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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interview

원순씨, 서울에 봄이 오나 봄

EDITOR 김명희 기자

입력 2019.03.11 17:00:01

도시의 품격은 곧 사람들의 품격이다. 삶의 희로애락이 녹아 있고, 시간의 기록이 켜켜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외형도 결국은 동시대인들의 철학의 산물이다. 시민들과 함께 서울의 격을 만들어가는 박원순 시장을 봄이 오는 길목에서 만났다.
원순씨, 서울에 봄이 오나 봄
‘신은 자연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는 영국 시인 윌리엄 쿠퍼의 시 구절은 우리를 철학자로 만든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어떠한지, 제대로 잘 이루어내고 있는 건지, 아이들에게 어떤 도시를 물려주어야 할지 질문을 던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질문은 종종 나에서 우리로 사고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1인칭에서 전지적 시점으로 관점의 전환을 가져오기도 한다. 

서울에서, 서울의 미래를 가장 많이 고민하는 사람을 꼽자면 박원순(63) 서울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2011년 재보궐 선거를 통해 서울시장에 당선된 이래 3선째, 최장수 서울시장으로 재임 중이다. 시장이 되기 전에는 인권변호사와 시민활동가로 일하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전신인 정법회와 참여연대를 설립했고 세상을 바꾸는 착한 일을 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 ‘아름다운가게’, 제3세계 가난한 농부들을 돕는 공정무역 커피 회사 ‘아름다운커피’ 등을 세웠다. 

‘시민이 시장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서울시장에 취임한 지 8년째.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박원순표 서울은 상전벽해보다는, 시민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그만의 속도로 시민이 주인인 공간을 지향하며 나아가고 있다. 연말이면 보도블록을 갈아엎는 대신 노후 하수관을 효율적으로 교체해 안전을 강화하고, 학생들의 급식을 개선했으며,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려 엄마들이 예전보다 마음 편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석유비축기지를 리모델링한 곳에서 시민들은 오페라를 감상하고, 서울시청 지하는 장터와 결혼식이 열리는 생명력 넘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박 시장을 만난 곳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양재 R&CD 혁신허브다. 서울시가 2017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손잡고 인공지능 분야 인재를 양성하고 그들에게 플랫폼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한 이곳에선 어질고 좋은 인재라는 의미의 ‘양재(良才)’라는 지명처럼, 인공지능 분야의 인재들이 한데 모여 연구하고 소통하며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기술을 만들어가고 있다. ‘사람이 먼저’라는 말은 이곳에선 ‘사람이 에너지’란 말로 바뀐다. 그들이 내뿜는 열기는 곧 서울의 미래를 이끌어갈 성장 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박 시장은 짧은 순간도 허투루 쓰지 않고 개방형 라운지를 누비며 청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서울시가 도와줄 부분이 없는지 챙겼다.


원순씨, 서울에 봄이 오나 봄
이곳에 들어서니 청년들의 열정과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양재 R&CD 혁신허브는 어떤 곳인가요.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거점이죠. 글로벌 시장은 지금 인공지능 전쟁 중입니다. 양재 R&CD 혁신허브는 인공지능에 특화된 기업을 발굴·육성하며 개방형 연구 문화, 전문가 간의 소통과 교류를 촉진하는 전문 지원기관이죠. 2020년까지 인공지능 연구개발 전문가 5백명, 특화 기업 50개 사 발굴·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10년 ‘세상을 바꾸는 1천개의 직업’이란 책에서 청춘들에게 취직보다 창업을 권하는가 하면 퇴근 후 생활코디네이터, 싱글들만을 위한 심부름센터, 못난이 과일 가게 사장 같은 재미난 직업들을 많이 제안하셨어요. 그중에는 지금 도전해도 괜찮을 만한 직업들이 꽤 있는 것 같아요. 

그동안 생각한 새로운 직업들이 많아서 ‘세상을 바꾸는 또 다른 1천개의 직업’을 써볼까 생각 중입니다(웃음). 저도 배운 건데,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고, 다른 나라나 사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둘러보고 통계나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보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1인 가구가 급증했다는 통계가 있는데 이는 주거 형태, 외식산업,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거거든요. 이런 변화를 잘 살피고 대응해야 기업도, 정부도, 시민도 살 수 있어요. 특히 예산을 집행하는 정부가 이런 변화를 읽지 못하고 과거를 답습하다 보면 어마어마한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하게 되는 겁니다. 

