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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제지 신데렐라 노미정 부회장

3년 만에 회사 매각

글 · 김명희 기자 | 사진 ·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더팩트 제공 | 디자인 · 유내경

2016. 02. 23

2012년 전처의 두 아들을 제치고 35세 연상의 남편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아 회사를 경영해온 노미정 영풍제지 부회장이 최근 지분 대부분을 매각했다. 이로써 40년 전통의 영풍제지는 이무진 회장의 손에서 완전히 멀어졌다.

골판지 원지를 생산하는 영풍제지는 최근 몇년 간 기업 실적과 관련된 부분보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문제로 호사가들의 입에 더 많이 오르내렸다. 그 중심에는 이무진(82) 회장의 35세 연하 아내 노미정(47) 부회장이 있다. 그녀는 2008년 이 회장과 결혼한 뒤 4년여 만인 2012년 부회장 자리에 올랐고, 같은 해 남편이 보유한 지분 전량을 증여받아 영풍제지를 실질적으로 이끌었다. 이무진 회장이 쉰을 훌쩍 넘긴 두 아들을 제치고 한참이나 어린 두 번째 아내에게 회사를 넘긴 배경에 많은 이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무진 회장은 당시 와 만나 “아내가 나이는 많지 않지만 아주 똑똑하다”며 “회사를 잘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기대와 달리 ‘노미정의 영풍제지’는 채 3년도 못 돼 좌초하고 말았다. 노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말 보유 지분 54.44% 중 50.54%를 사모투자사인 큐캐피탈파트너스가 운용하는 그로쓰제1호 투자목적 주식회사에 매각했다. 영풍제지는 공시에서 “향후 매수자와 매도자 각각이 선행 조건을 완료하는 대로 최대 주주를 변경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녀가 주식 매각을 통해 손에 쥔 돈은 6백50억원이다.



증여세 충당하기 위해 1백억원 넘는 대출받아

노미정 부회장이 3년도 채 안 돼 지분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던 첫 번째 이유는 증여세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노 부회장은 남편으로부터 주식을 물려받으면서 1백억원 상당의 증여세를 부과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부회장은 이를 충당하기 위해 최대 주주로 올라선 이후 현금 확보에 열을 올렸다. 이를 위해 동원된 방법이 주식담보대출이다. 그녀는 2013년 회사 주식을 담보로 70억원을 빌린 것을 시작으로 차입처를 바꿔가며 최근까지 1백억원이 넘는 대출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자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고배당 정책을 실시해 2012년 44.92%던 영풍제지의 배당 성향(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은 2014년 240.7%까지 치솟았다. 2013년부터 2년에 걸쳐 노 부회장이 받아간 배당금만 70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사정이 이렇다고 해도 자산 가치 1천억원이 넘는 회사의 경영권을 선뜻 내놓은 이유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좀 더 자세한 취재를 위해 이무진 회장과 노미정 부회장이 거주하는 서울 광장동의 아파트를 찾았다가 뜻밖의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무진 회장은 인근에 따로 집을 얻어 살고 있으며 노미정 부회장은 남편이 살고 있는 곳과 광장동 아파트를 오가며 생활한다는 것. 두 사람 사이에는 여덟 살 난 첫째를 비롯한 두 아들이 있는데,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아이들은 외국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지인을 통해 지분 매각과 관련, 노미정 부회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할 이야기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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