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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rising_star

반전 매력, 정제원

EDITOR 두경아

2019. 08. 10

목소리는 작았지만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매력이 있다. 2016년 방영된 ‘쇼미더머니5’로 얼굴을 알린 래퍼이자, 스크린 데뷔작인 ‘굿바이 썸머’에서 첫 주연을 맡은 청년 배우 정제원의 여름 이야기.

아름다운 19세의 청년 ‘현재’는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 그런 그에게 첫사랑이 찾아오고, 용기 내 고백하지만 차이고 만다. 대략의 이야기만 들어도 먹먹한 영화 ‘굿바이 썸머’(7월 25일 개봉) 속 현재를 연기한 정제원(25)은 래퍼 원으로 더 유명한 배우다. 최근 방영된 tvN 드라마 ‘그녀의 사생활’에서는 팬들을 구름 떼처럼 몰고 다니는 아이돌 스타로, ‘아스달 연대기’에서는 주연인 장동건의 아역으로 출연하며 연기자로서의 가능성도 인정받은 그는 스크린 데뷔작인 ‘굿바이 썸머’에서 주연을 맡았다. 영화는 시한부 삶을 사는 주인공 현재의 마지막 여름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언론시사회에서는 그 지점이 오히려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 먹먹하게 만들어 진한 여운을 남긴다는 평이 많았다. 

“감독님이 ‘시한부라는 설정을 의식하지 말고 연기하면 좋겠다’고 강조하셨어요. 저 스스로도 ‘시한부가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편하게 연기했고요. 아마 제가 현재였더라도 같았을 거예요. 어쩌면 더 밝은 척했을지도 몰라요. 저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시선이 싫어 주변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대해주길 바랄 것 같아요.” 

정제원은 현재를 연기하면서 감정을 꾹꾹 누를수록 슬픔의 파장이 더 크게 다가왔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현재가 아파하고 쓰러질 때보다 죽음을 암시하듯 전학 온 학생에게 무덤덤하게 자신의 옷을 주는 장면이 더 슬펐다”면서 “삶을 정리하는 느낌으로 그 장면을 연기할 때는 슬픈 감정이 들지 않았는데 나중에 영화로 보니 마음이 울컥했다”고 털어놓았다.

남들과 다른 길, 마음이 시키는 길을 가도 괜찮아

정제원은 실제로는 20대 중반이지만 지금도 교복을 입으면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믿길 만큼 앳돼 보인다. 그 덕분에 이번 영화에서 주연을 맡을 수 있었지만 동안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닌 듯하다. 연령 제한이 있는 장소에 가면 꼭 “주민등록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해 불편할 때가 많다는 것. “남자다운 중후한 얼굴을 갖고 싶다”는 그는 고등학생 현재를 실감 나게 연기하기 위해 촬영하면서 자신의 학창 시절을 자주 떠올렸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생각이 많아져 2개월 다니다 그만뒀어요. ‘왜 다녀야 하지?’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아무리 고민해도 답을 못 찾겠더라고요. 학교를 그만두고는 외로운 시간을 보냈어요. 하루에 영화 두 편을 봐도 시간이 남아돌았죠. 그런데 그 시간이 제게는 너무도 뜻깊었어요. 그때 제 마음의 키가 성장했던 것 같아요. 제게 필요한 시간이었어요. 그 시절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을 거예요.” 



남들이 가지 않는 미래를, 장담하기 힘든 길을 선택해 인정받기 시작한 청년 정제원. 또래 친구가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거나 또 다른 종류의 고민에 빠져 있다면 그는 과연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을까.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대로 행동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자신의 판단과 감정을 믿고 가도 괜찮을 것 같아요. 설령 실패나 실수를 하더라도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이니까요. 영화 속 현재처럼 저도, 미래보다 지금 내가 숨 쉬는 ‘현재’가 중요하다고 여겨요. 학교를 그만두면서 아쉬움으로 남은 건 교복을 오래 입어보지 못한 거예요. 그 한을 이번 영화를 하면서 원 없이 풀었네요. 하하하.” 

영화 ‘굿바이 썸머’는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됐다. 당시 정제원은 이 영화제가 발굴한 기대주로 평가받았다. 그 여세를 몰아 더 높은 도약을 꿈꾸기보다 그는 “이제 달리던 속도를 조금 늦추고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영화제에서는 어리둥절했어요. 배우로서 책임감이 많이 생겼고, 너무도 훌륭한 영화인들 사이에 있으면서 제 자신이 작게 느껴져 겁이 나기도 했고, 좋은 자극을 받아 ‘나도 큰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저도 모르는 사이 많은 일들이 갑자기 이뤄지는 느낌이 들어 앞으로는 뭐든 급하게 결정하기보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해야겠다는 다짐도 했고요.”

올 하반기, 날것 느낌의 음악으로 가수 컴백

정제원은 만면에 미소를 드리운 채 시종일관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그가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평소 생각이 많다는 증거다. 

“원래 예민하고 감정 변화가 많은 성격이어서 예전에는 ‘이러면 안 되지!’ 하고 경계하곤 했어요. 지금은 ‘감정이 시키는 대로 하자’는 주의인데, 음악이나 연기를 할 때만 그렇게 해요. 그동안 개성이 강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하다 보니 감정에 깊이 몰입해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그것을 떨치기가 힘들더라고요. 그 덕분에 평정심의 중요성을 알게 돼 이제는 일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일상으로 가져가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연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그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은 영화 감상이었다. 영화에 빠져 있으면 무엇 때문에 속상했는지조차 잊어버렸다. 하지만 연기를 업으로 삼은 후에는 작품을 온전히 즐기기가 힘들어 작품성이 뛰어난 진지한 영화보다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영화를 선호하게 됐다. 

요즘은 가수보다 배우 활동에 매진하는 그에게 “래퍼 원은 언제쯤 다시 만나게 될까요?”라고 물으니, “연내 정규 앨범이 나온다”는 답을 돌려준다. 

“아마 거친 사운드에 날것의 느낌이 나는 음악이 될 거예요. 올해는 앨범이 나오면 투어 공연을 할 수도 있어요. 그동안 제 곡이 많지 않아서 공연을 하기 어려웠거든요. 오랫동안 준비한 앨범이라 올 하반기 발매가 되면 연기 활동은 당분간 쉬면서 음악에 집중할 겁니다.” 

드라마 ‘그녀의 사생활’ 이후 YG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이 만료된 정제원은 현재 1인 기획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그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주위에 인생 멘토가 있느냐고 묻자 그는 “너무 많아 꼽을 수 없다”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래퍼로서든, 배우로서든, 한 인간으로서든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누군가가 저를 대체할 수 있다면 슬플 것 같아요. 그것이 제가 살면서 이루고자 하는 궁극의 목표죠.”

기획 김지영 기자 사진 홍중식 기자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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