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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BAKING STORY

베이커리 업계의 ‘토토가’ 뉴욕제과를 기억하시나요?

글·김지민 프리랜서 | 사진·김도균

2015. 03. 17

강남역 ‘뉴욕제과’는 또 하나의 1990년대 ‘토토가’라 부를 만한 이름이다. 당시 유행 좀 아는 젊은이들은 모두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S.E.S 멤버처럼 입고 강남역 뉴욕제과 앞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억에서 아스라이 사라져가던 뉴욕제과를 오래된 동네 골목에서 다시 만났다. 놀랍게도 앳된 20대 청년들이 ‘뉴욕제과’를 인수해 ‘뉴욕 베이커리 앤 카페’라는 빵집으로 새롭게 탄생시켜 운영 중이라고 한다. ‘뉴욕 베이커리 앤 카페’의 원년 멤버 중 메인 파티시에 겸 셰프 박윤재 씨와 서울 충정로 경기의원 지점장 성다인 씨, 늦게 합류한 1년 차 매니저 김예은 씨를 만났다.

베이커리 업계의 ‘토토가’ 뉴욕제과를 기억하시나요?
50년 전통의 뉴욕제과를 ‘콘셉트가 있는 빵 가게’로 탄생시키다

베이커리 업계의 ‘토토가’ 뉴욕제과를 기억하시나요?
‘뉴욕 베이커리 앤 카페’의 모체는 ‘㈜뉴욕 B&C’다. 지금 부사장으로 있는 성도현 씨가 전통의 뉴욕제과가 문을 닫는 것이 아쉬워 기자재와 파티시에들을 인계받아 콘셉트가 있는 베이커리 카페 회사를 구상했다. 뉴욕제과의 파티시에로 일하던 박윤재 실장의 참여로 빵 메뉴의 기반을 잡았고, 여기에 재료를 추가하거나 독특한 메뉴를 개발하기도 했다. 서울 역삼동에 첫 지점을 오픈했고 충정로역 부근에 2호점인 경기의원점을, 신촌에 3호점을 냈다.

“신촌지점도 직접 인테리어했지만, 경기의원점은 각별한 곳이에요. 전기나 수도배관 공사를 빼고는 모두 저희가 직접 인테리어 작업을 했어요. 벽을 붙이고 가구를 개조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제가 개발한 브런치 메뉴 ‘베이커리 백반’이 있는 곳이기도 해요.” 성다인 씨가 말했다. 경기의원점은 원래 50년간 치유의 공간이던 ‘경기의원’ 건물의 차고였다. 유서 깊은 병원의 버려진 공간을 매장으로 새롭게 꾸며보자는 생각에 그곳을 택하게 됐다.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예쁜 가게가 만들어진 모습을 생각하며 힘을 합쳐 개조해나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다양한 연령층의 동네 단골과 직장인들로 북적거리는 빵 가게가 탄생했다.

“‘3개의 직영점이 콘셉트가 다 달라요. 역삼점은 본점인 만큼 빵과 브런치 등 모든 메뉴를 판매하고 있어요. 경기의원점은 빵집인데 백반도 판매하고 밤에는 술집으로 바뀌죠. 신촌은 레스토랑 겸 그로서리(grocery)예요. 가게에서 먹는 음식과 식자재를 판매하고 있어요.”

처음 가게를 방문하는 손님은 “여기가 뭐하는 곳이죠?”묻기도 한다고. 운영자들에게 카페는 실험실 같은 곳이다. 하나의 뚜렷한 콘셉트를 가질 수도 있지만,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좋아하는 구성원들이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일하는 것이 더 재미있고 의미 있게 생각된다고 말한다.



베이커리 업계의 ‘토토가’ 뉴욕제과를 기억하시나요?
실험 장소 같은 경기의원점, 자율적인 분위기와 멤버들의 아이디어로 톡톡 튀는 카페

먼저 경기의원점의 메뉴 ‘베이커리 백반’은 성다인 점장의 아이디어로 탄생해 특허까지 냈다. 그날의 메뉴를 문 앞에 붙여놓는 백반집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신선한 채소와 수제 빵, 매일 바뀌는 사이드 메뉴로 구성된다. 경기의원점의 규모는 3개 지점 중 가장 작다. ‘동네 빵가게’에 걸맞게 정감이 있다. 내부는 과거로 돌아간 듯 복고적이다. 병원 건물을 철거하기 전 있던 물건을 그대로 가져다놓은 장식도 있다. ‘소아과’ ‘부인과’가 적힌 창문이나 약을 담는 서랍은 병원이 있던 당시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새것과 세련을 추구하는 세태와 맞선 듯한 그들의 모습과 닮은 듯하다.

