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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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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성 작가가 기쁨을 나누는 방법

editor 정희순

2017. 05. 17

가난한 20대 때는 유명 작가가 되기를 꿈꿨다. 작가로서 성공한 30대 땐 받은 사랑을 이웃과 나누길 희망했다. 40대에 접어든 이지성 작가는 이제 나눔의 기쁨을 다른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한 달 전쯤 이지성(43) 작가가 라오스에 학교를 짓기 위해 곧 출국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등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그의 책이 한두 권이 아닌 것은 알았지만, 그가 저개발국에 지어준 병원과 학교 등이 벌써 스무 곳에 이른다는 대목에선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엔 작가의 나눔 활동을 지지하는 팬들과 그들의 가족 30여 명도 함께 떠난다고 했다. 해외 봉사활동을 위해, 그것도 각자 사비를 털어서 말이다. 이지성 작가가 직접 지었다는 이번 투어의 이름은 ‘섬김 여행’이라는 뜻의 ‘서번트 투어(Servant Tour)’. 간간이 문화 체험 시간이 있긴 하지만 일정의 80% 이상이 봉사 활동이다. 작가의 이 뜻깊은 일정에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덥석 따라가겠다고 나섰다.
 
이지성 작가가 본격적으로 나눔 활동을 시작한 것은 6년 전. 베스트셀러를 여러 권 낸 작가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2011년,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과 손을 잡았다. 그때부터 그는 가난과 굶주림, 질병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을 위해 전 세계 저개발 국가에 1백 개의 학교·병원 등을 짓는 ‘드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금은 여기에 이지성 작가의 팬 카페인 ‘폴레폴레’ 회원들도 힘을 보태는 중이다. 지금껏 ‘드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프리카 짐바브웨, 탄자니아, 차드를 비롯해 캄보디아, 필리핀, 베트남, 라오스, 인도, 인도네시아, 시리아 등에 지은 건축물만 총 18개. 그 사이 작가는 결혼을 했고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2014년 정식 부부가 된 작가의 아내는 13세 연하의 유명 당구 선수 차유람이다. 부부는 현재 기아대책의 부부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이지성 작가를 만난 건 지난 4월 3일. 라오스행 비행기 탑승을 앞두고 인천공항에서 간단히 인사를 나눴다. 이번 일정을 무려 1년여간 손꼽아 기다려왔다는 그는 안타깝게도 컨디션이 몹시 좋지 않아 보였다. 본격적인 투어 일정은 라오스 도착 이튿날부터 시작됐다. 작가를 비롯한 30여 명의 투어 참가자들은 라오스 방비엥 지역에 있는 후아이씨 초등학교를 찾았다. 라오스의 아이들은 밝은 미소로 학교 앞까지 나와 환한 미소로 작가를 비롯한 봉사단원들을 맞이했다.

후아이씨 초등학교는 건물의 모습은 제법 갖춰졌지만 아직 정리가 덜 끝난 상황이었다. 작가와 단원들은 교실 바닥의 평탄화 작업과 함께 학교 외벽에 벽화를 그리는 작업을 진행했다. 영상 30℃를 웃도는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너무 무리했던 탓일까. 이지성 작가의 몸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현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에 이르렀다. 4박 6일간의 일정을 어렵게 마치고 귀국 후 인터뷰를 진행하게 됐는데, 그는 내내 이번 투어에 ‘열렬히’ 참여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과 미안함을 전했다.



▼몸 상태는 좀 어떤가요.
그때보단 많이 나아졌어요. 귀국 직후 국내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는데 아데노바이러스로 인한 합병증이라고 하더라고요. 다행히 수술까진 하지 않아도 되고 앞으로 며칠간 약물 치료를 받는 것만 남았어요. 1년 넘게 계획하고 준비했던 투어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죠.

