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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newyear #mentor

새해엔 나쁘게 살아봐요

2017. 01. 03

작가 채_사_장

  “불편한     책을     읽으세요”

채사장(36)으로 말할 것 같으면 2016년을 뜨겁게 달군 책의 저자이자 인기 팟캐스트 진행자다. 2014년 12월과 이듬해 2월 출간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연작은 지금까지도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고, 2015년 연말에 출간된 〈시민의 교양〉 역시 2016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드는 쾌거를 거뒀다. 한마디로, 현재 한국의 ‘교양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콘텐츠를 만드는 작가다. 그런 그가 새해엔 좀 불편한 책을 읽어보라 권한다.



▼ 책 읽기도 힘든데, 불편한 책을 읽으라니요.

네. 정반합의 논리와 같은 거예요. 자기와 반대되는 생각의 책을 읽어야 가치관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독서는 한 인간의 지평을 넓히지만 어떤 독서는 오히려 그를 우물에 가둘 수도 있어요. 물론 한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은 우리를 전문가로 만들어줄 테지만, 그게 자기 세계의 전부라면 그 삶은 너무 아쉽잖아요. 제가 지금껏 읽은 책들 중 저를 흔들어 깨운 작품들을 골라 이번에 〈열한 계단〉이라는 책에 담아 냈어요. 모두 저를 성장시킨 책들이죠.



▼ 먹고살기 바빠서 책 읽기가 쉽지 않아요.

저 역시 먹고사는 일에 집중하며 살았던 때가 있었어요. 회사를 다닌 적도 있고, 화장품 제조·판매업이나 인터넷 의류업체를 직접 운영한 적도 있어요. 한때는 노량진에서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논술도 가르쳐봤고요. 첫 번째 책을 쓰기 직전까지는 전업 주식 투자자였거든요.

▼ 그런데 갑자기 왜 책을 쓰게 된 건가요.

2011년 동료들과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두 분이 돌아가시고, 한 분이 장애 판정을 받은 큰 사고였죠.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현실적인 문제에만 관심이 많았는데 이 일을 계기로 삶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게 됐어요. 마침 미국의 통화 정책 변화로 주식 투자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 불편한 책 읽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뭔가요.

‘진짜 나’요. 누구나 한 번쯤 삶이 정체돼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자기 자신을 깨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것. 우린 그걸 ‘성장’이라고 해요. 불편한 책을 읽는다는 건, 자신이 살던 평화로운 세계를 깨부순다는 걸 의미해요. 결국 그게 자신의 삶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거죠. 깨달음과 깨부숨의 반복을 통해 만난 건 결국 조금 더 단단한 나 자신이더라고요.

▼ 책 읽는 습관을 들이는 방법이 있나요.   

책을 덜컥 사는 것보단 도서관에서 빌려 보기를 추천해요. 사실 끝까지 읽고 싶은 책을 만나는 건 생각처럼 쉽지 않아요. 그런데 돈을 주고 산 책은 재미가 없어도 왠지 꼭 이걸 다 읽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잖아요. 포기하고 다른 책을 또 사면 꼭 돈 낭비한 느낌도 들고요. 결국엔 책 읽기를 방해하는 결과를 낳게 되죠. 그런데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포기하기가 쉬워요. 옆에 있는 다른 책을 읽으면 되니까요. 자신과 맞지 않는 책을 붙잡고 ‘이걸 꼭 다 읽어야 해’ 하는 강박을 갖지 마세요. 여행하듯 책을 읽다 보면 재밌는 책, 자신과 잘 맞는 책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 2016년 한 해 동안 채사장의 가슴을 가장 뛰게 한 사건은 뭐였나요.

시민들이 주인 의식을 가지고 광장으로 나간 일요. 제가 쓴 〈시민의 교양〉에서 그런 말을 했어요. ‘국민보다는 시민이 더 적절한 어휘다. 국민은 전체성만을 담고 있지만, 시민은 전체성과 함께 주체성도 내포하고 있다.’ 사람들이 광장에 섰다는 건, 그들이 주체성을 가진 시민이라는 의미예요. 긍정적인 거죠.

▼ 새해를 맞은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앞으로 장기적인 저성장의 시대가 될 거라고들 하잖아요. 하지만 그걸 꼭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한창 경기가 성장할 땐 그 성장에 인생이 장악되지만, 성장하지 않는 시대에는 비로소 우리에게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는 법이니까요. 진부하지만 ‘위기’를 ‘기회’라고 생각하고 내 삶을 다독이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모델 송_해_나

 “배드     걸이     돼봅시다”  



뭘 입어도 예쁜 모델 송해나(30). 어떻게 하면 그렇게 예쁜 몸매를 만들 수 있고, 어떻게 하면 그렇게 스타일리시해질 수 있냐고 물었더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운동과 스타일 감각도 필요하지만, 자신을 키운 건 8할이 ‘긍정적인 마인드’란다.



▼ 웃는 게 참 예뻐요.  

감사해요(웃음). 처음 모델 일을 시작했을 땐 콤플렉스가 많았어요. 일반인들과 비교하면 키가 크고 마른 편이었는데, 모델들 사이에선 키도 작고 통통한 편에 속했거든요. 처음엔 높은 힐을 신어서 어떻게든 만회해보려고 무지 애를 썼어요(웃음). 눈에 띄는 헤어스타일과 스타일링을 추구했던 것도 그것 때문이에요.

