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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보다 아빠 장진 감독이 만든 가족 놀이터

패밀리비즈니스

글 · 김지영 | 사진 · 조영철 기자, 사진제공 · 이케아 디자인 · 박경옥

입력 2016.03.29 15:07:23

괴짜보다 아빠 장진 감독이 만든  가족 놀이터
돈이 많은 부모는 아이에게 돈을 물려주려 하고, 현명한 부모는 돈을 버는 방법을 가르치려 한다. 그러나 장진 감독은 두 아들에게 돈 없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쳐주고 있다. 스웨덴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케아와 함께 만든 미니 드라마에 ‘집은 아이들의 소중한 놀이터’라는 생각을 담아낸 그가 살고 있는 집은 어떤 모습일까.







올해 막을 올린 연극 〈꽃의 비밀〉과 〈얼음〉을 모두 흥행 궤도에 올려놓은 장진(45) 감독이 스웨덴의 라이프스타일&가구 브랜드 이케아와의 협업을 통해 브랜드라마(브랜드의 제품을 소비자에게 스토리가 있는 드라마 형식으로 보여주는 영상)를 제작했다. 장 감독은 그동안 연극과 영화를 무대로 삼아 이런 창의적인 시도를 계속해왔다. 장진 하면 ‘괴짜’나 ‘크리에이티브’ 같은 키워드가 먼저 떠오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 장 감독이 만드는 가족 이야기이기에 더 큰 기대감을 안고 촬영 현장을 찾았다.





괴짜보다 아빠 장진 감독이 만든  가족 놀이터
그는 〈가족의 소중한 놀이터 우리집〉이라는 제목의 브랜드라마에서 아이들을 위한 가장 중요한 학습 공간이자 놀이 공간으로서 집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가구는 가족과 함께 있을 때 가장 친근하지요. 총각일 때는 그걸 몰랐는데 결혼해 아이가 생기니 집만큼 편안한 공간이 없더라고요. 처음에는 젊은 세대의 트렌드를 좇아갈 수 있을지 두렵기도 했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의 하루를 담는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로 엮었어요. 아이는 가족과 함께 있을 때 진짜 아이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죠.”

이 작품에는 장 감독의 실제 육아 경험담이 곳곳에 녹아 있다. 그는 2007년 10세 연하의 교육 전문가 차영은 씨와 결혼해 차인과 차윤, 두 아들을 낳았다. 두 아이는 올해 우리 나이로 각각 9세, 7세가 됐다.
“한번은 아이에게 덧셈을 세로로 풀면 훨씬 쉽다고 말해놓고 일의 자리부터 더해야 한다는 것을 깜박하고 안 알려줬어요. 나중에 문제집을 보니까 ‘45+45=81’이라고 계산했더라고요. 그걸 보고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나서 브랜드라마의 한 에피소드로 소개했죠.”



가족과 함께하는 노동은 즐겁다

2014년 인터뷰할 때 단독주택으로 이사할 계획 이라고 했어요. 

그해 겨울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단독주택으로 이사했어요. 평창동 단독주택 하면 으리으리한 저택을 상상하겠지만, 저희 집은 진짜 작아요. 겨울에 아이들과 마당에서 눈을 쓸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을 정도로. 마당이 현관과 대문 사이에 놓인 잠깐의 공간이거든요. 단독주택이다 보니 와이프가 할 일이 많아졌죠.

아내는 교육교재 사업을 하면서 집안일도 하고, 아이들에게도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해요. 일하러 사무실에 나갈 때도 아이들을 데려가 같이 그림을 그리며 놀아요. 아이들과 함께 노는 모습을 보면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예요(2014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장 감독은 “아내는 교습보다 경험에 무게를 두고 아이들이 놀이와 운동을 즐기며 배려와 양보, 팀워크 등을 스스로 터득하도록 이끌고 있다. 또 아이들과 함께 폐품과 빈병 등으로 교육교재와 장난감을 만들어 놀며 자원의 소중함과 스스로 만드는 재미를 알게 하는 지혜로운 엄마”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아내가 대학원에서 영재교육을 전공한다고 들었어요.

