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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rising_star

소년미와 남성미를 겸비한 충무로 블루칩 장기용

EDITOR 김지영 기자

2019. 09. 26

런웨이를 주름잡던 훤칠한 외모와 신인 같지 않은 연기력으로 카메라 앞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는 장기용. 정상급 모델 생활을 접고 배우로 데뷔한 지 5년 만에 영화 주연을 따낸 그가 꿈꾸는 대로 이루는 특별한 노하우를 털어놨다.

카메라 앞에서 몸짓과 표정만으로 느낌을 표현하는 작업에 익숙해서일까. 차승원, 이종석, 김우빈, 김영광, 남주혁 등 모델에서 배우로 전향해 성공한 이가 적지 않다. 2014년 유명 디자이너들의 컬렉션 무대를 휩쓸다 그해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를 통해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장기용(27)도 최근 그 대열에 합류했다. 


소년과 남성의 얼굴을 다 가진 배우로 평가받는 그는 지난 5년 동안 15편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자신의 존재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특히 ‘고백부부’(2017)와 ‘나의 아저씨’(2018), ‘이리와 안아줘’(2018)는 그가 연기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됐으며 올해 방영된 ‘킬잇’과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는 그에 대한 호감도를 수직 상승시킨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제는 명실상부 대세 배우로 자리매김한 그는 9월 11일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이하 ‘나쁜 녀석들’)를 통해 스크린에서도 인기몰이 중이다. 스크린 데뷔작인 이 작품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원작 드라마에는 없었던 ‘독종 신입’ 고유성. 베테랑 형사 오구탁(김상중), 전설의 주먹 박웅철(마동석), 전과 5범의 감성사기꾼 곽노순(김아중)과 함께 악당들을 소탕하는 ‘나쁜 녀석들’ 팀의 일원이다. 고유성은 경찰대 수석 출신 엘리트 형사였지만 과잉 진압에 의한 폭행 치사 혐의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감방 생활을 하던 중 이 팀의 새 멤버로 발탁된다. 

전작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 보여준 달콤함과는 상반된 거친 남성미로 스크린을 압도하는 그를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나쁜 녀석들’에서 독기 충만한 경찰대 출신 전직 형사 고유성 역을 맡은 장기용(맨 오른쪽). 김아중, 마동석, 김상중과 함께 악의 무리에 맞서는 정의로운 캐릭터다.

영화 ‘나쁜 녀석들’에서 독기 충만한 경찰대 출신 전직 형사 고유성 역을 맡은 장기용(맨 오른쪽). 김아중, 마동석, 김상중과 함께 악의 무리에 맞서는 정의로운 캐릭터다.

스크린 데뷔작에서 주연을 맡았어요. 영화를 보는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9월 3일 열린 시사회에서 처음 영화를 봤어요. 1월 3일 촬영을 마친 뒤 8개월을 기다린 끝에요. 3년 전부터 영화배우 장기용으로 시사회 무대에 서기를 꿈꿔왔어요. 그 일이 실제로 벌어지니 무대 인사를 할 때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영화를 5번 정도는 봐야 실감이 날 것 같아요. 



3년 전 영화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가 뭔가요. 

2014년 일이 거의 없어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 지인이 선물해준 ‘보물지도’라는 책을 우연히 읽게 됐어요. 그 책에서 저자는 ‘비전이란 항상 갖고 있어야 한다. 보물지도 판에 목표를 그려 넣거나 써놓은 다음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놓아라. 화장실에 갈 때, 씻으러 갈 때 그 목표를 자꾸 눈으로 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에 맞게 움직이게 된다’고 했어요. 그래서 제게 목표가 생기면 보물지도 판 위에 그걸 적고 제가 꿈꾸는 미래의 사진을 붙여놓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 2016년 아는 선배가 출연하는 영화 시사회에 갔는데, 무대 인사를 하러 나온 그 선배를 보니 ‘나에게도 저런 날이 올까? 꼭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바로 문구점에 가서 무지개 색깔별로 네임펜을 사서 3년 뒤인 2019년 장기용이 영화배우가 되어 취재진 앞에서 포토 타임을 갖는 모습을 사진으로 만들어 붙이고, ‘영화배우 장기용’이라고 적었어요. 샤워하고 침실로 갈 때 보이는 곳에 그걸 두고 계속 그 목표가 이뤄지길 꿈꿔왔죠. 정말 3년 만인 올해 그 목표를 이뤘고요. 제가 꿈꾸던 대로 이뤄진 것이 신기할 뿐이에요. 

