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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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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꽃피는 마을

버려진 땅과 폐건물, 문화 중심지로 거듭나다

기획 · 김명희 기자 | 글 · 김지은 자유기고가

2015. 11. 30

영화관도, 갤러리도, 이웃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조차 없던 마을에 신나는 일이 벌어졌다. 보기 흉한 폐건물과 빈터에 문화창작공간들이 생겨난 것이다. 전국 곳곳에 건립된 생활문화센터 중 주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4곳을 소개한다.

문화가 꽃피는 마을
낡고 오래된 목욕탕이 공연장이 되고, 노후한 모텔은 갤러리로 거듭났다. 더 이상 아이들이 뛰어놀지 않는 학교는 마을 사랑방으로 변신했다. 지난 2013년 문화융성위원회 출범을 기점으로 정부는 최근 몇 년간 문화기본법과 지역문화진흥법 등을 수립하며 생활 속 문화 생산 활동의 저변 확대를 위한 다양한 토대를 마련해왔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주도로 전국 방방곡곡에 조성되고 있는 생활문화센터도 주민들이 문화를 생산하고 향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생활문화센터란 기존의 시설이나 유휴 공간을 지역 공동체를 위한 커뮤니티 장소로 리모델링한 곳이다. 지역에 따라 공간 구성은 조금씩 다르지만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하고 공연이나 마을 축제 등을 열 수 있는 공연장 등을 비롯해 예술 · 취미 활동을 할 수 있는 동아리방, 북카페, 공방, 유아놀이방 등이 마련된다. 지난 2014년 서산 고용복지플러스센터 내 생활문화센터 개관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71개소의 생활문화센터가 조성, 운영 중이다.

문 닫은 목욕탕의 대변신

부산시 사하구 ‘두송생활문화센터’

지난 5월에 문을 연 부산의 두송생활문화센터는 원래 다대목욕탕이 있던 자리다. 문을 닫은 지 3년이 지나도록 흉물스럽게 내버려두었던 건물을 주민들의 문화 · 예술공간으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목욕탕의 흔적이라곤 건물 옥상에 남아 있는 굴뚝이 유일하다.



두송생활문화센터의 1층은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 겸 갤러리로 활용되고 있다. 지역 주민이라면 누구나 집 앞 카페처럼 들러 차를 마시고, 자신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다. 2층은 무용이나 연극 연습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충격을 흡수하는 마루와 전면 거울, 이동이 가능한 바 등이 설치돼 있으며 공작실, 동아리실, 그리고 전동 스크린과 빔 프로젝트 등의 시설을 갖춘 강의실도 마련돼 있다. 지하는 방음 시설과 음향 시설을 갖춘 소극장 형태 다목적 홀이다. 66석 규모의 이 소극장에서는 주민들의 작품 발표회나 공연, 영화 상연, 강연회 등이 진행된다.

두송생활문화센터 홍철영 센터장은 “일반적으로 문화센터라 하면 백화점 또는 주민센터 같은 시설을 떠올리거나 엘리트 교육 위주의 문화 · 예술 강의를 생각하지만, 이곳은 아마추어 예술가들과 지역 주민들이 마음껏 즐기고 자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어서 생활 속 문화 · 예술 활동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위치 부산시 사하구 다대동 96-1 문의 051-220-4626

문화가 꽃피는 마을
버려진 모텔의 재탄생

경기도 양주 ‘777 생활문화센터’

지난 10월 개관한 경기도 양주의 시립미술창작스튜디오 ‘777 생활문화센터’는 폐허가 될 뻔한 모텔을 양주시가 인수해 신진 미술가들과 지역민들이 함께 소통하고 어우러지는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인근의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을 모티프로 리모델링했으며, 기존 건물의 골조와 배관 구조를 인테리어적 요소로 활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이러한 변신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생활문화센터 조성 사업을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총 6개층으로 1층은 복합문화공간, 2층은 시민들의 동아리 활동 공간, 3층은 기성 작가와 주민 누구나 활용 가능한 공동 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위쪽 3개 층은 작가들의 작업실로 활용된다.