공부하다가 말았어요. 영재교육이라는 게 그다지 특별한 교육적 가치가 있거나 자기가 탐구하고 싶었던 바와는 달랐던 것 같아요. 영재는 선택받은 사람일 수 있지만 행복한 사람은 아니라는 결론을 냈더라고요. 영재는 이 사회나 어떤 교육 기관에서 특별히 돌봐야 할 아이이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행복한 천재가 아니라는 거죠.

▼ 두 아들은 혹시 영재가 아닌가요.

저희 아이들은 또래 사내아이가 사고 치는 거 평균적으로 다 하고, 재능도 보통 수준 안에 있는 듯해요. 오히려 약간 둔하다고 할까요. 하하. 근데 그게 만족스러워요. 아내도 조급해하지 않아요. 물론 저희 아이들도 선행학습을 하긴 해요. 부모가 억지로 시킨 건 아니고, 아이가 먼저 원하면 경험은 하게끔 하는 정도죠.

▼ 집 안에 가구나 놀이 기구가 많은가요. 

집이 작다 보니 그런 걸 많이 들여놓을 수도 없고, 일부러 안 들여놓은 측면도 있어요. 집 안에 있는 물건이나 바닥이 상할까 봐 아이에게 뛰지 마, 던지지 마, 공놀이하지 마, 하고 얘기하기가 미안해서요.

▼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 이사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큰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와이프가 단독주택으로 이사하기를 원했어요. 단독주택은 손이 많이 가서 혼자 살림과 육아를 다 하면서 집까지 관리해야 하는데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했더니 와이프가 “우리 애들이 나중에 기억하는 유년 시절의 집이 이런 아파트는 아니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전에 살던 집이 굉장히 편한 아파트였거든요. 관리비를 좀 많이 내는 대신 전구 하나, 문고리 하나가 고장이 나도 와서 바로바로 고쳐주는 분들이 계시니까 그런 즐거운 노동을 할 겨를이 없었어요. 아내는 힘들어도 그런 걸 직접 하자는 주의예요. 그런 게 다 교육이 된다는 거죠.

▼ 어떤 교육적 효과가 있을까요.

전구가 망가지면 아이들이 철물점이나 전파사에 가보는 계기가 될 수 있죠. 저희 부부는 아이들에게 심부름을 잘 시키거든요. 또 분리수거도 아이들과 같이 하고, 빨래도 같이 개서 자기 옷장에 넣도록 해요. 그러다 보니 자기 방을 스스로 정리하고, 밥 먹고 나서는 수저랑 그릇을 정리하는 습관도 몸에 배어 있죠. 지난해부터는 강아지 키우는 일도 아이들이 맡고 있어요. 그런 작은 행동들을 통해 아이들이 자립심과 책임감, 약자에 대한 배려심을 키울 수 있다고 믿거든요.


괴짜보다 아빠 장진 감독이 만든  가족 놀이터

주말마다 ‘집밥 장 선생’으로 변신

▼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아빠인가요.

노력하는 편이에요. 아이들이 저와 성향이 비슷해 같이 놀기가 편해요. 제가 재미없어하는 분야나 잘하지 못하는 영역에 관심을 보인다든지, 딸이었으면 잘 놀아주지 못했을 텐데 사내 녀석들이다 보니 운동장에서 뛰고 와일드하게 노는 걸 좋아하거든요. 다만 아이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터무니없이 적어요.

절대적으로 미안한 건, 아이들이 이미 자신들의 아버지가 놀아줄 수 있는 최대치를 알아버린 거예요. 예를 들어서 “아빠, 오늘 축구하면 안 돼?” 이러면서 아빠가 그걸 할 수 없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곧 “아빠, 그냥 카드 게임 하자”로 타협을 하죠. 이제 아이들이 제 컨디션을 아는 거죠. 그런 순간 아버지는 좀 전지전능한 존재이고 싶은데,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게 만든 게 정말 미안해요.

