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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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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너마저

editor 김지영 기자

2016. 11. 07

대한민국 바이오업계의 희망으로 불렸던 한미약품의 위기 또는 배신.

지난해 지속형 당뇨 신약 ‘퀀텀 프로젝트’의 4조8천억원대 기술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며 제약업계의 스타주로 떠오른 한미약품. 최근 늦장 공시 논란과 함께 악재 공시 전 부당이익을 취한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으며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한미약품은 지난 9월 29일 장 마감 후인 오후 4시 50분, 스위스 제약회사 로슈의 자회사인 제넨텍과 8천억원 규모의 표적 항암제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호재 공시에 한미약품의 주가는 9월 30일 개장과 동시에 5% 이상 상승했다. 그런데 약 30분 뒤인 오전 9시 29분 한미약품은 독일계 제약회사 베링거인겔하임과의 폐암 신약 ‘올무티닙(한국 제품명 올리타)’에 대한 기술 수출 계약 해지를 공시했다. 이에 주가는 17% 이상 급락했고, 9월 30일 개장 직후부터 악재 공시가 나오기 전까지 약 30분 동안 한미약품 주식을 매수했던 개인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게 됐다.

게다가 올리타에 대한 임상 실험 중 부작용이 발생한 환자가 사망한 사실이 전해졌다. 이 같은 악재로 9월 30일 한미약품 주가는 전날에 비해 11만2천원(18.06%)이 급락한 50만8천원에 마감됐다. 그런데 이날 공교롭게도 국민연금의 한미약품 지분율이 전달보다 2.68%포인트 줄어 논란을 빚었다. 한 달여 만에 한미약품 지분이 대규모 매각된 만큼 국민연금 기금 운영을 맡은 자산운용사들이 사전에 내부자로부터 정보를 입수해 주식을 내다 판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 더구나 이날 한미약품은 평소보다 적게는 15배에서 많게는 40배 많은 공매도가 이뤄져 논란이 더욱 거세졌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되사서 갚는 것으로,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시세차익을 노린 대형 투자자들이 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사태가 점점 악화되자 김재식 한미약품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10월 2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시가 지연된 것은 규정된 거래소의 공시 절차에 따라 승인을 받느라 늦어졌기 때문이지 의도적이거나 다른 이유가 있어 지연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거래소 측은 한미약품의 경우 공시를 위한 특별한 승인 절차가 필요하지 않은 상장사라며, 회사 측이 서둘렀다면 개장 전 공시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이 10월 18일 국감장에 출석해 “(악재성) 공시 지연은 내부 협의와 업무 처리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의도적인 것이 아니었다”고 재차 해명하며 “회사가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미숙했다. 정말 사죄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번 사건으로 ‘투자 외길’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진심’도 의심받게 됐다. 열 살도 안 된 손주 7명에게 수백 억원어치 주식을 증여한 사실이 새삼 부각되는 등 그가 ‘주식 관리의 외길’을 걸어왔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이번 한미약품 사태가 이제 싹이 트고 있는 한국 바이오업계에 ‘몸에 좋은 쓴 약’이 되기를 기대한다.

사진 뉴시스, 뉴스1
디자인 박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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