서울 시민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어떻게 바뀌고 있다고 진단하고 그에 따라 어떤 것들을 준비하고 계신지요. 

과거 고도성장 시대에는 큰 거, 하드웨어에 집중했지만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에 접어들면서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거대 담론보다 개개인의 일상이 소중하고 스스로의 삶에 자존감을 느끼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졌습니다. 그에 반해 행정은 여전히 토건, 하드웨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같은 것에 치중돼 있었는데 서울은 이를 혁신적으로 바꿔낸 도시죠. 그런 것들은 물처럼 공기처럼 삶에 스며드는 것이기 때문에 계속 서울에서 살아온 분들은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외국에서 살다 온 분들이나 외국인들은 정말 감탄하더라고요. 그리고 이것은 증명되는 바가 있습니다. 구글의 에릭 슈밋 회장을 만난 적이 있는데 자신이 ‘서울의 빅팬’이라고 하더군요. 2016년에는 공유 도시 성과를 인정받아 스웨덴 예테보리 지속가능발전상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도쿄나 함부르크 같은 도시들을 제치고 도시 행정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받았습니다. 서울로7017은 1년 사이 1천3백만 명이 방문했고, 베이징시장은 마포 문화비축기지에 직원을 네번이나 보내 벤치마킹을 했습니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에 위치한 상생상회는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도시 소비자들과 판로 개척이 필요한 농부들을 직접 연결하는 새로운 플랫폼입니다. 유통 단계를 줄인 데다 농부의 철학과 제조 과정의 스토리를 상품과 함께 진열하는 덕분에 믿고 거래할 수 있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인, 그야말로 상생의 장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삶에 대한 집중도가 높고, 라이프스타일이 다채로운 시대에 맞춰 서울시도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맞춤형 정책들을 마련해나가고 있습니다. 

예전에 도쿄는 회색, 브뤼셀은 핑크색 하는 식으로 세계 각국의 도시들을 색깔에 비유하신 적이 있는데, 서울은 어떤 색을 가지면 좋을까요.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깔을 가진 도시가 되면 좋겠어요. 서울 시민들이 저마다 꿈을 갖고 그것을 완성해가는 도시를 이루는 게 저의 꿈입니다. 그것이 서울을 세계 유일의 도시로 만드는 길이기도 하고요. 

서울이 다양성을 갖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때문이 아닐까요.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는 한국의 아파트 문화를 분석하며 ‘새것에 대한 맹목적 숭배, 집을 소모품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지금의 아파트 공화국을 형성했다’고 진단했죠. 사실 사람이 건축을 만들고 건축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왜 가우디(1852~1926, 스페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가) 같은 건축가가 없을까요. 아파트만 보고 살아와서 그런 것 아닐까요. 저는 아파트도 다양성과 그만의 심미성, 기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백 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한양도성 그대로 보존할 것   

원순씨, 서울에 봄이 오나 봄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이듬해인 2012년부터 개발에서 재생으로 도시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990년대 들어 본격 추진된 뉴타운 재개발은 기존 주택을 전면 철거하고 고층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주민들을 몰아내고 아파트만 만들어내다 보니 부작용이 컸다. 기존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개발에 비해 재생은 좀 더 섬세하고 복잡다단하다. 기존 자원을 활용하면서 주민이 참여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면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의 창신·숭인 지구를 비롯한 1백30여 곳에서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 중이며, 옛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원 형태의 보행로로 바꾼 서울로7017, 석유비축기지를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마포 문화비축기지 등은 이미 사업이 완료된 상태다.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과 맥이 닿는 이야기라고 생각되는데요. 도시재생에 관한 시장님의 철학은 무엇입니까. 

