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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HYE SOO

여배우의 우아한 사생활

기획 · 김명희 기자 | 글 ·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 | 사진제공 ·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 디자인 · 최정미

입력 2016.07.12 17:45:41

그녀가 여전히 아름답고 매력적이라는 말에 이의를 달 사람이 있을까. 인생의 3분의 2 이상을 여배우로 살며 그 굴곡 많은 여정 속에서 온전히 자신의 길을 찾은 김혜수의 세계를 이루는 것들에 관하여.
KIM  HYE  SOO
1970년생인 김혜수가 연예계에 몸담은 시간은 자그마치 30년이다.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해 가장 최근 작품인 영화 〈굿바이 싱글〉을 내놓기까지 그는 화려해 보이지만 그 이면은 ‘험난한’ 연예계에서 여배우로 살아왔다. 다행히 대중의 변함없는 관심을 받았고, 인기가 뚝 끊긴 적도 없었다. 〈도둑들〉 〈관상〉 등 주연한 영화의 잇단 흥행은 물론 드라마를 통해서도 실패한 적은 드물다. 철저한 자기 관리가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영화계 후배인 배우 손예진은 이런 김혜수를 두고 “저 멀리 있는 태양 같은 존재, 우리 모두의 로망”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대중이 김혜수에게 갖는 호기심을 확인하려면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빠르다. 김혜수의 이름 옆에 가장 먼저 붙는 연관 검색어는 ‘김혜수 몸매’. 40대 중반에 이른 여배우를 향해 대중이 꺼내는 가장 큰 관심이 ‘몸매’라는 사실은 김혜수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동시에 그가 얼마나 ‘독하게’ 몸매를 관리하고 있는지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영화 〈굿바이 싱글〉(감독 김태곤·제작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개봉을 며칠 앞두고 김혜수를 만났다. 그동안 다양한 작품에서 매번 새로운 역할로 관객을 만나왔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 연기를 시작하고 처음 실제 자신의 직업과 겹치는 캐릭터를 맡았다. 영화는 20년 동안 톱스타로 살아온 한 싱글 여배우가 인기가 하락하고 남자친구에게마저 배신당하자 팬들의 마음을 되돌려 ‘영원한 내 편’을 만들고자 거짓 임신 스캔들을 일으키는 이야기다. 김혜수는 “운명처럼 다가온 영화”라고 했다.

영화 속 톱스타라는 역할이 만든 분위기 때문일까, 지난해 4월 영화 〈차이나타운〉을 내놓을 무렵 만났던 김혜수와는 전혀 다른 향기가 느껴졌다.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건강한 매력은 잠시 내려놓고 한결 우아한 여성미를 내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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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는 이번 영화에서 군살 없이 매끈한 몸매를 과시한다. 최근 출연작 가운데 단연 돋보인다. 그런 그에게 “영화를 보니까 얼마나 많이 굶었을지 짐작된다”는 인사를 건네자 크게 소리 내 웃더니 “바로 그거죠!”라고 맞장구를 쳤다.

“하필 그 전에 촬영한 영화가 〈차이나타운〉이잖아요. 그때는 몸집을 키우는 쪽으로 체중 조절을 했어요. 이번엔 반대였고요. 저는 일반 여성과 비교해 어깨가 넓은 편이고, 몇 끼 식사만 잘 먹어도 금방 살이 붙어요. 이번에는 식사량을 줄이고 또 줄여야 했어요.”

배우들이 흔히 선택하는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는 체중 조절은 김혜수에게 ‘남’의 일이다. 그는 “운동은 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오직 식사량 조절에 집중할 뿐이다.

“저는 대식가예요. 먹는 걸 정말 좋아해요. 체중 조절을 해야 할 때는 무조건 칼로리를 줄여야 하니 먹는 양을 확 줄여요. 칼로리가 적어 양껏 먹을 수 있는 음식 종류를 저만큼 많이 아는 전문가도 없을걸요. 하하! 단호박이 최고예요(이때 김혜수는 엄지손가락까지 들어 보였다). 또 곤약도 좋고, 버섯과 콩나물도 있고.”

영화 촬영을 시작하기 전 김혜수는 스태프들과 영화사 사무실에 모여 길게는 8시간씩 기획 회의를 했다. 어느 때보다 철저한 사전 준비 과정을 거친 〈굿바이 싱글〉은 사실 김혜수에게 각별한 작품이다. 3년 전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그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바로 영화에 참여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결핍된 누군가가, 결핍된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 진심으로 가족이 되는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무렵, 개인적으로 좀 힘든 일을 겪고 있었는데 친한 친구들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그때 피가 섞이지 않은 사람들과도 가족 같은 관계가 될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런 경험이 영화를 선택하는 배경이 된 거죠.”

김혜수는 〈굿바이 싱글〉을 통해 오랜만에 코미디를 소화했다. 그 새로운 모습은 반갑고 흥미롭다. 시간이 꽤 흘러 잊히긴 했지만 김혜수는 1995년 〈닥터 봉〉부터 2001년 〈신라의 달밤〉까지 코미디 흥행작을 여러 편 내놓은 스타이기도 하다. 하지만 뜻밖에도 그는 “코미디가 정말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신라의 달밤〉 속 자신을 두고 농담을 조금 섞어 “신선한 발 연기”라는 평가까지 내놓았다.

