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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health

“세상에 착한 암은 없습니다”

갑상선암 명의 장호진 교수에게 듣는다

EDITOR 두경아

2019. 03. 28

오해가 방심을 부르고 병을 키운다. 갑상선암에 대한 이야기다. 진행이 더딘 ‘착한 암’이라고 믿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

흔히 갑상선암을 ‘착한 암’, ‘거북이암’ 등 긍정적인 별칭으로 부르곤 한다. 다른 암에 비해 진행이 느리고, 암의 완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인 ‘5년 생존율’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갑상선암 치료 권위자인 장호진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는 “착한 암이란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갑상선암은 초음파 기계의 발달로 정기검진을 통해 발견하기 쉬워졌고, 90% 정도가 진행이 느린 암이라 생존율도 높습니다. 정기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면, 절제를 최소한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도 좋은 편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착한 암이란 없어요. 방관해도 좋은 암은 더더욱 없습니다.” 

국내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1999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암 확진 후 치료 중이거나 완치된 누적 암 유병자 수는 2016년 기준 약 1백74만 명을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갑상선암 환자가 38만 명으로 가장 많다. 장 교수는 “한창 증가했던 갑상선암 환자가 2013~2014년부터는 줄어들었다가 재작년부터 다시 늘고 있다”면서 “갑상선암은 수술할 필요가 없고 검진조차 불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인지, 병을 키워서 오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갑상선암의 경우 진행을 간과하다가 전이가 된 뒤에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암이 림프절이나 폐, 간 등 다른 장기나 뼈로 전이가 되면 치료가 어렵고 복잡해집니다.” 

장 교수는 갑상선암을 “두 얼굴의 암”으로 표현했다. 갑상선암 중 10%는 예측 불가한 난치성 암이며, 진행 속도가 느리다 보니 전이나 재발이 가능한 기간도 길다는 것이다. 



“느리게 진행되는 90% 이외에, 나머지 10%의 갑상선암은 다른 장기로 전이되고 치료도 어려운 경우입니다. 1% 정도는 난치성 미분화 암으로, 항암 치료나 수술 자체가 힘들고 진단 후 6개월 이내에 사망합니다. 게다가 갑상선암은 천천히 진행되다 보니 완치의 기준인 5년이 지나서야 재발이나 전이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갑상선암은 갑상선호르몬을 생산하고 칼슘 농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는 갑상선에서 생기는 악성 종양이다. 갑상선암의 종류는 분화갑상선암과 갑상선수질암, 미분화갑상선암으로 나뉜다. 대부분은 분화갑상선암인 유두암과 여포암인데, 예후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것이 바로 유두암이다. 그렇다면 갑상선암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 교수는 “방사선 노출과 가족력 등”을 꼽았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갑상선암 증가

“현재까지 밝혀진 갑상선암의 주요 원인은 방사선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방사선이 있습니다. 갑상선암이 계속 늘어난 이유도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서 오염 물질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음식은 요오드가 풍부해서 갑상선염이 많습니다. 또 유전적인 요인보다는 가족력이 있다고 봅니다. 생활환경, 식습관 등을 공유하는 가족들 중 한 명에 갑상선암이 있을 경우 사촌까지 발병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지요.” 

갑상선암의 경우 예전에는 여성의 비율이 높았지만 지금은 남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발병하고 있다고 한다. 나이도 상관없다. 심지어 8~9세의 어린이들에게도 생긴다. 이처럼 갑상선암은 나이,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암인데 자각증상은 거의 없다. 의심스러운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흔히 갑상선암 자각증상으로 ‘목이 쉰다’고 하는데, 그 정도가 되면 암이 성대까지 침범해 위험한 상황입니다. 치료는 굉장히 어렵겠죠. 피곤한 증상은 자각증세로 보기 힘들며, 갑상선암 발견은 정기검진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다만 갑상선에 혹이 있는 경우는 주의해야 한다. 양성일지라도 혹이 있는 경우는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직경이 4cm 이상인 양성 혹 중 30% 정도가 암으로 발전합니다. 직경이 0.5cm 미만에 모양이 나쁘지 않은 혹이라면 괜찮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사전에 감지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보는 게 좋습니다. 물론 술 · 담배를 안 하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건강한 사람에게는 발병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갑상선암은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만이 최선의 답입니다.”

우리 몸의 지휘자, 갑상선

갑상선암의 가장 기본적인 치료법은 수술이다. 갑상선암의 종류나 크기 등에 따라 수술 범위가 결정된다. 

“갑상선암이 발병하면 대개 수술로 치료합니다. 예전에는 갑상선암이 발견되면 전 절제 수술(갑상선을 모두 들어내는 수술)을 많이 시행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수술 기술이 많이 좋아져 갑상선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설령 임파선으로 전이가 됐더라도 갑상선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수술할 수 있게 됐죠.” 

수술하고 나서는 대개 갑상선의 기능을 대신해주는 갑상선기능호르몬제를 복용한다. 전 절제 수술을 시행하면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한다. 부작용도 따른다.
“반 절제 수술을 받은 환우 중 일부는 갑상선기능호르몬제를 복용하지 않고 있는데, 혈액 검사 결과에 따라 평생 약을 안 먹어도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 절제 수술을 시행한 뒤부터는 수술 후 부작용도 많이 줄고, 환자의 예후도 좋은 편입니다.” 

장호진 교수는 갑상선을 ‘우리 몸의 오케스트라 지휘자’에 비유하기도 했다.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지휘자가 있을 때는 ‘굳이 있어야 하나?’ 생각할 수 있지만, 막상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가 사라지면 연주는 엉망이 돼버릴 겁니다. 갑상선은 몸 안의 호르몬을 다루는 기관입니다. 지휘자처럼 호르몬을 통제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하죠. 갑상선이 없으면 모든 기관들의 흐름이 막힙니다. 살이 찌고, 행동이 굼떠지며, 무기력해지죠. 우리 몸에서 대단히 중요한 기관인데도, 잃기 전에는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는 갑상선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알리는 ‘나비리본 캠페인’을 소개했다. 

“많은 사람들이 ‘갑상선암은 암도 아니다’ ‘갑상선암 수술은 맹장 수술보다 간단하다’는 식으로, 갑상선암을 가볍게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나비리본 캠페인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갑상선암은 두 얼굴의 암이며, 착하기도 하지만 개중에는 수술이나 치료 자체가 안 되는 난치성 암도 있습니다. 갑상선암은 사회가 발전할수록 계속 증가하는 암이기 때문에 결코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나비리본 캠페인
‘갑상선암, 올바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해요’

우리 몸에 있는 갑상선은 나비와 비슷하게 생겼다. 이러한 나비 모양의 특징을 이름으로 붙인 ‘나비리본 캠페인’은 갑상선암 인식 개선 캠페인이다. 나비리본 캠페인은 흔히 가볍게 인식하는 갑상선암을 다른 암처럼 올바르게 치료하고 관리가 필요한 암이라는 것을 알리고 있다. 이를 위해 전문적인 자문단과 함께 갑상선암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전하고 오해를 바로잡는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이 캠페인은 나비가 희망을 상징하듯, 많은 갑상선암 환우들과 그 가족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고 나아가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카카오 플러스친구, 인스타그램 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과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여러 공익적 활동을 통해 갑상선암에 대한 인식 개선에 힘쓰고 있다.

기획 김지영 기자 사진 홍태식 디자인 박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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