▼처음 ‘서번트 투어’를 접했을 때 ‘사람들이 왜 사서 고생을 할까’ 하고 생각했어요(웃음). 그런데 투어에 참여한 분들 모두 정말 뜻깊은 여행이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그 아이들에게는 한국 사람들의 이런 방문이 순간의 이벤트에 불과해요. 마치 초등학교에서 해마다 벌어지는 운동회처럼요. 투어를 마치고 나면, 이걸 통해 행복해지는 사람은 정작 우리들이라는 걸 깨닫게 되죠.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섬기기 위해 떠났던 사람들이 도리어 그 아이들로부터 섬김을 받는 경험을 하게 되는 거예요. 작년만 해도 우리나라 국민 2천8백만 명 이상이 해외여행을 떠났고, 해외에서 쓴 돈만도 29조원이 넘는다고 하더라고요.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하길 원하는데, 과거에 했던 제 여행들을 떠올려봤을 때 과연 그 가운데 성장이 있었을까 따져보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서번트 투어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기아대책을 통해 결연한 아동만 26명, 후원금 총액도 3억원이 넘는다고 들었어요. 특별히 이렇게 후원과 나눔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려서부터 부모님께서 나누는 삶에 대해 강조하신 데다, 제가 교회를 다니는데 그 영향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교육대학교 졸업 후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일했는데 그때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못했어요. 수십억원의 빚을 떠안고 살면서 늘 ‘유명 작가로 성공해 보란 듯이 나누면서 살아야지’ 하고 다짐했죠. 저는 그 약속을 지킨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한때는 ‘나중에 더 성공하면 나눔을 실천해야지’ 했던 적도 있는데 생각해보니 당장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하게 됐어요. 

▼넷째 날 일정으로, 이번에 세운 후아이씨 초등학교 준공식에 참여하셨잖아요. 다 지어진 학교를 보니 감회가 어땠나요.
사실 처음 학교를 세운 것이 아니라서 엄청나게 벅찬 감동은 없었어요(웃음). 다만 앞으로 이 학교가 지역의 아이들에게 참된 교육을 해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랐죠. 실제로 굉장히 많은 단체들이 해외에 학교도 많이 짓고 우물도 많이 팠는데 준공식 이후로는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에요. 언론에서도 학교가 지어지는 과정과 준공식까지만을 전할 뿐 그 이후의 이야기는 다루지 않잖아요. 모두가 실적에만 급급하니까 이후 학교가 어떻게 운영되고 사용되는지에는 관심이 없는 거예요. 제가 가장 경계하는 것도 그거예요. 처음 지역을 선정하고 이곳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쏟아주실 만한 분이 계시는지를 먼저 꼼꼼히 따져보죠. 이번에 지은 후아이씨 학교는 라오스에서 현지인과 결혼해서 10년 넘게 살고 계신 최수호 기아대책 기대봉사단께서 돌봐주실 계획이에요. 믿고 맡길 수 있는 분이 계시다는 게 참 다행이죠.

▼이번 투어에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한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꽤 많으시더라고요. 그분들은 아이들에게 나누면서 사는 삶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대요.
주변에서 가끔 제게 이런 말씀을 하세요. “내가 너처럼 살진 못하지만, 내 아이만큼은 너처럼 나누는 삶을 사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고요. 그럼 제가 이렇게 말해요. “네가 나처럼 살면, 네 자식이 나처럼 될 거야”라고요(웃음).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에요. 그런 점에서 이번 투어에 아이들과 함께 참여하신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행동으로 보여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이미 남들과는 다른 여행을 선택하셨잖아요. 가족과 함께 일반적인 패키지 여행을 가는 것도 물론 좋죠. 그런데 그런 여행에 1천만원을 쓴다면 그중 1백만원 정도는 이런 여행도 좋잖아요. 아이들은 분명 이번 라오스 여행을 평생토록 기억할 테니까요. 



▼후원과 나눔에는 많은 비용이 따르잖아요. 나중에는 그게 부담이 될 수도 있고요. 작가님은 그런 경험이 전혀 없으셨나요.
당연히 있었죠. 작가로서 유명해졌을 때 이지성이라는 브랜드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저는 계속 퍼주고 나중에는 버림받는 일의 연속이었죠. 아이러니하게도 봉사 활동의 세계에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상처가 많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이것이 제 소명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모든 일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지만 저는 밝은 면을 보려고 무던히 애를 썼죠. 저는 나눔 활동을 깊게 해보려고 고민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말리는 입장이에요.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기아대책 같은 단체를 통해 한 아이를 후원하고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 딱 거기까지만 해보기를 권해요. 저는 지속적으로 나눔 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만약 이 활동이 작가로서의 제 집필이나 사랑하는 가족과의 관계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되면 미련 없이 그만둘 거예요. 달콤한 말을 해드리지 못해 죄송하네요(웃음). 

▼부인 차유람 씨도 작가님과 나눔 활동에 동참하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땐 이미 제가 하고 있는 활동들이 자리를 잡은 이후였어요. 그래서 사실 ‘어느 정도 수준으로 기부하자’고 부부간에 조율을 할 상황은 아니었죠. 다행히 아내도 제 활동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는 타입이라 자기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라면 언제든지 돕겠다고 말해주더라고요.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저와 잘 맞아요. 감사한 일이죠.  

