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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pet #interview

[사바나 ; 펫시그널] 수의사 설채현 × 래퍼 슬리피

댕댕이로 뭉친 우정

EDITOR 정보라 기자

입력 2019.06.27 17:00:01

반려견 덕분에 친해졌다는 두 남자. 래퍼 슬리피와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 출연 중인 동물 행동 교육 전문 수의사 설채현 원장의 특별한 우정.
[사바나 ; 펫시그널] 수의사 설채현 × 래퍼 슬리피
래퍼 슬리피(35)는 세 살 된 푸들 퓨리를 키우고 있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 퓨리를 만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는 그는 퓨리가 나중에 자신의 곁을 떠난다고 하더라도 잊지 않기 위해 오른쪽 팔에 퓨리 얼굴을 문신으로 새겨 넣었다. 

슬리피는 연예계에서 대표적인 ‘모범 반려인’으로 꼽힌다. 퓨리와 산책을 나갈 때면 목줄과 배변 봉투 외에도 물통을 꼭 챙긴다. 길에 영역 표시를 하면 물을 부어 냄새를 줄이기 위해서다. 반려견 관련 책과 기사를 찾아보고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의 모임에 참석해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2018 고양 펫스티벌’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드라마 ‘SKY캐슬’에서 한서진(염정아)이 딸 예서(김혜윤)를 키우듯 퓨리를 정성을 다해 키운다는 슬리피는 그래서인지 인터뷰를 하는 와중에도 퓨리의 행동을 살펴보며 퓨리가 원하는 것을 바로 알아차리고 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슬리피가 최근 반려동물 행동 교육 전문 수의사이자 ‘그녀의 동물병원’ 원장 설채현(34)의 책 ‘그 개는 정말 좋아서 꼬리를 흔들었을까?’의 추천사를 썼다. ‘그 개는 정말 좋아서 꼬리를 흔들었을까?’는 가족같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반려견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제대로 소통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만들고 이를 통해 반려견과 보호자가 함께 행복해지는 방법을 제시한다.


설채현 원장이 기르는 고양이 지코와 강아지 세상이.

설채현 원장이 기르는 고양이 지코와 강아지 세상이.

설 원장은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한 이탤리언 그레이 하운드 ‘세상이’를 비롯해 총 3마리의 강아지와 2마리의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여자 친구처럼 반려견을 사랑하라는 뜻에서 동물병원의 이름도 ‘그녀의 동물병원’이라고 지었다. 설 원장은 건국대 수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UC데이비스와 미네소타대학교에서 동물행동치료를 공부했다. 또한 그는 동물 트레이너 양성기관으로 유명한 미국 KPA(Karen Pryor Academy)에서 트레이너 자격을 취득하고 캘리포니아수의사회, 미국동물행동학회의 정식 회원으로 인정받았다. 해외에서도 공인받은 명실상부한 동물 행동 치료 전문가인 그는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 출연해 반려견의 문제 행동에 대처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며 반려인들 사이에서 ‘개(들의)매력남’으로 꼽히기도 했다. 지난 6월 11일 설 원장과 슬리피를 만났다.


두 분은 어떻게 친해졌나요. 



설채현 슬리피 형님이 제가 운영하는 동물병원이 있는 동네에 사는데, 어느 날 퓨리를 데리고 오셨어요. 형님이 착한 데다 주변 사람들을 편하게 해줘요. 남자들끼리는 스스럼없이 대하는 느낌이 있어야 쉽게 친해지거든요. 형님이 처음부터 저를 편하게 대해주고, 형님으로부터 먼저 연락이 오면서 친해졌어요.
 
슬리피 집 앞 동물병원이라 왔어요. 제가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귀찮게 했고요(웃음). 퓨리한테 어떤 음식을 먹여도 되냐고 물어보고, 밤에도 연락하고 그랬어요. 

슬리피 씨가 책의 추천사를 쓰게 된 계기는 뭔가요. 