촬영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처음 도전하는 영화에서 주연을 할 감사한 기회이기에 연기를 정말 잘하고 싶었어요. 영화에서는 신인이지만 신인처럼 보이지 않으면 좋겠다, 원작에 나오는 ‘나쁜 녀석들’처럼만 보이면 좋겠다 싶었어요. 마동석 선배님도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나쁜 녀석들처럼 보이는 거라고 강조하셨고요. 

참고한 인물이 있나요. 

대본에만 충실했어요. 감독님이 처음부터 “독기 있게 표현하라”고 당부하셔서 그걸 제 안에서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독기를 디테일하고 독창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감독님과 선배님들에게 조언을 구해가며 열심히 준비했어요. 그런데 영화를 보니 좀 더 세게 나갈걸 하는 아쉬움이 생기더라고요. 그래도 첫 영화치고는 잘해냈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거칠고 독한 캐릭터도 잘 어울린다는 평이 많더군요. 

원래 밝고 잘 웃고 장난기가 많은 편이에요. 그래서 연기할 때는 제게 독기가 있다고 믿으며 제 안의 독기를 끌어내려고 안간힘을 썼어요. 처음엔 마동석 선배님한테 욕을 하려니 차마 입 밖으로 안 나오더라고요. 하지만 이것이 제게 주어진 미션이고 연기를 잘해내고 싶은 욕심이 컸기에 그냥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고유성에게 몸을 맡기고 거칠게 나갔죠.. ‘이번이 아니면 내가 또 언제 마동석 선배님에게 욕을 해보겠냐’ 하면서요. 

옆에서 지켜본 마동석 씨는 어땠나요. 

정말 애드리브인지 대산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연기하세요. 가까이서 지켜보니 그게 즉흥적으로 나오는 게 아니었어요. 짧은 대사 한마디도 앞뒤 상황을 고려해 주도면밀하게 준비하시더라고요. 그렇더라도 카메라 앞에서 평소와 다름없이 연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인데 그게 가능하다는 점이 놀라웠어요. 선배님의 재치와 위트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함께하는 모든 신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님들이 촬영하시는 모습을 옆에서 그냥 보고만 있어도 연기 공부가 되는 느낌이었고, 매 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설레었어요. 

김상중 씨가 배우로서의 자세와 마음가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고 들었어요. 

제가 원래 예의를 중시하는 편인데 그 모습이 예뻐 보이셨나 봐요. 기본을 잘 지키면 선배들에게 예쁨을 받는다며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고 하셨어요. 촬영 현장에서 김상중 선배님과 붙어 있는 시간이 많아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눴어요. 선배님이 “너는 쉴 때 뭐 하니? 취미가 뭐니? 뭐 좋아해?”라고 물어보시기에 “번지점프처럼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걸 좋아한다. 산길 걷는 걸 좋아해 비 와도 우비 입고 걷는다. 기회가 되면 꼭 트레킹을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선배님이 “20~30년 전 다큐멘터리 촬영차 칠레에 갔는데, 트레킹을 즐기기 좋은 곳이었다”면서 칠레와 스위스를 추천해주셨어요. 앞으로 시간이 좀 나면 국내에서 트레킹 연습을 한 후 해외의 대자연을 만끽하고 싶어요. 걷는 자체가 힐링이 되더라고요. 

원래 꿈이 모델이 아닌 배우였나요. 

처음에는 모델 일을 너무 하고 싶어 울산에서 상경했어요. 멋진 옷을 입고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런웨이를 걸을 때의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애초에 톱 모델이 되고 싶거나 돈을 많이 벌려고 시작한 게 아니라 제가 즐거운 마음으로 잘할 수 있는 일일 것 같아 부모님을 설득해 과감하게 용기를 냈는데, 모델 장기용으로 이름을 알리니까 뮤직비디오 출연 기회가 찾아왔어요. 그 영상이 대중에게 생각보다 큰 관심을 받으면서 드라마 오디션이라는 기회가 생겼고요. 드라마 오디션을 잘 본 줄 알았는데 다 떨어지니까 오기가 생기더군요. 그래서 합격할 때까지 도전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예요.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성격인 것 같아요. 

