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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불타는 청춘〉 현실로 이룬 배우 김혜선·이차용 부부

글 · 정희순 | 사진 · 조영철 기자 | 디자인 · 김영화

2016. 07. 12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따뜻한 햇살은 너무도 소중하다. 인생의 폭우를 여러 차례 경험했던 그녀가 요즘 느끼는 감정도 그렇다. 마흔일곱이 되어 비로소 찾은 청춘의 김혜선을 만났다.

지난 4월 30일, 유튜브에 한 편의 동영상이 게재됐다. 배우 김혜선(47)이 자신의 남자친구와 함께 등장해 두 사람이 5월에 결혼하게 됐음을 알리는 영상이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모습에선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의 설렘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녀의 남편이 된 사람은 에코오가닉코리아의 이차용(49) 대표다. 김혜선은 작년부터 이 회사의 화장품 브랜드 해리나의 모델이자 공동대표를 맡아왔다. 그녀는 지난해 10월 중견 스타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담은 SBS 리얼 예능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을 통해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당시 그녀는 “만일 결혼을 한다면 이 사람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아직은 많이 두렵다”며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반년이 흐른 후 들려온 결혼 소식은 무척 반가웠다. 하지만 한편으론 우려스럽기도 했다. 그녀가 앞서 두 번의 이혼을 경험했기 때문. SNS에선 연애만 하면 될 것을 뭐 하러 굳이 결혼을 하느냐는 반응도 있었다. “두렵다”던 그녀가 세 번째 결혼 소식을 전하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그녀를 만나기로 한 날, 오랜만의 정식 인터뷰를 위해 곱게 메이크업을 한 그녀가 나타났다. 영상으로 보았던 서글서글한 인상의 남편 이차용 대표도 함께였다. 서로를 바라보는 부부의 눈길이 참 다정하다.







▼ 결혼 축하드립니다. 신혼여행은 잘 다녀왔나요.




김혜선 하와이로 열흘 정도 신혼여행을 다녀왔어요. 친한 언니가 그곳에 살아서 덕분에 즐겁게 투어도 하고 와이키키 해변에서 푹 쉬다 왔죠.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불타는 청춘〉의 멤버인 수지(가수 강수지) 언니와 완선(가수 김완선)이와 통화했어요. 다들 부럽다면서 “나도 〈불타는 청춘〉을 명예 졸업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 유튜브 동영상으로 결혼 소식을 전했어요. 누구의 아이디어였나요.

김혜선 남편의 생각이었어요. 처음에 결혼 소식을 어떻게 전해야 하나, 하고 많이 고민했죠.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웠던 것 같아요. 저의 아픈 과거까지 들춰내고 또 그걸 사람들이 아픈 말들로 쉽게 표현하게 될까 봐 걱정이 앞섰어요. 이 사람을 사랑하고 함께하고 싶은 건 맞지만, 제가 공인이라는 이유로 남편이 지게 될 짐이 걱정스러웠던 거예요.  

이차용 저는 오히려 결혼 소식을 당당하게 밝히는 게 옳다고 생각했어요. 정면으로 나서서 제가 어떤 사람이고, 우리가 어떻게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됐는지 이야기해야 사람들의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인터넷에 한번 잘못된 기사가 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오히려 인터뷰를 통해 밝히는 게 혜선 씨를 보호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결혼하지 않고도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곤 해요. 꼭 결혼해야만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김혜선 이 사람의 존재를 숨기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애초에 관계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한다면 제가 이 사람과 함께 외출조차 할 수 없게 되잖아요. 사람들이 제 뒤에서 수군거리는 게 싫었어요. 물론 동거만 하는 사람들도 많죠. 그런데 ‘결혼’은 상징적인 거라고 봐요. 내가 이 사람과 인생의 끝 날까지 함께하겠다는 약속이죠. 그만큼 서로에 대한 책임이 더 생기는 거예요. 또 저는 이전의 결혼 생활이 행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 번쯤은 사랑하는 남편의 그늘에 편안히 마음을 기대고 싶은 바람도 컸어요.