설채현 반려견을 잘 아는 분이 추천사를 써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형님은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보호자예요. 처음 저희 병원을 방문했을 때도 제가 더 이상 알려드릴 게 없을 정도로 훌륭하게 퓨리를 키우고 계시더라고요. 바쁠 때 다른 사람한테 부탁해서 퓨리를 혼자 있지 않게 하고, 퓨리가 뭘 원하는지 바로 알아차리실 정도로 반려견에 대한 이해력도 높아요. 

슬리피 요청을 받고서 ‘내가 추천사를 써줄 자격이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추천사를 써서 보내줬어요. 제 추천사가 마음에 안 들면 책에 안 넣으면 되잖아요(웃음).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썼어요. 


 강아지 퓨리를 안고 있는 슬리피.

강아지 퓨리를 안고 있는 슬리피.

슬리피 씨는 퓨리를 어떻게 키우게 됐나요. 

슬리피 사실 3년 전에 충동적으로 입양해 키우게 됐어요. 어릴 때 강아지를 좋아했는데 부모님께서는 못 키우게 하셨어요. 커서 강아지를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해왔죠. 그러다 한 지인이 펫 숍을 운영하는 걸 알았어요. 지인에게 푸들을 입양하고 싶은데 가격이 얼마인지 물어봤어요. 저는 한번 알아보려고 한 거였는데 얼마 뒤에 지인으로부터 갑자기 강아지를 데려가라는 연락이 왔어요. 일단 한번 보자는 마음으로 펫 숍이 있는 수원까지 내려갔어요. 퓨리가 유리창 너머 앞발을 아래위로 흔들면서 저를 쳐다보는데 너무 사랑스러워서 안 데려 올 수 없었어요.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고,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 출연해 며칠씩 집을 비울 때라 키울 여력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요. 

퓨리를 데려오기 전 반려견에 대해 공부를 미리 하셨나요. 

슬리피 아니요. 전혀 몰랐어요. 퓨리를 입양한 이후에 반려견을 기르는 지인들에게 물어보고, 먹으면 안 되는 음식들을 찾아봤어요. 인터넷에서 ‘건포도를 줬는데 반려견이 죽었다’는 글을 보고 놀랐어요. 행복한 표정으로 건포도를 먹더라도 막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죠. 

설채현 입양 이후에라도 반려견에 대해 공부를 하는 것은 두 번째로 좋은 자세예요. 가장 좋은 자세는 입양하기 전 공부하는 거고요. 반려견를 입양한 이후에 공부를 하지 않으면 반려견이 문제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요. 문제 행동은 반려견이 유기당하는 원인의 50~60%를 차지하죠. 

충동적으로 반려견을 데려오면 잘 키우기 어렵지 않나요. 

슬리피 저는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강형욱 반려견 트레이너의 영상을 보고서 반려견을 혼자 두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 후로 집을 비우게 되면 앞집에 사는 분께 퓨리를 맡아달라고 부탁해요. 그때마다 흔쾌히 맡아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설채현 형님은 예외적인 경우예요. 퓨리가 생후 2개월 때 이웃에게 맡겨지며 낯선 사람들과 친해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회화가 됐거든요. 반려견이 사람들과 잘 어울리기 위해선 생후 2~4개월 사이에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해요. 제가 좋아하는 영국 출신 행동학 수의사 이안 던바는 3개월 동안 1백 명의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말했어요. 하루에 한 명씩 새로운 사람을 만나라는 이야기죠. 약간 과장되긴 했지만 그 정도로 많은 사람을 만나야 반려견이 낯선 사람에 대해서도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있어요. 

슬리피 퓨리는 어렸을 때부터 혼자 두지 않아서 그런지 분리불안이 별로 없어요. 제가 다른 사람한테 퓨리를 맡기면서 인사를 하고 가려 하면 퓨리는 아무렇지 않게 뒤돌아서요. 저를 별로 그리워하지 않아요. 서운할 정도예요(웃음). 