▼접점이 전혀 없는 것 같은데 두 분은 어떻게 만나신 거예요.
제 책 를 읽고 아내가 SNS에서 저를 팔로한 게 계기가 됐어요. 아내가 책을 잘 읽었다며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후 서로 연락을 주고받다가 같이 밥이나 한번 먹자면서 만났죠. 연애 땐 제 책 의 첫 독자이자 조언자가 돼주기도 했고요. 책, 기부, 봉사, 신앙 등 제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부분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았어요.

▼차유람 씨는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얼마 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당구 관련 출연 제의가 들어왔다면서 요즘 계속 쓰리쿠션을 연습하더라고요(웃음). 평소엔 2015년에 태어난 딸 한나를 돌보는 데 여념이 없어요. 제가 따로 회사를 다니는 게 아니라 전업 작가이다 보니 함께 시간을 보내요. 신혼집이 경기도 파주라 근처 헤이리나 대형 서점으로 외출도 자주 하는 편이고요.

▼자기 계발서로 인기를 얻었지만 사실 교육 관련 서적도 많이 출간하셨잖아요. 자녀 교육법도 왠지 특별할 것 같아요.  
저나 아내나 공부를 잘해서 성공한 사람들이 아니어서 그런지 굳이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어차피 아이는 부모를 보고 배우게 돼 있으니까 우리 부부가 부족한 부분을 메워나가면서 살자고 다짐했죠. 우리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인생을 변화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매일 나누고 있어요. 제가 대한민국 입시 제도에 대해 날 선 비판을 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보니 해외에 학교를 세우지 말고 국내에 대안학교를 설립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의도 자주 받아요.

하지만 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교육이 공교육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봐요. 중요한 건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에요. 우리 아이가 얼마나 좋은 학교에서 공부하느냐보다는 아이가 학교를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는지가 중요하죠. 왜 순수했던 아이들이 학교만 가면 친구를 따돌림시키는 걸까요. 왜 잘못된 걸 보고도 그대로 방치하는 아이가 되는 거죠? 잘못된 것에 대해서 틀렸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아이. 아이가 그렇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부모의 역할인 거죠.

▼작가님은 평소 책 읽기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자주 말씀하시잖아요. 이번에 나눔 활동에 함께 참여한 팬 카페 ‘폴레폴레’도 일종의 독서 모임이라 들었어요.
저는 한 권의 책이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하고, 그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고 믿어요. 그런 이야기를 제 책에 썼는데 그걸 보신 분들이 지역별로 모여 자발적으로 독서를 시작한 거예요. 그 모임에서 제가 무료로 독서 지도를 하기 시작하면서 폴레폴레가 만들어졌어요. 지금은 회원 수가 11만 명 정도 돼요. 많은 분들이 책 읽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굉장히 뿌듯한 일 중 하나인데, 독서 지도를 하다 보면 결국은 “그래서 우리 아이를 어떻게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있나요”라는 질문으로 끝나는 게 허탈하더라고요. 요즘은 독서 문화를 만들어서 대한민국의 교육 지형을 바꿔보겠다는 제 마음이 너무 순수하기만 했나 싶기도 해요. 그래서 현실과 이상의 접점을 찾는 방법을 모색 중이에요.

▼그래서 다음 목표는 세우셨나요.  
일단 당분간은 좀 쉬어야 할 것 같아요(웃음). 작가는 자기 삶과 거기서 느낀 생각을 글로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진 않았지만 작가로서 어떻게 이 시대를 위로할 수 있을지,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을지를 계속 고민해보려고요.

그가 쓴 자기 계발서들이 왜 줄줄이 베스트셀러가 되는지 알 것 같았다. 스스로 그런 삶을 살고 있으니까, 그 삶을 또다시 쓰는 작가니까. 
기아대책과 이지성 작가의 드림 프로젝트기아대책은 1989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해외를 돕는 국제구호단체다. 한국과 북한을 비롯한 전 세계 60여 개 국에 기대봉사단을 파견하고, 국제개발협력 사업 및 긴급구호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지성 작가와 기아대책은 가난과 굶주림, 질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학교, 유치원, 교육 센터 등을 건립하여 꿈과 희망을 전달하는 드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기아대책 02-544-9544 www.kfhi.or.kr, 폴레폴레 cafe.daum.net/wfwijs

사진제공&취재협조 기아대책(02-544-9544 www.kfhi.or.kr)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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