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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Again, SoHo

패션과 부동산의 공통점

Joel Kimbeck

입력 2017.06.07 09:29:10

Hello Again, SoHo
소호(SoHo). 뉴욕에 가본 적이 없는 사람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맨해튼의 유명한 거리 이름이다. 소호라는 이름이 런던의 번화가 소호(Soho)에서 유래했을 거라 짐작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 뉴욕의 소호는 맨해튼 남쪽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도로인 하우스턴가(Houston Street)의 남쪽(South) 지역을 가리키는 말로, South와 Houston의 앞머리를 따서 ‘SoHo’라고 불리게 됐다. 이 때문에 영문으로 표기할 때, 런던의 소호와 달리 뉴욕의 소호는 대문자와 소문자를 번갈아 쓴다.

치안이 불안한 다운타운이던 소호가 부흥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초반 앤디 워홀, 장 미셸 바스키아 같은 젊고 역량 있는 작가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으면서부터다. 그들이 소호에 작업 공간을 마련하자 신흥 갤러리들이 하나 둘 터를 잡기 시작했고, 소호는 새롭고 힙한 지역으로 떠올랐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소호의 땅값은 하루가 다르게 상승했고, 그다음은 세상 어디나 그렇듯 유명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와 일류 레스토랑이 속속 오픈되며 명실상부 뉴욕을 대표하는 거리로 자리매김했다.

소호의 대약진으로 어느 순간부터 뉴욕 북쪽에 위치한 업타운은 뭔가 보수적이고 경직된 부촌의 느낌을 주는 반면, 다운타운은 새롭게 도약하는 중심지라는 의미를 갖게 됐다. 이는 소호의 부동산 가격을 천정부지로 높이는 결과를 낳았고, 소호를 핫한 플레이스로 만들었던 주인공인 전도유망한 젊은 예술가들은 치솟는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새로운 지역으로 옮겨가는 현상을 초래했다. 그리고 소호는 더 이상 젊은 예술가들의 메카가 아닌, 뉴욕을 찾는 관광객들의 트렌디한 성지로 변모했다.

이러한 경향은 유명 패션 브랜드에도 영향을 미쳐 뭔가 색다른 접근을 모색하는 브랜드들의 매장은 소호를 등지기 시작했고, 첼시 지구의 공장과 창고 밀집 지역인 ‘미트패킹 지역(Meatpacking District)’이 가장 힙한 동네의 명성을 이어받는 듯했다. 하지만 이 영광도 오래가지 못했다.

미트패킹 지역은 건물들이 밀접해 있는 뉴욕의 다른 상업 지구들에 비해 매장과 매장 간의 간격이 멀고 지하철 등 대중교통 접근성이 열악하다. 이 지역의 부흥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제프리(Jeffrey)’ ‘스쿱(Scoop)’ 등의 명품 멀티 브랜드 숍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시들해진 점도 미트패킹 지역의 인기를 떨어뜨린 요인이다. 9·11 테러와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리만 쇼크를 연이어 겪으며 긴 불경기를 경험한 뉴요커들과 패션 브랜드들은 지하철 노선이 여러 개 교차하는 교통의 요충지이자 엄청난 유동 인구를 자랑하는 소호에 다시금 주목했고, 그 결과 미트패킹 지역으로 옮겨갔던 많은 브랜드들이 연어가 고향으로 회귀하듯 다시금 소호에 자리를 틀기 시작했다.





Hello Again, SoHo

돌고 돌아 다시 소호로 온 명품 브랜드들

영국 출신 디자이너 브랜드 알렉산더 맥퀸과 스텔라 매카트니, 프랑스의 유명 패션 하우스인 발렌시아가 등이 2012년부터 미트패킹을 등지고 소호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면서 새로운 소호 시대의 포문이 열렸다. 뉴욕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 알렉산더 왕, 데릭 램, 안나 수이가 이곳에 매장을 오픈했으며, 생 로랑 역시 뉴욕의 두 번째 플래그십 매장 장소로 소호를 택했다. 레디 투 웨어 컬렉션은 물론 백 시리즈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프로엔자 스쿨러도 매디슨가 매장에 이은 두 번째 매장을 소호로 결정지었다. 프로엔자 스쿨러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미트패킹 지역에 매장 오픈을 기획했다가, 최근 소호의 상승세를 높게 평가해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고 한다. 

요즘 소호에서 가장 핫한 지역은 유명 셀렉트 숍인 오프닝 세레모니가 자리한 하워드 스트리트다. 오프닝 세레모니의 맞은편에는 디자이너 릭 오웬스가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고, 옆쪽에는 젊은 세대의 압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스트리트 브랜드 팔라스 스케이트보드의 매장이 문을 열었다. 그 옆으로는 디자이너 케이트 스페이드의 남편인 앤디 스페이드가 이끄는 잠옷 전문 브랜드 슬리피 존스와 이탈리아 베이스 아이웨어 브랜드 슈퍼의 매장이 이어진다.

부동산의 트렌드는 패션의 유행처럼 돌고 돈다는 속설은 소호의 예에서 여실히 증명된다. 언젠가 또다시 소호의 인기가 사그라지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의 추세를 보자면 그런 날이 과연 다시 올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상업 지구인 경우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의 부동산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이치이기에, 쇼핑에 최적화된 교통의 요지이며 매장과 매장 간의 간격이 좁으면서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공존하는 지역인 소호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오랜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 다시금 살아난 경기 덕분에 뉴욕은 더 많은 상업 지구가 필요하게 되었고, 따라서 매디슨가와 5번가로 대표되는 업타운의 패션 스트리트에 버금가는 매력을 지닌 소호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획
여성동아 사진 셔터스톡 REX 디자인 최정미



Hello Again, SoHo

Joel Kimbeck
뉴욕에서 활동하는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젤리나 졸리, 기네스 팰트로, 줄리아 로버츠, 아만다 사이프리드, 미란다 커 등 세기의 뮤즈들과 함께 작업해왔다. 현재 ‘pertwo’를 이끌며 브랜드 컨설팅과 광고 만드는 일을 한다.〈레드 카펫〉을 번역하고 〈패션 뮤즈〉를 펴냈으며 한국과 일본의 미디어에 칼럼을 기고한다.





여성동아 2017년 6월 6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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