설채현 퓨리가 사회성이 좋은 데는 형님의 영향도 있어요. 보호자가 사회성이 좋지 않으면 이웃한테 반려견을 맡아달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실제로 반려견이 보호자의 성향을 따라간다는 연구 결과도 많아요. 반려견은 다 커도 사람 지능으로 보면 서너 살 아이에 해당해요. 그 시기의 아이들에겐 부모의 존재가 거의 절대적이잖아요. 게다가 반려견은 보호자의 감정을 냄새로도 알 수 있어요.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땀에 스트레스 호르몬이 배어 나오는데 반려견은 후각이 발달해 땀 속에 섞인 스트레스 호르몬 냄새를 맡을 수 있죠. 

퓨리를 키우면서 힘들었던 적은 없나요.

슬리피 퓨리가 싫어하는 것들에 대해서 내가 다 맞춰줘야 하나 싶을 때가 있어요. 간식을 계속 달라고 하면 다 줄 수가 없잖아요. 가끔씩 ‘얘는 나한테 왜 안 맞추지’라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지금도 그렇지만 싫어하는 걸 조율하는 게 힘들었어요.

설채현 제가 반려견을 자식처럼 키우라고 말씀을 드리거든요. 부모가 자녀를 키울 때 해달라는 거 다 해주지 않잖아요. 오히려 많은 보호자들이 반려견이라서 떼쓰는 걸 들어주려는 경향이 있어요. 아이들이 밥을 안 먹는다고 과자를 주지 않잖아요. 반려견에게도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교육할 필요가 있어요. 

슬리피 씨는 한 방송에서 반려견 간식을 드셨다고 밝혔어요. 맛은 어땠나요.

슬리피 반려견을 정말 좋아하는 분들은 한번씩 먹어봐요. 닭가슴살 간식을 사서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제가 퓨리를 위해 직접 만든 닭가슴살 간식이랑 맛이 똑같더라고요.


설 원장이 세상이를 안고 있다.

설 원장이 세상이를 안고 있다.

반려견 간식을 먹어도 사람 건강에 문제가 없나요.

설채현 요즘 반려견 간식을 사람 먹는 것보다 더 좋은 재료로 만들기도 해요. 저도 먹어봤어요. 수의사들 중에 가끔은 맥주 안주로 먹는 사람도 있어요.

퓨리는 광고에 많이 나와서 유명해졌어요. 광고 촬영이 어렵지 않았나요.

슬리피 퓨리랑 촬영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으면 못 한다고 말해요. 퓨리는 훈련을 많이 안 해서 할 줄 아는 건 가만히 있는 것뿐이에요. 그런데 가만히 있는 것도 오래 하면 퓨리가 싫어하기 때문에 장시간 촬영하는 광고는 안 찍어요.

요즘은 ‘래퍼 슬리피’보다 ‘퓨리 아빠’로 더 유명한데 서운하지는 않나요.

슬리피 문신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세탁하는 거죠(웃음). 퓨리 SNS 계정의 팔로어가 1만4천 명 정도 돼요. 많은 사람들이 퓨리를 알아봐주고 그런 면이 재미있어요. 엔터테인먼트 회사 대표의 마인드랑 비슷한 거죠. 우리 애(퓨리)를 스타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퓨리 덕분에 반려견과 함께하는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할 수 있게 됐고요.

퓨리가 복덩이네요.

슬리피 맞아요. 저는 우울했던 사람인데 퓨리 덕분에 많이 밝아졌어요.

설채현 저도 그런 경험이 있어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갔을 때 반려견이 달려오면 저를 힘들게 했던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사라져요. 실제로 반려견이 정서 안정에 도움이 돼요. 반려견과 보호자가 서로 바라보고 있으면 사랑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이 분비되고, 심장 박동도 안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나아가, 일본 같은 경우에는 독거노인이 반려견을 키우면 보조금을 주는 시도 있어요. 독거노인이 우울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으면 본인도 힘들고 병원비도 많이 나가잖아요. 그런 것보다 반려견을 기르면서 정서적 안정을 찾고 건강해지는 게 사회적으로도 좋기 때문이에요.