이차용 만약 정식 부부가 되지 않고 연애만 하자고 했다면 오히려 더 불편했을 것 같아요. 저 역시 과거 한 번 결혼했다 실패한 경험이 있고, 좋은 가정을 이루는 걸 오랫동안 꿈꿔왔던 사람이에요. 혜선 씨가 운명처럼 제 마음에 박힌 순간, 이 사람과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 연애만 하고 끝내려는 마음은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어요.

▼가까운 사람들에게 결혼하겠다고 이야기했을 때, 반대는 없었나요.

이차용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편하게 잘 살고 있는데 굳이 꼭 결혼해야겠니,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힘들지 않겠니, 하는 말들이었죠. 그런데 그런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어요. 제 마음은 명확했으니까요. 가까이서 지켜본 혜선 씨는 현명하고 마음이 따뜻해요. 이 사람이 내 아내가 된다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김혜선 아무래도 제게 두 아이가 있다 보니 먼저 아이들의 생각을 묻게 되더라고요. 올해 스무 살이 된 아들에게는 남편과 본격적으로 교제를 시작했을 때 넌지시 이야기를 꺼냈어요. “엄마가 요즘 이 사람을 만나고 있어. 아빠가 될지도 몰라” 하고요. 그랬더니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서 이사람에 대해 알아보더라고요. 몇 시간 열심히 검색해보는가 싶더니 “엄마, 괜찮은 분인 것 같아요. 난 오케이!” 하고 허락을 해줬어요. 아이들에게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에요. 또래 아이들에 비해 철이 일찍 들었죠. 아이들은 엄마가 행복해야 본인들도 행복하다는 걸 알아요. “우리 엄마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이젠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면서 제 선택을 지지해줬어요. 지금 아들은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저는 딸아이와 남편과 함께 살고 있어요.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어땠나요.

김혜선 지인의 소개로 2013년에 한아연(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연합)이라는 봉사 모임에 가입하게 됐어요. 스케줄이 될 때마다 두어 달에 한 번씩 모임에 나갔는데 그때 처음 만났어요. 여러 사람들과 함께 모이는 자리였는데 이 사람이 유독 저를 보면 환하게 웃어주더라고요.

이차용 솔직히 말하면 그게 다 전략적인 행동이었어요(웃음). 혜선 씨 눈에 띄고 싶어서 일부러 사람들이 다 빠졌을 때를 기다렸다가 다가가서 인사를 건넸죠. 혜선 씨에 대한 감정은 ‘예쁘다, 사귀고 싶다’ 식은 아니었어요. 그저 혜선 씨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죠. 그래서 생각한 게 혜선 씨를 위한 제품을 하나 만드는 거였어요. 뮤지션이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람을 위해 곡을 만드는 것처럼 저는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한 거죠.  

▼사업 파트너에서 인생 파트너로 발전한 거군요.

이차용 그땐 그런 생각도 없었어요. 그냥 혜선 씨 옆에서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무작정 캐나다로 건너가 마땅한 사업 아이템을 백방으로 찾아다녔는데, 이 사람은 제게 별로 관심도 없는 것 같더라고요. 혼자 속앓이를 하다가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죠. 좋은 인연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만 여기서 물러나는 게 맞는 것 같다고요.

김혜선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요. 전 사실 그 문자를 받기 전까지 이 사람이 저를 여자로서 좋아한다고는 생각해보지 않았거든요. 당시 드라마 촬영 일정이 바쁘기도 했고요. 가만히 두면 제게 다가온 사랑을 놓칠 것만 같아서 그 길로 바로 ‘어디 가시려고요? 그냥 제 옆에 있어요’ 하고 답장을 했어요. 그러면서 집 주소를 알려주고 언제 한번 저녁이나 먹자고 말했죠. 한두 번 튕기더니 막상 당일에는 약속 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일찍 집 앞에 와서 기다리고 있더라고요(웃음).

이차용 그날은 정말이지 사춘기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어요. 화장기 없는 맨얼굴이 유달리 밝게 빛나더라고요. 제가 꿈꿔왔던 아내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죠.  