베이커리 업계의 ‘토토가’ 뉴욕제과를 기억하시나요?
합리적인 가격의 정직한 빵

자율적인 분위기지만, 이들 사이에는 원칙이 하나 있다. 빵은 소량 생산, 당일 판매할 것.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빵을 진열대에 오래 둘 수 없어서 당일 판매할 양의 빵만 만든다. “밤식빵을 예로 들면 다른 빵집에 비해 빵 안에 밤이 더 많이 들어 있어요. 재료를 충분히 쓰고 있죠. 사실 마진이 별로 남진 않는데, 길게 보자는 게 저희 생각이에요.” 박윤재 실장의 말이다. “가격으로는 자존심 같은 걸 세우고 싶지 않았어요. 괜히 고가 경쟁에 뛰어들기보다 합리적인 가격의 정직한 빵으로 손님들과 만나고 싶었거든요.”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따뜻한 빵의 온기와 함께 진심이 전해질 거란 신념을 갖고 있다고 한다.

노숙자에게 빵을!

경기의원점은 현재 가게 근처의 감리신학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노숙자 빵 배달을 돕고 있다. 성다인 씨는 “감리신학대학교의 학생들이 모여 노숙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하이’라는 동아리가 있어요. 어느 날 그 친구들이 다짜고짜 찾아와 노숙자들에게 줄 빵을 원가에 달라고 해서 일주일에 단팥빵 80개씩 원가에 제공해요. 재일동포를 지원하는 사단법인 ‘원코리아’에서 진행하는 ‘원코리아페스티벌’에도 빵을 후원하고 있어요”라며 빵으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어 보람을 느꼈던 시간을 얘기했다.

베이커리 업계의 ‘토토가’ 뉴욕제과를 기억하시나요?
앞으로의 계획

올해는 제빵교실을 오픈할 계획이다. “그냥 쿠킹 클래스가 아니라 확실하게 이 지역을 기반으로 주민들과 함께 재미있게 빵 만드는 교실을 열 생각이에요. 또 동사무소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 어린이들과 함께 빵을 개발하고 전시회를 여는 등 베이커리 카페라는 공간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볼 계획이에요.”

다른 지역의 버려진 공간을 재개발해 빵 가게 사업을 희망하는 청년에게 ‘분양’하거나 시민단체를 위한 협동조합형 가게 오픈도 구상 중이다. 청년 4명이나 5명이 모여 각자 자본금을 똑같이 모으고 이윤이 남으면 균등하게 분배하는 방식이다.

뉴욕 베이커리 앤 카페의 메뉴

브런치 ‘베이커리 백반’은 수제 빵과 샐러드, 그리고 매일 바뀌는 사이드 메뉴로 구성돼 있다. 달걀 프라이, 단호박튀김, 감자튀김, 소시지 등도 곁들일 수 있다. 웬만한 단골들은 메뉴를 묻지 않고 미리 예약할 정도로 맛과 품질을 자랑한다. 가격은 5천원. 커피와 함께 즐기고 싶다면 1천5백원만 추가하면 된다.

검은색 올리브가 박힌 올리브 식빵, 무화과 곡물빵, 천연발효 건포도 빵 등 20여 종류가 있다. 3가지 다른 맛의 쿠키도 판매한다. 가격은 2천원부터 3천5백원까지 저렴하다.

커피&음료 기본적인 아메리카노와 라테를 포함해 생과일주스, 티 종류가 있다. 맥주와 칵테일은 낮과 밤 상관없이 언제든 주문 가능하며 테이크아웃도 할 수 있다. 가게만의 특별 메뉴는 ‘꿀딸기라테’. 봄과 가을에 판매하는 메뉴로, 운영자들이 레시피를 개발했다. 커피 및 음료 가격은 1천5백원부터 4천원대까지다.

사이드 메뉴 비스트로 메뉴 4가지와 브런치에 추가할 수 있는 스낵군 6가지가 있다. 크로켓 버거, 페퍼로니 피자 등 좀 더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있어 한 끼 식사로도 제격. 가격은 9백원부터 9천9백원까지 다양하다. 위치 역삼점 | 서울 강남구 역삼동 720-7, 경기의원점 | 서울 서대문구 경기대로 43-1 1층, 신촌점 |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2-78 문의 02-556-1815

베이커리 업계의 ‘토토가’ 뉴욕제과를 기억하시나요?

1 방부제를 첨가하지 않은 수제 빵은 촉촉하고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2 동글동글 귀여운 모양의 데니쉬. 3 브런치메뉴 ‘오늘의 백반’. 합리적인 가격으로 든든히 먹을 수 있다.

디자인·김석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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