설채현 원장에게 듣는 예비 반려인을 위한 팁

반려견을 키우려면 어떤 것이 꼭 필요한가요. 

반려견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개는 어떤 행동을 하고, 감정 표현을 어떻게 하고, 언어를 어떻게 배우는지 알아야 반려견을 키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개에게는 정상 행동인데 사람들이 문제 행동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요. 퓨리 같은 엄친견을 보면서 모든 반려견이 사회성도 좋고 많이 짖지 않는구나,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사람처럼 반려견들도 성격이 다 달라요. 어떤 행동이 반려견에게는 정상인데 보호자가 이를 문제 행동으로 규정하면서 반려견과 보호자가 소통이 안 되기 시작하죠. 

반려견을 키우기 위해 지켜야 할 최소한의 환경이나 조건이 있나요. 

원룸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건 추천하지 않아요. 개는 좁은 공간에 계속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거든요. 어쩔 수 없이 원룸에서 키운다면 산책과 놀이를 자주 해주거나 데이케어 센터 같은 걸 이용하면 좋아요.

반려견을 키우려면 양육 비용은 한 달에 얼마 정도 들까요. 

사료 값, 놀이 비용, 적금 등을 고려해서 매월 20만원 정도는 잡으셔야 해요. 20만원 예산 안에서 저는 5만원씩 적금을 들어놓는 걸 추천해요. 사람이 갑자기 아플 때를 대비해서 보험 들듯이 반려견을 위해서도 대비가 필요해요.

개털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반려견을 키울 수 없나요. 

그런 경우에는 애초에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게 좋아요. 그래도 꼭 키우고 싶다면 공기청정기를 두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사실 개털 자체가 알레르기를 일으키진 않아요. 개털에 묻어 있는 각질, 침, 체액 등이 알레르기를 유발하죠. 공기 중에 떠다니는 각질을 걸러낼 수 있도록 집 안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고, 2주에 한 번 정도 목욕을 시키는 것을 추천해요.

사회성 좋은 반려견으로 키우고 싶다면요. 

반려견 교육은 쉽지 않아요. 견종마다 특성이 다른데 그걸 먼저 파악하는 게 좋아요. 견종이란 건 사람의 목적에 의해 생겨났어요. 예를 들면 보더 콜리는 움직이는 걸 보면 잘 쫓아가는 개들만 선별해서 교배시켜 탄생한 종이에요. 이런 본능이 남아 있다 보니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거 보면 자신도 모르게 쫓아가는 경향이 있어요. 리트리버는 총에 맞아 호수에 떨어진 사냥감을 물어오는 일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되찾아오다, 회수하다’라는 단어 ‘Retrieve’에서 파생돼 리트리버라고 불려요. 그러다 보니까 발이 크고, 물갈퀴 같은 게 있기도 해요. 리트리버의 또 다른 특징은 아무거나 입에 잘 넣는 이식증이 있다는 거예요. 사냥이나 집을 지킬 목적으로 만들어진 견종은 아무래도 현대사회에서 키우기에는 어려움이 있어요. 그럼에도 보호자가 키우기로 결심했다면 교육을 열심히 시키겠다는 다짐이 필요해요.

미세먼지 많은 날에도 반려견에게 산책을 시키는 것이 좋은가요. 

그런 날은 과격한 운동을 삼가는 편이 좋아요. 야외 산책을 짧게 하고 집 안 활동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에요. 반려견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미세먼지에 오래 노출되면 결막염이 생기거나 호흡기 질환을 앓을 수 있어요. 특히 어리거나 고령인 반려견에게는 미세먼지가 치명적일 수 있죠.


사진 김성남 지호영 기자 디자인 최정미 사진제공 김퓨리 설채현 인스타그램




여성동아 2019년 7월 6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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