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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business #style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CHANGE MAKER 정의선

EDITOR 김명희 기자

2019. 09. 29

불도저 같은 투박한 이미지는 이제 접어두자. 현대자동차가 스타일리시하게 바뀌고 있고 그 중심에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있다.

#현대차가 지구를 구하는 방법
#자동차 시트 패션

자동차 시트 가죽을 소재로 한 의상을 입고 ‘리스타일’ 컬렉션에 참석한 사라 제시카 파커. 현대자동차는 9월 6일 친환경 브랜드 ‘제로+마리아 코르네호’와 공동으로 자동차 폐가죽 등으로 만든 의상을 선보였다.

자동차 시트 가죽을 소재로 한 의상을 입고 ‘리스타일’ 컬렉션에 참석한 사라 제시카 파커. 현대자동차는 9월 6일 친환경 브랜드 ‘제로+마리아 코르네호’와 공동으로 자동차 폐가죽 등으로 만든 의상을 선보였다.

2020 S/S 뉴욕패션위크 첫날(9월 6일) 뉴요커들의 핫 플레이스인 퍼블릭 키친에서는 ‘리스타일(Re:Style)’이라는 이름의 재미있는 컬렉션이 열렸다. 이날 선보인 의상에 사용된 가죽은 모두 현대자동차의 부품 그룹사인 현대트랜시스에서 공급한 것으로, 연구용으로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 가죽이다. 

이번 컬렉션은 현대자동차가 뉴욕 기반의 친환경 브랜드 ‘제로+마리아 코르네호(ZERO+Maria Cornejo)’와 협업을 통해 마련한 것이다. 제로+마리아 코르네호는 브랜드 설립 초부터 친환경과 지속 가능성을 강조해온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로, 식물성 염료와 자연 친화적인 실크 등 화학제품 대신 지속 가능한 재료를 의상 제작에 사용하는 등 환경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컬렉션에는 인기 미드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사라 제시카 파커, 할리우드 신예 배우 로언 블랜처드, 비욘세 스타일리스트로 잘 알려진 타이 헌터 등 셀렙들의 모습도 보였다. 

자동차 시트에 사용되는 가죽은 차의 품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마감재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품질이 높아지고 있고, 컬러와 패턴도 다양해지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프리미엄 세단 스팅어에 사용되는 나파 가죽은 프라다, 멀버리 등 명품 백의 소재로 사용될 정도다. 현대자동차의 이번 협업은 옷은 옷이고 자동차는 자동차일 뿐이라는 고정관념을 넘어 상상을 통해 기존의 사물을 재창조하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리스타일 컬렉션에서는 의상 외에도 페트병에서 채취한 재생 섬유로 만든 티셔츠와 폐기되는 자동차 에어백을 소재로 만든 토트백도 선보였다. 현대차는 ‘Saving the planet in style(스타일 있는 지구 보호)’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한정판 티셔츠를 판매해 수익금을 글로벌 환경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회장님의 스니커즈
#출근복 완전자율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캐주얼 차림으로 참석한 정의선 수석부회장(오른쪽 끝).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캐주얼 차림으로 참석한 정의선 수석부회장(오른쪽 끝).

남성적이고 투박한 이미지의 현대자동차가 스타일리시하게 바뀌고 있다. 현대차에서 이런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된 건 2017년 소형 SUV ‘코나’를 공개하는 자리에서였다. 자로 잰 듯 반듯한 정장을 고수하던 정의선(49)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이날 슈트 대신 청바지와 ‘알로하 코나(ALOHA KONA)’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골든구스의 스니커즈를 신었다. 편하다 못해 막 입은 것처럼 보이는 이런 패션은 사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등 글로벌 기업의 CEO들을 통해 혁신과 소통의 이미지 창출이라는 ‘기능성’을 검증받은 바 있다. 9월 초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중 45년 전인 1974년 처음 출시된 현대차의 포니를 오마주한 전기 콘셉트 카 ‘45’를 선보이는 자리에서도 정 수석부회장은 스웨터에 면바지, 운동화의 캐주얼한 차림으로 등장했다. 

