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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난임 부부가 임신 더 잘되는 이유는…”

해외에서 더 유명한 난임 전문의 최범채 광주 시엘병원 원장

EDITOR 최호열 기자

입력 2019.05.30 18:07:55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난임 부부들의 임신을 막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25년 넘게 미국과 몽골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 난임 부부들을 치료해온 광주 시엘병원 최범채 원장은 ‘극성’과 ‘걱정’이라고 단언한다.
“외국인 난임 부부가 임신 더 잘되는 이유는…”
“한국의 의료 문화는 너무 서울 소재 병원으로 집중되어 있어요. KTX에 SRT까지, 이제는 사소한 질환도 서울로 갑니다. 한국인들 상당수가 브랜드와 명품에 남다른 집착이 있잖아요. 병원을 선택하는 데도 무의식적으로 그런 심리 기제가 깔려 있더라고요. 의사의 역할이나 배양 기술력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인공수정(자궁 내 정자주입술)을 하는 데도 가까운 난임 병원을 마다하고 서울로 가는 환자들이 있어요. 체외수정(시험관아기 시술)을 여러 차례 해보다가 안 돼서 서울의 큰 병원으로 옮기는 거야 이해가 되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요.” 

광주 시엘병원 최범채(59) 원장은 지역 내 난임 환자들이 서울 등 대도시 메이저 대형 병원으로 빠져나가는 것에 대해 몹시 안타까워했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되어 난임 치료 시술을 한 지 올해로 25년 차 베테랑 의사로서 당연한 비판일 것이다. 생명이 위급한 응급 환자이거나 중증 환자라서 경험이 더 풍부한 빅5 종합병원으로 간다면 모를까, 난임 치료 시술마저 수도권 집중화 양상에 편입된다는 것이 여간 씁쓸하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최 원장은 “국내 시장보다 더 뜨거운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면서 의사로서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게 된 계기를 털어놓았다. 청년 시절 그는 지방대 의대 출신으로 어렵게 제일병원 스태프가 되었지만, 교수직을 뒤로하고 전세금까지 탈탈 털어 가족과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고 한다. 덕분에 1990년대 중반 하버드대 의대 브리검 여성병원에서 생식면역학에 관한 박사후 과정을 수료할 수 있었다. 세상살이에서 그 어떤 경험도 헛되지 않다는 말이 맞았다. 미국 병원에서의 진료 경험이 의사로서는 코페르니쿠스적인 인식의 대혁명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유명한 병원, 유명한 의사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돈을 못 벌더라도 양심적인 의사, 의사다운 의사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이 고향으로 발길을 돌리게 했다. 

그는 지금도 하버드대 의대 브리검 여성병원에서 만난 환자들의 질문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미국의 환자들은) 세밀하고 철저합니다. 의사는 반드시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주고, 환자가 모두 이해하고 동의할 때 처방해야 합니다. 미국인 환자들은 그 어떤 치료를 받을 때 논문을 찾아 복사해옵니다. 그리고 의사한테 이렇게 물어봐요. 이 진단과 치료법의 배경은 무엇인가, 결과가 어떠했나, 임상실험에 참여한 사람은 얼마나 되었나, 신뢰할 수 있나. 정말 치밀하게 따지지만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질문하고, 납득합니다. 한마디로 의사에게 ‘이건 유니버설 스탠더드냐? 개인 의견이냐?’라고 따질 정도입니다.” 



환자들의 합리적인 질문에 적잖게 쇼크를 받은 영향 때문인지 그는 난임 의사로 25년간 일하면서 ‘임신이 아무리 간절해도 자신의 건강만큼 중요한가?’라는 물음표를 끊임없이 환자에게 던져주었다고 한다. 그는 지금까지 1백여 편의 논문을 썼다. 전 세계 대표적인 부인과 교과서인 ‘노박 부인과(Berek and Novak’s Gynecology)’에 습관성 유산에 대한 진단과 치료 내용을 기고(2002)하며 국제적인 치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목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미국불임학회, 캐나다불임학회, 일본불임학회에서 논문상을 수상했고, 국내 불임학회에서도 논문상을 5차례나 수상했다. 그야말로 난임 시술에만 매진하는 의사가 아니라 끊임없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공부하는 의사가 되려고 노력한 셈이다.


해외 의료 진출 우수 경영인

최범채 시엘병원 원장은 난임 시술 환자에게 세세하게 설명해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최범채 시엘병원 원장은 난임 시술 환자에게 세세하게 설명해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최 원장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난임 의사다. 그의 미다스 손으로 임신한 외국인 부부가 5백여 쌍에 이른다. 또한 국내 난임 의사로서는 최초로 난임 기술을 해외 시장에 전파하는 데 성공한 ‘해외 의료 진출 우수 경영인’이기도 하다. 그가 가장 공을 많이 들인 나라는 몽골이었다. 몽골에서는 그의 이름 앞에 이색적인 수식어가 붙는다. ‘몽골 정부 공식 보건 자문의사’라는 직함이다. 지금까지 몽골 보건성으로부터 보건의료 훈장, 몽골 대통령의 공훈 훈장 및 울란바토르 시장 훈장을 수여받았다. 또한 지난 10여 년간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중국, 러시아 등지의 현지 대학병원 산부인과 스태프들에게 난임 치료 및 시술 교육을 했고, 현지 의료인들을 시엘병원으로 초청해 체외수정 시술 체험을 할 수 있게 했다. 덕분에 현재 시엘병원은 광주를 본원으로 몽골 울란바토르(2017)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2018)에 분원이 개원되었다. 오는 8월에는 중국 칭다오에서도 개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해외로 진출한 계기가 있었나요. 


