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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홍보대사, 태국의 ‘백종원’ 나 차녹 부부의 Royal Cuisine

글 · 김지영 기자 | 사진 · 지호영 기자

2015. 11. 13

최근 한식 홍보대사로 선정돼 주목을 받은 태국의 나 차녹 라타나다로스와 파우 시칸야 브하누반 부부. 남편은 태국의 외식업계 거물, 아내는 미스 태국 출신의 왕족이다. 정갈한 한식의 매력에 빠져 홍보대사직을 수락했다는 이들 부부의 한식 예찬과 트렌드세터로 살아가는 라이프스타일에 관해 들었다.

한식 홍보대사, 태국의 ‘백종원’ 나 차녹 부부의 Royal Cuisine
천고마비의 계절임을 실감케 하는 아름다운 가을날의 오후, 서울 종로구 서촌의 궁중음식연구원은 평소와 달리 시끌벅적했다. 최근 한식재단이 선정한 태국의 한식 홍보대사 나 차녹 라타나다로스(51)와 파우 시칸야 브하누반(35) 부부가 한국의 궁중 요리를 체험하는 모습을 담으려고 자국 취재진이 잔뜩 몰려든 까닭이다.

이들 부부는 태국에서 연예계 스타들보다 더 뜨거운 관심을 받는 ‘하이소(Hi-so)’다. 하이소는 태국의 상류층을 통칭하는 말로 주로 정부의 고위직이나 주요 기업과 거대 자본을 가진 사회계층을 일컫는다. 여러 세대에 걸쳐 태국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키웠기 때문에 주요 행사에 초청되거나 미디어에 노출되는 일이 많다.

이들 부부도 매스컴을 자주 탄다. 아내 파우는 미스 태국 출신의 왕족으로 ‘르네상스 방콕 랏차프라송 호텔’의 홍보실 부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태국인들의 패션과 뷰티, 라이프스타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트렌드세터이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의 팔로어가 13만4천여 명에 달하고, 사진을 올릴 때마다 평균 4천 건 이상의 피드백을 받는다.

남편 나 차녹의 배경도 예사롭지 않다. 태국에 위치한 영국계 명문 사립학교 ‘암누아이 실파’를 운영하는 준재벌가의 일원으로 외식업계에서는 ‘태국의 백종원’으로 불리는 거물인 것. 칼파프루엑(Kalpapruek), 팔라벨라(Fallabella), 칭차 찰리(Chingcha Charlee), 저팬 엑스(Japan X), 뭄뭄 파크(Moom-muum Park) 등 여러 고급 식당을 갖고 있다. 모델로도 활동 중인데, 그는 태국인들에게 잘생기고 스타일 좋은 성공한 사업가로 각인돼 있다.

구절판과 갈비찜을 첫손에 꼽은 부부



한식 홍보대사, 태국의 ‘백종원’ 나 차녹 부부의 Royal Cuisine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 궁중 음식’ 기능 보유자인 한복려 씨가 한식 홍보대사인 태국의 왕족 파우 시칸야 브하누반에게 한국의 궁중 요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 부부는 사회적인 영향력이 큰 하이소 커플이기에 태국 내 각종 사교행사와 TV · 광고 출연 제의가 끊이지 않는다. 한식 홍보대사로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을 갖춘 셈이다.

“태국인들에게 왕족이나 하이소는 동경과 존경의 대상이죠. 명품 광고에 전문 모델이 아닌 이미지가 좋은 상류층 남녀를 출연시키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나 차녹)

“남편과 결혼한 뒤 더 많은 관심을 받다 보니 미디어 노출도 전보다 잦아졌어요(웃음). 저희가 한국을 방문한 것도 신문에 났고, 제가 여기서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린 한국 음식 사진들도 인터넷 매체에 실려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파우)

▼ 한국의 궁중 음식을 맛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나요.

파우 무척 깔끔하고 정갈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반찬이 굉장히 다양한데, 각기 다른 노력과 시간이 들어간 게 보여요. 평소 고기와 채소를 즐기다 보니 구절판이 가장 좋았어요. 구절판에는 갖가지 채소와 고기가 잘 어우러져 있더라고요. 맛도 담백하고, 모양과 색깔도 예뻐서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더군요(웃음).

