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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자증? 고환 함부로 건들지 마세요”

비뇨기과 전문의 서주태 jTS 원장

EDITOR 최호열 기자

입력 2019.07.15 17:00:01

피임을 하지 않는데도 자연임신이 안 되면 대부분 여성에게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임의 40%는 남성에게 원인이 있다. 국내 최초, 최고의 여성전문병원으로 손꼽히던 제일병원 원장을 지내고, 대한생식의학회 회장을 역임한 비뇨기과 전문의 서주태 jTS 원장으로부터 남성의 난임 원인과 극복 방안에 대해 들었다.
“무정자증?  고환 함부로 건들지 마세요”
무정자증은 사정된 정액 속에 정자가 단 한 마리도 없는, 말 그대로 무(無)정자인 상태를 말한다. 생명 잉태에 있어서 가장 기본 요소가 되는 생식세포(정자, 난자)에서 정자의 부재는 단순히 난임(難妊)이 아니라 불임(不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남성 난임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남성 난임 환자가 2012년 4만1천9백79명에서 2016년 6만1천9백3명으로 연평균 10%씩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난임 환자 가운데 35~44세의 증가율(16.2%)이 가장 높았다. 

난임은 부부가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성생활을 가졌음에도 임신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다. 그 원인이 남성에 있는 경우가 40%에 달하고, 이 중 15~20%는 무정자증을 호소하고 있다. 무정자증 중에서도 고환에서 정자를 생산하지 못하는 비폐쇄성무정자증(전체 무정자증의 60%)의 경우 최종적으로 불임 판정을 받게 된다. 이 중 일부는 정자은행을 통한 제3의 정자(비배우자 정자 공여)를 받지 않는 이상 임신할 수 없다. 

남성 난임의 원인은 다양하다. 정자 수 부족, 정자 활동성 부진 등 단순 정자 장애에서부터 염색체 이상 등 유전적 요인이거나 고환기능부전증, 고환의 구조적 이상 등으로 인해 정자 생산에 문제가 생긴 케이스도 다반사다. 또한 성병이나 결핵 등에 의해 정자 배출구가 일부 손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현대 생식의학에서는 어지간한 정자 문제는 IVF(시험관아기 시술)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무정자증일 경우다. 남성 불임 전문 비뇨기과 의사 25년 차인 서주태(58) jTS서주태비뇨의학과 원장을 만나 무정자증에 대해 들어봤다.


“무정자증?  고환 함부로 건들지 마세요”
무정자증도 여러 가지 경우가 있나요. 

폐쇄성무정자증과 비폐쇄성무정자증이 있습니다. 폐쇄성은 고환에서 정자가 생산은 되는데 배출 통로에 문제가 있는 상태인 반면, 비폐쇄성은 정자 생산부터 문제가 있는 경우입니다. 



폐쇄성무정자증은 고환에서 정자가 생산되고 있으니까 임신이 가능하지 않나요. 

그렇죠. 간단한 교정수술로 해결이 가능합니다. 고환 옆 부고환이 막힌 경우가 가장 많은데, 이때는 정관부고환문합술로 교정이 됩니다. 또한 정관수술을 한 경우도 폐쇄성무정자증이 되는데, 이때는 정관정관고환문합술로 간단히 해결됩니다. 

교정술로 자연임신이 가능해진다는 건가요. 

막혔던 배출 통로가 열렸으니까요. 아내의 나팔관이 열려 있다면 자연임신이 가능하고, 난임 시술을 하더라도 인공수정(자궁 내 정자주입술)부터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폐쇄성무정자증일 경우 의학적으로도 그렇고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상 교정술부터 하는 게 맞습니다. 교정술을 하면 IVF까지 안 가도 되는데…. 아주 간단한 시술인데도 요즘은 일선 비뇨기과 의사들이 잘 안 하려고 합니다(한숨). 

왜 그런 거죠. 

