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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월드 트래블

‘믿을 수 없이 놀라운 나라’인도

원시와 첨단, 빈자와 부자가 공존하는 세계

■ 글·지재원 기자(chijw@donga.com) ■ 사진·서경택(캠프 스튜디오) ■ 취재 협찬·에어인디아(02-752-6310) 아시아나항공(02-669-8000) TCI여행사(02-733-1872)

2003. 03. 03

“닫힌 마음, 좁은 눈으로는 인도의 참모습을 볼 수 없어요” 한반도의 15배가 넘는 광대한 나라, 10억이 넘는 인구가 3천여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복잡한 나라…. 언젠가부터 우리에겐 ‘가난해도 행복한’ 성자의 나라, 명상의 나라로 알려진 인도. 과연 무엇이 우리의 마음을 인도로 향하게 하는가.

‘믿을 수 없이 놀라운 나라’인도

무굴제국의 황제 샤 자한이 일찍 세상을 떠난 왕비 뭄타즈 마할을 기리기 위해 22년 동안 2만여명의 인력을 동원하여 1653년에 완성한 타지마할 전경. 건물 지하에 샤 자한과 뭄타즈의 무덤이 있다. 500kg의 순금이 사용됐을 만큼 화려함과 웅장한 위용, 완벽한 균형미 등은 ‘세계의 불가사의’로 꼽힐 정도로 찬탄을 자아낸다.


싱가포르가 ‘놀라운 싱가포르’(Suprising Singapore), 태국이 ‘놀랄만한 태국’(Amazing Thailand)이라는 관광용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어 성공한 데 자극받은 인도 관광청은 ‘믿을 수 없이 놀라운 인도’(Incredible India)를 자국홍보의 키워드로 내세워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IMF 외환위기 이후 인도로 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꾸준히 늘어 지난해에는 2만여명이 인도에 다녀왔다. 하지만 이 숫자는 우리나라 전체 해외 관광객의 0.3%에 지나지 않는, 중국(1백72만명)이나 태국(58만명)은 물론 도시국가인 싱가포르(19만명)와도 비교가 되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다. 인도가 아직은 ‘미지의 나라’인 셈이다.
우리에게 인도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켜준 계기는 아무래도 류시화의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을 꼽아야 할 것이다. 89년부터 10여년간 수차례 인도여행을 하고 와서 펴낸 이 여행에세이는 인도를 ‘가난해도 행복한’ 성자의 나라, 명상의 나라로 그려놓았고 여행기로는 드물게 밀리언셀러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다.
이후 인도를 소재로 한 소설, 에세이, 여행기들이 봇물처럼 쏟아져나오는 바람에 아직 가보지 못했어도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나라로 인도를 꼽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믿을 수 없이 놀라운 나라’인도

바라나시의 갠지스강가. 힌두교도들은 히말라야에서 발원하는 갠지스강물을 성수(聖水)로 여긴다. 생전에도 반드시 순례해야 하는 곳으로 생각하지만 죽으면 반드시 갠지스강으로 돌아가야 좋은 세상에서 환생한다고 믿는다.


인도를 여행하는 방법은 크게 개인여행과 단체여행,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한반도의 15배가 넘는 광대한 나라, 10억이 넘는 인구가 3천여개의 방언을 사용하고 있는 복잡다단한 나라이기 때문에 동남아시아의 휴양지를 찾는 것과는 또다른 마음으로, 출발할 때부터 몸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게 되는 나라가 인도다.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는 배낭여행이 아닐 경우, 인도 관광코스는 대개 7일, 15일, 30일 등 세가지 일정으로 잡는다. 델리와 자이푸르, 아그라의 삼각지대에 바라나시를 포함하는 코스가 가장 일반적인 7일 코스이며 15일 코스로는 자이살메르나 라자스탄을 경유하는 사막여행, 인도를 거쳐 네팔까지 가는 명상여행, 북쪽의 삼각지대를 거쳐 서남쪽 뭄바이를 경유하는 유적지여행, 휴양지와 유적지를 고루 만날 수 있는 남인도여행 등이 대표적이다.
개인여행을 하고 싶은 경우에는 반드시 인도여행 경험이 있는 사람과 동행하는 것이 좋으며, 초행일 경우는 7일 코스의 단체여행이 가장 무난하다. 도시를 벗어나면 비포장도로가 많고, 대도시인 경우도 자동차와 오토바이, 릭샤(일종의 자전거 택시), 오토릭샤(오토바이 택시), 소를 비롯해 각종 동물들이 뒤섞여 혼잡한데다 대중교통 인프라가 발달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7일 코스가 가장 무난한 대신, 어쩔 수 없이 주마간산식으로 인도를 보게 된다는 점에서는 가장 피해야 할 관광일정이기도 하다. 짧게 겪는 인도는 가는 곳마다 구걸하는 거지들에게 둘러싸이고, 노점은 물론 특급호텔 상가에서조차 ‘바가지’를 쓰는 경험만 하다가 돌아오기 십상인 까닭이다.
인도관광의 ‘필수코스’로 인식돼 있는 델리와 아그라, 자이푸르 삼각지대에는 각종 왕궁과 도성, 종교유적지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타지마할(아그라), 무굴제국의 마지막 도성이었던 레드포트(델리), 세계 최고 높이의 승전 기념탑 굽타브 미나르(자이푸르) 등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만날 수 없는, 인류의 값진 문화유산들이 즐비하다. 찬찬히 둘러보면서 유적에 배인 역사를 음미하고 조형미를 감상하려면 하나의 유적에 하루종일 매달려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 때문에 처음 인도를 방문한 사람들 중에는 유적지들이 널려있는 ‘삼각지대’보다 바라나시를 더 인상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바라나시에서는 과거의 인도가 아니라 현재의 인도 모습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라나시는 힌두교도들이 성스럽게 여기는 갠지스강이 도시 전체를 감싸며 흐르고 있는 곳이다. 강가로 가려면 관광버스로는 초입까지밖에 들어가지 못하고, 내려서 릭샤를 타고 인파를 헤집고 30분 정도 들어간 뒤 여기서도 수십명씩 관광객을 따라붙는 어린 거지들에게 둘러싸여 10분 정도 더 가야 한다.
이른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발 디딜 틈 없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는 바라나시의 갠지스강가. 거기서 우리는 ‘성지’를 찾아온 수많은 사람들의 온갖 다양한 모습들을 만나게 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강물에 몸을 담그고 경건히 기도하는 이들은, 한눈에 보아도 오염이 심해 보이는 그 강물에서 기도문을 외우다가 물을 몸에 묻히다가 먹기도 하는데, 그 옆에서는 이에 아랑곳없이 빨래를 하는 사람도 있고, 한켠에서는 시체를 화장하는 불길이 끊이지 않고 타오르고 있다.
모든 힌두교도들은 갠지스강물을 물통에 넣어 집에 보관해두면서 각종 의식을 행할 때 쓰고, 죽으면 화장하여 갠지스강물로 돌아가야 좋은 세상에 환생한다고 믿고 있다.


