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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란 물건을 통해 신뢰 파는 것”

중국 샤오미 한국 총판 이승환 여우미 대표의 창업 철학

글 · 김지영 기자 사진 · 홍중식 기자 | 디자인 · 김영화

입력 2016.06.08 15:24:11

명문대를 나와도 취업이 쉽지 않은 시대다.
청년 백수들에게 창업이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른 이유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창업하는 건 총알 없이 전장에 뛰어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방대를 나와 온라인 프로그램 개발자에서 중국 최대 IT기업 샤오미의 한국 총판 대표가 된 이승환 여우미 대표가 현장에서 배운 ‘절대 실패하지 않는 창업 노하우’를 공개했다.
“장사란 물건을 통해 신뢰 파는 것”
중국의 비즈니스는 콴시(關係·인간관계 또는 사업상의 신용)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세계 모바일 기기 보조배터리 시장을 장악한 중국 최대 IT기업 샤오미가 지난 3월 2일 국내 신생 유통회사인 여우미를 가장 먼저 한국 총판으로 선정한 것도 콴시의 영향이 크다.

“많은 분들이 샤오미가 왜 하필 여우미와 손을 잡았는지 의아해하는데, 그건 여우미가 샤오미의 경영철학과 제품을 잘 이해하고 있어서일 겁니다. 저뿐 아니라 저와 함께 여우미를 이끄는 분들이 오래전부터 샤오미 제품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한국에 샤오미 제품을 처음 병행 수입한 사람도 저희 회사의 김광휘 이사고요. 샤오미는 파트너사의 규모보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회사를 운영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죠.”

4월 초 창립 1주년을 즈음해 서울 구로구의 여우미 본사에서 만난 이승환(42) 총괄대표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이 대표 역시 인간관계와 신용을 무엇보다 중시한다. 3월 중순 여우미가 배포한 회사 소개서에도 ‘친구가 되는 게 먼저고, 사업은 그다음’이라는 의미의 ‘선주붕우 후주생의(先做朋友 后做生意)’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 대표는 이 문구를 곱씹으며 “장사란 물건을 통해 신뢰를 파는 것이며, 돈이 아닌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는 사업가로서의 소신을 밝혔다. 
 


노하우 1 좋아하는 일에 미쳐라

이 대표는 원래 온라인 프로그램 개발자였다. 2000년 백석대 컴퓨터학과에 입학하면서 컴퓨터에 호기심이 생겼다고 한다.

“컴퓨터학과를 택한 건 제 의지가 아니었어요. 큰누님이 권유해 들어갔는데, 첫 강의 때는 컴퓨터 용어와 구조를 하나도 몰라서 전혀 못 알아들었어요. 내부 부품들을 만져보면서 컴퓨터가 너무 좋아져 프로그램 개발에 빠져들었죠.”



학창 시절 온라인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빠져 있을 때도 게임의 승패보다 ‘이건 어떻게 만들었을까?’라는 궁금증에 더 집착했던 그에게 온라인 프로그램 개발은 날밤을 새워도 피곤하지 않을 정도로 적성에 맞았다. 그 덕분에 대학 졸업 후 서울 여의도에 있는 제법 큰 규모의 벤처회사 ‘GTV 네트워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 회사의 기술연구소 직원으로 뽑힌 그는 문서 작성 시스템부터 원격 주차관리 시스템,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 여러 은행의 모바일뱅킹시스템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그 회사에 2년 넘게 있었어요. 프로그램 개발이 재미있어서 월급이 8개월 동안 체불될 때도 계속 남아 일했어요. 회사가 망해가는데도 밀려오는 채권 서류를 처리하며 직원 80명 중 3명이 남을 때까지 있었더니 아는 분들이 돈 좀 벌라고 일을 주더라고요. 그 덕분에 자바를 비롯한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 16가지를 다 배울 수 있었죠.”



노하우 2 도전을 두려워하지 마라

첫 직장을 나온 뒤 이 대표는 바로 골프업체에 스카우트됐다. 당시는 골프 경기 상황을 무전기로 알리던 때였다. 그곳에서 골프 메이저 대회의 실시간 스코어보드를 개발한 후 그는 2002년 구매대행에 눈을 돌렸다. 개인이 직구로 주문한 물건의 배송 기간이 너무 길어 구매대행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생겨났고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 운영할 시스템이 필요했던 것. 2002년 교제하던 여자친구와 결혼한 이 대표는 이듬해인 2003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구매대행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쳤다.

