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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star #interview

마동석은 어떻게 ‘흥행 요정’이 되었나

editor Kim Ji Young

2017. 10. 25

영화 ‘범죄도시’ 흥행 역주행을 이끈 ‘국민 귀요미’ 마동석.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충무로의 대세 배우로 거듭난 그는 영화를 통해 못 다한 꿈을 이뤘다고 말한다.

건달 같은 오라를 내뿜지만 속은 따뜻하고 웃을 땐 귀엽기까지 하다. 재치 있는 유머 감각은 ‘손바닥 펀치’보다 더 확실하게 상대를 무장 해제시키는 위력을 발휘한다. 추석에 개봉한 작품 가운데 최고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는 영화 ‘범죄도시’에서 배우 마동석(46·이동석)이 연기하는 괴력의 형사 마석도 얘기다. 드라마 ‘나쁜 녀석들’과 영화 ‘부산행’에 이어 또다시 소시민 히어로 캐릭터로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그는 요즘 ‘마요미’ ‘마블리’ ‘흥행 요정’ 등으로 불리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10월 3일 개봉한 ‘범죄도시’는 2004년 중국 하얼빈에서 옮겨와 서울 가리봉동 차이나타운을 장악한 조선족 조직폭력배를 한국 형사들이 일망타진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받았을 정도로 잔인한 장면이 많지만, 온갖 흉기를 든 조폭들을 손바닥 한 방으로 쓰러뜨리는 마동석의 통쾌한 액션과 유머는 그런 점들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그 덕분에 영화는 입소문을 타고 박스오피스에서 역주행을 거듭해 쟁쟁한 대작들을 제치고 흥행 스코어 1위에 올랐다. 개봉 17일째인 10월 19일 현재 누적 관객 수는 손익분기점의 2배에 달하는 4백만 명을 넘어섰다.

스케일로 보나, 출연진의 인지도로 보나, 개봉관 수로 보나 추석 전후 상영을 시작한 영화 가운데 가장 약체였던 이 작품은 10월 17일 폐막한 ‘2017 아시아필름마켓’에서도 대만, 홍콩, 필리핀에 판매되는 성과를 올렸다. 험상궂은 외모와는 다른 반전 매력으로 해외 바이어들의 마음까지 단숨에 사로잡은 ‘국민 귀요미’ 마동석을 만났다.

마동석 씨가 경찰, 윤계상 씨가 조폭인 반전 캐스팅부터가 신선했어요.
강력계 형사 중에 저 같은 사람 많아요. 윤계상처럼 잘생긴 경찰도 있지만요.

그동안 액션물을 유난히 많이 했더라고요.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액션이니까요. 시원하고 통쾌한 액션물을 좋아해요. ‘어벤져스’처럼 ‘판타지’스러운 것은 별로고요. 궁극적으로는 아이들도 같이 볼 수 있는 액션물을 하고 싶어요. 피가 많이 안 나오는 거요.



▼‘손바닥’으로 퍽 쳐서 악당을 때려잡는 괴력의 사나이였어요.
그건 괴력이 아니라 기술의 힘이에요. 상대가 무기를 들었을 경우에는 빨리 제압하지 않으면 당하기 때문에 한두 방에 해결해야 해요. 일단 엉뚱한 말로 방심할 틈을 주고 손바닥으로 상대의 턱을 치면 진짜 기절해요. 형사들도 그렇게 범인을 제압해요. 저 같은 경우는 복싱을 해서 다른 기술적인 노하우도 갖고 있고요. 이번에 그걸 활용했어요. 허허.

화장실에서 장첸(윤계상)이 “혼자냐?”라고 물었을 때 마석도 형사가 “그래. 싱글이다!” 해서 객석이 빵 터졌어요(웃음). 
시나리오에 그 부분이 ‘블랭크(빈칸)’로 돼 있어서 즉흥적으로 생각해낸 애드리브였어요. 촬영 전 계속 고민해도 생각나지 않던 그 말이 카메라 앞에 서니까 순식간에 툭 튀어 나왔죠. 장첸처럼 세게 맞받아치면 가벼워 보이기 때문에 텐션을 극대화할 대사를 넣은 거예요. 약을 올리듯 심기를 건드려 상대의 격앙된 감정을 주체할 수 없게 만들 목적이었기에 저 나름대로는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었죠.

