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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startup

청년 창업 멘토들에게 길을 묻다

editor 김지은

2017. 03. 28

성공의 경험을 젊은이들과 기꺼이 나누고자 하는 멘토들을 만났다.

“푸드트럭은 재미있어야 해요”

함현근 칠링키친 대표

어쩌다 보니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10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남들보다 늦은 시작, 낙타가 바늘구멍 빠져나가기보다 힘들다는 취업의 문은 서강대 영문과 출신이라는 타이틀마저 무색하게 했다. 이럴 바엔 창업을 하는 편이 낫겠다 생각했지만 사업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무모하게 도전하기엔 부담이 적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다 눈에 띈 것이 ‘푸드트럭 규제 완화’에 관한 기사였다. 학교 캠퍼스 내 푸드트럭을 허용해준다는 말에 부랴부랴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를 찾았다. 이미 접수가 마감된 상태였지만 함현근 대표는 담당자를 직접 만나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2015년 연세대 송도 국제캠퍼스의 제안으로 운 좋게 푸드트럭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푸드트럭이라는 게 단순히 음식점으로 느껴지지 않았어요. 저에겐 하나의 거리 문화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그래서 생각해낸 게 캠퍼스에 차량을 세워두고 친구들에게 맛있는 걸 판매하는 동시에 전시나 문화 공연 같은 걸 펼칠 수 있는 무대 역할을 하는 거였어요. 부스 같은 데서 음료를 팔면 자연스럽게 야외 갤러리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을 거 같았죠.”

칠링키친의 멤버는 모두 7명. 조리 파트 2명을 포함한 현장팀이 4명, 나머지 3명은 거리문화행사 기획과 행정을 담당한다. 차량도 5대로 늘었다. 주요 메뉴는 목살치즈스테이크와 버터새우꼬치. 소자본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푸드트럭은 꽤나 매력적인 아이템이지만 의외로 정보가 많지 않아 겪지 않아도 될 시행착오를 겪으며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사례가 많다. 그래서 함현근 대표는 푸드트럭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무료 컨설팅도 해주고 있다. 

“저도 처음 시작할 당시 많은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사회에 돌려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푸드트럭 창업을 고민하고 있다면 단순히 차량에서 저가의 음식을 판매하는 일이라 생각지 말고 어떻게 자기의 개성을 살려 표현할지를 고민해보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어떤 사업이든 자신만의 브랜드가 있어야 하니까요.”







“미얀마에 K-뷰티를 전합니다!”

박샛별 스타시크릿코리아 대표

창업 3개월 만에 페이스북 팔로어 수가 10만 명을 넘어설 만큼 엄청난 속도로 성장한 스타시크릿코리아는 특이하게도, 미얀마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K-뷰티 플랫폼이다. 최근의 한류 열풍과 동남아 시장에서의 한국 화장품 인기를 생각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도 같지만 미얀마는 인터넷 보급률과 통신망이 열악하다는 점에서 위험 부담이 적지 않았다.

기자 출신인 그녀는 언론사에서 뷰티 관련 취재를 하며 쌓은 노하우와 정보를 해외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냈고, 미얀마에서 사업을 하는 가족과 선후배의 도움을 받아 차곡차곡 플랫폼을 구축해나갔다. 현재는 미얀마 현지 에디터 2명을 포함해 7명의 직원을 거느린 회사가 됐다.

“오너가 모든 일을 혼자 다 할 수는 없기에 좋은 직원, 좋은 조력자들을 확보하는 게 중요해요. 단, 그들에게 일을 맡기기 전 오너 자신이 회계부터 마케팅, 판매 등 모든 분야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합니다.”

물론 단순히 제품 판매에만 목적을 둔 것은 아니다. 한국의 문화를 동경하고 사랑하지만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미얀마 여성들에게 한국의 다양한 콘텐츠를 전하며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는 것이 핵심이다.

“고객과 한류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껴요. 수익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로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든 창업에 도전해볼 만하지 않을까요.”