정관부고환문합술과 정관정관고환문합술은 전국적으로 1년에 50케이스도 이뤄지지 않습니다. 의료수가가 턱없이 낮거든요. 두 가지 모두 수술비가 한국은 60만~70만원에 불과해요. 반면 미국은 8만~10만 달러(약 9천5백만~1억2천만원)예요. 그러니 미국 의사들은 폐쇄성이면 교정술부터 하는 거죠. 사실 IVF를 권장하는 것보다는 자연임신을 할 수 있도록 교정수술부터 권하는 것이 옳아요. 

폐쇄성무정자증이 되는 이유가 뭔가요. 

우선 선천적으로 정관이 없는 남성이 있어요. 이 경우 교정술을 못 하고 바로 고환에서 정자를 채취하는 시술(이하 테세·TESE)로 넘어가야 합니다. 그 외에 성병이나 결핵, 기타 염증으로 인해 부고환에서 정관으로 넘어가는 길이 막힐 수 있어요. 이럴 땐 정관부고환문합술을 합니다. 또한 전립선 쪽 출구가 막힐 수도, 전립선 뒤 사정관이 막힐 수도 있어요. 부고환에 염증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다양한 원인이 있죠. 

교정술을 해도 정자가 안 나오면 어떡하나요. 

그러면 고환에서 바로 테세를 해야 합니다. 폐쇄성무정자증은 고환에 정자가 많아 고환을 조금만 절개해도 정자를 확보할 수 있어요. 고환에 손상을 전혀 주지 않고 국소마취로 간단하게 할 수 있어요. 현미경 없이 맨눈으로 할 수도 있고요. 폐쇄성이면 정자는 생산이 되기 때문에 정자를 찾는 건 간단하고 쉬워요. 문제는 정자 생산이 안 되는 비폐쇄성무정자증이죠. 

비폐쇄성무정자증은 어떻게 확진하나요. 

고환 사이즈와 FSH(정자생산자극호르몬) 수치를 보죠. 성인 남성의 고환은 최소 20cc는 되는데, 그보다 작으면 비폐쇄성무정자증을 의심해야 합니다. 20cc라고 하면 감이 안 오는데, 메추리알보다는 좀 더 큰 밤알 크기라고 보면 됩니다. 비폐쇄성무정자증이 의심되더라도 고환 크기가 정상이면 고환 내에 생식세포는 있는데 정자를 만들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또한 FSH 수치가 12 이상이면 비폐쇄성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FSH는 난자를 성숙시키기 위해 분비되는 호르몬 아닌가요. 

정자를 생산할 때도 FSH가 분비됩니다. FSH는 성선자극호르몬으로 표적세포(표적기관)에 영향을 줍니다. 여성의 표적기관이 난소라면, 남성은 정자를 생산하는 고환(정소)인 것이죠. FSH는 여성에게는 난포자극호르몬, 남성에게는 정자생산자극호르몬이라고 하면 적절한 표현입니다. 인체의 호르몬 분비는 피드백 체제라서 난자 혹은 정자가 잘 만들어지고 있으면 뇌하수체 시상하부에서 FSH 분비량을 줄이고, 시원치 않으면 분비량을 늘립니다. 그래서 FSH 수치가 12 이상이면 정자 생산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뇌하수체 시상하부에서 호르몬 분비가 안 되면 무정자증이 될 수 있나요. 

그럴 수 있습니다. 선천적으로 분비에 문제가 있는 칼만(Kallmann) 증후군도 있고, 뇌하수체 종양이나 스테로이드 제제를 남용해도 그럴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원인불명의 뇌하수체 기능저하증도 많습니다. 


서주태 원장은 2018년 7월 11일 열린 ‘인구의 날’ 기념식에서 남성난임 및 난임부부들의 임신과 출산을 도운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서주태 원장은 2018년 7월 11일 열린 ‘인구의 날’ 기념식에서 남성난임 및 난임부부들의 임신과 출산을 도운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정자를 생산하는 공장인 고환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 않나요. 

