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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에게조차 들켜서는 안 되는 사랑’ 이지아 씩씩하게 웃다

기획 · 김지영 기자 | 글 ·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 | 사진 · 동아일보 사진DB파트 | 디자인 · 김영화

2016. 04. 14

과거 자신의 사랑을 “산에서 내려온 다람쥐에게조차 들켜서는 안 되는 사랑”이라고 표현했던 이지아가 2년 만에 밝은 햇살 아래로 나왔다. 미스터리 사건을 추적하는 특수부대 장교로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 것. 화사한 3월의 하루, 그녀의 미소와 함께한 일과 사랑에 관한 솔직한 인터뷰.

배우 이지아(38)를 가까이서 만나본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하다. 먼저 화면보다 외모가 세련됐다는 점에 놀라고 다음은 성격이 ‘예상보다’ 털털하다는 점에 놀란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감정을 감추지 않고 말하려는 듯한 태도에 놀란다.
영화 〈무수단〉(감독 구모·제작 골든타이드픽쳐스) 개봉을 앞둔 2월 마지막 날 만난 이지아가 딱 그랬다. “나를 더 많이 보여주고 싶다”는 말을 서슴지 않던 그녀는 “기, 승, 전, 다작이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로, 여러 작품에 참여할 각오가 돼 있다”고 했다. 이 말을 할 때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이기까지 했다. 연기 활동을 떠나 개인적으로 꿈꾸는 사랑을 이야기할 때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운명론’을 믿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더니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으로 사랑을 정의했다. 그러면서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갖고 있는 이미지의 상당 부분이 “오해”라고 짚었다.



데뷔 10년 차지만 여전히 신인 같은 마음

이지아는 올해 데뷔 10주년이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 시계가 어쩐지 남보다 더 빠른 것 같다”고 했다.

“10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지금 여기 이 자리에 와 있어요. 저 스스로에게 데뷔 10년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는 많이 민망해요. 그 의미가 아주 무겁기도 하고요. 아직도 신인 같은 마음이에요. 저를 알아보는 시선이 불편하고 어색할 때가 많죠. (주위의 관심을) 즐기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지아의 데뷔는 화려했다. 2007년 방송한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가 그녀의 데뷔작이다. ‘욘사마’ 배용준이 주연을 맡고, 고 김종학 PD가 연출자로 나섰으며, 당시 제작비가 2백억원에 이른 초대작이었다. 배우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이 작품에서 이지아는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신인이었음에도 여주인공 역으로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신데렐라’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등장이었다. 연예계 안팎에서는 ‘이지아가 대체 누구냐’는 질문과 의문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후의 활동은 화려한 데뷔와는 거리가 멀다. 〈태왕사신기〉 이후 10년간 이지아가 출연한 드라마는 고작 여섯 편에 불과하다. 인색하리만치 적은 숫자다. 특히 최근 연예인들이 드라마는 물론 영화와 예능 프로그램의 경계를 두지 않고 ‘다작’ 활동에 몰두하는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지아의 선택은 신중함을 넘어 소극적이라 할 만하다.

이에 대한 아쉬움이 누구보다 큰 사람 역시 이지아 자신이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녀는 서너 차례 “지금은 다작을 경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 독립 영화까지 반긴다고도 했다. 빈말처럼 들리지는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3월 3일 개봉한 영화 〈무수단〉은 이지아에게 각별한 작품이다. 데뷔하고 처음 참여한 영화이자, 첫 주연작이란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배우가 되기로 결심하고부터 오랫동안 꿈꿔왔고, 한편으로 “로망”으로 바라본 무대가 바로 영화였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저를 찾는 제작진이 많은 것은 아니에요. 영화 시나리오나 드라마 대본을 쌓아두고 고르기만 하는 위치? 전혀 아니죠(웃음). 저는 준비하면서 작품을 기다리는 입장이에요. 물론 얼마 전 할리우드 영화 제작진과 연이 닿아 출연을 위한 미팅을 갖기도 했지만 최종 단계에서 아쉽게 이뤄지지 않았어요.”

