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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삼천포

꼴찌의 비범함에 사로잡힌 그들의 성장기

글&사진 · 남기환 여행작가 | 디자인 · 최진이 기자

입력 2016.01.18 14:18:09

1990년대의 정서와 일상을 맛깔스레 그렸던 드라마가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더니 이제 그 시대를 1980년대로 더 되돌려 다시 한 번 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나온 시간이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이유가 막연한 추억이나 향수라는 말로만 풀이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 모든 순간들이 아날로그의 흔적으로 쌓이고 쌓여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겹쳐져 떠오르는 아스라함 때문은 아닐까. 1980년대의 한순간을 살았던 이들이 2000년대를 훌쩍 건너 그때의 ‘정신’으로 돌아가고픈 이야기도 그러한 저릿함을 안겨준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삼천포


‘슈퍼맨의 야구단’에서 시작한 전설 같은 추억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발사되고, 비운의 복서 김득구가 경기 중 숨지고, 미 문화원 방화 사건과 의령에서 우범곤 순경이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이 일어나며, 이철희 · 장영자 부부가 건국 이래 최대의 경제 사기로 구속되던 1982년. 중학생이 된 ‘나’는 그보다 더 거대한 세상의 변화를 경험한다. 그것은 한국 프로야구 출범이었다. 인천에서 살던 나는 연고 팀이던 ‘삼미 슈퍼스타즈’(이하 삼미)에 자연히 관심을 갖게 되고 단연 돋보였던 팀 캐릭터, 슈퍼맨에 마음을 빼앗겨 열혈 팬이 된다.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어린이 팬클럽에 가입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삼미는 한 몸에 받았던 기대감을 말 그대로 ‘슈퍼’하게 저조한 성적으로 되돌려준다. 당시 6개 구단 중 꼴찌로 시즌을 마감했을 뿐만 아니라 공격과 수비, 투구 등 모든 면에서 신기록에 가까운 처참한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그런 사정은 해가 거듭될수록 타 구단의 성장과 정반대 길을 걸으며 나빠졌고, 나와 더불어 친구 조성훈 등 삼미의 팬클럽을 자처하던 동네 아이들의 마음과 열정은 점점 삼미로부터 멀어져간다.
그러는 사이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류 대학’에 진학한다. 조금은 특별한 첫사랑을 만나고, 역시나 범상치 않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그것 말고는 도드라질 것 없는 지극히 평범한 시간을 보낸다. 마치 삼미가 화려한 프로야구의 인기에 반해 평범하기 짝이 없는, 그래서 프로 구단이 아닌 듯 취급받았던 것처럼, 일류 대학에 다니면서도 학우들과 어딘지 모를 거리감을 의식하며 지낸 젊은 시절이었다.
그리고 그나마 기억할 만한 사람들을 만나고 설레거나 아프기도 했던 대학 1, 2학년을 끝으로 나는 청춘도 끝냈다. 군대를 다녀온 뒤 수순처럼 대기업에 입사를 하고 맞선을 봐 결혼을 한다. 역시나 평범하면서도 조직에 크게 거스르지 않게 열심히만 살아가던 시간. 당시 대기업을 다니던 누구나 그랬듯 ‘가정을 버려야 직장에서 살아남는다’는 말을 신조 삼아 새벽 5시 출근을 마다 않는 삶 역시 그러했다. 그러나 그 평범함의 끝은 좌절이었다. 나는 소원해진 아내와 이혼을 하고, 금융위기 사태가 발생하자 당시 구조조정을 통해 ‘고통 분담’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거리에 내몰린 무수한 실업자들 가운데 하나가 돼야 했다. 그사이 제대 후 쪽지 한 장만 남기고 일본으로 떠났던 친구 조성훈이 돌아와 함께 지내게 된다.
실직한 나에게 조성훈은 딱 필요한 만큼만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면서 다시 한 번 삼미의 팬클럽이 되자고 제안한다. 이겨야 하는 것이 목표였던 타 구단과는 달리 ‘야구를 통한 정신 수양’을 말했던 그 옛날 삼미의 야구를 다시 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의 ‘청춘’에 함께했던 친구 ‘조르바’와 세상의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세상의 눈에는 전혀 ‘프로답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 팬클럽 겸 야구단을 결성하기에 이른다.



