면서 하루를 보내시는데 간간이 찾아오는 손님들하고 대화를 많이 나누시죠. 지금 살고 있는 동교동 자택은 워낙 집이 낡아서 재건축을 했는데 별 불편은 못 느끼시는 것 같아요. 아직 여타 사회활동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은 상태라 거의 자택에 머물고 계십니다.”
김 전 대통령은 외부 출입을 삼가고 있지만 부인 이희호 여사는 간간이 바깥 출입도 한다고 한다. 최근 차남 김홍업씨가 우울증 등으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는 면회를 가기도 했다. 면회 당시 이희호 여사는 성경책을 가지고 가서 기도를 해주었으며 지금도 틈틈이 자녀들을 위해 기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퇴임 후 동교동 자택에서 칩거하며 생활하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 이제는 대통령이 아닌 보통사람의 삶으로 돌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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