이지아는 “영화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과 스태프가 함께 어우러져서 내 안의 것들을 뽑아내는 연기를 꿈꿔왔다”며 “이번에는 제대로 연기 욕심을 내보자는 각오로 〈무수단〉에 출연했다”고 했다.

영화에서 그녀는 비무장지대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사건을 추적하는 특수부대 장교로 등장한다. 김민준, 도지한 등 남자 동료들을 이끌며 작전을 펼치는 장면에서는 그녀 특유의 정적이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를 찾기 어렵다. 영화 출연은 처음임에도 간단치 않은 인물에 도전한 셈이다. 이에 더해 고난도 액션까지 해냈다. 지난해 여름 무더위 속에 진행된 촬영은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영화의 주요 배경이 비무장지대인 탓에 대부분의 촬영이 산속과 풀숲에서 진행됐다. 

녹록지 않은 촬영이 뻔히 예상된 상황이었지만 이지아가 큰 고민 없이 〈무수단〉 출연을 결정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자신이 맡은 역할이 “세상에 알려지면 안 되는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인물”이라는 점에 매료됐던 것.

“제가 비밀을 파헤치는 인물이에요. 또 영화 후반부에는 비밀을 갖게 되는 인물이고요. 게다가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예요. 언제 또 여성 장교 역할을 해보겠어요. 출연 제의를 거절할 이유가 없었죠. 하지만 출연을 결심하고 하서는 덜컥 겁이 났어요. 혹시 여자로 보이지 않을까, 액션을 하고 있지만 약해 보이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죠. 촬영할 때마다 땀으로 온몸이 젖는 건 예사였어요. 제 보폭이 크지 않아 웅덩이에 자주 빠지기도 했고요. 양쪽 어깨 밑에 늘 파스를 붙이고 지냈어요.”

이지아는 웃으며 “군대 영화, 참 쉽지 않더라”고 털어놨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요즘 그녀에게 MBC 예능 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 출연을 권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영화로 군대를 체험했으니 그 여세를 몰아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한 번 군대를 경험해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한 이지아의 대답은 제대한 남성들의 그것과 비슷했다. “(군대를) 몰랐으면 몰라도, 한 번 경험했으니 그걸로 만족할래요.”



지난 2년 동안 과거의 앙금 떨쳐내

이제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가 생겼지만 이지아가 연기자로 살아온 지난 10년은 그리 녹록지 않은 시간이었다. 굳이 부연 설명을 하지 않아도 그녀가 보낸 시간이 어땠을지는 미루어 짐작할 터. 사실 이지아를 둘러싼 이슈와 그 파급력은 다른 연예인과 비교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뜨거운 시선과 관심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하고도 자신의 성장 과정이나 경력을 꽁꽁 숨긴 탓에 처음에는 ‘외계인설’이라는 엉뚱한 루머가 퍼지기도 했다. 몇 년도에 태어났는지, 본명은 무엇인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등 아주 사소한 사실들조차 알려지지 않은 탓에 우스갯소리가 더해진 루머였지만, 외계인설은 여전히 포털 사이트 검색 창에서 그녀의 이름 옆에 붙는 대표적인 연관검색어 중 하나다.

그만큼 그녀는 ‘은둔형’ 스타였다. 과거를 감춘 이유가 세상에 알려진 때는 데뷔하고 5년이 더 지난 2011년 4월. 당시 이지아는 가수 서태지를 상대로 55억원의 위자료 및 재산 분할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였다. 과거 부부였다는 사실이 함께 공개됐다. 대중은 큰 충격에 빠졌다.

