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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제일종묘농산 박동복 대표의 건강한 제안

“올해 김장은 ‘항암배추’로 하세요”

글 · 두경아 자유기고가 | 사진 · 조영철 기자, 제일종묘농산 제공

2015. 11. 13

그냥 먹어도 몸에 좋은 채소에, 암을 예방하는 성분까지 더해진다면 얼마나 만족스러울까? 제일종묘농산 박동복 대표는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냈다. 항암 효과가 뛰어난 베타카로틴과 글루코나스투르티인이 일반 배추에 비해 월등히 높게 함유된 ‘항암배추’ 종자를 개발한 그를 만났다.

제일종묘농산 박동복 대표의 건강한 제안
코앞으로 다가온 김장철. 매년 이맘때가 되면 주부들은 자연스레 1년 내내 두고 먹을 김장과 그에 쓸 배추에 관심을 갖게 된다. 마침 전국 최대 배추 산지인 전남 해남에서는 ‘항암배추’가 생산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배추는 항암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베타카로틴과 글루코나스투르티인 성분을 일반 배추보다 무려 30배 이상 높게 함유하고 있다.

배추를 개발한 주인공은 박동복(61) 제일종묘농산 대표다. 그는 13년의 시간과 33억원이라는 연구비를 투자해 이 항암배추를 만들어냈다. 결코 녹록지 않은 세월이었다. 1997년 네덜란드 출장길에서 항암배추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종자 연구에 뛰어들면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고 결심했지만,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네덜란드에 갔는데, 그곳 뷔페식당에서 유독 한 음식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더라고요. 뭔가 하고 보니 순무였어요. 알고 보니 순무가 항암 효과가 있어 그곳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고 하더군요. 그때만 해도 ‘그런가 보다’ 했는데, 1년 뒤인 어느 날 불현듯 영감이 떠올랐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김치를 많이 먹으니, 건강한 김치를 담글 수 있도록 항암배추를 만들어 보자’고요. 그렇게 배추와 순무를 교잡해서 만든 것이 항암배추입니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이것을 현실로 옮기는 일은 쉽지 않았다. 배추와 순무는 종이 달라 교잡이 어려웠던 것. 항암배추 개발에 매진하던 와중에 상추 대신 싸 먹을 수 있는 기능성 항암쌈채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렇게 13년간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박 대표는 마침내 그 꿈을 이뤘고, 2011년 11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항암배추 발표회를 열었다.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 김치인데, 그 원료인 배추의 영어명이 ‘Chinese Cabbage(중국배추)’예요. 우리가 김치 종주국임에도 중국의 파오차이와 일본 기무치에 눌려 미국 시장 점유율이 10%도 안 되더군요. 항암배추 개발에 매진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새로운 종을 탄생시켜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었어요.”



항암배추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언론에 알려지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경쟁업체에서 “항암배추는 사기”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고, 이에 박 대표는 객관적인 연구 결과를 제시해 ‘허위 표시나 과대광고로 보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받아냈다.

“한국식품연구원에서 항암배추가 일반 배추보다 베타카로틴이 34.5배 많고, 충남대학교에서 글루코나스투르티인이 33배 많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실제로 암 세포의 성장을 저지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도 확인이 됐죠.”

항암배추는 크기와 맛, 저장성에 있어서도 일반 배추보다 월등하다고 한다. 일단 외견상으로 봤을 때 일반 배추보다 1.5배 정도 더 큰 것이 특징.

“크기뿐 아니라 맛에서도 확실히 차이가 납니다. 보통 배추에 비해 아삭하고, 고소한 맛이 나며, 김치를 담갔을 때 저장성이 뛰어납니다. 신선도가 더 오래 유지되기 때문이죠. 병충해와 추위에 강해 재배가 쉽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제일종묘농산 박동복 대표의 건강한 제안

박동복 대표는 항암 효과를 지닌 베타카로틴과 글루코나스투르티인 성분을 일반 배추보다 다량 함유한 ‘항암배추’ 개발에 뛰어들어 13년 만에 꿈을 이뤘다. 항암배추는 배추뿐 아니라 절임배추, 김치 등으로도 구입할 수 있다. 문의 · 제일종묘농산(043-838-1173~5) 해남미소(080-859-1100) 해남황산농협(080-080-0870) 해남화원농협(080-534-4196)

건강에 좋을 뿐 아니라 저장성 뛰어나고, 맛도 일품

박동복 대표가 처음부터 농업이나 종자 개발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 경영학(당시 상학)을 전공한 후 대기업에 취직했던 그가 이 분야에 뛰어든 것은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다.

“갑자기 일자리를 잃고 방황하다가 어느 책에선가 ‘평생 미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는 글귀를 읽고 감동을 받아 마음에 새겨두었어요. 그 후 자그마한 종자 회사에 입사해 3년 정도 일하면서 이 분야가 미래 산업으로서 경쟁력이 있다는 확신이 생겼죠. 그래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평생을 바치겠다는 각오로 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큰 뜻을 품고 1991년 제일종묘농산을 설립한 박 대표는 그동안 항암배추를 포함해 지금까지 3백여 품종을 개발해왔다. 그사이 회사는 2002년 우량품종경연대회 좋은맛품종상, 2003년 농림부장관 표창, 2004 우량품종경연대회 대상, 2008 대한민국농업과학기술상 대상을 수상했다. 종자 연구의 노력과 실적을 인정받은 그는 2009년 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대한민국 종자명장으로 선정됐다. 명장은 산업 현장에서 20년 이상 장기근속하고, 해당 분야 최고 수준의 기능을 보유한 기능인에게 주어지는 호칭이다. 그가 종자에 대해 갖는 관심과 애정은 사업적인 이유 그 이상이다. 항암배추의 영어명을 ‘Korean Cabbage(한국배추)’로 지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박 대표는 “종자 전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종자 개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항암배추가 인정받으면 우리의 종자 주권이 강화되는 것은 물론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위상도 더욱 확고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외환 위기 당시 국내 대형 종묘 회사들이 다국적 기업에 인수되면서 국내 종자 산업은 경쟁력을 상실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종자 개발은 우리 농산물의 종주권을 지킨다는 의미가 크죠. 이런 노력들이 계속된다면 머지않아 전 세계 농가가 우리나라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우리의 토종 작물을 재배하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곧 다가오는 김장철을 맞아 해남에서는 항암배추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를 펼치고 있다. 이 덕분에 인터넷이나 전화 등을 통해서도 손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됐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합니다. 올해 김장철에는 항암배추에, 저희가 개발한 당조고추(당을 조절하는 기능을 가진 고추)를 쓴다면 더 건강하게 김치를 드실 수 있을 겁니다.”

국내 항암배추 시장은 매년 100% 이상씩 성장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알아주는 이들이 늘고 있다. 현재 미국을 시작으로 일본, 중국 등 해외에 수출되거나 수출을 전제로 시험 재배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항암배추로 건강을 챙겨, 암 예방에 기여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앞으로 사람들은 배부르게 먹는 것보다 자기 몸에 맞는 것, 좋은 것을 찾아 먹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겁니다. 농업도 거기에 맞춰 계속 변화하고 발전해야겠지요.”

디자인 · 최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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