이기기 위해 야구를 하지 않았던 시대의 이야기

얼핏 제목만으로 짐작하면 열혈 야구 팬들의 이야기일 듯하지만, 소설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문제의 그 삼미를 기억했던 한 남자의 성장사를 야구단의 역사와 함께 당시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일상, 제도, 사회의 모습 등과 자연스럽게 병치하며 1980년대와 1990년대를 추억해간다. 단순히 추억해가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에게 삼미로 상징되는 삶의 가치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무너졌으며, 다시 그 ‘고귀한’ 평범함을 통해 위로받게 되는지를 그려낸다.
작가 박민규가 2003년 발표한 장편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발간 당시 많은 관심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제목도 눈길을 끌거니와, 1982년부터 20여 년의 세월을 배경으로 하면서 당시 유행과 광고, 상품, 인물, 사건 등을 묘사하는 데 있어 놀랍도록 치밀하고 섬세한 면모를 작품 전반에 걸쳐 드러내기 때문이다. 마치 20세기 말의 풍속 사전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많은 익숙한 말들이 등장한다. 그 시절 유행하던 시나 노래, 음악과 격언 등에서 중간 제목을 따 와 관심을 모으는 작법도 재미있다.
풍자적이면서도 비아냥거리는 듯, 그러나 기막힌 ‘말발’이 살아 있는 문체도 이 작품에서 드러나는 작가 박민규의 매력이다. 제8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할 당시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가벼움’이 문제로 지적되긴 했지만, 큰 의견 차가 없을 정도로 그의 재치 있는 문체와 잘 정돈된 이야기 구조의 매력이 컸다. 이 소설을 읽은 독자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쉽게 읽히면서도 문장 하나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절묘한 표현과 의미들이 담겨 있어 쉬 손에서 놓지 못했다는 식이다. 1980~90년대를 대신하는 여러 사건들과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는 대목들이 이어질 때면 아마 40대 중반 이상의 독자들은 묘한 동지애마저 느꼈겠다 싶을 정도로 소위 ‘디테일이 잘 살아 있는’ 묘사가 돋보인다. 안타깝게도 지난해 작가가 일부 야구선수의 묘사 등을 인터넷 게시판 글에서 가져왔다고 표절을 인정한 사건이 있었지만 이 소설을 읽었을 때의 감동은 줄지 않았다.
삼미는 실제로 한국 프로야구 출범 당시부터 인천을 연고로 했던 구단이었다. 이후 여러 이름으로 바뀌며 가장 짧게 그라운드를 누볐던 구단으로 남긴 했지만, 꼴찌의 자리를 단 한 번도 내어주지 않으면서, 오늘 지면 내일 또 지고, 만약 그다음 날 지지 않는다면 그건 경기가 없는 날이었던 그런 팀이었다. 그런데 그 삼미가 묵묵히 경기를 치르며 마지막 이닝을 끝내는 모습은 안쓰러움과 애틋함을 동시에 자아내며 지금껏 많은 이들의 기억에 살아 있는 프로야구단이 됐다. 같은 구단의 실제 인물을 모티프로 만들어졌던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2004) 역시 그런 감정선 위에 놓여 있다. 단순한 팬심이 아니라 ‘신화화’된 듯하다고나 할까.
작가는 그렇게 전혀 ‘프로답지’ 않았던 이 야구단에 대한 이야기로 중심축을 구성한 뒤, 무한 경쟁이 본격화된 1980~90년대의 변화를 일치시키면서 모두가 ‘프로’라는 이름에 열광하게 된, 프로가 되지 않으면 곧 낙오자로 취급받는 의미를 알아가던 시대를 어떻게 주인공이 살아왔는지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는 비범해 보이지만) 이기기 위한 싸움을 하지 않는 듯했던 삼미를 닮은 이들(세상의 기준으로 본다면 뚜렷한 직업이 없거나 ‘루저’일 수 있는)이 모여 마지막 팬클럽을 결성한다. 삼미가 해체된 뒤 한참이 지나서의 일이지만 그들은 1980년대 프로야구 초창기 삼미의 경기 장면을 함께 보면서 당시 얼마나 대단한 팀이었는지에 대해, 아름답게 진다는 것의 의미를 아는 팀이라는 데에 뒤늦게(?) 감탄하고 그 자신들 스스로 야구 팀으로서의 조건도 갖춰나간다. 그리고 프로야구 출범 첫해 삼미가 6개 구단 중 가장 먼저 따뜻한 남쪽 지방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듯, 이 12명의 팬클럽 야구단은 일주일간의 전지훈련을 계획한다. 그들이 선택한 훈련지는 삼천포였다.



