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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인생의 봄날”

중국에 황쯔리에 신드롬 몰고 온 황치열

글 · 김명희 | 사진제공 · HOW엔터테인먼트 | 디자인 · 박경옥

2016. 04. 05

황치열이 무명 생활을 뒤로 하고 치열하게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는 중이다. 그것도 한국이 아닌 중국에서. 대륙의 인기에 그조차 놀랐다고 말하지만 황치열을 아는 사람들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3월 4일, 중국 최대 지역 방송사인 후난위성TV가 MBC로부터 포맷을 사들여 2013년 첫 방송을 시작한 중국판 〈나는 가수다〉-시즌4(이하 〈나가수〉) 8차 경연. 황치열(34)이 등장하자 관객들은 환호와 함께 손가락 하트를 날리기 시작했다. 황치열은 이날 박진영의 ‘허니’를 춤과 함께 열창했다. 브레이크 타임에서는 마이클 잭슨의 노래 ‘Beat It’의 안무를 오마주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심사위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고, 객석의 관객들은 모두 기립 박수를 보냈다. 이날 황치열은 2월 5일 4차 경연에서 빅뱅의 ‘뱅뱅뱅’으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두 번째로 1위의 영예를 안았고 그 여세를 몰아 3월 18일 10차 경연에서도 중국 가수 왕리홍의 곡을 빅뱅의 〈판타스틱 베이비〉등과 믹스한 노래로 또다시 1등을 차지하며 총 14번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시즌 가왕에 한 발짝 다가섰다. 



긴 무명 견디며 내공 다져

요즘 중국은 ‘황치열(황쯔리에) 신드롬’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시즌 중국판 〈나가수〉에 유일한 외국 가수로 출연해 쟁쟁한 중화권 톱 가수들과 치열한 경연을 펼치며 프로그램의 인기를 견인 중이다. 그가 등장하면, 순간 시청률이 치솟고 중국 언론은 그의 인기 비결을 분석하는 기사를 쏟아낸다. 중국의 SNS인 웨이보 폴로어 수는 3백20만 명에 달하고, 3월 초에는 톱스타들만 출연한다는 예능 프로그램 〈쾌락대본영〉에도 얼굴도장을 찍었다.
 
중국 진출 두 달 만에 벼락 스타가 된 황치열. 어디서 뭘 하다 이제 나타났나 싶지만 사실 그는 긴 무명 생활 동안 내공을 다져온 준비된 스타다. 2006년 임재범의 ‘고해’를 리메이크한 드라마 OST로 데뷔한 그는 이듬해 1집 앨범 〈오감〉을 발표했지만 주목받지 못했고 2010년에는 웬즈데이라는 팀을 꾸렸으나 이마저도 실패했다. 015B의 객원 보컬로도 투입된 바 있지만 이 역시 빛을 보지 못하고 아이돌 그룹 보컬 트레이너로 생계를 이어왔다. 그러다 지난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출연한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너의 목소리가 보여〉를 통해 비로소 진가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후 KBS 〈불후의 명곡〉과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라디오스타〉 등을 통해 10년간 갈고닦은 노래 실력과 예능감을 발산하며 대세로 떠올랐다. 중국인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건 이런 남다른 인생 스토리의 영향도 적지 않다. 처음 황치열의 노래와 외모에 열광했던 중국 팬들은 그의 스토리를 알고 난 후 진정성에 주목하고 노래를 들으며 함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대륙을 웃고 울린 스타, 황치열을 8차 경선에서 ‘허니’로 우승한 직후 이메일 인터뷰로 만났다.

▼ 지금도 중국에 머물고 있나요?

네. 〈나가수〉 무대 준비 때문에 계속 중국 후난성 성도 창사에서 지내고 있어요. 조만간 다른 일정 때문에 잠시 한국에 들어갔다 올 예정이긴 합니다.



▼ ‘황쯔리에 신드롬’이라고 할 정도로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백화점에서는 팬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보안팀에서 경호까지 나왔다고 하던데 중국 내에서 인기가 어느 정도인가요?

아직 신드롬이라고까지 할 만할 정도는 아니지만, 처음에는 알아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나가수〉가 방송되면서 많은 분들이 알아보고 사진 촬영이나 사인을 부탁하기도 하세요. 최근에는 새벽부터 숙소 앞에 찾아와 한국어로 된 응원 수건을 들고 기다리는 중국 팬들도 계신데, 너무 감사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그래요. 아, 그리고 얼마 전엔 베이징 공항에 갔는데 현지 팬들이 너무 많이 오셔서 일반 통로로 나가지 못하고 패스트 트랙을 이용해야 했죠. 힘들게 거기까지 찾아오셨을 텐데, 만나뵙지 못해 안타까웠어요.

▼ 처음 중국에 진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출연했던 〈불후의 명곡〉을 보고 중국 쪽에서 먼저 연락을 해왔어요. 중국판 〈나가수〉 연출을 맡고 있는 PD님 말씀으론 당시 ‘구름나그네’와 ‘아버지’ 무대를 보고 무대 장악력과 호소력 있는 목소리에 반했다고 하더라고요. 〈너의 목소리가 보여〉를 보고 저를 발탁해주시고 중국 진출까지 도와주셨으니, 〈불후의 명곡〉 PD님이 제겐 은인이시죠.
 