정 수석부회장의 패션 스타일 변화는 ‘그깟 옷차림’쯤으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가치와 전략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는 2017년 일부 부서에서 주 1회 캐주얼 복장으로 출근할 수 있는 ‘캐주얼데이’를 도입한 데 이어 올 3월부터는 완전 자율복장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사옥에서는 면바지와 스니커즈 차림의 임원,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직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올 9월부터 직급과 호칭, 평가, 승진 등 전반에 걸쳐 인사제도도 큰 폭으로 개편했다. 직위와 연공 중심으로 6단계이던 직급을 회사에서의 역할에 따라 4단계로 줄이고 직원 평가 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꿨으며 승진연차제도도 폐지했다. 현대차 측은 이러한 변화를 통해 좀 더 자유롭고 유연한 사고, 활발한 소통과 협업 문화,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이 조기에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빌트인 전동스쿠터
#수소차 #미래 모빌리티

현대자동차가 최근 공개한 빌트인 타입 전동 스쿠터와 수소 자동차 넥쏘.

현대자동차가 최근 공개한 빌트인 타입 전동 스쿠터와 수소 자동차 넥쏘.

인류의 역사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도전을 통해 발전해왔다. 한국 현대 경제사에서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이가 현대 창업주인 故 정주영 명예회장이다. 그는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무(無)에서 유(有)를 일궈냈다는 평을 얻는다. 이제 한 세대를 건너뛰어 손자인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이끄는 현대자동차는 우주여행 현실화를 공언하는 엘론 머스크 소유의 자동차 회사 테슬라와 미래 차 시장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현대자동차는 큰 축에서는 수소전기차 ‘넥쏘’로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8월 말에는 자동차 빌트인 타입의 전동스쿠터를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전동스쿠터는 배터리 전력으로 작동되기 때문에 유해 물질이 배출되지 않는 친환경 이동 수단이다. 이번에 현대차가 공개한 전동스쿠터는 10.5Ah 크기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으로 약 20km를 주행할 수 있다. 또한 3단으로 접히는 독창적인 디자인을 적용해 크기가 작으며, 무게는 7.7kg으로 현재까지 출시된 동종 제품 중 가장 가볍다. 현대차·기아차는 2021년경 출시될 신차에 이 전동스쿠터를 선택 사양으로 탑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는 무조건 튼튼하고 잘 나가면 그만’이던 시대를 지나 옷이나 가방처럼 자신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내는 수단이 됐다. 스타일과 이미지의 전쟁에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새로운 시도들이 어떤 성과를 낼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예술의전당 1억원 후원 클럽 가입한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부부

지난 2016년 양궁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리우 올림픽 경기장을 찾은 정의선 부회장 부부.

지난 2016년 양궁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리우 올림픽 경기장을 찾은 정의선 부회장 부부.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정지선 씨 부부가 지난 6월 예술의전당 후원회에 가입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정 수석부회장이 주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추진한 덕분에 회사 내부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아는 이가 거의 없었다. 

예술의전당 후원회는 1997년 결성된 국내 최초 예술 기관 후원회로, 예술의전당 운영 및 사업을 재정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예술의전당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기관으로 성장해 나가는 데 기여하고 있다.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보다 활성화시키는 사회적 여건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부부는 무궁화 회원으로 가입했다. 예술의전당 후원회는 가입 시 납부하는 회비에 따라 무궁화·국화·모란·매화·동백·목련·석류 등으로 나뉘는데, 무궁화 회원은 가입비 1억원에 연간 자율적으로 후원금을 기부한다. 현재 무궁화 회원으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 관장 부부, 담철곤 오리온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부부,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과 윤보영 씨 부부, (주)KT&G 등 20팀의 개인 또는 법인이 가입해 있다. 예술의전당 후원회의 한 관계자는 “정의선 수석부회장 부부가 음악을 좋아하고, 시간이 되면 공연도 보러 온다. 후원회에 대해서도 잘 알고 취지에 공감해왔다”고 가입 배경을 설명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부부, 담철곤 오리온 회장 부부 등도 회원 

그간 정 수석부회장은 지속적 예술 분야 후원으로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소신 하에 다양한 메세나 활동을 전개해왔다. 현대차는 국립현대미술관(MMCA), 미국 LA 카운티 미술관(LACMA), 영국 테이트모던(Tate Modern)과 10년 이상 장기간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예술가들을 발굴·후원하는 한편 다양한 글로벌 아트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문화예술 분야 인재를 양성하고 일상 속 문화 확산을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강원도 평창군에서 주민과 음악가들이 함께 어울리는 음악 축제인 ‘제5회 계촌마을 클래식 거리축제’를 열고 시골 마을을 클래식으로 물들였다.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게티이미지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현대자동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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