이 소송은 같은 해 7월 말 합의로 마무리됐다. 이지아는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4년 SBS 토크쇼 〈힐링캠프〉에 출연해 자신의 과거를 처음으로 직접 밝혔다. 미국 유학 중이던 열여섯 살 때 공연차 미국 LA를 방문한 서태지와 우연히 만났고 이후 결혼까지 했다는 고백이었다. 그녀는 당시 방송에서 자신이 선택한 사랑을 두고 “산에서 내려온 다람쥐에게조차 들켜서는 안 되는 사랑”이라고 표현했고 이 말은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이지아는 “〈힐링캠프〉는 내 이야기를 처음으로 꺼낸 창구였다”고 돌이켰다. 그 전까지 주변 사람들에게조차 하지 않았던 과거 이야기를 방송의 힘을 빌려 처음 고백했다. 이후 2년의 시간이 흘러서일까. 이지아는 “이제는 모두 떨쳐냈다. 데뷔하고 요즘 가장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마음으로 꿈꾸는 사랑

“외계인설은 나쁘지 않았어요. 어찌 보면 조금 멋진 표현 같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신비주의는 제가 원하던 수식어는 아니었어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잖아요. 다들 아시다시피. 저는 떨쳤어요. 전부. 하지만 저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아직 떨치지 못한 것 같아요.”  

이지아는 ‘꼼꼼’하고, ‘감각적’이라는 이미지도 갖고 있다. 미국의 유명 패션 스쿨 출신인 그녀가 과거 드라마 관련 행사에 참석하면서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 것이 계기였다.

“그때 직접 만든 옷을 입은 건 대단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에요. 저 같은 신인 연기자는 드레스를 협찬받기가 어렵거든요(웃음). 원하는 옷을 입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직접 원하는 대로 만들어 입자고 생각한 거죠. 근데 사람들은 저를 조금 다르게 보더군요. 실제 제 성격과 정반대로 봤죠.”

그렇다면 이지아의 실제 성격은 어떨까. 그녀는 “식탐이 많아 요리하는 걸 즐기는데, 요리할 때는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면서 “계량컵을 써서 레시피대로 만들지 않고 소금도 적당히, 간장도 적당히 넣어 내 방식대로 요리한다. 때문에 누군가가 요리법을 물어보면 알려줄 정보가 딱히 없다. 그저 적당히 넣으면 된다고 조언한다”며 웃었다.

혼자 살고 있는 그녀는 가끔 가까운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하기도 한다. 그녀와 어울리는 ‘친구들’이 누구인지 궁금했다. 그동안 이지아와 친한 연예인이 누구인지 제대로 알려진 적이 없었기에 궁금증이 더 커졌다. “연예계에서는 누구와 가깝게 지내느냐”고 묻자 아니나 다를까, 짐작한 대답이 나왔다. “연예계 친구들…. 이제 서서히 만들어가려고 해요. 제 상황이 편치 않다 보니, 많이 사귀지 못했거든요.”

가장 최근 출연한 SBS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를 함께했던 몇몇 배우와는 여전히 인연을 지속하고 있다. 극에서 그녀의 남편으로 출연했던 배우 하석진도 그중 한 명이다. 하석진은 이지아를 응원하려고 〈무수단〉 시사회를 찾았다. 〈세 번 결혼하는 여자〉를 집필한 김수현 작가 이야기를 꺼내자 이지아는 더 반색했다.

“선생님과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연락하고 지내요. 이번에 새로 시작한 드라마 〈그래, 그런 거야〉에는 저를 불러주지 않으셨지만 섭섭하진 않아요. 저한테 맡길 역할이 없어서겠죠.”

70대 노작가와 30대 여배우의 인연은 그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드라마에서 늘 사랑에 울고 웃는 인물을 연기해온 이지아는 실제로 어떤 사랑을 꿈꾸고 있을까. 그녀에게 넌지시 ‘사랑의 의미’를 물었다. 잠시 뜸을 들이더니 그녀는 “운명론자 같지만…”이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작품이 나에게 오는 것이나, 사랑이 제게 오는 일은 다르지 않아요. 제가 작정하고 결심한다고 작품에 출연할 수 있는 게 아닌 것처럼, 사랑도 제 의지대로 이룰 수 있는 게 아니죠. 이상형도 딱히 없어요. 그래서 이상형에 대해, 예를 들어 키가 몇 센티미터 이상은 돼야 한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할 때가 있죠.”

사랑은 아주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는 이지아. 만약 그녀에게 다시 사랑이 찾아온다면 이번에는 밝은 햇살 아래 손잡고 자연스럽게 데이트할 수 있는 사람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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