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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luxury_brand #issue

명품 브랜드 중국 잔혹사

EDITOR 김명희 기자

입력 2019.02.14 17:00:01

럭셔리 시장의 충성도 높은 큰손, 중국인들이 달라졌다. 대륙의 높은 벽에 부딪쳐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한 명품 브랜드의 차이나 쇼크에 대하여.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체포되자 중국에선 캐나다구스 불매운동이 일었다. 사진은 그녀가 보석으로 풀려나는 모습.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체포되자 중국에선 캐나다구스 불매운동이 일었다. 사진은 그녀가 보석으로 풀려나는 모습.

중국인 비하 논란을 불러일으킨 돌체앤가바나 광고 영상. 돌체앤가바나는 전체 매출의 50%를 중국에 의존해왔다. (왼쪽) 돌체앤가바나 디자이너 듀오가 영상을 통해 중국인들에게 사과하는 모습.

중국인 비하 논란을 불러일으킨 돌체앤가바나 광고 영상. 돌체앤가바나는 전체 매출의 50%를 중국에 의존해왔다. (왼쪽) 돌체앤가바나 디자이너 듀오가 영상을 통해 중국인들에게 사과하는 모습.

지난해 11월 23일 이탈리아의 유서 깊은 브랜드 돌체앤가바나의 디자이너 듀오 도미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가 소셜 미디어 영상을 통해 중국인들에게 사과 영상을 발표했다. 영상 아래로는 ‘对不起(미안합니다)’라는 중국어 자막이 흘렀다. 전설적인 디자이너 듀오가 고개를 숙이게 된 사건의 발단은 아이러니하게도 돌체앤가바나가 중국 상하이 컬렉션을 앞두고 야심 차게 준비한 광고 때문이었다.


동양인 비하 광고로 퇴출 위기 놓인 돌체앤가바나

돌체앤가바나 중국 홍보대사인 캐리왕도 이 브랜드 불매운동에 동참했다.

돌체앤가바나 중국 홍보대사인 캐리왕도 이 브랜드 불매운동에 동참했다.

돌체앤가바나의 옷을 즐겨입는 멜라니아 트럼프.

돌체앤가바나의 옷을 즐겨입는 멜라니아 트럼프.

‘젓가락으로 피자를 먹는 중국인들’이라는 광고 영상에는 드레스를 입은 한 중국 여성이 등장한다. 그녀는 긴 젓가락으로 이탈리아 음식을 먹으려다가 잘되지 않자 결국 손으로 집어 먹는다. 이 브랜드는 2016년 S/S 시즌에도 손으로 파스타를 집어 먹는 동양 여성을 콘셉트로 한 화보를 제작한 전력이 있다. 이번에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스테파노 가바나가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네티즌과 SNS로 설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중국은 거대한 똥이다” “무지하고 더러운 마피아” “너희가 없어도 우리는 잘 살 수 있다”고 언급한 점이 알려졌다. 논란이 확대되자 스테파노는 “계정을 해킹당했다”며 “나는 중국과 중국 문화를 사랑한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지만 대륙의 분노를 걷잡기에는 역부족. 웨이보 등 소셜 미디어는 돌체앤가바나를 비난하는 해시태그로 도배됐고 장쯔이, 리빙빙 등 유명 연예인들은 돌체앤가바나 상하이 컬렉션 보이콧과 함께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돌체앤가바나가 “역사상 최대의 쇼가 될 것”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해온 상하이 패션쇼는 개막을 눈앞에 두고 취소됐고 중국 최대 온라인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티몰, JD닷컴 등은 돌체앤가바나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미·중 무역 분쟁을 촉발시킨 장본인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좋아하는 브랜드라는 점 때문에 가뜩이나 중국인들의 눈 밖에 난 돌체앤가바나에게 이번 사건은 폭탄의 뇌관을 건드린 것과 다름 없는 재앙이 됐다. 2005년 중국에 진출해 현재 44개의 부티크를 운영하며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의존하고 있는 돌체앤가바나는 중국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될 위기에 놓였다.


캐나다구스와 버버리에도 후폭풍

우울해 보인다는 이유로 중국인들에게 비난받은 버버리 화보.

우울해 보인다는 이유로 중국인들에게 비난받은 버버리 화보.

돌체앤가바나 이후 분노의 화살은 영국의 전통 명품 브랜드 버버리로 향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을 맞아 대가족을 콘셉트로 제작한 광고 화보가 중국인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 화보 속 가족 구성원들의 표정이 불행하고 우울해 보인다는 이유였다.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오싹하다는 의견이 대세였고, “중국인들이 춘절에 두는 의의를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며 실망감을 드러낸 이들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최근 중국 경제 성장 둔화를 연상케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중국 국민 배우 조미를 모델로 캐스팅하고 중국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던 버버리는 신년 첫 스텝부터 꼬이게 됐다. 

고가 패딩으로 유명한 캐나다구스는 국가 간 갈등이 문제가 됐다. 캐나다 당국이 12월 초 중국 통신 장비 업체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 회장의 딸 멍완저우 부회장을 체포하자 중국인들 사이에서 캐나다구스 불매운동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캐나다구스의 대니 라이스 CEO는 멍완저우 사태가 발생하기 바로 전날 캐나다 현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사 전체 판매량 가운데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정도라면서 중국 시장 확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멍완저우 체포 이후 폭락했던 캐나다구스 주가는 그녀가 보석으로 풀려난 시점을 계기로 반등을 시작했다.


짝퉁 슈프림에 발목 잡힌 삼성전자 중국법인

명품 브랜드 중국 잔혹사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매킨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들의 명품 소비는 연간 5천억 위안(약 82조원)으로, 전 세계 럭셔리 시장 매출의 3분의 1에 육박한다. 명품 브랜드들은 중국 큰손들을 사로잡기 위해 디자인과 마케팅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최근 명품 브랜드에 많이 등장한 로고 플레이, 중국인들이 즐겨 하는 전대에서 모티프를 따온 패니 팩, 화려한 색감과 프린트를 기반으로 한 오리엔탈 스타일의 디자인 등이 그 결과다. 이와 함께 짝퉁 시장의 규모도 날로 커지는 중이다. 미국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전 세계 위조 상품의 80% 이상이 중국과 홍콩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짝퉁 슈프림’과 협업을 발표했다가 국제적으로 이슈가 됐다. 



지난해 12월 10일 삼성전자 중국법인은 갤럭시A8s 발표 행사장에서 요즘 가장 힙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슈프림과 콜래보레이션을 선언했다. ‘SAMSUNG×SUPREME’이라는 디지털 로고가 행사장을 장식하고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된 이날 행사에서 슈프림 측 관계자는 2019년 베이징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온라인 매장을 오픈할 것이라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행사 이후 슈프림은 즉각 인스타그램을 통해 “삼성과의 협업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이날 삼성이 협업을 발표한 슈프림은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진짜 슈프림이 아니라 이탈리아에 기반을 둔 짝퉁 회사였던 것. 이 업체는 이탈리아에서 진짜 슈프림과 소송을 벌여 승소한 이후 세계 각국에서 슈프림 상표로 제품을 생산, 판매하고 있는 ‘합법적인 짝퉁’ 회사다. 삼성전자 측은 중국법인이 짝퉁 회사와 협업을 추진한 배경에 대해 “자세한 과정은 알지 못한다. 이탈리아 법인이 불법 회사는 아니므로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이탈리아 슈프림과의 협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REX 뉴시스AP 인스타그램 디자인 김영화




여성동아 2019년 2월 6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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