▼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뭔가요.

얼마 전에 아이들과 마트에 다녀왔어요. 짐을 들 때 부피가 작거나 가벼운 건 아이들에게 들게 하는데 그날은 양이 많지 않았어요. 근데 큰아이가 마트에서는 가만있다가 집에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어가서 비닐봉지 하나를 얻어오더라고요. 그러더니 거기다 자기가 들 걸 나눠 달라고 하는 거예요. 마트에서는 비닐봉지를 사야 하니까 공짜로 얻을 수 있는 편의점을 찾은 거예요. 경제 개념이 생긴 거죠. 얼마 전 와이프에게 호되게 혼난 일도 기억에 남아요. 주머니에 1천원짜리 지폐가 있기에 아이들에게 1천원씩 줬는데 와이프가 “얘네, 쓰레기 갖다 버렸을 때 잘했다고 주는 돈이 3백 원이야. 근데 왜 룰을 어겨?” 하면서 버럭 화를 냈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야단맞을 만하더라고요. 임금 협상을 다 마쳤는데 외부 자본이 들어와서 물을 흐린 셈이잖아요(웃음).

▼ 집에서 요리도 하세요. 요즘 요리 잘하는 남자가 인기잖아요.

요리를 진짜 잘해요. 그거 좀 꼭 써주세요. 하하. 와이프는 살림을 배우지 못한 채로 어린 나이에 시집와서 처음에는 주방 일에 서툴렀어요 그래서 손님이 오면 제가 요리를 했어요. 요리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근데 요즘은 주방이 그분의 영역이어서 저는 함부로 못 들어가요. 대신 주말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제가 아이들 식사를 차려요. 메뉴는  볶음밥. 새우나 생선가스를 올린 카레덮밥 등이죠.


괴짜보다 아빠 장진 감독이 만든  가족 놀이터

이케아의 브랜드라마를 촬영한 장진 감독. 두 아들을 키우며 얻은 경험과 추억을 영상에 녹여냈다.

‘오늘 ’ 뭘 만들어낼까  

▼ 향후 활동 계획을 들려주세요.

내년 초까지는 영화를 선보이기 힘들어요. 지금 준비 중인 새로운 미디어 작업 때문에요. 모바일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데, 콘텐츠는 물론이고 시스템과 시장에 관한 솔루션도 만드는 굉장히 매력적인 영역이라서 2년은 이 일에 전념하려고 해요.

▼ 올해 소망은 뭔가요.

작업할 때는 무엇보다 ‘오늘’ 뭘 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중요한 화두로 삼아요. 얼마 전 오랜만에 극 두 편을 신작으로 올렸지만 그건 이미 제게는 옛날 일일 뿐이죠. 지난 일에 연연하기보다 현재를 충실히 살면서 앞으로 나갈 바를 연구하거든요. 어느덧 저도 40대 중반을 넘어가고 있는데 올해가 끝날 때까지 그런 기질로 사는 게 올해 소망입니다. 또 제게는 새로운 도전이기도 한 이케아 브랜드라마가 좋은 반응을 얻었으면 하고요. 하하.

장진 감독을 만난 날은 2월 24일, 그의 생일이었다. 이케아 브랜드라마 촬영장 안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스태프들에 둘러싸여 생일 파티를 하는 그의 모습은 무척 행복해 보였다. 아마도 그는 이날 밤 늦게 사랑하는 아내, 두 아들과 함께 또 한 번의 생일 파티를 열고 입을 귀에 건 채 한참을 웃었을 것이다.

위트와 감동을 알고,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장 감독의 새로운 면을 온전히 볼 수 있는 이케아 브랜드라마는 30초, 1분, 그리고 2분짜리 풀 버전 영상으로 제작됐다. 이 작품은 4월 초 이케아 홈페이지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여성동아 2016년 4월 6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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