생활문화센터의 운영을 맡고 있는 장현철 씨는 “과거 모텔이 밀집해 ‘불륜의 도시’란 오명을 썼던 양주가 생활문화센터 건립을 계기로 문화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게 됐다”며 “무엇보다 기존 주민자치센터는 여유 공간이 없어 모집 인원이 12명 이하일 경우 강좌를 폐강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이제는 인원에 관계없이 주민들이 다양한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777 생활문화센터는 전시회는 물론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 아카데미와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전문예술인들과 지역주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위치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103-1(일영리 50) 문의 031-829-3777 changucchin.yangju.go.kr

문화가 꽃피는 마을


폐교가 문화 공간으로!

경남 거창 ‘하성단노을생활문화센터’

경남 거창의 하성초등학교가 마지막 졸업생을 배출한 것은 1999년. 그로부터 십수 년 동안 풀만 무성했던 이곳을 쓰임새 있는 마을 주민 공동 공간으로 쓸 수 있도록 청원을 넣자고 제안한 이는 김훈규 씨다.

6년 전 거창으로 귀농한 그는 마을 주민들이 하성초등학교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진행하는 문화이모작사업 공모에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버려진 폐교를 어르신들의 글짓기 교실과 백일장 개최지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로 전국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교육청과 임대 계약을 맺고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학교 한쪽을 마을 공동 동아리 공간으로 개조했다. 그렇게 시작한 작은 사랑방이 정부의 생활문화센터 프로젝트와 만나면서 올 10월 마을 주민들을 위한 생활문화공간으로 대대적인 변신을 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이곳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김훈규 씨는 “무엇보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추워져도 마을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안정적인 공간이 생긴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면서 “이곳에서 주민들이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영화도 감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간 오지의 지역적 특성상 시내까지 나가는 데만 40분 이상이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곳에서 주민들은 시를 쓰고 작품을 만들며, 합창단, 풍물 동아리, 난타 동아리 같은 동아리를 꾸려 농사일이 한가한 겨울 동안에도 한데 어우러져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위치 경남 거창군 웅양면 웅양로 2309

문화가 꽃피는 마을
고용과 복지, 문화가 어우러진 공간

충남 서산 ‘서산생활문화센터’

전국 각지의 생활문화센터 대부분이 기존 유휴 공간의 리모델링을 통해 조성된 반면 지난해 9월 문을 연 서산생활문화센터는 서산 고용복지플러스센터가 새로이 건립되면서 그 건물 6층에 둥지를 튼 공간이다. 지역 주민들은 물론 구직이나 창업 준비를 위해 상담을 받으러 온 이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정보를 공유하고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것이 이곳만의 특징이다. 고용과 복지, 문화가 함께하는 공간인 만큼 정부가 추구하는 공유와 소통, 협력의 ‘정부3.0’ 키워드를 가장 적극적으로 반영한 곳이기도 하다.

생활문화센터가 주민들 스스로 문화 활동을 이끌어나가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만큼 대부분의 활동은 주민 자율에 맡겨지며, 강연이나 강의 또한 주민 자치에 의한 재능 기부로 이뤄진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명화 그리기, 다도 체험, 한지 공예, 기타 교실 등 다양한 문화 · 예술 활동을 하며 소통하고 있다. 지금까지 주민들이 개최한 전시만도 12회, 공연은 30회가 넘는다.

고용복지플러스센터 건물을 설계한 지인디자인 박지윤 대표는 공간의 중심에 설치된 집 모양의 구조물에 대해 “일상에서 문화를 공유하고 즐기는 공간이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집 모양의 매스 구조물을 설치하고 북 카페로 활용했다”면서 “도서관이지만 마치 카페나 집에서 책을 보는 듯 편안한 공간으로 동선을 유도한 것”이라 덧붙였다. 또한 “다양한 계층이 사용하는 공간인 만큼 상황에 따라 분리하거나 합칠 수 있도록 공간에 가변성을 두었다”면서 “공간 구성뿐만 아니라 밝고 편안한 분위기의 인테리어로 지역 주민들은 물론 구직자들도 열린 마음으로 어울릴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위치 충남 서산시 호수공원1로 22 문의 041-660-3374

문화가 꽃피는 마을


디자인 · 최진이 기자

자료제공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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