원래 긍정적이긴 한데 이쪽 일을 하면서 더 긍정적으로 변했어요. 서울에서 혼자 지내다 보니 힘들 때도 있어요. 그럴 땐 엄마, 아빠와 영상 통화를 하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마음속에 항상 ‘나는 서울에 혼자 살고 있다. 나를 믿는 엄마, 아빠가 울산에 계신다. 지금 힘들지만 버텨보자’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어선지 어떤 기회가 오면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악바리 기질이 나와요. 안 될 일은 빨리 포기하지만 가능성이 보이면 될 때까지 계속 도전하고 과감하게 용기를 내는 스타일이죠. 

피 터지게 싸우는 액션 연기도 인상적이었어요. 어떤 액션 스타일을 추구하나요. 

영화 ‘존 윅’의 키아누 리브스 같은 섹시한 액션요. 마동석 선배님은 남자답고 펀치 한 방에 다 쓰러뜨리는 통쾌함이 있는 액션이라면, 저는 시원시원하게 때리고 맞기도 잘 맞지만 발 차기가 섹시한 액션을 추구해요. 제가 섹시해 보이면 좋겠어요. 액션스쿨에서도 섹시한 발 차기에 대해 무술감독님과 토론을 하곤 했어요. 

운동 신경이 좋은 편인가요. 

아빠가 운동을 잘하세요. 학창 시절 배구를 하셨어요. 다리를 크게 다쳐 수술을 하는 바람에 그만두셨는데 아빠 친구 중에는 프로 배구 팀의 현역 감독님도 계세요. 아버지의 운동 신경을 물려받았으니 체력을 꾸준히 단련해 캐릭터에 걸맞은 섹시한 발 차기 액션을 꼭 해내고 싶어요. 

여성 팬들이 궁금해하더라고요. 장기용 씨는 어떤 타입에 마음에 끌리는지요. 

자연을 좋아하고 트레킹을 꿈꾸는 저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에게 끌릴 것 같아요. 

무명 시절과 달라진 점을 꼽는다면. 

무엇보다 길거리를 다닐 때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시는 점이 큰 변화죠. 그래서 삼선 슬리퍼를 신고 나가도 되는 거리인데 화이트 운동화를 착용한다니까요. 하하. 

현재 보물지도에는 영화배우 말고 또 어떤 게 붙어 있나요. 

좋은 집 사진요. 그 목표도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어깨가 멋진 줄리엔 강의 상체 사진과 행복해하시는 엄마, 아빠 사진도 붙여놨고요. 

최근 새롭게 세운 목표가 있나요. 

제가 예술 분야를 두루 좋아해요. 모델 일도 연기도 재미있고, 노래하는 것도 좋아해요. 그림을 배워보진 않았지만 그것도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제 심리 상태나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요즘은 개인적인 시간이 좀 나서 노래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있어요. 그 과정이 어렵지만 하다 보면 실력이 늘겠죠. 보물지도에 새 목표로 30대 중반이 되는 2026년 뮤지컬 배우가 된 장기용을 꿈꾸며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사진을 붙여놓으려고 해요. 

인생의 나침반 같은 좌우명은 뭔가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을 일하는 순간순간 마음에 새겨요. 제가 멈칫멈칫할 때마다 그 말이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어요. 처음으로 지상파 드라마인 ‘고백부부’를 찍는 동안 내심 무섭고 두려웠는데 그때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을 떠올리며 극복할 수 있었어요. 당장은 힘들어도 이 시간을 잘 견디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라 믿으면서요. 

자신의 이름 앞에 달렸으면 하는 수식어는요. 

(진지하게 곰곰이 생각하더니) ‘독보적인’ 배우요. 하하. 

배우로서 바람이나 포부가 있다면요.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캐릭터의 비중에 연연하지 않고 제가 흥미를 느끼고 잘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가는 작품에 출연할 거예요.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 전통 사극도 해보고 싶어요. ‘사도세자’의 사도세자나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이병헌 선배님이 연기하신 이중적인 캐릭터도 욕심이 나요. 계속 저를 성장시킬 수 있는 도전을 거듭해 ‘장기용만이 낼 수 있는 연기 색깔’을 갖고 싶어요.

기획 김지영 기자 사진 김도균 동아일보 사진DB파트 뉴스1 게티이미지 디자인 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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