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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서른, 정소민의 일과 사랑

EDITOR 김지영 기자

입력 2019.08.15 17:00:01

학창 시절까지 평상복처럼 입던 한복을 배우 데뷔 9년 만에 다시 입었다. 최근 개봉된 영화 ‘기방도령’에서 앳된 이미지를 벗고 가슴 뭉클한 로맨스를 펼치는 정소민 얘기다. 20대를 보내고 처음 도전한 사극과 현실에서 정소민은 어떤 사랑 이야기를 쓰고 있을까.
어느덧 서른, 정소민의 일과 사랑
배우 정소민(30)이 7월 10일 개봉한 영화 ‘기방도령’으로 사극 연기에 처음 도전했다. ‘기방도령’은 기생과 양반 사이에서 태어난 꽃도령 ‘허색’(이준호)이 폐업 위기에 놓인 기방을 살리려고 조선 최초의 남자 기생이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퓨전 사극이다. 이 작품에서 반상과 남녀 차별을 부당하게 여기는 깨어 있는 양반가 규수 ‘해원’ 역을 맡은 정소민은 영화 ‘스물’ 이후 4년 만에 재회한 이준호와 찰떡같은 케미로 설렘 가득한 첫사랑의 감성을 풋풋하게 그려낸다. 실제로 아이돌 그룹 엠블랙 출신 배우 이준과 교제 중인 정소민의 연애가 리얼리티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됐을 거란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복을 입은 정소민의 곱고 화사한 자태도 관객을 사로잡는 요소 중 하나. 정소민은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연극원 연기과에 수석 입학하기 전까지 촉망받는 무용학도였다. 어릴 때부터 각종 무용 콩쿠르에서 한국무용으로 상을 휩쓸었다. 하지만 2010년 드라마 ‘나쁜 남자’로 데뷔한 이후 한복을 입을 기회가 없었다.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오가며 배역과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연기 폭을 넓혔음에도 “사극을 같이하자”고 먼저 손을 내민 이는 ‘기방도령’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남대중 감독이 처음이다. 

남 감독은 단아한 이미지와 다르게 당찬 성격을 지닌 아씨 해원 역에 정소민을 캐스팅한 이유로 “정소민 씨가 고등학교 시절 KBS ‘도전 골든벨’에 출연해 한국무용을 선보이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해원을 생각하자마자 그 모습이 떠올랐다”고 밝혔다.


어느덧 서른, 정소민의 일과 사랑
사극은 처음이라죠. 출연 동기가 궁금해요. 

장르도 매력적이지만 스토리 자체가 흥미로웠어요. 팔방미인인 허색이 매력을 느낄 만큼 해원이 시대를 앞서가는 사고방식을 가진 현명하고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점도 끌렸고요. 

말투나 의상이 현대극과 달라 힘든 점은 없었나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는 말투가 걱정됐지만 감독님께서 편하게 말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셔서 틀에 얽매이지 않고 부담 없이 연기할 수 있었어요. 의상도 전문가들이 많은 도움을 주셔서 불편함이 없었고요. 사극이 어렵다고들 해서 잔뜩 겁을 먹었는데 ‘기방도령’은 촬영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다음 작품이 사극이어도 좋겠다 싶어요. 사실 한국무용을 오래 해 데뷔하고 나서 빠른 시일 내에 사극을 하고 싶었는데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었어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입대한 이준호 씨가 어떤 이야기를 전하던가요. 

자기가 미안해할 일이 아닌데도 “미안하다. 잘 부탁한다. 다들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남겼어요. 누구보다 영화가 궁금하고 보고 싶을 텐데 시사회와 무대 인사를 함께할 수 없어 무척 아쉽고 속상했을 거예요. 그럼에도 다른 배우들을 먼저 배려해 고마웠어요. 

이준호 씨와 연기 호흡은 잘 맞았나요. 

이준호 씨는 동갑내기 친구고 예전에도 작품을 함께한 적이 있어요. 다시 만나니 눈치 보지 않고 연기할 수 있어서 그때보다 더 편하고 재미있었어요. 촬영장에서 서로 장난을 치고 격려와 응원을 주고받으면서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죠. 

극 중 해원은 다재다능하고 자유로운 사고를 지닌 허색뿐만 아니라 어릴 때부터 자신을 짝사랑해온 친오빠의 친구 ‘유상’(공명)의 구애를 받아요. 영화가 현실이라면 누구에게 더 마음이 끌릴까요. 

둘 다 멋있어요. 해원은 자유로움을 갈망하는 캐릭터이니만큼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허색에게 어떤 상황에서든 더 큰 매력을 느끼겠지만 진짜 사기 캐릭터는 유상이라고 생각해요. 유상은 집안에서 해원을 반대하고, 해원이 허색과 어떤 사이인지 알면서도 끝까지 그녀만 바라보고 그녀의 아픈 오빠까지 지켜주잖아요. 촬영하면서도 이런 사람이 과연 현실에 있을까 싶었어요.

연애할 때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나요.

사랑하는 사이뿐 아니라 일반적인 인간관계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게 여러모로 뒤탈이 없더라고요. 예전에는 불편한 상황을 넘기기 위해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는데, 인간관계에선 솔직한 게 길게 봤을 때 바람직한 것 같아요.

