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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health

한의사 염용하의 건강과 행복에 관한 통찰

“건강하고 싶다면 생각부터 바꿔라”

EDITOR 조윤

2019. 09. 26

건강을 챙길 때 살펴야 할 것은 몸뿐만이 아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처럼 부정적인 생각은 실제로 병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경쟁과 적응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스트레스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같은 마음의 찌꺼기는 온몸을 돌아다니며 병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염용하 용하한의원 원장은 “병이란 지금까지 삶을 대하는 생각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영남권의 허준’으로 불리는 그가 30년 동안 20만 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하며 깨우친 바는 바로 ‘생각이 모든 것’이라는 진리다. 

지난 8월 염 원장은 생각과 병의 상관관계 등을 중심으로 건강과 행복에 관한 통찰을 담은 에세이 ‘한의사 염용하의 내 몸을 살리는 생각 수업’을 출간했다. 그는 생각을 온도, 습도, 순도, 속도, 밀도, 각도, 높이, 깊이, 넓이, 색깔 등 10여 가지 개념으로 분류한 뒤 이것이 지나칠 때 어떻게 병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를 진단한다. 또한 일상의 불안을 이겨내는 법, 주변 사람들과 적정한 관계를 유지하는 법 등 삶의 지혜를 담아냈다. 책을 따라 생각을 하나씩 점검하다 보면 어느새 스스로를 돌아보며 어떻게 생각을 바꾸고, 삶을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생각’에 주목하게 된 이유가 뭔가요. 

어떤 것을 선택하고 결정할 때 모든 판단의 기준은 생각이에요. 지금 이 순간의 생각에 따라 먹을 음식, 만나는 사람, 퇴근 후 할 일이 결정돼요. 생각이 편치 못하면 좋아하던 음식도 맛이 없고 즐겁게 매일 했던 운동도 시큰둥해져요. 똑같은 생각의 패턴으로 살아가면 현재의 불편한 삶은 계속될 수밖에 없어요. 즉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삶도 달라지지 않는 거죠. 20만 명이 넘는 환자를 만나보니 많은 병이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더군요. 삶이 힘들게 여겨지고, 몸이 불편하고, 사람들이 부담스럽다고 느낀다면 생각부터 점검해야 해요. 반대로 병을 회복하는 데 있어서 관건은 생각부터 바꾸는 것이고요. ‘생각이 모든 것을 만든다’라는 것이 30여 년간 진료하면서 얻은 결론입니다. 

의학적으로 생각이 병의 원인이 될 수 있나요. 

생각에 문제가 있으면 일, 식생활, 음주, 흡연, 운동 습관, 수면의 질이 건강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 신체에 크고 작은 문제를 만들게 돼요.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크게 받은 뒤로 목에 가래가 붙어 있는 느낌이 가시질 않는다고 찾아온 환자는 진맥을 해보니 심장이 약했죠. 실제로 겁이 많은 탓에 평소 기분 나쁜 일도 참고 마음에 새겨둔다고 하더군요. ‘눈치 보지 말고 살라’는 처방과 함께 자율신경의 압박을 풀어주는 치료를 꾸준히 받은 뒤 증상이 크게 완화됐어요. 또 다른 환자는 갑자기 생리량이 늘고 생리통이 심해 산부인과 진료까지 받았지만 호전되지 않아 찾아왔어요. 진찰해보니 평소 감정 기복이 심해 호르몬 변화가 많고, 운동 부족과 과식으로 혈액이 오염돼 피가 끈적이고 검었어요.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운동을 병행하면서 ‘나는 행복하다’라는 생각을 반복하라고 말해줬어요. 어둡고 칙칙한 생각과 미워하는 마음은 실제로 호르몬 변화를 일으킬 수 있죠. 이 밖에도 가족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아 심장에 열이 쌓여 알레르기가 생긴 환자, 완벽주의 성향으로 늘 기운이 달려 백혈구와 혈소판이 감소돼 면역력 저하로 이어진 환자 등 생각이 병이 되는 사례는 무수히 많습니다. 