바다에서부터 시작하는 삼천포의 하루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삼천포

당일 새벽 잡아온 생선과 어패류를 판매하는 수산시장. 모둠 해물 한 접시를 주문하면 전복, 개불, 해삼 등이 아낌없이 차려져 나온다.

삼천포. 소설의 에필로그에서도 언급되듯 삼천포는 공식적으로는 없어진 행정 지역명이다. 경상남도 사천군에 흡수되다시피 통합을 했고, 사천시의 여러 동네 가운데 하나가 됐다. 그러나 여전히 삼천포는 ‘삼천포’로 통한다. 그 옛 이름이 주는 익숙함을 떨치지 못해서도 그렇겠지만, 삼천포가 주는 안온하면서도 넉넉한 매력을 낯선 동리 이름으로 대신하기는 분명 부족했을 것이다. 소설에서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었다”라고까지 얘기되는 삼천포 여행은 ‘포(浦’)라는 이름에서 예상했듯이 바다에서 시작해서 바다로 끝을 맺는다. 고려 성종기, 세금을 거둬 궁으로 보내기 위해 창고를 지었던 포구가 당시 수도였던 개성에서 물길로 3천 리나 떨어져 있다고 해서 삼천포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지명의 유래보다는 ‘잘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진다’는 표현으로 더 널리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삼천포항 여행의 첫 단추는 새벽 경매시장에서 꿰었다. 밤사이 조업을 끝낸 어선들이 항구에 닿기 시작하면서 새벽 3시를 조금 넘긴 항구의 경매장은 낮보다 더한 분주함이 지배한다. 어선에서 생선을 들어 올리면 약속한 듯 누군가는 재빠르게 담아 보기 좋게 경매장 앞에 도열시킨다. 차츰 경매장 바닥이 펄떡거리는 생선들로 채워질 즈음, 새벽 4시 정각이 되자 경매의 시작을 알리는 사이렌이 새벽 항구의 하늘을 찢어 잠을 깨운다. 그때까지 채 생선을 부리지 못한 어부들의 손은 더없이 분주해지고 저 먼 방파제를 막 넘어선 배들도 뱃길을 재촉해 속속 항구로 모여든다.
번호가 적힌 모자를 쓴 중매인들이 생선들 앞에 서고 경매사는 보통 사람의 귀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외계어에 가까운 말들을 순식간에 쏟아내며 흥정을 붙인다. 잠시 넋을 잃고 보는 사이 벌써 절반 가까이의 생선들이 주인을 찾아 리어카에 실려 나가고 있다. 생선의 신선도와 크기, 어종의 가치는 먹이를 낚아채는 독수리보다 더 빠른 중매인들의 눈길에 진즉에 판가름 난다. 타지에서 온 여행자의 눈에는 언제 보아도 그저 신기해 입이 딱 벌어지는 풍경이다.
어느덧 동쪽 하늘이 희끄무레해지면 경매에서 사들인 생선이며 어패류를 내놓은 수산시장과 좌판들이 분주해질 차례다. 삼천포 바다에서 여러 방식으로 얻은 풍부한 수산물은 그 싱싱함과 뛰어난 맛을 알고 찾아오는 이들에 의해 삼천포항 경매장과 이웃한 용궁수산시장, 서부시장에서 우선 소비된다. 용궁수산시장이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에 따라 옛 모습을 버리고 깔끔하게 단장된 반면, 서부시장 일대는 여전히 좌판이 길게 드리운 예의 재래식 수산시장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그 어느 곳이든 삼천포 바다의 맛은 다르지 않으니 사람들은 두 곳을 오가며 눈과 맛의 호사를 마음껏 즐긴다.
삼천포에 낮이 찾아왔을 때, 조용한 항구 도시의 거리를 거닐다가 좀 더 여유로운 풍경을 찾아 해변으로 향했다. 삼천포 신항에서 동쪽으로 조금 더 가면 포근한 해안선과 맑고 잔잔한 바닷물이 있는 작은 남일대 해변이 나온다. 삼미의 마지막 팬클럽 멤버들이 삼천포로 전지훈련을 와 이곳에서 달리기를 하려 해도 수십 미터 거리밖에 확보할 수 없었다고 묘사됐던 그 해변이다. 두 팔 크게 쫙 벌리면 한 아름 거리나 될까 싶을 정도지만 물은 이탈리아 남부의 해변들에서 봤던 푸름에 버금간다. 삼천포에서 거의 유일한 해수욕장으로 파도가 심하지 않고 수심도 얕아 해수욕을 즐기기 그만이다. 이곳 남일대해수욕장에서 해안을 따라 나 있는 산책로는 오른편으로는 깨끗한 바다, 왼편으로는 주상 절리 지형과 어우러지며, 저 먼 해안에 해식 아치가 마치 코끼리를 닮았다 해서 이름 지어진 코끼리 바위가 있는 등 경관이 수려하다.