차기작 ‘부라더’는 윤계상 씨의 연인 이하늬 씨와 함께했더라고요. 옆에서 지켜본 두 배우는 어떻던가요.
촬영 기간이 일부 겹쳐서 하루는 윤계상, 하루는 이하늬를 만났어요. 둘 사이에서 메신저 노릇을 종종 했죠(웃음). 윤계상 씨는 열정적, 도전적으로 촬영에 임해요. 윤계상 씨가 ‘불’ 같다면 이하늬 씨는 ‘물’ 같아요. 윤계상 씨의 모든 면을 포용할 만큼 좋은 기질을 가진 배우예요.

단역으로 출연한 ‘여친’ 예정화 씨에게도 조언 좀 해줬나요.
일은 각자 알아서 해요. 그게 좋아요. 영화 오디션 본다기에 “긴장 풀고 편하게 보라”는 말만 했어요. 그 친구가 시사회 때도 왔었어요. 영화를 재밌게 봤다고 하더라고요. 시사회에 온 기자들과 배우들, 관객들이 다 같은 반응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허허허.

이번 영화를 찍으며 가장 힘들었던 점을 떠올린다면요. 
뜀박질요. 촬영 초반에 5시간 동안 뛰는 장면을 찍다가 종아리 근육이 찢어졌어요. 다른 건 다 직접 했는데 긴 구간을 뛸 때는 대역을 썼어요. 저와 실루엣이 비슷한 친구가 있어요.

평소 건강관리를 어떤 방식으로 하십니까.   
왼쪽 어깨는 두 번 골절 수술을 받았어요. 예전에 추락 사고로 오른쪽 어깨와 척추를 다쳐 하반신 마비가 될 뻔했고요. 실제로 대소변 받는 기구를 차고 오래 누워 있었어요. 오른쪽 어깨를 수술하고 나서 재활 치료가 제대로 안 된 상태로 영화를 찍다 보니 몸 여기저기에 문제가 있어요. 무릎 연골도 반 정도 없고요. 근육이 빠지면 몸이 욱신거리고 아파서 운동을 안 할 수가 없어요. 늘 적당한 근육량을 유지하려고 근육을 자극하는 수준으로 한 번에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해요. 최근엔 씨름 훈련을 시작했어요. 팔씨름 영화를 준비 중이거든요.



어릴 적 꿈은 뭐였나요.
복싱과 야구를 좋아하는 아이였고, 경찰이 되고 싶었어요. 연기자가 되기 전 경찰 시험을 준비한 적도 있고요. 배우가 되니 재미있고 통쾌한 범죄 수사물의 형사 역을 꼭 해보고 싶더라고요. 힘은 약한 자를 괴롭히는 무기가 아니라 보호하는 도구로 써야 한다는 걸 일깨워주는, 인간미 있는 형사요.

이번에 소원 성취하셨네요. 실제 본인과 마석도 형사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인가요.
캐릭터 안에 제가 가진 면이 다 있었어요. 저의 조각들이 확대돼 마석도라는 인물로 완성된 것 같아요. 다만 저는 어떤 운동이든 자기 방어용, 몸 단련용으로 여기고 이유 없이 남을 해하거나 억울하게 만들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마석도는 좀 과한 측면이 있죠. 물론 먼저 제압하지 않으면 당하니까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요.

미국에서 세계적인 종합격투기 선수 마크 콜먼, 케빈 랜들맨의 웨이트 트레이너로 활동했는데 어쩌다 연기자로 전향했나요.
처음 연기에 재미를 느낀 건 고등학교 때 교회 연극에 출연하면서였어요. 그 무렵 집안 형편이 안 좋아져서 친척 도움을 받아 미국에 이민을 갔죠. 돈을 벌려고 아르바이트를 닥치는 대로 했어요. 막노동도 하고 식당 설거지도 하고…. 운동 삼아 복싱도 오래 했고요. 퍼스널 트레이너로 인정받아 다른 일들을 안 하게 될 때쯤, 국내 대형 연예 기획사에서 일하던 초등학교 때 친구가 연기를 하라고 권하더라고요. 어릴 때 제가 영화를 무척 좋아하고 연기에 소질이 있었다면서요. 그 얘기에 자극을 받아 오디션을 보다가 ‘천군’(2005)이란 영화로 데뷔를 했죠. 실은 그 전에 찍은 영화가 있는데 개봉을 못 했어요. 영화를 찍기만 하면 극장에 걸리는 줄 알았는데 개봉이 안 돼서 내심 충격을 받았어요. 그 일을 계기로 어떤 작품을 하든 ‘더는 물러설 데가 없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하게 됐죠.