고환 기능이 안 좋아도 정자 생산이 잘 안 되고,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생성과 분비에도 장애를 유발할 수 있어요. 

남성 염색체인 Y염색체의 일부 결손이 흔하다고 하는데, 이 경우 모두 무정자증이 되나요. 

모두 그렇지는 않습니다. 물론 Y염색체 일부 결손은 정자 생산에 문제가 생기는(희소정자증, 무정자증 등) 대표적인 유전적 요인입니다. 대체적으로 무정자증나 희소정자증으로 이어집니다. 약 2천5백 명당 1명꼴로 Y염색체 결손을 겪고 있습니다. 단순히 정자 수가 감소하는 희소정자증이라면 IVF에서 미세수정(정자 직접주입법·ICSI)으로 임신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Y염색체 결손 중에서 a결손일 경우 비폐쇄성무정자증으로 미세다중수술을 해도 고환에서 정자를 찾지 못합니다. 

비폐쇄성무정자증의 원인은 뭔가요. 

사실 원인불명이 많아요.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클라인펠터 증후군(Klinefelter’s Syndrome), Y염색체 결손, 세르톨리 세포 유일 증후군(Sertoli Cell Only Syndrome) 등 선천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클라인펠터 증후군은 염색체 이상 케이스로 정상적인 46개의 염색체(46·XY)보다 X염색체가 하나 더 많은 47개의 염색체(47·XXY)인 경우입니다. 일반 남성에 비해 남성호르몬이 떨어지고 정자 생산이 안 되는 무정자증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X가 많을수록 장애가 심해지는데, 심지어 48·XXXY나 49·XXXXY인 클라인펠터 증후근 남성도 있습니다. 한편 세르톨리 세포 유일 증후군은 고환 장애로 정자가 생기지 못하는 질환입니다. 

후천적으로 비폐쇄성무정자증이 되기도 하나요. 

항암치료가 대표적입니다. 암 때문에 방사선치료 등을 해야 한다면 미리 정자은행에 정자를 동결 보존해놓는 것이 좋습니다. 그 밖에 정계정맥류, 고환염, 잠복고환 등이 있고요. 

비폐쇄성무정자증일 경우 고환에서 정자를 찾을 수 있나요. 

미세다중수술을 해봐야 압니다. 이 수술로 정자를 찾을 확률은 15~25% 정도 됩니다. 정자를 못 찾으면 정자은행을 통해 비배우자 정자 공여를 해야 합니다. 임신을 원한다면 그 길밖에 없습니다. 

고환에서 정자를 어떻게 찾나요. 

미세수술적 고환조직정자채취술(Microsurgical TESE)이 있어요. 환자들이 흔히 미세다중수술이라고 하는데, 수술 현미경을 사용해 고환을 크게 절개한 후 정자 형성이 일어나는 세정관을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정자 형성이 일어나는 부위만을 선택적으로 채취하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정자를 찾을 수 있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왜 그런 거죠. 

정자가 있는지 없는지를 미리 알 수 없으니까요. 임신이 간절하니까 무조건 해보려는 거죠. 그런데 비폐쇄성무정자증은 먼저 호르몬검사와 염색체 검사를 한 후 신중하게 미세다중수술을 선택해야 합니다. 최근 폐쇄성무정자증인지 비폐쇄성무정자증인지가 불분명한데도 무조건 미세다중수술을 권하는 의사들이 있어 큰일입니다. 폐쇄성이면 고환을 조금 절개하는 테세를 해야지 미세다중수술은 안 될 말입니다. 미세다중수술은 고환을 반으로 절개하는 대수술입니다. 거의 확실하게 비폐쇄성인 때에만 정자를 찾기 위해 해보는 거예요. 신중해야 합니다. 


정자를 초저온상태로 얼려 보관하는 정자은행 시설.

정자를 초저온상태로 얼려 보관하는 정자은행 시설.