힌두교는 넓은 의미로는 인도에서 발생한 모든 종교를 통틀어서 가리키는 말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종교의 하나로 특정한 교리나 경전, 중앙집권적 권위나 위계조직이 없으며 다른 종교에 대해서도 배타적이라기보다 오히려 친화적이다. 불교의 창시자 붓다나 기독교의 예수도 힌두교의 수많은 신들 중의 하나로 받아들일 정도. 그래서 힌두교의 신은 인도 인구수보다 많다고 한다.
경전도 없고, 기독교나 이슬람교처럼 기도나 예배를 위한 특별한 시간과 날짜도 정해져 있지도 않고, ‘모시는’ 신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점에서 힌두교는 종교일 뿐 아니라 힌두의 사회, 관습, 전통 등 모든 것을 포괄하는 생활방식이자 문화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종교로서의 힌두교의 가장 큰 특징은 창조론과 종말론을 믿지 않고, 세상은 영원히 끝나지 않으며 사람의 인생도 끊임없이 윤회한다고 믿는 것이다. 다음 세상의 삶은 현생의 업보에 따라 결정된다고 믿기 때문에 지구상의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엄격한 신분제도(카스트)가 토착화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빈자가 부자를 부러워하지도 않고, 부자가 빈자를 동정하지도 않으면서 ‘공생’하고 있다. 인도가 불교의 발상지이면서도 불교가 토착화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카스트제도를 부정하는) 평등사상 때문이라고 할 정도로 신분제의 뿌리가 매우 깊다.
브라만(승려·학자), 크샤트리아(무사·왕족), 바이샤(상인), 수드라(농민·노예)의 4단계 밑에 불가촉천민이라는, 사람이지만 짐승 취급을 받는 계층도 전인구의 20%가 넘으며 이들이 인도의 절대빈곤층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거리를 배회하는 짐승들에게는 먹이를 주면서도 천민이나 거지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힌두교도들은 소를 신성시하고 이슬람교도는 돼지를 부정하게 여겨서 안먹는다고 알려졌지만 대부분의 힌두교도들은 소뿐 아니라 돼지고기도 먹지 않는다. 특급호텔 또는 일류 레스토랑을 가더라도 육식으로는 양고기와 닭고기 정도가 있을 뿐이다. 식당의 메뉴가 ‘채식’과 ‘비(非)채식’으로 나뉘어 있는데 힌두교도들의 60% 이상이 채식주의자라고 한다.
인도는 한번 여행하고 나면 두번째부터는 목적지를 정해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바라나시의 강변에 즐비하게 늘어선 게토(숙소)에는 수개월에서 수년째 머무는 여행자들로 항상 만원이다. 어디 바라나시뿐일까.
관광객의 눈에 비친 인도는 혼란스럽고 불결하다. 그에 반해 문화적으로는 불가사의할 정도로 대단한 유적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이슬람세력으로부터 수백년, 영국으로부터 2백년 이상 지배를 받아왔으면서도 동화되거나, 흩어지지 않은 힘 또한 불가사의하다.
오늘날의 인도는 군사적으로는 핵보유국이며, 과학적으로는 아시아에서 일본이나 중국보다 먼저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첨단기술을 갖고 있다. IT산업 분야에서도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들이 앞다퉈 인재들을 영입해가려는 영재의 나라이기도 하다.
인도는 여행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보느냐에 따라 제각기 다른 모습들을 보여준다. 시간이 정지된, 명상의 나라로서의 이미지 외에도 수많은 모습들을 간직한 인도는 그래서 한번 갔다오면 또 가고 싶은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도는, 한두번의 짧은 여행으로는 ‘믿을 수 없이 놀라운 인도’를 체험할 수 없는 다면거울 같은 나라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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