실안 낙조로부터 시작되는 삼천포 밤바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삼천포


여정은 삼천포 바다를 끼고 도는 해안도로를 따라가며 이어진다. 그런데 저 앞바다에 뭔가 꼬챙이들이 촘촘하게 수면 위로 절반쯤 드러난 채 꽂혀 있다. 얼핏 보면 무슨 모양을 띠고 있는 것 같기도 한 이 구조물은 밀물과 썰물의 차를 이용해 멸치와 생선을 잡아들이던 전통 어업, 죽방렴이다.
보통 죽방렴 하면 남해군이 유일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남해와 같은 바다를 끼고 있는 이곳 삼천포가 죽방렴을 더 일찍 시작했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분명한 것은 15~16세기 이후부터 지금까지 삼천포와 남해군 일대에서 계속되고 있으니 무려 6백 년이나 이어진 전통 방식인 셈이다. 죽방렴은 조류가 빨라지는 길목에 대나무와 참나무 등으로 깔때기 모양의 발을 쳐놓은 뒤 만조에 이 발에 들어간 생선과 게 등이 썰물 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면 그제야 사람이 들어가 뜰채 등으로 건져내는 지혜로운 조업 방식이다. 이 죽방렴을 둘러보는 체험 프로그램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생업과 바로 연관이 있기도 하거니와 안전사고의 위험도 만만치 않아 이제 더 운영하지 않는다. 죽방렴에서 ‘건져 올리는’ 수산물들 가운데 압도적인 인기를 모으는 건 멸치다.
죽방렴이 한눈에 바라다보이는 실안 해안은 우리나라에서 낙조가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동네다. 바다 건너 남해군의 섬들과 해안선 사이로 해가 모습을 감출 때면 이 잔잔한 듯 거친 바다는 주홍 빛깔로 일렁이고 어둑해지는 섬의 실루엣이 눈앞을 채운다. 실안 낙조를 즐기기 위해서는 삼천포-창선대교 주변 공원에 잠시 머물러도 좋고, 실안해안도로를 드라이브 코스 삼아 크게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좋다. 짧은 겨울 해가 저무는 속도는 아쉽기 그지없지만 수증기가 사라진 하늘을 배경으로 한 낙조는 더 또렷하고 정직하게 바다에 드리운다.
이토록 풍성한 수산물이 부려지는 삼천포에 횟집이 없을 리 만무하다. 곳곳에 자리한 횟집은 자연 그대로, 투박해서 더 싱싱한 맛을 경험하게 한다. 또한, 삼천포 신항으로 가는 길에 조성된 팔포횟집단지의 횟집들은 주문한 횟감 외에 바다에서 난 여러 해산물이 한 상 가득 차려지는 곳으로 유명하다. 용궁수산시장 근처에서도 삼천포의 명물이자 독특하게 수산물을 즐길 수 있는 숨은 명소를 찾을 수 있는데, 바로 실내 포장마차들이 즐비하게 어깨를 맞댄 ‘해물 포차’ 단지다. 삼천포에 칠흑의 밤이 찾아왔을 즈음 들른 이 해물 포차에서는 옛날과 다름없이 풍성한 수산물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완전 개방된(?) 주방 앞에는 그날 삼천포 항으로 들여온 장어와 아귀 등 생선이며 조개와 참소라, 해삼, 멍게 등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모둠 해물 한 접시 주문하니 참소라며 전복, 개불, 해삼 등이 아낌없이 차려져 나온다. 인심 좋고 손도 커 주문한 음식 외에 이것저것 더 챙겨주는 ‘오뚜기집’의 강진자 사장은 자신은 포장마차를 한 지 겨우(?) 10년밖에 안 되었고 더 맛있게, 더 다양하게 차려내는 가게가 주변에 있다며 겸손해한다. 삼천포 여행에서 쉬 만날 수 있었던 예의 넉넉함은 이곳에서도 변함이 없다. 하긴, 바다가 풍족하니 사람들의 마음이 각박해질 이유가 없기도 하다. 이곳의 포장마차들은 여느 번듯한 횟집에 비할 분위기는 아니다. 그러나 천막 한 장을 넘으면 쉴 자리를 찾아온 어선을 보듬은 항구와 바다가 조용한 파도 소리를 들려주고, 꾸밈없는 활기가 넘쳐난다. 살아 숨 쉬는 삼천포의 바다처럼 거칠되 힘이 넘치고, 이채로움에 눈과 귀가 즐거운 밤이 그렇게 삼천포 여행의 마지막을 채운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삼천포