우리나라는 재건축, 재개발 하면 모두 허물고 새로 짓는 것만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도시재생은 도시에 스며든 사람들의 삶, 고통과 슬픔, 기쁨과 행복이 켜켜이 녹아 있는 모든 시간을 소중히 간직하고, 조금씩 새로운 시대에 맞게 변모시키는 것입니다. 이는 세계적인 트렌드이기도 합니다. ‘역사적 기억이 없는 아름다움은 존재할 수 없다’는 철학, 시민들의 합의에서 비롯된 것이죠. 독일의 함부르크나 브레멘,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 같은 한자동맹(중세 중기 유럽의 여러 도시들이 상업상의 목적으로 결성한 동맹)의 도시들을 가보면 중세가 그대로 남아 있어요. 서울시장으로서 진짜 욕심이 하나 더 있다면 1백 년 전 다시 태어나서 일제강점기 이전 근대 조선 한양도성을 그대로 보존하고 싶어요. 이렇게 해놓으면 1백 년 후 서울이라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돼 있을 것입니다. 중국 윈난성의 고원 도시 리장이 바로 그렇습니다. 또 하나 첨언하자면 도시재생의 주체가 시민들이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관 주도로 이뤄지면 또 다른 토목공사가 될 수밖에 없거든요. 물론 도시를 다 갈아엎고 뉴타운을 세우는 것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훨씬 더 생명력을 지니게 될 것입니다. 서울시 1호 도시재생 지구인 창신·숭인 지역에 가보면 겉으로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지만 그 안에서 앵커 시설(활력을 불어넣을 만한 핵심 자족시설로 대학이나 병원, 대형유통사 등)도 만들어지고, 주민 자치 기구도 강화되고 단체도 생겨나는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요. 

도시재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안의 경제 생태계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종로3가의 귀금속상가, 장안평의 중고자동차 단지, 성수동의 수제화거리, 동대문의 수족관상가 등은 서울을 떠받치는 너무나도 소중한 산업 생태계들입니다. 다만 노후화됐다는 게 문제인데 기존의 생태계를 유지하되, 여기에 현대적 감수성이 결합된다면 융·복합에 의해 새로운 도심 산업이 탄생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그런 것들이 시작되고 있거든요. 장안평 중고자동차 단지는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자동차의 사고나 거래 내역을 조회할 수 있도록 만들어 거래의 신뢰도를 높이고, 튜닝 산업을 결합해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 중인 세운상가에는 우주인에 도전했던 고산 씨가 상상한 것을 직접 만들어보면서 제조 방법을 타인과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팹랩’이라는 재밌는 스타트업을 시작했습니다. 종로3가의 귀금속상가도 현대적인 디자인이 결합된다면 세계적인 주얼리 스트리트가 되지 않겠습니까. 이런 것이 진짜 경쟁력이죠. 

을지로 일대 재개발 재검토 해프닝 때문에 ‘박원순식 도시재생’ 정책이 ‘오락가락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이 지역은 너무나 노후화돼 도시재생이 정말 필요한 곳입니다. 도시재생은 지킬 것은 지키면서 철거할 것은 철거하는 예술이라고 생각하는데 늘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 부분을 충분히 챙기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추진 과정에서 잘못된 점을 인지하면 일단 멈추고 돌아보는 게 옳습니다. 한번 허물어버리면 다시 되돌리지 못하는 것이 도시의 골격이고 시민들의 생활 유산이니까요. 

지난해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가 보류하셨는데, 이곳에 대한 계획은 앞으로 어떻게 되나요. 

도시가 노후화되면 새롭게 정비해야 하고, 거기에 대해 계획을 세우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입니다. 서울시도 2014년 마련한 최상위 도시기본계획인 ‘2030서울도시기본계획(2030서울플랜)’에 따라 그런 것들을 진행해가고 있고요. 다만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발표의 경우는 그것 때문에 시작된 집값 상승이 전국으로 번졌다고 하니 일단 보류한 것입니다. 서울시의 모든 도시 계획은 ‘2030서울플랜’에 따라 진행될 것입니다. 어느 한 곳도 비워둔 곳이 없습니다.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를 위해 서울이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요. 