“처음에는 주문받은 시점과 발주 시점이 차이가 많이 나서 그사이 물건이 다 소진되는 일이 왕왕 있었어요. 그런 문제를 해소하려고 아침 7시부터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주문 내용이 업체에 실시간으로 접수되게 했더니 국내 소비자들의 주문이 폭주했어요. 그리고 정품을 싸고 빠르게 배송해주니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아졌어요. 그런 이유로 중국 바이어들도 자주 찾았는데 그들은 한 번에 1천만원어치를 사더라고요.”

이 대표는 구매대행 사업을 하면서 중국 상인들의 생각과 문화를 알게 됐다. 또 독거미나 돌멩이처럼 평범하지 않은 것을 키우는 고객의 요청에 부응하려고 여러 박람회를 찾아다니며 제품을 보는 안목도 얻었다고. 이는 이 대표의 창업에 밑거름이 된, 돈보다 값진 소득이었다.



노하우 3 인연을 소중히 여겨라

2008년 둘째가 태어나면서 미국 사업을 모두 접고 한국으로 돌아온 이 대표는 미국에서의 사업 경험을 토대로 중국 제품 구매대행 시스템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 일로 중국을 자주 찾아 ‘중국통’으로 소문이 나자 한 언론사로부터 중국 최대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 ‘타오바오’에 대한 강의를 맡아달라는 제의가 들어왔다. 그 강의를 준비하며 이 대표는 지금의 사업 파트너인 김광휘 이사를 만났다.

“제가 한 말을 중국어로 통역해줄 사람을 찾다 김광휘 이사를 만났어요. ‘모이자’라는 조선족 사이트를 통해 만났는데, 중국어에 능하고 타오바오에 대해서도 잘 아는 친구였어요. 정보도 빠르고 아이디어도 많았고요. 그때부터 그 친구가 찾으면 새벽에라도 달려 나갔어요. 뜻이 통하니까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 친구가 아이디어를 내면, 저는 현실 가능성을 타진해주며 논의를 즐겼죠.”

이 대표에 따르면 그와 김 이사는 일적인 면에서 찰떡궁합이다.   

“김 이사는 한국 제품을 중국에 팔고, 샤오미 제품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다 온하인 쇼핑몰 싸요에 들어갔어요. 안전을 인증하는 KC(국가통합인증) 마크를 받지 않아 곤경에 처했을 때 싸요 사장님이 김 이사를 직원으로 채용했죠. 싸요 사장님은 샤오미 보조배터리에 대한 KC인증을 받아 싸요에만 팔지 말고 오픈 마켓인 ‘티켓몬스터’에 론칭하자는 김 이사의 제안도 기꺼이 받아들이셨어요. KC인증을 받으려면 1천만원이 넘게 드는데도 김 이사를 믿고 과감히 투자하신 거예요. 보조배터리의 론칭은 대성공이었어요. 이후에도 저는 김 이사에게 싸요에 계속 다니라고 격려했어요. 물류회사에 제품을 대는 다양한 공급처에 대한 정보까지 알았으면 했던 거죠. 사업은 아이디어와 자금만으로 되는 게 아니거든요.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지속 성장을 할 수 있는데. 저희에겐 그게 절실히 필요했죠.”



노하우4 신용과 의리를 지켜라

이 대표와 김 이사는 만난 지 5년 만인 2014년 10월, 각자의 이니셜을 따 ‘LK’라는 개인회사를 차렸다. 중국의 혁신적인 제품을 발굴해 국내에 공급하기 위해 만든 회사였다. 그 와중에도 이들은 싸요 사장이 샤오미 보조배터리를 계속 팔 수 있도록 도왔다. 샤오미의 한국 총판이 되고 나서도 마찬가지. 힘들 때 도와준 싸요 사장에게 보은하기 위해서다.

LK가 취급한 샤오미 제품은 미밴드와 선풍기, LED 정도다. 보조배터리는 싸요의 몫으로 남겨뒀다. 그러자 ‘샤오미의 생태계 제품(직접 생산하지 않고 간접 투자를 통해 만들어지는 각종 혁신 제품)’을 공급하는 중국인 사업가가 이 대표와 김 이사를 만나러 한국에 왔다. 그가 바로 현재 중국 여우미 대표를 맡고 있는 레오다.

“레오는 원래 창업 카페를 크게 운영하는, 샤오미 보조배터리 공장의 사장이에요. 알고 보니 레오는 김 이사의 거래처 관계자 소개로 저를 만나러 왔더라고요. 첫날 많은 이야기를 나눈 뒤 통장에 1천만원이 있기에 다 함께 신촌에 가서 공증을 하고 여우미 법인 등기를 마쳤죠. 이건 여담인데, 제가 대리운전 기사에게 보조배터리를 파는 걸 보고 레오가 놀라 도원결의를 했어요. ‘한국 시장을 화끈하게 밀어줄 테니 성공해봐라’ 하고요(웃음).”