IVF로 남성 불임이 대물림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런 점도 없지 않아요. 염색체 이상 등 여러 문제로 남성 불임이 되는 경우들이 있어도 IVF가 대(代)를 잇게 해주니까요. 저출산 시대에 IVF는 혁명적인 도전이지만 이로 인해 유전적 결함이 대물림되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비폐쇄성무정자증일 경우 남성 불임적 요소를 대물림하지 말고 비배우자 정자 공여로 자식을 낳으면 어떨까요. 물론 우리나라는 상업정자은행이 존재하지 않습니다만. 

전 세계에서 상업정자은행이 없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과 북한, 슬로베니아입니다. 미국, 영국, 일본, 호주, 독일 등은 동성애 부부도 정자은행을 이용할 수 있어요. 미국은 미혼모도 합법적으로 정자를 기증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고요. 우리나라도 정자은행에 대한 부정적 시선과 선입견을 없애야 하고, 정자 기증자에게 적절한 대가를 줘야 합니다. 미국은 정자 기증자에게 정자 기증 과정에 필요한 금액 외에도 65〜1천5백 달러(약 7만7천~1백77만원)를, 영국은 정자 기증 횟수당 35파운드(약 5만2천원)를 보상합니다. 우리나라 현행 생명윤리법은 정자 기증자에 대한 보상 규정이 없어 정자를 기증하면 공무원 하루 출장비 수준의 수고비를 줄 뿐입니다. 

정자를 인공적으로 만들 수는 없나요. 

자기 피부세포에서 체세포 복제를 해 정자를 만들면 가장 이상적이겠죠. 미국과 일본에서 연구 중에 있습니다. 언젠가는 정자의 생성 원리를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Y염색체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Y염색체는 지금까지 꾸준히 유전자가 사라져 길이가 짧아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Y염색체가 사라질 거란 주장도 있습니다. 

전체 염색체에서 Y염색체가 가장 작고 열성유전자를 많이 갖고 있습니다. X염색체에는 2천여 개 유전자가 있지만 Y염색체에 있는 유전자는 고작 78개뿐이며 실제로 20여 개밖에 활동하지 않아요. 엄밀히 말하면 Y염색체는 X염색체와 짝을 이뤄 겨우 살아남는다고 할 수 있죠. 

Y염색체 멸종으로 남성이 사라질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남성을 결정하는 것은 Y염색체뿐 아니라 Y 끝에 있는 SRY(성결정인자·Sex-determining Region Y) 유전자입니다. 

SRY 유전자에 의해 고환이 만들어지죠. 

난임 예방이나 극복을 위해 남성이 꼭 알아야 할 게 있다면. 

요즘 터프하고 남성다운 몸을 만들기 위해 헬스장을 찾는 남성들이 늘고 있습니다. 운동으로 식스팩이니 초콜릿 복근을 만드는 건 좋습니다만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 있는 단백질 보충제는 절대로 사용하면 안 됩니다. 고환을 축소시키고 정자 생성 능력을 떨어뜨리거든요. 가임 남성이 남성호르몬제를 맞는 것도 금물입니다. 몸 밖에서 공급이 되면 자체 생산에 게을러질 수 있어요. 

환경호르몬도 남성 정자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나요. 

폴리염화비페닐(PCB153)과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가 정자 운동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정자의 운동성을 떨어뜨리고 DNA 손상을 진행시킵니다. 수정이 되면서 정자는 핵(염색체, DNA)을 난자에게 넘기는데, 손상된 DNA를 넘기면 결국 유산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서주태 원장은… 
국내 최초, 국내 최고 여성전문병원이던 제일병원에서 비뇨기과장, 기획실장, 병원장을 지냈다. 대한생식의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한여성건강학회 회장, 대한비뇨기호르몬연구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까지 단국대 의대 교수를 지냈으며, 성균관대의대 종신교수이기도 하다.


사진 홍태식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jTS




여성동아 2019년 7월 6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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