나 차녹 저도 정갈하고 정교하며 깔끔하고 예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맛은 10점 만점에 8.5점 정도였어요. 한국 음식이 중국 음식과 비슷한 줄 알았는데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어요. 태국은 중부, 남부, 서부 지역의 맛이 다 다른데 한국도 지역마다 맛의 특색이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이번에는 주로 서울 음식을 맛봤는데 다음에 한국을 방문하면 다른 지역의 음식도 골고루 먹어보고 싶어요.

▼ 한국에서 배운 요리 가운데 태국에 돌아가서 도전해보고 싶은 음식이 있나요.

파우 갈비찜이요. 고기가 연하게 익고 맛있는 양념이 골고루 배어 있어서 자꾸 먹고 싶은 중독성이 있었어요. 한복려 선생님이 갈비찜을 만드는 모습을 옆에서 보니 양념을 배합하는 과정과 고기에 양념이 잘 스며들도록 재우는 과정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어요.

나 차녹 한 가지 음식을 딱 꼬집어 말하기는 힘든데, 전반적으로 맛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 원래 건축가였다고 들었는데 요식업에 뛰어든 이유가 있습니까.

나 차녹 12~13년 동안 건축가로 활동했어요. 그 당시 태국 방콕에서 유명한 임포리움 백화점 건축에 참여했고요. 그런데 건설사에서 그 백화점 안에 태국 정통 음식점을 차릴 사람을 찾고 있다며 저한테 입점을 제안했어요. 오래전부터 태국 전통의 맥을 잇는 음식점 운영을 꿈꾸고 있었기에 음식점을 차리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경험이 전혀 없어서 선뜻 승낙할 수 없었어요. 결국 나이 많은 선배와 요식업에 대해 잘 아는 친구들에게 요식업 컨설팅을 도와주면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겠다고 하고 제 소유의 첫 음식점을 임포리움 백화점에 열었죠. 그렇게 해서 처음에는 1백50석 정도 규모로 요식업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음식점이 14곳으로 늘었어요. 브랜드는 태국·일본·이탈리아 음식점 세 가지예요.

▼ 태국에 한국 정통 음식점을 차릴 생각은 없나요.

나 차녹 그보다는 서울에 태국 음식점을 내고 싶어요. 제가 운영하는 정통 타이 요리 전문 레스토랑의 분점을 서울에 차리면 한국인들이 무척 좋아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하하.

한식 홍보대사, 태국의 ‘백종원’ 나 차녹 부부의 Royal Cuisine
3년 전 결혼 당시 16세 나이 차로 화제

▼ 부부가 모두 태국에서 연예인으로 활동 중인가요.

나 차녹 모델로 활동하지만 연예인과는 좀 거리가 있어요. 저희는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커플일 뿐이에요.

파우 제 생각도 같아요. 과거 방송 활동을 한 적은 있지만 그렇다고 제 직업을 연예인이라고 여기진 않아요. 사실 엄마가 사회적으로 굉장히 유명한 사업가세요. 저는 엄마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태어나기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죠. 제가 굳이 애쓰지 않고도 유명해진 데는 엄마의 영향이 커요. 성인이 돼서 뉴스 앵커로 활동하고, 라이프스타일을 다루는 TV 프로그램의 MC도 오래 해서 남편과 결혼하기 전부터 싱글 레이디로 주목받았어요. 지금은 남편과 커플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고요.

▼ 결혼할 당시 무척 화제가 됐을 것 같아요.

파우 2013년 결혼식을 올릴 때 정말 엄청난 화제를 모았어요. 보통 태국에서는 오전에 결혼식, 오후에 리셉션이 진행돼요. 하지만 저희 부부는 오전에 태국 전통 의상을 입는 혼례만 치르고, 오후에 예정됐던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는 서양식 결혼식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에게 쏟아진 관심이 너무 뜨거워 웨딩드레스를 입을 정신이 없었죠. 태국에서는 결혼식을 하면 하객이 보통 50~1백명 오는데, 저희 결혼식에는 1천 명이 넘게 와서 아주 성대하게 치렀어요. 태국의 정치적 성향은 옐로와 레드로 나뉘는데(태국 시위가 옐로 셔츠와 레드 셔츠로 나뉘어 대립한 것에 빗댄 것), 양쪽이 다 선입견을 갖지 않고 참석해서 진심으로 축하해줬죠. 저희 결혼식 때문에 방콕 시내가 교통 체증에 시달렸을 정도로 많은 사람에게 축하를 받았어요.

