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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joelkimbeck #column

버버리와 H&M의 같은 고민 다른 선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엘 킴벡

입력 2019.03.25 17:00:01

조엘 킴벡의 칼레이도스코프

버버리와 H&M의 같은 고민  다른 선택

뉴욕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네스 팰트로, 미란다 커 등 세기의 뮤즈들과 작업해왔다. 현재 브랜드 컨설팅 및 광고 에이전시 ‘STUDIO HANDSOME’을 이끌고 있다.


Sustainability
H&M의 ‘2018 Conscious Exclusive’ 라인 의상들과 2016년 재활용 주간을 맞아 할인 판매를 알리는 포스터.

H&M의 ‘2018 Conscious Exclusive’ 라인 의상들과 2016년 재활용 주간을 맞아 할인 판매를 알리는 포스터.

요즘 패션 브랜드들의 가장 큰 화두는 다양성(Diversity)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다. 이는 달라진 소비자들의 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요즘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제시하는 디자인이나 트렌드 못지않게 브랜드의 지향점까지 읽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다양성이 성별과 인종을 아우르는 인권 차원의 이슈라면 지속가능성은 환경 문제와 연결된다. 하나뿐인 지구와 유한한 자원을 미래 세대를 위해 보호하고 아껴야 한다는 취지인 지속가능성에 관한 생각은 비단 패션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공유되고 있는 가치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서 패션 산업은 이산화탄소 같은 대기오염 물질을 유발하는 주범으로 눈총을 받고 있다. 지난해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에는 영국을 대표하는 패션 하우스 버버리가 자사 의류와 화장품 약 2천8백60만 파운드(약 4백20억원)어치를 소각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제품이 싸게 팔려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거나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는 하지만 환경적 측면에서 보면 사용 가능한 자원을 공해까지 발생시켜가면서 폐기하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다.
 
그간 명품 브랜드들이 아웃렛에서도 팔리지 않은 재고를 폐기 처분해온 것은 패션계의 오래된 비밀이다. 일정 금액 이하로 내려서 판매하는 것은 브랜드 이름값에 반한다는 판단에서 시작된 관행이다. 저렴한 의류를 대량 생산, 유통하는 방식으로 ‘패스트 패션’이란 신조어를 탄생시킨 SPA 브랜드들도 환경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미 생산한 제품을 어떤 방식으로 소진하느냐가 기업의 중요한 덕목으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스웨덴에 기반을 둔 SPA 브랜드 H&M은 이에 관한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H&M은 2004년부터 매년 봄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지거나 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의류 라인 컨셔스 익스클루시브(Conscious Exclusive)를 제안한다. H&M 측은 2030년까지 해당 라인을 비롯해, 브랜드 전체 라인의 소재를 재활용 가능하거나 지속가능한 소재로 100%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H&M은 매년 글로벌 체인지 어워드(Global Change Award)라는 행사를 열어 친환경 패션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으는데, 우승자에게는 1백만 유로(약 13억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오렌지 껍질로 만든 패브릭, 와인 생산 후 폐기물로 만든 식물성 가죽 등이 우승의 영예를 안은 아이디어들이다. 재고 의류를 소각한 버버리와 달리 H&M은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 외곽의 한 발전소에 연료로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아울러 H&M은 2020년까지 최소 연간 2만5천 톤의 텍스타일을 수거해 이후 자사 제품에 업사이클링하겠다고 발표했다. 업사이클링은 기존 제품에 부가가치를 덧붙여 새로운 판로를 열어가는 작업이다. 기존의 재활용이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면, 업사이클링은 이윤 창출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Diversity

업사이클링도 에지 있게, 베트멍

1 2 베트멍이 지난해 런웨이에서 선보인 업사이클링 의상과 베트멍 수장 뎀나 바잘리아의 아이디어로 영국 해로즈 백화점 쇼윈도에 전시된 재활용 의상들. 3 4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베자와 플라스틱 재활용품으로 제작된 아디다스의 운동화.

1 2 베트멍이 지난해 런웨이에서 선보인 업사이클링 의상과 베트멍 수장 뎀나 바잘리아의 아이디어로 영국 해로즈 백화점 쇼윈도에 전시된 재활용 의상들. 3 4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베자와 플라스틱 재활용품으로 제작된 아디다스의 운동화.

2018년 2월 영국 런던 해로즈 백화점 쇼윈도에는 재고 의류들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쇼윈도 옆쪽으로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을 수거할 수 있도록 구멍을 만들어두었다. 이 쇼윈도 전시는 패션 브랜드 베트멍의 디자이너인 뎀나 바잘리아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옷을 수거함에 넣은 사람들에게는 페트병을 업사이클링해 제작한 베트멍의 손목 밴드를 선물했다. 업사이클링이 최고의 패션 브랜드와 만나 최고의 가치를 만들어낸 좋은 예가 되었다. 그리고 기념으로 나눠준 베트멍의 손목 밴드는 그 어디에서도 판매하지 않은 초레어 리미티드 아이템으로, 경매 사이트나 리세일 사이트에서 엄청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영국을 비롯한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 유럽 여러 나라의 패션 및 뷰티 브랜드에서는 업사이클링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으며 많은 브랜드들이 이러한 움직임에 속속 발을 들이고 있다. 영국의 화장품 브랜드 러쉬는 종이 대신 물에 녹아 분해되는 옥수수 전분 충전재를 포장재로 사용하고 있으며, 스위스 브랜드 프라이탁은 폐기된 트럭이나 텐트의 방수 천으로 가방과 파우치 등을 만들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 아디다스는 바다에 부유하거나 해변에 떠내려온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수거해 ‘울트라부스트 팔라’ 운동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미국 LA에 기반을 두고 뉴욕 소호에도 근사한 매장을 전개하고 있는 패션 브랜드 리포메이션은 다른 패션 하우스에서 구입한 재고 직물과 친환경 직물을 사용해 특유의 섹시한 스타일링을 구현하고 있다. 리포메이션은 소재를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 A~E까지 5등급으로 나누고, 친환경적인 A·B 등급 소재만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랑스 운동화 브랜드 베자는 신발을 보다 윤리적이고 친환경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업체로 유명하다. 유기농 면, 아마존의 야생 고무를 사용하며 특히 재활용 플라스틱 용기로 신발 밑창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래전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한 말이 떠오른다. “Buy Less, Choose Well, Make It Last(적게 사고, 잘 골라, 오래 입자).” 패션 브랜드와 소비자 모두 미래 세대를 위한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왔다.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REX 디자인 최정미 사진제공 베자 베트멍 아디다스




여성동아 2019년 3월 6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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