사람은 저마다 ‘생각체질’이 있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사상체질이나 팔상체질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전문적 내용이라 이해하기 어려워서 이걸 호르몬이 부족한 체질, 몸이 뜨겁거나 찬 체질, 독소가 잘 쌓이는 체질, 스트레스를 잘 받는 체질, 피가 탁한 체질 등으로 시대에 맞게 새롭게 정리했습니다. 예를 들어 ‘생각의 높이’는 자존감이 높은지 자기 비하가 있는지를, ‘생각의 밀도’는 야무지게 일처리를 하는지 뒷손이 가게 엉성한지를, ‘생각의 습도’는 집착이 강한지 무미건조한지를, ‘생각의 온도’는 흥분을 잘하는지 냉정한지를 따져보며 파악합니다. ‘생각의 속도’는 눈치와 재치가 있는지 자기생각에만 빠져 있어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지에 따라, ‘생각의 각도’는 대접받기를 원하는지 경청과 배려를 더 중시하는지에 따라, ‘생각의 순도’는 욕심이 많은지 적은지에 따라 파악할 수 있고요. 



생각에 문제가 생기면 체질이 바뀌기도 하나요. 

마음이 어두워지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체질로 변해요. 사고방식과 식생활, 운동 습관이 달라지면 체온이 올라가거나 내려가기도 하며 고혈압에서 저혈압으로, 저혈압에서 고혈압으로 바뀌기도 하죠.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임파구의 숫자와 모양에도 영향을 미쳐 면역력 이상으로 알레르기성 체질이 되기도 하고 빈혈, 혈전, 출혈이 생겨 생활에 지장을 주죠. 

상대적으로 감정이 다층적인 여성 환자들에게 특히 많이 나타나는 질병이 있나요. 

여성들은 여러 면에서 섬세하고 신중하며 가정과 일터 양쪽에서의 역할에 대한 심적 부담과 체력 소모가 많기 때문에 남성보다 스트레스를 잘 받아요. 생각의 밀도가 높아 대충 넘기지 못하는 사람은 유방 섬유종, 갑상샘 혹, 폐 결절, 다낭성 난포 등 자궁 관련 질환, 뇌동맥류, 협심증, 대상포진, 만성 위염 등을 앓기 쉽죠. 생각의 온도가 높고 유연성이 떨어지면 화병이 생겨 가슴과 손발이 화끈거리고 흉통과 안면 홍조, 두통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생각의 순도가 탁해지면 신진대사가 잘되지 않아 몸이 늘 무겁고 얼굴에는 기미가 끼기 시작하죠. 생각의 습도가 높아지면 과식으로 말미암은 비만, 손발 저림, 부종, 관절통, 질염, 방광염에 쉽게 걸려요. 

좋은 생각을 갖는 데 음식도 중요한가요. 

생각의 습도가 높은 사람은 치즈, 낫토, 콩자반, 홍시, 도토리묵 등 끈적한 음식을 많이 먹으면 대사증후군에 쉽게 걸릴 수 있어요. 생각의 온도가 높은 사람은 열이 많은 인삼, 홍삼, 벌꿀, 마늘, 양파 등을 자주 먹으면 아토피, 알레르기 피부염, 종기, 한포진, 안면 홍조, 고혈압으로 이어질 수 있고요. 반대로 생각의 온도가 낮은 사람에겐 아침에 냉수 마시기, 하루 2리터 물 마시기 등 건강법으로 알려진 것들이 오히려 복통과 혈액 순환 장애 등으로 이어지죠. 술도 마시면 좋은 체질이 있고, 금주해야 할 체질이 있어요. 음식과 술은 생각의 레벨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에 건강하지 못하다면 지금과 반대로 해야 합니다. 

건강한 생각을 갖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자신의 생각이 모두 옳을 수도 없고, 맞지도 않다는 걸 인정해야 해요. 내 생각만을 고집할 때 인간관계가 틀어지는 거예요. 내 생각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데 타인에게 내 생각을 강요하면 기분 좋을 사람은 없죠. 자신의 지나침과 부족함을 잘 살펴보고 때에 맞게 처신하는 게 중요해요. 내가 바뀌면 나를 보는 타인의 관점이 달라지고 주변 분위기까지 좋아집니다. 먼저 자신을 바꿈으로써 삶을 소중히 지키는 사람이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죠.

기획 정혜연 기자 사진 조영철 기자 디자인 박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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