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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SHE

단단해지다, 전혜빈

글 · 김지영 기자 | 사진 제공 · 나무엑터스 | 디자인 · 최정미

입력 2016.08.02 15:50:36

누군가의 사랑이 다른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 드라마 〈또 오해영〉의 ‘예쁜 오해영’이 미모와 지성에 화려한 배경까지 가졌음에도 가족에게 사랑받는 친구를 볼 때마다 외로움을 느낀 것처럼.
이 캐릭터로 열연하며 스크린으로까지 활동 무대를 넓힌 ‘라이징 스타’ 전혜빈에게도 심연처럼 어두운 시간이 있었다. 자기절제와 의지로 성숙해진 그녀가 지난날을 추억하며 들려준 이야기.
단단해지다, 전혜빈
로맨틱 코미디의 단골 소재인 삼각관계는 흔히 멋진 남자를 사이에 두고 착한 여자와 나쁜 여자가 갈등하는 구조지만, tvN 드라마 〈또 오해영〉에는 악녀가 없었다. 고교 시절 이름이 같은 두 오해영의 이야기인 이 작품에서 배우 전혜빈(33)이 연기한 ‘예쁜 오해영’은 남녀 주인공 사이에서 사랑을 훼방하는 악녀로 만들기 딱 좋은 포지션이었다. 하지만 예쁜 오해영은 결혼까지 할 뻔한 전 약혼자(에릭)가 고교 동창인 ‘그냥 오해영(서현진)’을 사랑하게 된 것을 알고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훼방하기보다 진심으로 잘되기를 응원하며 떠난다.

드라마가 종영된 지 사흘 뒤인 7월 1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혜빈은 “작가는 처음부터 예쁜 오해영이 밉상 캐릭터가 아니길 바랐다. 깍쟁이처럼 자기가 잘난 걸 티내지 않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라고 말했다”면서 ‘예쁜 오해영’의 입장을 설명했다.

“금해영(예쁜 오해영의 또 다른 애칭)이 누구보다 착한 캐릭터라는 걸 저는 알아요. 고교 졸업 후 같은 회사의 동료로 그냥 오해영을 다시 만났을 때도 반가운 마음으로 악의 없이 대했죠. 그런데 아무리 겸손하게 행동해도 욕을 먹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욕먹을 아이는 아닌데 욕을 먹으니까 제가 연기를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내심 속상했어요. 연기할 때도 좀 위축됐고요. 그러다 금해영이 밝은 겉모습과 달리 실은 부모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자랐고, 결혼식 전날 도망간 것도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는 게 드러나니까 금해영에게도 많은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시더라고요. 그 에너지에 힘입어 자신감도 얻고 힘든 상황도 극복할 수 있었어요. 이 작품을 하면서 저도 금해영과 함께 성장한 기분이에요.”



‘금해영’을 추억하다

▼ 드라마가 대박이 났는데 소감이 어떤가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고 좋죠. 다른 작품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은 건 처음이에요. 다만 제가 이렇게 사랑받아도 되나 싶긴 해요. 분량도 많지 않았고 다른 배우들에 비해 고생한 것도 별로 없어서요. 그래서 너무나도 아쉬워요. 한 작품을 떠나보내는 것도 이별인데, 최선을 다해 잘해주지 못한 것 같아서 더 그리워진다고나 할까요.

▼ 금해영 최고의 명장면을 꼽는다면.

고교 시절 한 남학생이 그냥 오해영에게 쓴 러브 레터를 뒤늦게 본인에게 돌려주면서 “네가 부러웠다”고 고백하는 장면은 가슴에 담아둔 응어리가 풀어지는 느낌이어서 좋았어요. 또 이름이 같아 바뀐 그냥 오해영의 성적표를 들고 엄마에게 관심 받고 싶어서 찾아갔다가 딸의 성적에는 안중에도 없는 엄마 때문에 낙담하는 회상 장면도 마음이 짠해지는 신이었어요.  얼마나 사랑이 고팠을까 싶더라고요.  

▼ 어머니와 사이가 어떤가요.

어릴 적에는 엄마가 일에 빠져 사셔서 소통할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죽고 못 사는 친구 같은 사이죠. 엄마가 소녀 같아서 제가 도리어 엄마를 ‘케어’해야 해요. 장녀라서 원래 어리광을 잘 못 부려요. 엄마한테 떼를 쓰거나 그 앞에서 운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집에서는 의젓해요.

▼ 금해영처럼 이름이 같아 오해를 산 적이 있나요.  

전혜빈이라는 이름을 가진 연예인은 못 봤는데, 이천희 씨의 아내인 배우 전혜진 씨와 저를 헷갈려하시는 분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천희 전혜빈 결혼’, 이런 기사가 난 적이 있어요(웃음).