10년 전이었어요. 몽골과 인연이 있던 대학 선배(의료인)가 “몽골이 부인과가 너무 열악한데, 와봐라”고 하더라고요. (몽골에 가보니까) 형편없었어요. 우리나라 1960~70년대처럼 의료 수준이 낙후되어 있는 겁니다. 그때 마침 제가 분만 병원을 접은 터라 인큐베이터, 분만대 같은 기구들이 있었는데 (이 기구들을) 수리해 전부 몽골 국립모자보건센터에 기증했어요. 그 일이 계기가 되었죠. 초창기에는 몽골의 난임 환자를 제 병원(광주 시엘병원)까지 오게 했는데 이제는 몽골에 시엘병원 분원(몽시엘)이 있어서 현지에서 시술을 하고 있어요.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많이 배우셨겠어요. 

그럼요. 국내 의료가 ‘우물 안 개구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스페인의 IVI라는 난임 전문 병원은 전 세계 11개 국가에서 70여 개의 난임 전문 병원을 운영하고 있어요. 언어와 문화가 다른데도 과감한 도전이 놀랍고 소름이 돋습니다. 우리나라 메이저 난임 병원들도 국내에서 경쟁하지 말고 글로벌 병원으로 도전해야 합니다. 진정한 메이저리그에서 생존하는 모습을 보여야 되지 않을까요. 몽골에 시엘병원을 개원한 것은 몽골에서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러시아와 중국 난임 의료 시장에 도전장을 내기 위한 전진기지 구축이 목표였죠. 진정한 의료 메이저리거가 되고 싶습니다. 

해외 분원을 열어도 난임 시술을 할 수 있는 전문 의사가 있어야 하는데, 현지에 그런 전문 의료인이 있나요. 

저도 정기적으로 현지를 방문해 진료와 시술을 돕고 있고, 현지 의사들도 있어요. 몽골 의사는 여기 시엘병원에서 꽤 오랜 기간 체외수정 시술 트레이닝을 받았어요. 난임 치료 시술은 외과 수술처럼 크게 힘들지 않거든요. 산부인과 전문의라면 1~2년만 경험해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치료와 진단에서 정확한 판단이 요구되는 경우엔 실시간 SNS를 통해 저와 소통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배양 기술 분야인데, 몽골 현지인들이 우리 병원에 와서 실제 배양실과 똑같이 꾸며진 실험실 공간에서 동물실험을 통해 충분한 ART(보조생식술) 테크닉을 경험하고 배우고 갔어요. 사람들이 해외 난임 클리닉을 설립하는 것에 대해 성공에 거는 기대보다는 실패에 대한 우려를 더 하더군요. 대부분 “직원들 월급을 줄 수 있냐”고 물어요(웃음). 몽시엘과 블라디보스토크 시엘은 현지인들에게 대우가 좋은 외국계 병원으로 소문이 나 있습니다. 

국내 난임 의사들이 실력도 좋고 체외수정 시술 가격도 저렴해서 외국인 환자를 많이 받고 싶어하는데, 외국인 환자 유치가 쉽지 않지요. 


외국인을 유치해주는 업체도 있지만 누가 지방 난임 병원에 환자를 소개하겠어요. 제 경우는 현지의 의료인들과 관계를 맺고 오랜 기간 공을 들였어요. 몽골의 경우, 몽골 보건성도 저를 자국의 의료 발전에 이바지했다고 인정을 해줍니다. 그게 1~2년 왔다 갔다 했다고 되겠습니까. 저는 80회 정도 몽골을 방문했던 것 같아요. 국내 병원들이 의료관광 사업에 대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어요. 해외 병원과 손잡고 양해각서를 쓰고 사진 한 장 찍으면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절대로 아닙니다. 진정성 있게 서로를 돕고 왕래를 해야 해요. 사실 몽골에서 현지인과 동업해서 병원을 설립하는 것이 가장 쉽고 확실하다고 판단이 되었어요. 자국민과 동업도 쉽지 않은데 말과 문화, 경제 수준이 다른 외국에서 을의 입장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이나 다름없었어요. 3년 동안 사업 파트너가 네 번이나 바뀌면서 좌절도 겪었어요. 결국 외국인 지분 100% 병원을 설립하게 되었지요. 바윗돌에 난을 심은 것과 같아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성과가 아니랍니다. 