▼ 2월 5일 4차 경연에서 빅뱅의 ‘뱅뱅뱅’으로 처음 1등을 했는데, 그때 소감은 어땠나요.

진행자가 우승자를 호명할 때 저일 거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어요. 믿기지 않아서 매니저로 활약 중인 장위안 씨에게 “정말 나 맞냐?”고 계속 물어봤죠. 1등을 하리라곤 전혀 예상을 못했기 때문에 녹화 당시엔 기쁘고 신났다기보다 얼떨떨했고, 방송이 나간 후 많은 분들의 축하를 받고 나서야 1등이란 걸 실감할 수 있었어요.

▼ ‘뱅뱅뱅’과 ‘허니’로 우승을 차지했는데, 스스로 생각하는 〈나가수〉 최고의 무대는.

처음 1위를 했던 ‘뱅뱅뱅’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요. 중국에서 굉장히 사랑받는 노래라 자칫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는 모험이었죠. 연습 시간도 충분치 않고, 랩에도 처음 도전하는 거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슬픈 발라드만 하던 제가 댄스곡을 부르는 게 중국 팬들에겐 반전으로 다가갔다고 하더군요.
  
▼ 중국에서 ‘하트 왕자’라고 불리던데.

〈나가수〉 녹화 때 팬들을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손가락 하트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저를 상징하는 사인처럼 됐어요. 녹화장에 한글로 ‘하트 왕자’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오기도 하시고 제가 무대에 올라가면 손가락 하트를 해주시죠.  



▼ 중국 사람들이 황치열 씨를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글쎄요. 중국 기사를 보면 허스키한 보이스에 준수한 외모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던데…(웃음). 사실 이곳에도 잘생긴 분들은 굉장히 많아요. 외적인 부분보다 좋아하는 노래를 계속하기 위해 오랜 무명 생활을 견뎌온 것에 높은 점수를 주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 역시 힘든 시간을 겪어왔기에 제게 주어지는 모든 무대가 감사하고, 그 무대를 찾아주시는 팬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만큼 항상 겸손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런 점 또한 좋게 봐주시는 것 같습니다.

▼ 지난 10년 동안 가수를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을 텐데,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요.

2년 전쯤 노래를 그만둬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어요. 2007년 음반을 한 장 내고 7년 동안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음악 생활을 계속할 자신이 없었죠. 그 무렵 지인의 소개로 보컬 레슨으로 방향을 바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매진하고 있던 중 〈너의 목소리가 보여〉라는 기회가 찾아왔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 노래를 그만두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에요.

▼ 중국 최고 예능 프로그램이자 김수현, 이민호, 박해진 등 한류 스타들이 거쳐간 〈쾌락대본영〉 녹화는 어땠나요.

정말 영광이었죠. 〈나가수〉 출연진들과 함께해서 훨씬 더 의미 있었고, ‘중국의 유재석’ 격인 허지옹을 비롯해 셰나, 리웨이쟈, 두하이터오, 우시엔 같은 최고의 MC들과 게임도 하고 토크도 하고 마치 한국에서 예능을 하는 것처럼 신나게 녹화했어요. ‘언어 소통이 자유로웠다면 더 즐겁고 재미있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후회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 황치열 씨 중국어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여기 오기 전 속성으로 간단한 회화를 익히기는 했지만 아직 걸음마 수준이에요. 중국에선 가사가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어 노래를 부를 땐 가사를 말하듯 전달하려고 연습을 많이 하고 있어요. 장위안 씨가 매니저로 활약하면서 통역도 해주고 결과가 좋으면 함께 기뻐해줘서 든든해요.

▼ 과거 〈불후의 명곡〉 녹화 중 인순이의 노래 ‘아버지’를 부르면서 오열한 적이 있죠. 중국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이 많이 기뻐하실 것 같아요. 

다른 무엇보다 그 점이 행복합니다. 맘고생 많이 하셨던 부모님이 요즘은 매일 팬 카페에 들어가 팬들이 올리는 글과 동영상을 보면서 제가 어떻게 지내는지 확인하세요. 가족의 응원이 큰 힘이 되고 있어요. 



▼ 〈나가수〉가 종반을 향해 가고 있는데, 이 방송을 통해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당장의 목표는 파이널 무대까지 살아남는 거예요. 그리고 더 바라는 게 있다면 한국과 중국뿐 아니라 그외 다른 나라에까지도 저 황치열이라는 사람이 어떤 가수이고 어떤 사람이며 어떤 매력이 있는지 알리고 싶어요. 그것은 제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 당분간 한국과 중국에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나가수〉가 경연 프로그램이다 보니 준비할 게 상당히 많아요. 그걸 잘해내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게 급선무예요. 〈나가수〉에 출연하면서 잠시 보류해둔 앨범 작업도 마무리 지을 계획입니다. 곧 좋은 모습으로 인사드릴게요.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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