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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focus_interview

김영석 한복의 속사정

editor 안미은 기자

입력 2016.11.01 16:57:26

디자이너 김영석은 한복을 지을 때 가장 빛나는 사람이다.
그런데 최근 그의 얼굴이 어둡다.
김영석 한복의  속사정
따지고 보면 전통문화 전반의 문제겠지만, 오늘날 한복의 사정은 그리 녹록치 않다. 현장에서 한복의 한계를 가장 잘 이해하고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는 디자이너가 아마도 김영석일 것이다.  

김영석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식과 정상회담에서 입은 한복을 지으며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대통령 한복을 짓기 전에도 그는 이미 ‘스타’ 디자이너였다. 2010년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각국 대통령 부인들의 한복을 지었고, 유명 인사와 연예인들이 그의 한복을 입는다.

그런 그가 뜻밖의 ‘사건’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그가 8개월간 이사로 지낸 미르 재단이 정국의 태풍으로 떠오른 것. 정부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 설립을 주도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그에게도 의혹의 시선이 쏟아진 것이다. 언론은 그가 최 씨와 상당한 친분이 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의 한복을 지을 당시에도 최 씨가 직접 그를 찾아와 부탁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최 씨의 행방은 묘연했고, 시선은 김영석에게로 쏠렸다.  

김영석과는 한복의 대중화를 주제로 미리 인터뷰 약속을 잡아둔 상태였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그가 선뜻 기자를 만나겠다고 했다. ‘대통령 한복 디자이너’로 인기를 얻어 권력 실세가 만들었다는 문화재단의 이사 자리에 오르기까지, 순전히 그의 재능만으로 가능한 일이었을까. 답변을 듣기 위해 그의 매장이 위치한 신라호텔을 찾았다. 산뜻한 캐주얼 슈트 차림의 김영석은 ‘한복’이라는 패션 하우스의 명품 디자이너 같아 보였다.


김영석 한복의  속사정
▼생각보다 매장이 조용하네요. 기자들로 북적일 줄 알았어요.  



겨우 잠잠해진 거예요. 기자들이 사전 약속도 없이 매장으로 우르르 몰려와서 진을 치더라고요. 행여 한복을 지으러 오는 고객에게 피해가 갈까, 예약 날짜를 미룬 적도 있어요.   

▼언론이 김영석 씨를 주목하는 이유는, 현 정부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가 김영석 씨를 찾아와 대통령의 한복을 지어주길 부탁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부터예요.

제가 한 거라곤 한복을 지은 일밖에 없어요. 대통령 비서실을 통해 한복 의뢰가 들어왔고, 최선을 다해 한복을 지었어요. 대통령이 한복을 입는다는 것만으로도 문화 외교가 될 수 있잖아요. 전 세계에 한국의 전통 의복과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는 경건한 마음으로 일했어요. 항간에는 최순실 씨와 제가 굉장히 친한 사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전 얼굴도 몰라요. 대체 어떻게 생긴 양반일까, 궁금해서 기사까지 찾아 봤어요.

▼미르재단 이사로 8개월동안 어떤 일을 했나요.

사실 별로 한 게 없어요. 이사진들과 몇 번 만나 회의한 게 다예요. 재단과 관련된 논란이 불거지기 전에 사퇴했어요. 미르재단 이사를 맡은 건 한복의 대중화를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은 마음에서였어요. 일전에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 로더와 유방암 의식 향상을 위한 핑크리본 한복 패션쇼를 연 적이 있어요. 일본의 설치 작가 다쓰오 미야지마와 〈전통한복-설치미술〉전을 공동 전시하기도 했어요. 그런 세계적인 프로젝트를 기획해보고 싶었거든요.  

▼다른 한복 디자이너와는 좀 다른 해결책을 찾으신 것 같네요. 대학에서 음향과 연출을 전공한 걸로 아는데, 한복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어릴 때부터 인사동과 황학동을 헤집고 다니며 골동품을 사들이는 취미가 있었어요. 특히 노리개나 복주머니, 조각보 같은 전통 자수에 관심이 많았어요. 한복을 시작하기 전에는 전공을 살려 이벤트 기획자로 일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전통 공예 전시를 봤는데, 그때 ‘필’이 확 꽂힌 거죠. 무작정 중요무형문화재인 구혜자 선생님을 찾아가 바느질을 배웠어요. 정식으로 한복 디자이너로 데뷔한 건 1999년이에요.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생활 한복’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어요. 한복을 짓는 사람으로서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긍정적으로 봐요. 시대 유행을 따르는 한복도 필요하거든요. 우리가 평생 한복 입을 일이 몇 번이나 될까요? 젊은 친구들이 이렇게 한복 대중화에 나서주는 건 반가운 일이에요. 단, ‘생활 한복’이라는 명칭이 아쉬워요. 패션 한복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새로운 트렌드에 맞는 이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계획은요?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예요. 이렇게 ‘전통 한복 김영석’이라는 이름의 간판이 걸려 있지만, 경영을 다른 사람에게 맡겼어요. 사실상 프리랜서죠. 매장으로 한복 제작 의뢰가 들어오면 콘셉트에 맞게 한복을 지어주는 일을 하고 있어요. 더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어서 좋아요. 최근엔 가드닝 재미에 푹 빠져 있어요. 앞으로는 한복이 아닌 가드닝과 관련된 일을 할 것 같아요. 곧 부여로 내려갈 생각이에요. 가드닝을 전문적으로 배워서 가르치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가드닝에 전념하고 싶다는 그의 얼굴에 처음으로 웃음이 번졌다. 가장 좋아하는 한복을 얘기할 때조차 보여주지 않던 표정이다. 인터뷰가 끝난 뒤 그는 친구와 맥주 한잔하겠다며, 자리를 떠났다. 법고창신(法古創新,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의 정신으로 한복에서 재능을 꽃피운 디자이너 김영석. 한복에 대한 열정과 재능을 가진 디자이너가 한복이 아닌 식물을 키우겠다는 말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모든 의혹이 밝혀진다면, 그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까.

사진 지호영 기자
디자인 이지은



여성동아 2016년 11월 6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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