해원과의 싱크로율을 스스로 평가하자면.

저와 비슷한 점이 많아요. 해원이가 어린 시절 자신에게 감을 따주려다 머리를 다친 오빠에게 느끼는 무거운 책임감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저도 장녀다 보니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자연스럽게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자신이 처한 환경에 굴복하지 않는 면도 비슷하고요. 어떤 선택을 할 때 현재에 안주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야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작품에 임할 때도 그런 도전 의식이 영향을 미치나요.

제가 잘할 수 없는 것까지 해봐야 배우는 게 있으니까, 당장 자신이 없다고 해서 피하지 않아요. 겁나더라도 일단 도전해보자는 주의예요. 자꾸 피하다 보면 시간이 갈수록 더 다가가기 힘들고 저한테 쌓이는 게 없거든요.


어느덧 서른, 정소민의 일과 사랑
한국무용을 하다 배우로 진로를 바꾼 계기가 뭔가요. 

길거리 캐스팅이나 연예기획사에서 제의를 받은 건 아니에요. 고등학교 때 입시를 준비하면서 우연히 연기를 배우게 됐어요. “무용은 무대 위에서 몸으로 이야기하는 예술이니 연기를 배우면 감정을 표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조언을 들었거든요. 이후 연기 수업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재미를 느껴 배우가 되려고 한예종에 들어갔죠. 

배우 생활을 하면서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나요. 

꽤 많았던 것 같아요. 슬럼프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부지불식간에 느끼는 외로움과 비슷하더라고요. 완전히 극복되거나 있다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항상 같이 있는데 어떤 때는 더 크게 느껴지고 어떤 때는 잊게 되는 외로움과 마찬가지로 슬럼프에 빠졌다가도 금세 괜찮아지더라고요. 길게 봤을 때 슬럼프와 친해지는 것이 내가 편해지는 지름길이더군요. 슬럼프가 매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에요. 개인의 발전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그것을 견뎌냈을 땐 반드시 얻는 게 있더라고요. 

슬럼프를 극복하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을 것 같아요. 

작품 속에서 어떤 사람을 온전히 살아보는 게 큰 도움이 돼요. 그 인물의 캐릭터를 이해하면서 저도 모르게 느끼고 깨닫는 것들이 있는데, 연기하면서 얻는 삶의 지혜가 실제 제 생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든요. 

주위에 닮고 싶은 롤 모델이 있나요. 

딱히 없어요. 누구처럼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연기를 하면서 사람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되고, 제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고,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나’에 대해서도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삶에 힐링을 선사하는 좌우명은 무엇인가요. 

늘 매사를 길게 보려고 노력해요. 지금은 속상하더라도 현재의 감정에 집착하기보다 ‘내일까지만 힘들고 이후엔 그다음을 보자’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죠. 이렇듯 의식적으로 목표를 정해두면 비록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되지 못하더라도, 하루, 이틀 지나면서 힘든 생각이 확실히 줄더라고요. 사람 관계도 마찬가지예요. 누군가에 의해 힘들 수 있잖아요. 그럴 때 ‘이 사람 때문에 오늘까지만 힘들고 내일부터는 생각하지 말자. 더 중요한 걸 생각하자’고 마음먹으면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게 돼요. 그런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오차도 줄고 마음먹은 대로 될 수 있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살을 많이 뺐다고 들었어요. ‘여성동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다이어트 팁이 있다면요. 

각자 체질에 맞는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중요해요. 극단적인 방법은 건강에도 좋지 않을뿐더러 극적인 효과를 보인 만큼 요요 현상이 빨리 나타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하고요. 어떤 다이어트든 시간을 두고 천천히 단계를 밟으면서 하세요. 그래야 감량한 체중이 오래 유지돼요. 

배우로서 지향하는 바는 뭔가요.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배우가 되고자 해요.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면서 느끼고 배우는 모든 것이 제게 큰 즐거움을 줘요. 

작품을 선택할 때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이 캐릭터인가요. 

예전엔 그랬는데 요즘은 재미있는 시나리오에 더 끌리더라고요. 스토리가 좋고 캐릭터까지 매력적으로 다가오면 금상첨화죠. 

지난해부터 라디오 프로그램 ‘정소민의 영스트리트’를 진행 중이고 최근엔 ‘리틀 포레스트’라는 새 예능 프로그램 고정 출연을 확정했어요. 그것도 배우로서 자신이 지향하는 도전의 연장인가요. 

DJ도, 예능도 도전해보고 싶어서라기보다 매력을 느낄 만한 면이 있고 타이밍이 잘 맞아서 출연을 결정했어요. ‘리틀 포레스트’는 아이들에게 좀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취지로 방송하는 프로그램이거든요. ‘기방도령’ 촬영을 모두 끝냈을 때 시간이 맞아 DJ 제의를 수락했는데, 매일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일하니까 거기서 오는 안정감이 커요. 이렇게 규칙적인 생활을 한 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이에요(웃음). 

연말까지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은요. 

벌써 올해가 절반이 지났네요. 남은 기간 동안 일적으로는 영화나 드라마를 한 작품 더 하고 싶어요. 울림이 있는 대본을 만나는 것이 가장 간절한 소망이에요.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판씨네마(주)




여성동아 2019년 8월 6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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