▼ 어떤 남자에게 끌리나요.

순수하고 인성이 좋은 수수한 사람요. 성격적으로 매력 있고 진실한 사람이 좋아요. 이 일을 오래 하다 보니 립 서비스와 진심이 담긴 말이 구분이 되더라고요. 외모는 저랑 어울리면 돼요. 쌍꺼풀이 너무 짙은 남자보다는 남자답게 생긴 사람에게 끌리더라고요. 에릭 오빠를 빗댄 건 아니에요.

▼ 사랑에 빠지면 ‘올인’하는 타입인가요.

과거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너무 깊이 빠지지 말자는 주의죠. 그런데 그냥 오해영을 보니 아낌없이 주는 게 사랑이지 싶더라고요. 제 모든 것을 박박 긁어서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결혼해야겠죠. 주변 사람들과 있을 땐 제가 이끄는 스타일인데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애교도 생기고 순종적이 된답니다(웃음).

▼ 현재 사귀는 사람이 있나요.

지금은 없어요. 예전에는 이맘때 결혼할 줄 알았어요. 지금 나이에 결혼하려고 했는데 막상 때가 되니 결혼은 먼 얘기 같아요. 사실 친구들이 먼저 결혼하는 걸 보고 불안했어요. 저만 이러다 못 가는 건 아닌가 하고. 근데 지금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주변에서 결혼이랑 죽음은 최대한 미루라기에 저도 그러려고요. 나이 때문에, 시간에 쫓겨서, 남들 시선 때문에 등 떠밀려 결혼하고 싶진 않아요.



절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몸 만들기

단단해지다, 전혜빈
어느덧 연예계에 몸담은 지 15년째. 2002년 걸 그룹 ‘러브(LUV)’ 멤버로 데뷔한 그녀는 그해 시트콤 〈논스톱 3〉에 출연하며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영화 〈령〉과 〈몽정기 2〉, 드라마 〈내 인생의 콩깍지〉 〈상두야 학교 가자〉 〈온리유〉 〈마녀유희〉 〈왕과 나〉 〈신의 저울〉 〈야차〉 〈인수대비〉 〈직장의 신〉 등 많은 작품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그러나 〈또 오해영〉만큼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피부로 느끼게 한 작품은 없었다. 

▼ 금해영과 닮은 점, 다른 점을 찾는다면?

사랑받고 싶어하는 마음, 늘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 남에게 피해 안 주려고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면이 닮았어요. 처음엔 제가 스펙 좋은 금해영보다 그냥 오해영에 가까운 줄 알았는데 연기하면서 캐릭터를 알아가다 보니 내적인 면도, 어두운 과거가 있다는 점도 저와 닮았더라고요. 그래서 더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고, 금해영이 힘들어하면 제가 진짜 힘들 정도로 감정이입이 잘 됐어요.

▼ “금해영처럼 어두운 과거가 있다”고 말했는데, 어떤 일이 있었던 거죠.

데뷔 후 계속 연예기획사에 소속돼 있다가 독립해서 1년 반 정도 스타일리스트, 매니저를 따로 두고 1인 기획사 형태로 일한 적이 있어요. 무슨 배짱인지 스물여섯 살에 그런 일을 벌였는데 그때 세상에 대한 무서움을 처음 알게 됐죠. 나쁜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왔어요. 저처럼 열심히 하려고 하는, 꿈이 있는 어린 사람한테 사기꾼들이 말도 안 되게 몰려들더라고요. 인생의 쓴맛을 제대로 봤죠. 제가 그때까지 맞다고 생각했던 게 죄다 틀리더라고요. 집안에도 안 좋은 일들이 막 터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배신과 사기를 연거푸 당했는데 다행히 주변에 저를 응원 해주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그 친구들은 제가 힘들어할 때 저를 떠나지 않고 곁에 있어줬어요. 그들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어요. 무척 고마웠죠. 그때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돌아봤는데, 생각의 전환 덕분인 것 같아요. 2008년에는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다. 이게 바닥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이 안 풀려서 무슨 일이 생겨도 괜찮더라고요. 어떤 역할이 주어져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요. 그래서 소극장 연극도 하고, 운동해서 책도 내보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죠.

▼ 2011년 출간된 〈전혜빈의 스타일리시 바디〉를 말하는 건가요.