“제가 본격적으로 영화를 시작할 무렵엔 로맨틱 코미디가 대세였어요. 그 영향으로 저도  그런 장르의 작품들을 많이 했는데, 스스로 코미디에 소질이 없다는 걸 잘 아니까 자꾸만 뭘 더해서 더 웃긴 연기를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연기에 집중해 내 안의 것을 끌어내야 하는데 그걸 몰랐던 거죠. 부담과 강박관념으로 자꾸 연기를 과장하고 작위적으로 한 것 같아요. 그런 제 모습에 관객은 결국 실망했고, 혹평을 내놓았죠. 그런 반응을 접하는 저는 또 좌절하고(웃음). 시간이 많이 흐르고 보니, 그건 전부 자격지심이었더라고요.”

중학교 3학년 때 데뷔한 김혜수는 “연예계가 뭔지, 영화나 드라마를 구분할 줄도 모르는 채 연기를 했다”고 털어놓았다. 첫 영화였던 〈깜보〉 때는 카메라 앞에서 잠이 들어서 촬영이 연기된 적도 많았다고 한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났다. 이제 김혜수는 뚜렷한 자의식을 가진 배우가 됐다. 후배들을 여유롭게 어우르고 진심 어린 상담을 해주는 노련한 선배이기도 하다.

그런 김혜수를 유독 따르는 배우 천우희가 최근 털어놓은 일화가 있다. 여배우로서 어떻게 연기하고 활동해야 하는지 고민이 깊어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던 천우희는 오랜 망설임 끝에 김혜수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문자 메시지를 전송해놓고 보니 덜컥 ‘실례’가 아닌지, 걱정이 시작됐다. 그렇게 잠이 들어 다음 날 눈을 떠보니, 천우희의 휴대전화에는 김혜수로부터 장문의 답장이 도착해 있었다. ‘그맘때 여배우라면 누구나 겪는 고민이니 불안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나 역시 똑같은 과정을 거쳤다’는 내용이었다. 천우희는 당시를 떠올리며 “눈물이 핑 돌았다”고 말했다.

김혜수는 사람을 좋아하기로 유명하다. “쉴 때면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자주 이야기하는 그가 대체 언제, 어느 장소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지 궁금했다. 김혜수의 대답은 간단했다.

“집으로 초대하죠. 어릴 때부터 집을 정말 좋아했어요. 학교에 가서도 쉬는 시간이면 집에 가고 싶다고 울기까지 했다니까요. 그 정도로 집을 좋아했고 지금도 그래요. 혼자 하는 취미도 많아요. 아주 일상적으로는 요리를 하죠. 그림요? 요즘은 드문드문 그리고 있어서 취미라고 얘기하기는 조금 부족해요.”



여배우는 집에서도 바쁘다

영화계에서 김혜수는 ‘다독가’로 꽤 알려져 있다. 책에 관해 그는 할 말이 좀 있는 듯했다. “새로 나오는 책을 찾아 읽지 않는다”며 자신만의 독서 방식을 소개했다.

“예를 들어 어떤 작가를 우연히 발견하고 그의 책에 꽂혔다면 저는 그 작가가 쓴 책을 전부 사서 읽어요. 국내에 번역 출간되지 않은 책이라면 해외 온라인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해요. 그러곤 따로 번역을 맡겨서 받아 읽죠. 가구에도 관심이 많아요. 좋아하는 가구 디자인을 보려고 세계를 돌아다닐 수 없으니 집에서 책으로, 온라인으로 찾아보죠. 그러니까 제가 집에서 얼마나 할 일이 많겠어요(웃음).”

혼자만의 취미, 관심사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그의 일상은 어쩌면 이번 영화에서처럼 ‘싱글’이기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는 실제로 “싱글이면 또 어떠냐”고 했다. 인생의 방향이 정해둔 대로 흘러가지 않듯, 김혜수에게 결혼이 그런 듯했다. 이제 그에게 ‘결혼 계획’을 묻는 건 시간 낭비일 뿐이다.

다만 김혜수가 아기를 대하는 마음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굿바이 싱글〉에서 그는 비록 가짜 설정이지만 임신 4개월부터 7개월까지의 모습을 몸으로 표현한다. 갓 태어난 신생아를 품에 안는 장면도 연기했다. 그 장면에서 김혜수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특수 제작된 장치를 배에 붙이고 임산부를 연기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마치 내 몸처럼 느껴지는 기분이 이상하고 신선했어요. 신생아를 안을 때의 표정과 미소에는 실제 김혜수의 마음이 절반쯤 담겼다고 봐도 돼요. 연기라고 하지만 그럴 때 여성이 느끼는 감정은 좀 다르잖아요. 만감이 교차하면서 눈물이 주르륵 흐르더라고요. 피가 흐르는 기분까지 느껴지는, 그건 전율이었어요.”

김혜수는 패기 있는 젊은 감독과의 작업을 통해 새로운 자극을 받는다고 한다. 〈굿바이 싱글〉의 김태곤 감독 역시 상업 영화 연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함께하고 싶은 기성 감독이 있냐고 묻자, 그는 말을 돌려 드라마 〈시그널〉의 김원석 PD 이야기를 꺼냈다.  

“〈시그널〉은 김원석 PD로 인해 긴장에 또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현장이었죠. 그런 현장을 가장 좋아해요. 저는 기본을 잘하자는 주의예요. 기본을 유지하면서 잘하는 것이 진짜 잘하는 거죠. 바로 김원석 PD가 그래요.”

여기서 말을 끝내려는 김혜수에게 함께하고 싶은 영화감독으로 범위를 좁혀 다시 얘기해달라고 집요하게 또 물었다. 그랬더니 그는 “거장들은 저를 찾지 않는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과 꼭 하고 싶어요. 〈터널〉의 김성훈 감독도 있구나. 아! 봉준호 감독님도 저를 좀 끼워주면 좋을 텐데. 하하!” 

KIM  HYE  SOO


여성동아 2016년 7월 6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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