난임 의사로 한국인과 외국인들을 많이 만나셨을 텐데, 나라마다 차이가 있나요. 

한국 환자들이 가장 어려워요. 귀가 너무 얇고, 주변 사람들 이야기나 인터넷 정보에 현혹되어서 고민을 한 보따리 안고 시술을 받는 경우가 흔합니다. 임신이 되어도 유산 걱정을 미리 하고요. 반면, 일본인들은 답답할 정도로 의사 말을 경청합니다. 상담이 부담스러울 정도예요. 질문이 거의 없더라고요. 일본인들은 문화적 특징이 남에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것인데 이게 습관화되어 웬만해서는 의사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아요. 중국 사람은 운명론자들이 많아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어떤 결과일지라도 잘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천성적으로 낙천주의자들이 많은 것 같아요. 

서양인들과 러시아인, 몽골인들도 현지에서 꽤 경험을 해보셨을 텐데. 

그럼요. 서양인들은 병원마다의 임신율을 파악하고 의사가 쓴 논문도 찾아서 읽어보고 오더라고요. 아주 과학적이고 상세한 설명도 요구해요. 몽골인들은 임신에 실패하면 정말 서럽게 울더라고요. 외향적인 것 같아도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해요. 자국의 의료 수준이 낙후되어 있으니까 한국 의사를 신적인 존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어찌나 부담이 되던지(웃음).


정자은행 보유 병원

최범채 시엘병원 원장은 10년 넘게 몽골, 우즈베키스탄, 중국, 러시아 등에 난임 치료 및 시술 노하우를 전수했다.

최범채 시엘병원 원장은 10년 넘게 몽골, 우즈베키스탄, 중국, 러시아 등에 난임 치료 및 시술 노하우를 전수했다.

최 원장은 “동남아시아 여성이 난임 환자로서의 자세가 가장 최상이었다”며 “난임 치료 시술을 하면서 인터넷이나 주변 사람들 이야기에 혹하지 않고 의사 말을 전적으로 믿는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밀가루도 특효약이라고 믿고 먹으면 효능을 본다는 플라세보 효과가 있듯이, 의사의 말을 전적으로 믿어서 그런지 임신율이 높았다고 한다. 그는 “외국인 부부들은 대체적으로 임신 성공률이 높다”고 했다. 

“만혼(晩婚)과 재혼으로 인해 외국인 난임 부부들도 고령이 많아요. 이 때문에 아무래도 생식기 내 질환이 많을 수밖에 없죠. 그런데도 임신율이 높아요. 일단 의사를 신뢰했으면 의사 말만 믿고 따르는 거예요. 반면 한국 환자들은 좋게 말해서 열정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극성스러운 편입니다. 다른 의사의 처방과 비교까지 할 정도니까요. 이런 열정이 자녀 교육에서는 덕을 볼 수 있겠지만 임신에는 훼방꾼입니다.”

난임에 대한 남편의 태도가 나라마다 다른 점이 있나요. 

러시아 남성들은 꽤 까칠하고 무뚝뚝하더라고요. 하지만 자식에 대한 욕심이 남달라서 그런지 임신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내를 보면서 180도 바뀌어요. 몽골은 재혼율이 높은 편이에요. 한 여성은 첫 번째 남편과 함께 병원에 와서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았는데, 재혼해서 또 지금 남편과 같이 왔더라고요. 몽골인들은 ‘칸의 후예’라는 자부심이 대단해요. 유전자에 대한 자긍심도 남다르고요. 그래서 자식을 꼭 낳고 싶어합니다. 남자가 무정자증일 경우 그 집안의 남성이 기꺼이 정자를 공여해줄 정도예요. 

말이 나왔으니 여쭤봅니다. 시엘병원은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정자은행 보유 병원인데 최근 정자 확보에 어려움이 많지요. 

정자 기증자 모집도 힘들지만 (정자를) 기증한다고 해도 건강한 정자여야 하거든요. 기증자는 건강검진을 꼭 해야 합니다. 간염, 성병, 에이즈 등 12가지 검사를 거쳐 통과한 정자만을 동결보존해놓을 수 있어요. 정자가 기증되어도 각종 질환을 검사하고 질병 잠복기를 확인하는 데 6개월 걸려요. 요즘 무정자증 중에서도 고환에서 정자를 만들지 못하는 비폐쇄성 무정자증 남성들이 예전에 비해 늘고 있는데, 걱정입니다. 남성 불임 부부들이 건강검진을 다 통과한 정자를 공여받아야 하는데 제3의 거래를 하게 되면 큰일이잖습니까. 우리나라는 가족 간 정자 공여를 꺼리는 분위기라서 정자은행이 활성화되어야 할 거예요.
마지막으로, 병원명인 ‘시엘(CL)’에 특별한 뜻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외국인들이 쉽게 인식을 하려면 국제적인 이름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창조와 사랑’이라는 뜻으로 Creation Love의 약자를 따서 CL이라고 정한 겁니다.


사진 지호영 기자 디자인 김영화




여성동아 2019년 6월 6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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