여성은 그동안 우리 사회의 주체라기보다 남편, 가정의 보조적인 역할에 만족했잖아요. 이래서는 우리가 세계에 우뚝 서기 힘들어요. 과거보다 일하는 여성이 많아졌지만 핵심적인 것은 여성이 한 직장의 리더로 승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중요하고 그러려면 육아, 가사 부담을 덜어줘야 합니다. 맞벌이 부부가 아침, 저녁, 주말에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없도록 틈새 보육을 완전히 메우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요. 국공립 어린이집도 11%에서 35%까지 늘렸는데 앞으로 50%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정치를 하기 전에는 모두 좋아했는데, 시장이 된 후에는 절반이 비판 세력”   

원순씨, 서울에 봄이 오나 봄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쓰는 그에게 최근 ‘워킹 보스(Working Boss)’라는 별명이 붙었다. ‘워라밸’을 묻는 질문에 박 시장은 “하루에 20~25개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 사실 일하는 게 제일 즐겁다. 내겐 워라일체가 곧 워라밸”이라면서도 “하지만 내가 바쁘면 직원들도 바쁘게 움직여야 하고, 좋은 리더란 육체적으로 바쁘기보다 좋은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고 해서 일부러라도 하루 한두 시간씩 휴식과 사색을 하며 쉬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요즘은 퇴근 후 절대 사무실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웃었다. 

휴식을 취할 땐 주로 뭘 하세요. 

제가 하는 일이 주로 정신적인 작업이다 보니 운동 같은 육체적인 걸 하는 게 중요하고요. 요즘엔 영화, 드라마를 많이 봅니다. 우리나라의 문화 콘텐츠는 정말 세계적인 수준인 것 같아요. 최근에는 영화 ‘안시성’과 ‘언더독’을 재밌게 봤습니다. 

유력 대선 후보로 꼽히고 있습니다. 시장님의 모든 발언과 행보에 무게가 실리면서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있는데, 대권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
요. 

3선 시장에 취임한 지 이제 7개월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서울시는 지금 수많은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살아오면서 어떤 일을 하겠다는 생각만 했지, 직책을 목표로 삼거나 욕심을 낸 적은 없습니다. 

시민운동가 박원순과 서울시장 박원순 사이에는 갭이 많을 것 같아요. 그때의 박원순과 지금의 박원순을 비교한다면. 

시민운동가는 뭐든지 자유롭게 하고 비판을 주로 하고 제안하는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제안이 아니라 최종 결정을 하고 비판을 받는 입장입니다만 소셜 디자이너, 사회적 기업가로 시대적 요구에 맞춰 끊임없이 도전하고 성취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사회 전반에 꿈을 꾸고 도전하고 성취하고 완성하는 분위기가 퍼진다면 어려움이나 이런 건 얼마든지 돌파할 수 있어요. 

서울시장을 하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면. 


거대 메트로폴리탄을 이끄는 시장을 세 번이나 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1천만 시민들의 삶을 정책적으로 디자인하고 실행하는 일이 체질적으로 잘 맞습니다. 실제로 시민의 삶이 바뀌는 게 보이고 도시의 표정이 달라지는 게 보일 때 행복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여전히 부족하단 반성과 함께 더 막중한 책임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잃은 거라면, 인기? 하하하. 시장을 하기 전에는 모두 저를 좋아했는데 정치를 시작하고 나니 절반의 비판 세력이 생기더군요. 다양한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게 민주주의니까요. 그러나 균형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인기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시민의 삶에 직결된 문제들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해결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고 또 돌아봅니다. 

이제 곧 봄입니다. 시장님은 봄 하면 뭐가 떠오르시는지, 어떤 일에 설레시는지요. 

집에 작은 마당이 있어요. 아내가 꽃과 나무를 정성껏 가꾸는데, 긴 겨울을 뚫고 봄이 소생하는 순간을 볼 때 살짝 설레더군요. 화단의 흙을 들춰보면 겨우내 아무것도 없을 것 같던 땅에서 생명이 전쟁하듯이 올라오는 것이 보이는데, 하루하루가 달라요. 봄은 만물을 소생시키고 생명을 불어넣는 힘이죠. 시민들에겐 삶의 변화가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봄이 됐으면 좋겠어요. 질문이 낭만적인데 답이 딱딱해서 미안합니다(웃음).


사진 박해윤 기자 디자인 김영화




여성동아 2019년 3월 6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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