나 차녹 그날 올리지 못한 서양식 결혼식을 나중에 기회를 봐서 하고 싶은데 아내는 그다지 개의치 않더라고요.

파우 태국의 유명한 디자이너 카이(Kai)가 제 웨딩드레스를 만든 후 은퇴하겠다고 하는데, 아직 계획이 없어요. 영영 안 할 것 같아요. 결혼한 자체가 뜻깊은 것이지 그날 어떤 옷을 입었느냐가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한식 홍보대사, 태국의 ‘백종원’ 나 차녹 부부의 Royal Cuisine
▼ 결혼 당시 16세의 나이 차가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나요.

파우 많은 사람들이 제가 어떤 남자와 결혼할지 궁금해했는데 16세의 나이 차가 제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당시 인터뷰에서도 “난 어릴 때부터 나 차녹 같은 남자랑 결혼하고 싶었다. 내가 꿈꿔온 이상적인 남편이다. 남편이 엄마의 친구여서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는데, 이 사람이 뭐하는지 자세히는 몰랐지만 그냥 마음이 끌렸다. 20대 후반부터 정식으로 교제하면서 더 좋아졌다”고 말했어요.

▼ 남편의 부와 성공에 끌린 건 아닌가요.

파우 그런 건 아니에요. 이성적인 감정으로 동경했어요. 제가 어릴 때 ‘저런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을 막연하게 갖고 있었어요. 마치 브래드 피트가 안젤리나 졸리의 남편인 걸 알면서도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요.

▼ 부인의 어떤 점에 끌려서 결혼했나요.

나 차녹 방콕에 있는 다이닝 바 클럽에 자주 갔어요.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명한 곳인데 파우가 거기에 자주 왔고, 저는 그곳에서 가장 연장자 멤버였죠. 파우가 지인의 딸이라는 걸 오래전부터 알았지만 친분을 쌓을 겨를이 없었는데 거기서 자주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어요. 그러다 한 사교 파티에서 만나면서 정식으로 사귀기 시작했고 보면 볼수록 파우의 사랑스러운 매력에 빠졌어요. 파우는 아내로서 10점 만점에 9.5점이에요.

한국은 K-팝 스타를 몰라도 매력 느낄 수 있는 나라

▼ 태국 하이소의 라이프스타일이 어떨지 궁금해요.

나 차녹 사실 제 입으로 하이소라고 말한 적이 없어요. 하이소라는 특권의식을 갖고 있지도 않고요. 가끔 명품 모델을 하지만 평소 명품으로만 꾸미는 스타일도, 명품을 사재기하는 타입도 아니에요.

파우 저도 제가 좋아하는 패션 스타일을 고수하긴 하지만 명품만 애용하지는 않아요. 태국의 하이소가 대중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것도 겉모습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중시해서라고 생각해요.

▼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나 차녹 운동을 좋아해서 즐기고 있어요. 무에타이를 한 지 30년 됐고, 골프와 웨이크보드도 틈틈이 즐겨요.

파우 저는 아직 30대 중반이라 몸보다 마인드를 건강하게 관리하는 데 힘쓰고 있어요.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항상 즐거운 생각을 하며 마음을 편한 상태로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요가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요가는 심신을 모두 건강하게 가꿔주죠(웃음).

이들 부부는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기 전까지 한국에 대해 잘 몰랐다고 털어놨다. 그저 한국 하면 10대 청소년이 열광하는 K-팝 스타의 나라이자 성형 천국의 이미지가 강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국은 태국의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K-팝 스타도 많지만 저희 부부처럼 나이가 있는 이들도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나라예요. 한국의 음식문화를 체험하면서 그 사실을 알게 됐죠.”(나 차녹)

“한국의 구석구석을 살피면서 한국인들이 굉장히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정갈한 한국의 음식문화에도 놀랐고요. 된장과 고추장처럼 오래 발효시켜 음식을 쉽게 상하지 않게 한 한국 선조들에게도 감명을 받았어요. 각 집안마다 고유한 맛이 따로 있는 것도 신기해요. 무엇보다 한국 여자들의 피부가 너무 좋아서 감탄했어요. 한국의 자연환경과 날씨, 음식이 좋아서 피부 미인이 많은 것 같아요. 앞으로 아이를 가지면 한국에서 낳고 싶어요. 한국과 계속 좋은 인연을 맺을 겁니다.”(파우)

디자인 · 최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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