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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새누리당 전 최고위원

“여성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세상이 바뀝니다”

기획 · 김명희 기자|글 · 김지은 자유기고가|사진 · 조영철 기자 | 디자인 · 최진이 기자

입력 2016.01.12 15:15:03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이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삶의 질을 바꾸는 국회 의석 절반을 차지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하는 이혜훈 새누리당 전 최고위원.
대한민국이 좀 더 따뜻하고 건강하게 바뀌려면 무엇보다 여성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이 전 최고위원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자.
이혜훈 새누리당 전 최고위원
구멍이 숭숭 난 보육, 일할 권리를 잃은 청년과 여성들, 불안한 노후…. 지금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은 경제와 직결돼 있다. 그리고 이를 풀 수 있는 열쇠는 정치가 쥐고 있다. 그래서 경제통이자 정치 경험이 풍부한 이혜훈(52) 새누리당 전 최고위원의 이야기는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이혜훈 전 최고위원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LA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개발연구원, 유엔 정책자문위원 및 정부 부처를 두루 거치면서 금융, 재정, 연금 등 각종 경제 분야에서 실력을 발휘했다. 17대 총선에서 서울 서초갑에 당선돼 국회에 입성한 후 18대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브레인’ 역할을 맡기도 했다. 지난 대선 당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을 골자로 한 경제민주화 공약을 설계한 이도 바로 이 최고위원이다.
이런 그도 알고 보면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아들 셋을 키워낸 평범한 대한민국의 아줌마다. 임신과 출산 과정을 거치는 동안 직장에서 말 못할 차별도 겪었고, 아이들을 유치원 대기 순번에 올려놓고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으며, 육아 문제로 남편과 신경전을 벌인 적도 있다. 이런 경험 덕분에 국민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 2013년에는 새누리당 내 가족행복특위를 구성하고 아동학대방지특례법 제정에 힘을 보탰으며, 최근에는 결혼과 육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직장을 포기한 여성들의 경제활동 복귀를 지원하는 여성인재뱅크를 제안하기도 했다.
아들 셋을 키우며 일을 병행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힘든 점이 많았을 것 같아요.  
남편이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다 보니 육아나 가사 노동이 공동의 문제라는 인식이 없었어요. 한번은 아이 셋이 동시에 아팠는데, 각각 다른 병을 앓고 있어서 첫째는 이비인후과 병동에, 둘째는 응급실에, 셋째는 내과 병동에 입원했었죠. 몸은 하나인데 아이들은 각각 다른 병동에 있다 보니 밤새 병원을 미친 듯이 돌아다녔어요. 그러고서 또 낮에는 출근을 해서 일을 해야 했죠.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엄마들치고 이런 상황과 맞닥뜨려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어요.   

우리 사회는 아직도 임신, 출산, 육아를 여성의 몫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런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으신지요.  
그럼요. 정계에 입문하기 전인 1997년이었는데, 막내의 출산을 앞두고도 직장에 임신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하필 한 달에 한 번 전 직원이 등산을 가는 날, 등산로 입구에서 양수가 터졌죠.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갔는데 이미 해산이 임박한 상태여서 둘째를 제왕절개로 낳았음에도 막내를 자연분만했어요. 그러고 나서 회사에 아이를 낳았다고 전화를 했더니 동료가 축하한다거나, 건강은 어떠냐는 인사도 없이 대뜸 “그럼 당신이 하던 업무는 어떻게 하냐?”고 묻더라고요. 그러곤 딱 1주일 뒤부터 집으로 팩스가 쏟아지기 시작하더라고요. 육아휴직 상태였지만 결국엔 재택근무를 하라는 거였죠.



이혜훈 새누리당 전 최고위원
경력단절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 대안으로 여성인재뱅크를 제안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우리나라 기업들은 왜 출산이나 육아를 앞둔 여성을 해고하는 걸까요. 회사 입장에서 보면, 기껏 일을 가르쳐 쓸 만해졌는데 출산과 육아 문제로 업무에 차질이 생기면 대체 인력을 찾기가 쉽지 않아요. 아이가 아프다고, 어린이집에서 돌아올 시간이라고 일찍 퇴근하는 여성은 많지만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픽업하기 위해 퇴근을 서두르거나 아이가 아파서 조퇴를 하는 남성은 없잖아요. 그래서 생각해낸 대안이 여성인재뱅크입니다. 경력단절 여성들의 프로필과 경력, 가능 업무 영역 등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두었다가 특정 회사에 출산과 육아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면 비슷한 업무를 하던 경력단절 여성을 대체 인력으로 투입하는 것이죠. 기업 입장에서도 새로 일을 가르쳐야 하는 신입사원보다 업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경력단절 여성을 채용하는 편이 부담이 적을 것이고, 경력단절 여성들에게는 자신의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거죠.

