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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review 김지영 기자의 드라마홀릭

‘보보경심(步步心)’으로 유종의 미 거둘까

김지영 기자

입력 2016.11.08 12:11:48

엄청난 제작비, 화려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초라한 시청률로 고전하고 있는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 제목처럼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가서 마지막엔 웃을 수 있을까.
‘보보경심(步步心)’으로   유종의 미 거둘까
어떤 과목이든 기초를 잘 다지지 않으면 난도가 높아졌을 때 문제를 풀기가 힘들다. 드라마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8월 29일 방송을 시작한 SBS 드라마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이하 〈달보려〉)가 1백50억원이라는 엄청난 제작비와 화려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동시간대 지상파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저조한 성적을 내는 이유다.  

이 드라마는 중국 소설 〈보보경심〉을 재해석해 고려 태조부터 광종 시대까지 다룬다. ‘보보경심(步步心)’은 ‘한 걸음 한 걸음이 조심스러운 마음’이라는 의미. 하지만 제목과 달리 보보경심하지 않은 탓일까. 좀체 시청자들의 반응이 끓어오르지 않고 있다. 사실 〈달보려〉는 방송 전만해도 미국 할리우드 메이저 투자 배급사인 NBC유니버설이 처음으로 제작을 맡은 한국 드라마고,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100% 사전 제작돼 완성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뚜껑이 열리자마자 된서리를 맞았다.

방송 첫 회부터 여론의 뭇매를 맞은 건 여주인공 해수 역을 맡은 가수 아이유다. 방송을 앞두고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규태 PD는 아이유를 “연기 천재”라고 극찬했지만 방송 내내 그녀는 연기력 실종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동안 〈드림하이〉 〈최고다 이순신〉 〈프로듀사〉 같은 드라마에서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여 호평을 얻었지만, 여러 황자들에 둘러싸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구심점인 해수라는 인물은 그녀가 입기에는 너무 큰 옷처럼 보였다.

해수는 개기일식 중 고려 태조 때로 ‘타임 슬립’된 21세기 여인이 몸을 빌린 인물로, 8황자 욱(강하늘)의 부인 육촌 동생이다. 당초 알려진
〈달보려〉의 주요 맥락은 해수와 4황자 소(이준기)의 사랑 이야기인데, 실제 극에선 총 20부의 절반 가까이를 해수와 형부 욱의 로맨스에 할애해 시청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고려시대에는 친족 간의 혼인이 용납됐다 하더라도, 절친에게 남자친구를 뺏긴 아픈 과거가 있는 그녀가 자신을 친자매처럼 챙겨주는, 죽음을 목전에 둔 육촌 언니의 남편과 사랑을 나누는 설정이 공감을 얻기는 힘들었던 것. 





‘보보경심(步步心)’으로   유종의 미 거둘까
해수는 욱과 소뿐 아니라 다른 황자들의 마음도 사로잡는다. 그 과정은 방송 초반 내내 소소한 에피소드로 그려지는데, 각기 다른 개성과 취향을 가진 여러 황자가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해수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받아들이기에는 개연성이 부족해 이 역시 반감을 샀다. 무엇보다 누구와 마주하든, 어떤 상황에서든 변화가 거의 없는 아이유의 표정이 문제로 지적됐다. 그 때문에 “아이유가 만날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어 케미가 살지 않는다. 왜 황자들이 해수를 좋아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원성이 쏟아지기도 했다.

가수는 노래를 잘하고, 배우는 연기를 잘해야 박수를 받을 수 있다. 해외 판권 판매를 염두에 두고 인기 높은 아이돌 스타를 기용했더라도 역할의 비중을 정할 때는 지명도가 잣대가 돼선 안 될 것이다. 감당할 수 있는 무게만 들게 하는 게 다른 배우들이나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에 대한 진정한 배려가 아닐까. 또한 아무리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도, 아무리 원작이 재미있어도 이를 개연성 있고 탄탄하게 구성하지 않으면 보는 이들의 이목을 붙잡아둘 수 없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될 터.  

〈달보려〉는 10회부터 해수와 소의 로맨스와 황권 다툼이 본격화하면서 시청률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 종영이 얼마 남지 않아 동시간대 방영하는 KBS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이나 한창 약진 중인 MBC 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를 꺾기엔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한 걸음 한 걸음 ‘제대로’ 나가는 보보경심의 행보로 꾸준히 도약해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응원한다.

사진제공 SBS
디자인 최정미





여성동아 2016년 11월 6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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