그래서 작은 배역을 맡았을 때도 통통 튀고 범상치 않은 오라를 풍겼나 봐요.
일상에선 튀는 거 싫어요. 예측 가능한 게 좋아요. 새로운 도전은 영화로 하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매일 ‘체험 삶의 현장’ 같은 삶을 살고 있거든요. 저는 집에 있는 게 제일 좋아요. 쉴 때도 거의 집에만 있어요. 그럴 때 머릿속을 비우려고 하는데 자꾸 영화 아이템이 생각나 일상과 일의 경계가 모호하죠.

촬영과 운동, 집밖에 모르는 건가요? 집에서도 많은 걸 하잖아요. TV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밥을 먹거나….
그거 세가지 다 해요. 하하. 집에서 시나리오 기획 회의를 자주 해요.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기획하는 걸 좋아해서요. 이번 영화도 감독과 같이 기획했어요. 제작사 대표, 감독과 제 집에 모여 기획 회의만 30번 정도 했어요. 강윤성 감독이 참 좋은 사람이에요. 감수성이 예민해 슬픈 글 쓰다 눈물 흘리고 그러는데 액션은 시원하고 통쾌한 걸 좋아해요. 서로 코드가 잘 맞아서 아주 즐거운 작업이었죠.

지금 입고 있는 셔츠가 눈에 익어요.
같은 디자인의 흰 셔츠를 몇 장 맞춰서 돌려 입고 있어요. 기성복이 안 맞아서요. 허허.

요즘은 이름보다 애칭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더군요.
제가 정말 귀여워서가 아니라 의외성 때문에 생긴 애칭인 것 같아요. 마요미나 마블리, 다 좋은데 듣기는 민망해요. 가끔 중·고등학생들이 저를 보고 “마아아~요미~~” 하고 크게 불러요. 그럴 때 제가 손을 흔들면 스스로 인정하는 것 같고, 안 하면 섭섭해할 것 같고 참 난감하더라고요.

살면서 한 번씩 되새기게 되는 좌우명이 있나요.
쑥스럽네요. 하하. 거창한 건 아니에요. ‘어떤 일에 도전하면 항상 주위엔 비웃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무릎을 꿇게 만들려고 한다. 세상이, 그걸 처리를 못 하고 있는 사람에겐 무릎을 꿇은 채로 살게 한다. 이걸 이겨내려면 싸우고 때려서 되는 게 아니다. 두들겨 맞더라도 버텨야 이겨낼 힘이 생긴다.’ 이게 제 삶을 지탱하는 좌우명이에요. 영화 ‘록키’의 주인공이 한 말이죠.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록키처럼 비겁하지 않고, 도망가지 않고, 잘 버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가장 절실하게 하고 싶은 건 뭐냐고 묻자 마동석은 “잠자고 싶다”고 했다. 그 한마디가 그가 얼마나 ‘열일’ 중인지를 대변하는 듯했다.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올해 5편의 영화가 이름을 올렸다. 이전에 찍은 것들이 올해 개봉돼 그렇다고는 하지만, ‘마요미의 전성시대’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11월 2일 개봉되는 ‘부라더’도 이미 재미있다고 입소문이 난 터라 그의 연타석 홈런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부라더’ 같은 퓨어 코미디물도 액션물만큼이나 좋아한다”는 그에게 ‘거친 남자의 눈물겨운 멜로’를 제안했더니 이내 손사래를 쳤다.

“장르를 가리진 않지만 만인에게 민폐예요. 저라도 제가 나오는 멜로는 안 보고 싶을 것 같아요. 로맨틱 코미디면 몰라도요. 허허허. 저는 영화판에서 잘 버티고 싶고, 잘 버틴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요. 특별할 게 없는 제가 지금껏 버틴 것도 스스로 대견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현재에 최선을 다하면서 겸손하게, 묵묵히 이 일을 오래 하고 싶어요. 그게 제 목표예요.” 

designer Kim Young Hwa
사진제공 키위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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