맞아요. 힘들 때 제가 술독에 빠져 살았어요. 살이 엄청 쪘었죠. 이래서는 재기를 못 하겠더라고요. 출판 기획자를 소개받아서 그 책을 냈죠. 과정에 어려움은 있었지만 그 덕분에 몸을 만들고 운동도 되게 열심히 했어요. 닭 가슴살에 샐러드만 먹는 다이어트를 병행하면서요. 막연하게 생각했던 책이 정말 나오니까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겠다는 도전정신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여자들만 가는 〈정글의 법칙〉에 출연했는데 그걸 굉장히 좋게 봐주셨어요. 칭찬받으니까 바닥에서 조금씩 싹이 나오더군요. 그러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일도 조금씩 더 들어오고, 책 덕분에 스포티한 이미지가 생겨서 스포츠웨어 브랜드 모델도 하고, 〈정글의 법칙〉 덕분에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게 됐죠.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마음의 키도 자란 것 같아요.

▼ 서현진 씨는 전혜빈 씨를 ‘큰사람’이라고 표현하더군요.

고맙죠. 금해영이 욕을 많이 먹어서 중간에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 작가님과 감독님이 금해영의 어두운 성장 배경을 담은 장면으로 그간 쌓인 오해를 풀어주면서 저도 다친 마음을 치유할 수 있었는데, 서현진 씨가 그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봐서 아마도 그런 표현을 한 게 아닌가 싶어요.  

▼ ‘그냥 오해영’ 서현진 씨도 걸 그룹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네요.  

연기도 잘하고 마음씨도 예쁜 배우죠. 극에서와 달리 저희는 우애 깊은 자매 같은 사이예요. 비슷한 시기에 데뷔했고 여러 고난을 함께 겪어서 늘 마음으로 그 친구를 응원하고 있었는데, 〈또 오해영〉으로 다시 만나 잃어버린 동생을 찾은 느낌이었어요.

▼ 현재 〈뷰티 스테이션 더 쇼〉라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고, 관련된 책도 냈으니 확실한 뷰티 노하우가 있겠어요.

사실 먹는 걸 너무 좋아해서 다이어트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렇다고 극단적인 식단 조절은 하지 않아요. 그건 몸을 학대하는 거라 더 큰 요요현상을 불러와요. 저는 ‘체중 감량’이라는 목표를 정하지 않아요. 대신 점심은 먹고 싶은 음식을 맛있게 먹고, 아침과 저녁 식사를 가볍게 해요. 탄수화물을 적게 먹으면 살이 덜 쪄요. 저염식이나 무염식은 요요현상이 빨리 오니까 입맛을 심심하게 바꾸는 게 좋고요. 평소 배우고 싶은 운동을 하나 정해서 꾸준히 하면 다이어트에 많은 도움이 돼요. 친한 친구 다섯 명을 모아서 요가를 같이 하는데, 여럿이 배우면 계속 재미있게 즐길 수 있어요.

▼ 처음 봤을 때 얼굴이 정말 작아서 놀랐어요.

금해영 캐릭터를 위해 살을 좀 빼서 그럴 거예요. 얼굴이 조금만 통통해져도 화면에 크게 나오더라고요. 원래 체중에서 2kg을 감량했어요. 식이요법과 요가를 병행해서요.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에도 틈날 때마다 요가를 했어요. 심적으로 힘들 때도 요가하면서 명상을 했고요. 플라잉, 빈야사, 포레스트 등 여러 종류의 요가를 즐기는데, 심신 단련과 스트레칭 위주로 해요.



현재를 즐겨라, 카르페 디엠!

단단해지다, 전혜빈
▼ 좌우명이 있나요.

‘현재를 즐겨라’가 제 좌우명이에요. 저는 사인을 할 때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문구를 써줘요.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죠. 현재를 즐기지 못하면 미래도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오늘을 행복하게 살면 그런 게 쌓여서 금은보화가 되는 것 같아요.

▼ 친한 지인들과 남미 여행을 갈 계획이라고 들었어요.

9~10월에 가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어요. (서)현진이랑 저, 천우희까지 셋이 힘들 때 같이 남미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남미가 여자들끼리 다니기는 위험한 지역이라고 하더라고요. 또 둘 다 요즘 워낙 바빠 정확한 건 그때 가봐야 알 수 있어요.

▼ 영화도 두 편이나 찍었죠?

처음 주연을 맡은 영화 〈우리 연애의 이력〉이 최근 개봉됐어요. 그 때문에 부담 되면서도 설레고 기뻐요. 저예산 영화라 상영관 잡기가 쉽진 않지만 여러 매체에서 기대 이상으로 많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또 지난해 여름 해녀들과 함께 찍은 영화 〈인어전설〉도 개봉을 준비 중이에요. 두 작품 모두 최선을 다해 찍은 만큼 좋은 결과가 있기를 소망하고 있어요.

▼ 예쁜 오해영을 주인공으로 한 〈또 오해영 2〉는 안 나오나요.

굿 아이디어네요. 행복을 찾아 떠난 금해영의 이야기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이 얘기, 꼭 써주세요. 호호호. 





여성동아 2016년 8월 6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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