Epilogue
전지훈련에서 돌아온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야구단은 그들 나름대로 ‘프로 올스타즈’팀이라 칭하던 대기업 야구 동호회와 시합을 벌인다. 그 옛날 ‘삼미’가 진짜 프로 취급을 받지 못했듯, 스스로 삶의 가치를 발견하고 애쓰며 살아가지만 삼미의 마지막 팬클럽 멤버들은 ‘루저’ 혹은 사회성이 떨어지거나 별종으로 취급받아온 이들이다. 또한, 그들의 상대는 이기기 위해 살고, 이기기 위해 야구 하는 진짜 ‘프로’들로 묘사되고 있다. 그날 ‘삼미’들은 열심히 지기 위해 경기를 벌였고, 어이없는 투구와 타격과 주루 플레이가 이어진다. 물론 일부러 그런다는 것이 프로들의 눈에 금세 들어오고, 경기는 중단된다. 경기 후 그들만의 시상식에서 MVP는 경기 내내 있었는지 없었는지 존재감을 알 길 없던 ‘나’에게 수여된다.
다행히(?) 해피 엔딩으로 맺어진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평범하게 살아가기에 전혀 프로답지 않아 보이는 이들에게도 세상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드러내는 순간이 있음을 알게 되고, 그것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 하나가 마음에 남는다. 그러고 보니 아름답게 질 수 있는, 승부에서 졌다는 것만으로 손가락질 받지 않는 세상을 희망하고 또 맛봤던 이들인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이야기가 유난히 와 닿는 요즘이다. 이 소설이 나온 건 벌써 13년 전인데도 말이다.

Travel Information

찾아가는 길(서울 출발 기준)
승용차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사천 IC에서 나와 삼천포항까지 약 22km 더 가면 된다.
버스 서울남부터미널에서 삼천포시외버스터미널까지 하루 약 15회 운행하며, 4시간 정도 걸린다.
추천 맛집
이름난 횟집들은 팔포횟집단지에 밀집해 있다. 복원횟집(055-832-3922)에서는 제철 생선을 모둠으로 혹은 자연산 활어로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수협 경매장 옆 주차장 앞에 자리한 향원 한정식(055-832-8810)은 자연산 갈치와 텃밭에서 딴 호박으로 요리한 갈치조림이 특히 맛깔스럽다.
추천 숙박지
삼천포항에서 5~10분 거리에 삼천포해상관광호텔(055-832-3004)과 남일대리조트(055-832-9800)를 비롯해 깨끗한 모텔과 펜션 등 다양한 숙박 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여성동아 2016년 1월 6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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