“유익균 발효 커피로 청년 창업을 지원합니다!”

김홍승 럭쎌내과의원 원장

“제가 커피나 녹차를 마시면 잠을 잘 못 자는데 루왁 커피나 보이차를 마신 날은 잠이 잘 오더라고요. 그래서 문헌을 찾아보다 곰팡이에 의해 발효된 보이차는 카페인과 폴리페놀 성분이 감소해 불면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루왁 커피도 육식성인 사향고양이가 잎녹병 곰팡이에 감염된 커피 체리를 소화제 삼아 먹고 장내 발효시킨 거죠. 여기에서도 힌트를 얻었고요.”

곰팡이로 발효시킨 커피를 만든다면 불면증 때문에 커피를 어쩔 수 없이 멀리해야 했던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 같았다. 김홍승 원장은 연세대 의대 출신의 내과 전문의로, 뒤늦게 경희대에서 한의학을 공부해 한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동·서양의 의학을 접목시킨 항노화 면역 치료법으로 난치 환자들에게도 희망을 주고 있다. 궁금한 건 무엇이든 직접 부딪쳐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는 직접 커피콩을 수입하고 기계를 들여와 곰팡이 발효 커피를 연구했다. 그 결과물이 ‘Dr. Kim 보이커피’다.

기존 커피는 생두를 삶거나 찐 후 유산균 발효를 시키는 데 반해, Dr. Kim 보이커피는 생두 상태에서 곰팡이에 의해 인공 발효를 시킨 것이 특징. 커피 고유의 맛과 향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발효 과정에서 지방산과 올리고당이 만들어져 더 고소하고 단맛이 난다. 아직 본격적으로 시중에 선보이진 않았지만 외국인들에게 특히 반응이 좋다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처럼 오랫동안 공을 들여 연구한 결과물을 선뜻 창업을 희망하는 젊은이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 대부분이 바이오나 IT 분야에 맞춰져 있는데 사실 그런 쪽은 전문성과 경험을 갖추지 않고는 뛰어들기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창업 아이템을 개발, 육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발효 커피가 청년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델이 되면 좋겠어요.”




“멘토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꿨어요”

강인희 다름인터내셔널 대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마유크림은 지난해 1~2월 중국 3대 뷰티 온라인 쇼핑몰로 꼽히는 티몰, JD닷컴, 주메이 등에서 판매 톱 10 자리에 오를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중심에는 청정 제주 마유크림 ‘에포나’가 있다.

금융 전문가였던 강인희 대표가 화장품 시장에 뛰어든 것은 지난 2013년, 6개월간 교환 학생 자격으로 중국을 다녀온 직후였다. 제주도에 사는 어머니가 상처 난 곳에 말기름을 바르는 것을 보고 일찌감치 그 효능을 알았던 그녀는 중국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상당하고, 동물성 원료에 대한 거부감 또한 적다는 것을 확인하고 마유크림 상품화에 확신을 갖게 됐다. 이미 개발된 마유크림이 시중에서 거래되고 있었지만 그녀는 보다 확실한 제품력으로 경쟁하고 싶었다. 마유의 함유량을 10% 이상으로 높이는 고급화 전략을 택한 한편 고도의 정제 기술로 불순물과 냄새를 없애 재구매율을 높였다.

사업을 시작한 후 어려운 순간이 많았지만 멘토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었다는 강 대표는 자신 또한 스타트업 기업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그가 제시하는 창업의 5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험이 풍부한 멘토의 도움을 받을 것. 둘째, 공모전 수상이 사업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님을 명심할 것. 셋째, 반드시 재정 관리를 배울 것. 넷째, 주어진 자원을 적극 활용할 것. 다섯째, 취업 대신 창업이라는 안일한 마음가짐으로 도전하지 말 것 등이다.

제작지원 SK 기획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사진제공 함현근 박샛별 강인희
디자인 박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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