현시점에서 여성들의 경제활동, 사회 참여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한민국 여성들은 세계적으로도 우수하고 교육 수준도 높아요. 그런데도 노동시장에서의 임금 격차는 최악입니다. 동일 수준의 일을 하는 남성과 여성을 비교했을 때, 남성이 1백만원을 받으면 여성은 62만원을 받는 식이죠. 어렵게 취업에 성공한다고 해도 곳곳에 차별이 산재해 있고요. 그런데 이런 구조는 사회 전체적으로도 손실이에요. 사냥과 수렵, 농사를 짓던 과거에는 국부 창출의 근원이 남성들의 신체 능력에 있었지만, 21세기 정보화시대에는 여성들이 갖고 있는 감성과 상상력, 유연함이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저는 여성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3년 5월 새누리당에 가족행복특위를 출범시켰는데, 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가정 폭력, 성폭력, 학교 폭력, 자살 등은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가족행복특위는 이러한 문제들을 사회 공동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함께 개선해나가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습니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들, 자살한 학생의 부모, 학교 폭력으로 치료받는 학생, 경찰관, 상담 교사 등 일선 현장에 계시는 다양한 분들을 위원으로 위촉해 4개 분과를 만들어 범죄의 원인들을 추적해나갔죠. 예를 들어 10대들의 성폭력 피해는 주로 오후 2~8시 사이, 방과 후 부모가 함께 없는 상태에서 주로 발생하고 20대 여성들은 밤 10시 이후 귀갓길에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처럼 범죄의 유형과 발생 시간대, 사각지대 등을 파악한 다음 해결 방안을 찾았죠. 법이 필요한 부분은 입법을 했고, 예산이나 인력이 모자란 부분에는 추가 예산을 편성하고 인력을 보충하는 식이었죠. 예를 들어 자살한 이들에 대한 심리부검은 제도가 있어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거의 시행되지 못했는데, 가족행복특위의 노력으로 예산 추가 편성이 가능해졌어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대변인으로 경제민주화 공약을 설계했는데, 이 전 최고위원이 그리는 경제민주화의 구체적인 상은 무엇입니까.
1970~80년대만 해도 국가 경제가 8.2% 성장하면 재벌도 8.2% 성장했고, 소상공인들과 근로자들의 수입도 8.2% 늘었어요. 전 계층이 성장의 열매를 고루 나눌 수 있었던 거죠. 하지만 지금은 경제가 4.5% 성장하면 재벌은 16.8%를 벌고 근로자들은 2.3%를 가져가는 식이에요. 경제민주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러한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어요. 경제민주화의 제1원칙은 경제 법치입니다. 이는 대한민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틀을 깨는 것이기도 합니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물건을 납품받아놓고도 1년이 넘도록 대금을 치르지 않는다거나 납품가를 후려치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이런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부분들을 바로잡는 것에서부터 경제민주화가 시작된다고 봅니다.  

여성의 정치 참여, 그리고 연대로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요.  
세상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목소리가 더 커져야 합니다. 여성들의 국회 의석수가 많아질수록 여성들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니까요. 또한 여성 정치인들은 계파와 당적을 떠나 초당적 협력이 가능해요. 아동학대방지특례법이 좋은 사례입니다. 법안을 발의하고 통과하기까지 여당은 물론 야당 소속 의원들도 상당히 큰 힘이 돼주었죠. 여성 정치인들의 이와 같은 연대는 여야 갈등을 해소하고 대립 구도를 유연하게 만들 수 있어요. 남성 정치인들에 비해 부정부패의 유혹도 적고, 그런 것들에서 자유로운 점도 장점이죠. 앞으로도 이런 장점을 살려 여성 문제를 해소하고 화합의 정치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성동아 2016년 1월 6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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