▼ 그래서 콤플렉스는 극복했나요.

오히려 답은 다른 데서 찾았어요. 런웨이를 벗어나 뮤직비디오나 방송 일을 하게 됐는데 거기선 오히려 “아주 예쁘거나 아주 늘씬하지 않아서 좋다”고 해주시더라고요. 더 친숙해서 좋다면서요. 늘 스스로의 단점만 보면서 그걸 보완하려고 애써왔는데, 장점을 키우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각의 방향이 바뀐 거예요. 그때부턴 꼭 모델이라고 해서 ‘마른 몸’을 추구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운동을 할 때도 ‘건강한 보디’를 가꾸기 위해 노력했죠. 내 또 다른 장점은 뭔지 고민하게 됐고, 그러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 본인이 생각하는 또 다른 장점은 뭔가요.

환한 미소와 독특한 목소리요(웃음). 인형처럼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이런 점이 저를 돋보이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가진 걸 앞으로도 키워나갈 예정이에요. 런웨이에 서는 것뿐만 아니라 연기도 배우고 자기 계발도 열심히 해서 2017년엔 더 나은 송해나를 만들려고요.

▼ 누구라도 스타일리시하게 보일 수 있는 팁이 있나요.

‘어떤 옷을 입을지’를 정하려면 먼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해요. 패션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표현 수단이니까요. 물론 패션을 잘 소화할 수 있는 단단한 보디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겠죠(웃음). 저는 ‘배드 걸’ 트렌드에 맞춰서 브라톱과 슈퍼 스트라이프 패턴의 아이템을 장만하려고요.

▼ 건강한 몸매를 만드는 해나씨만의 다이어트 법을 알려주세요.

패션쇼 시기가 다가오면 탄수화물 섭취를 하지 않고 근육 운동보다는 유산소 운동을 하죠. 정말 급할 땐 촬영 전날 물도 마시지 않아요. 그렇지만 이건 건강에는 굉장히 좋지 않아요. 제일 좋은 건 꾸준히, 평소에 하는 거예요. 한번 습관을 들이면 몸은 그걸 평생 기억하니까요. 저는 아침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바나나 같은 과일을 먹고, 점심은 먹고 싶은 걸 마음껏 먹어요. 저녁은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해요. 매주 2회 이상 PT도 받고 있고요.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이걸 공식처럼 따라 할 필요는 없어요. 마른 비만이라면 필라테스나 요가를, 체중 감량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그보다는 PT나 크로스핏이 효과적이죠. 자신에게 맞는 다이어트 법을 찾아 새해엔 모두가 건강하게 예뻐지세요.




의사 김_현_철

 “내가     아내 ·남편임을     잊으세요”    


의사들은 대개 “운동 열심히 하세요” “담배 끊으세요” “비타민제 챙겨 드세요” 식의 조언을 한다. 그런데 대구에서 ‘공감과 성장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운영하는 김현철(42) 원장은 그런 계획 ‘절대’ 세우지 말라고 권한다. 이 괴짜 같은 의사는 대체 정체가 뭘까.



▼ 요즘 정치 상황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요.

제가 사는 대구엔 그런 분들 정말 많습니다. 일제강점기와 6 · 25전쟁을 겪으신 어르신들이 특히 그런 증상을 호소하시죠. 자식들과 정치 이슈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의견이 달라 한판 싸우고 오시는 경우예요. 보수적인 어르신들은 이 혼란한 시기를 틈타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까 봐 걱정하시죠. 정신과적으로는 이런 현상을 과각성상태(PTSD)라고 하죠.

▼ 최근 정치 이슈로 국민들이 집단 우울증에 걸렸다는 보도도 나오던데요.

의혹이 터져나오니 처음엔 화가 나다가 나중엔 아예 체념을 한 거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 그렇지 뭐” 하는 식으로요. 그래도 다행인 건 광화문 촛불 집회가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거예요. 한마음 한뜻으로 모여 평화적으로 촛불 집회를 여는 모습을 보면서 일종의 ‘자부심’이 생겼으니까요.

▼ 새해엔 화낼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겠죠. 주부들이 호소하는 심리적인 문제가 화병이에요. 남편으로부터 오는 억압과 스트레스를 견디기 힘들대요. 그런 분들에겐 “결혼했다는 사실을 지우라”고 말씀드려요. 결혼을 무르라는 게 아니라 서로의 영역을 인정해주는 법을 배우라는 거예요.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건 일종의 정서 폭력이니까요. 마주 보고 가지 말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 너무 어렵나요?(웃음) 혼자 경직된 규율을 만들고 상대가 따라오길 기대하기보다는 둘 중 비교적 자유로운 가치관을 가진 사람의 기준에 맞춰주는 것이 서로의 정신 건강에 좋아요.

▼ 건강한 정신을 위해서 새해에 어떤 계획을 세우면 좋을까요.

새해에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정신 건강에 해롭습니다. 어차피 미래는 우리 마음대로 안 돼요. 저 역시 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이라 여기면서 살아요. 그런 노랫말도 있잖아요. ‘내일 걱정은 내일 모레!’ 그저 마음 편하게 먹고 살아가는 게 최곱니다. 2017년에 이것만큼은 꼭! 이런 목표 절대 세우지 마세요.

사진 조영철 기자
사진 제공 에스팀 웨일북
디자인 박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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