세 사람의 의기투합으로 지난해 4월 2일 한국과 중국에 각각 여우미 법인이 설립됐다. 여우미는 도울 여(與) 자에 샤오미를 합친 말로, 샤오미의 생태계를 돕는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대표는 “여우미가 중국 수학 용어로 수백만 광년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며 “오래 함께 가자는 의미도 된다”고 했다.

창업 초기 여우미는 자금 여력이 없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한 셈이었는데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고 한다.  

“레오가 처음에 3억~4억원어치의 제품을 대줬어요. 아무런 보증이나 담보도 원하지 않고요. 그만큼 저희를 믿은 거죠. 그런 믿음을 저버리지 않으려고 저희도 가품(짝퉁)은 절대 취급하지 않았고, 오픈 마켓과 여러 채널을 통해 샤오미 제품의 매력을 널리 알리려고 노력했죠. 그랬더니 대기업 관계자들이 찾아와 판촉용으로 쓰기 위해 대량으로 사가더라고요.”

“장사란 물건을 통해 신뢰 파는 것”

온라인 프로그램 개발자로서 다양한 경험을 한 이승환 대표와 성실하고 아이디어가 많은 여우미 김광휘 이사(왼쪽)는 찰떡궁합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사업 파트너이자 의형제다.

노하우 5 많이 남기려 하지 마라

여우미는 법인 설립 1년 만에 1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샤오미와의 총판 계약으로 더욱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도 국내 유통에 자신감을 보였다. 티켓몬스터와 11번가 등의 오픈 마켓을 통해 온라인 판매는 이미 자리를 잡았고, 전국에 4만 개의 스마트폰 액세서리 매장을 둔 지스타코리아와의 전략적 제휴로 오프라인 판매도 날로 활발해지고 있어서다.

이 대표가 다만 걱정하는 점은 정품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는 가품이 유통되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이 대표는 여우미가 수입하는 샤오미 제품에 KC인증과 샤오미 홀로그램을 붙였다. 한국어 사용설명서와 ‘수입원 여우미’라는 문구도 넣어 병행 수입품이나 짝퉁 제품과 구분할 수 있게 했다.   

“샤오미가 한국에 총판을 둔 목적은 샤오미 제품을 많이 팔기 위해서만은 아닐 거예요. 가품 유통을 막고, 좋은 제품을 착한 가격에 판다는 기업 이미지를 잘 관리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클 겁니다. 샤오미의 레이준 회장은 제품 소비자가를 공장도 가격에 맞춘 정책으로 시장을 장악했어요. 단순히 제품의 값이 싸다고 될 일은 아니죠. 가격에 비해 만족도가 엄청 큰 획기적인 상품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보다는 많은 이들이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제품을 가지고 욕심 없이 장사하자’는 주의죠. 원(One) 달러 장사는 망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잖아요(웃음).”



노하우 6 성실하게, 진실하게 대하라

이 대표는 최근 LK가 하던 업무를 키워나가기 위해 건융이라는 법인도 만들었다. 여우미는 샤오미의 생태계 제품만, 건융은 샤오미를 제외한 다른 중국 회사의 유망한 제품을 발굴해 국내에 공급한다. 최근 건융이 총판권을 딴 전기 자전거 윤바이크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 선보일 샤오미 제품 중에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혁신적인 제품이 많아요. 발을 움직일 때마다 미밴드를 통해 활동량이 체크되는 신발, 녹음·사진 촬영·위치 추적 기능을 장착한 스마트 가방, 젖병이든 어디든 갖다 대기만 하면 온도가 측정되는 비접촉 온도계 같은 제품이죠. 이 온도계가 정말 신통한 게, 수면 시간과 운동량을 체크해주고 한번 충전하면 90일을 가요. 몸이 온도계에서 10~15m 떨어지면 그것도 알려주고요. 이미 모토롤라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총판권을 땄을 정도로 탐나는 물건이니, 기대해도 좋을 겁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 대표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 자신을 성공으로 이끈 힘은 무엇이냐고. 그는 “삶을 성실하게, 사람을 진실하게 대한 것이 아닐까 싶다”는 답을 내놨다.

“사람을 대할 때는 보상 심리가 없어야 해요. 그래야 인간관계가 쌓이죠. 저는 좋은 친구, 나쁜 친구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사귀었어요. 미친 듯이 열심히, 잔머리 쓰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살다 보니 이 자리까지 와 있네요. 하하.”  






여성동아 2016년 6월 6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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