▼프러포즈는 했나요.



이차용 혜선 씨 생일 무렵 지인들과 함께 인천의 한 바닷가에 놀러 갔어요. 혜선 씨에겐 일반적인 나들이인 척하고, 미리 지인들에겐 귀띔을 해두었죠. 준비한 꽃 한 송이를 무릎을 꿇은 채로 내밀며 청혼했어요. 이 정도면 꽤 로맨틱하다고 생각했거든요(웃음).

김혜선 저희가 결혼까지 할 수 있었던 건 〈불타는 청춘〉의 역할이 컸어요. 또래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깨달은 건 진짜 제 모습이었거든요. 나도 모르는 새 나오는 버릇들을 보게 되고, 다른 친구들과 생각을 교류하면서 중년의 저 역시도 청춘의 그날처럼 가슴이 뛰고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만일 제가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았더라면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애써 밝히지도 않았을 거고요. 그랬다면 결혼도 더 늦어졌거나 용기를 낼 수 없었을지도 몰라요.

▼서로에게 어떤 아내이자 남편인가요.

이차용 제겐 너무 과분한 사람이에요. 결혼하고 나서 그걸 더 많이 느낍니다. 아무리 일찍 촬영이 있더라도 새벽 두세 시면 일어나 아이의 아침 식사를 차려놓고 나갈 정도로 마음 씀씀이가 예쁜 사람이에요. 과거에 그렇게 힘든 일을 겪었으면서도 강한 의지로 모든 것을 이겨낸 점도 존경스럽고요. 이제는 이 사람의 삶이 저의 삶이 됐다고 생각해요. 혜선 씨의 천사 같은 성품을 악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그동안 힘든 일을 많이 겪었는데 이제는 제가 든든한 울타리가 돼주고 싶어요.  

김혜선 제 옆에 서 있는 큰 나무 한 그루요. 언제든 의지할 수 있고 기대 쉴 수 있는 남자죠. 물론 제게 잔소리도 많이 해요(웃음). 제가 마음이 약해서 하지 못하는 것들, 꼼꼼하게 챙기지 못하는 것들까지 남편은 세심하게 챙겨주거든요. 꼭 저를 물가에 내놓은 딸처럼 대한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그 잔소리에도 감사해요. 부모님께서는 늘 제게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셨는데, 막상 인생을 살아보니 착하게만 살면 손해 보는 게 너무 많더라고요. 한편으론 지금껏 착하게 살았기 때문에 제가 이 남자를 만났다는 생각도 들고요. 한마디로 남편은, 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그런 남자예요.

▼부부가 함께 회사의 공동대표를 맡고 계시다고요.


이차용 에코오가닉코리아(www.ecoorganic.co.kr)는 2008년에 설립된 친환경 유아용품을 제조, 판매하는 회사예요. 국내 최초로 유기농 인증을 받은 원료를 넣어 제품을 만들어 제 나름대로는 자부심이 컸죠. 혜선 씨에게 어울리는 제품을 하나 만들어주고 싶어서 고민하다가 화장품 브랜드 ‘해리나’를 론칭했어요. 해리나는 ‘해처럼 밝게, 세상을 아름답게’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올해 초 생산한 제품이 벌써 태국으로 수출이 확정됐을 정도로 반응이 좋아요. 조만간 국내에서도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시작할 예정이에요.

김혜선 남편이 우수한 제품을 만들고, 제가 또 그걸 지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 감사해요. 같은 곳을 바라보며 손을 잡고 걸어갈 수 있는 내 사람이 생긴 것에 감사하고요. 그동안 억울하고 서러웠던 것들이 이 사람을 만나면서 전부 회복된 느낌이에요.

중년에 뜻밖의 청춘을 맞은 부부의 모습은 마치 비 온 뒤 맑게 갠 하늘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부부를 만나고 며칠 뒤 훈훈한 소식이 전해졌다. 이들 부부가 경기 용인에 위치한 작은 교회에,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들을 위해 에코오가닉 제품들을 후원했다는 것. 봉사로 싹 틔운 사랑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부부의 뜨거운 청춘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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