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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드라마 ‘미생’ 보며 울고 웃는 직장인 리얼 토크

“우리 모두가 결국은 장그래나 오 과장이 아닐까요?”

글·두경아 자유기고가 | 사진·지호영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뉴시스 제공

2014. 12. 16

나이도, 직함도, 직업도 모두 다른 세 여자가 오직 ‘직장인’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한자리에 모였다. 다양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만큼 드라마 ‘미생’을 보고 느끼는 점도 저마다 다를 터. 이 시대 을로 살아가는 3인의 ‘나의 미생 라이프’.

드라마 ‘미생’ 보며 울고 웃는 직장인 리얼 토크
대담 참석자

A씨(42·워킹맘·남자 직원이 월등히 많은 건설 회사에 근무 중인 10년 차 과장)

B씨(35·미혼·최근 패션 관련 회사로 이직한 8년 차 대리)

C씨(28세·미혼·아직 신입에 속하는 2년 차 외국계 IT 기업 사원)

tvN 드라마 ‘미생’의 인기가 뜨겁다. 종합상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직장인들의 일상은 주인공들의 삼각·사각관계나 출생의 비밀, 신데렐라 스토리 같은 ‘양념’이 없어도 인기를 얻고 있다. 더불어 원작자인 윤태호 작가가 실제 직장인들을 직접 취재해 설정한 에피소드와 캐릭터들은 리얼리티가 살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직장 생활을 하고 있거나 경험한 사람이라면 장그래나 안영이, 혹은 오상식 과장이 처한 상황에 몰입하며 ‘와, 진짜 내 모습 같다’고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30대, 40대 직장인이 한자리에 모여 드라마 이야기를 바탕으로 실제 직장 생활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놨다.



# ‘미생’에 나오는 캐릭터, 회사에 한 명쯤 꼭 있다!

STORY 1

검정고시로 따낸 고졸 학력이 전부지만 남다른 잠재력을 가진 장그래, 화려한 스펙과 외모에 세련된 언변까지 갖춘 장백기, 잘나도 너무 잘나 남자들의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안영이,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눈치와 남다른 영업력을 지닌 한석율. 이들은 모든 구직자가 부러워하는 직장인 종합무역상사 ‘원인터내셔널’의 신입 사원으로 입사한다.

Q 드라마가 실제 자신이 다니는 회사와 얼마나 비슷하고 다른가요?

B씨 드라마를 보면 회사에서 만날 수 있는 모든 인간 상이 다 들어 있어서 감탄할 때가 많아요. 예를 들면 저희 부서 막내는 장백기 같고, 저희 팀장은 영업2팀 과장 같고…. 실제 회사의 상황을 잘 반영해서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A씨 저희 회사는 드라마에서처럼 치열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팀마다 분위기가 다른 점은 비슷해요. 어떤 팀은 드라마 속 영업3팀처럼 유대 관계가 끈끈하지만 ‘까라면 까라’는 식의 자원팀처럼 군대 분위기인 팀도 있어요. 또 어떤 팀은 출퇴근 시간을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자유롭기도 하고요. 팀장이 누구냐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 같아요.

C씨 저희 회사는 여사원들이 많은 편이라 남자 위주인 원인터내셔널과는 분위기가 달라요. 그래도 상황이나 캐릭터에서 공감을 많이 하게 되는 걸 보면, 어느 회사나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Q 등장인물 가운데 자신과 닮은 캐릭터가 있나요?

B씨 저는 장백기의 상황에 공감했어요. 제가 신입은 아니지만, 이직을 하면서 비슷한 상황에 처했거든요. 드라마에서 강 대리가 장백기에게 일을 잘 안 주고, 가르쳐주지도 않잖아요. 저도 이직하고 보니, 타 부서 사람들이 정보를 잘 공유하지 않으려고 하더라고요. 자기 재산이니 쉽게 내주려고 하지 않는 거죠. 특히 저같이 직급을 가지고 이직한 경우 아랫사람에게 정보를 공유해달라고 말하기 쉽지 않거든요. 드라마에서 강 대리가 장백기에게 잡일을 시키면서 ‘기본을 갖춰야 한다’고 하지만, 자신의 것을 쉽게 내어주지 않으려는 심리도 있는 것 같았어요.

A씨 저는 워킹맘이니까 영업1팀 선 차장에게 감정이입하게 되더라고요. 친정엄마와 함께 살아서 일하는 여건이 굉장히 좋은 편인데도 드라마의 에피소드에 깊이 공감했어요. 맞벌이의 경우 아이를 픽업하는 일이 가장 큰 문제거든요. 어린이집에서 오후 6시까지 맡아주지만, 선생님들도 퇴근을 해야 하니 더 부탁하긴 어려워요. 간혹 상사의 컨디션에 따라 늦게 퇴근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픽업 문제로 남편과 다투는 경우가 있어요.

C씨 저는 입사 초기 안영이와 장백기가 섞여 있었던 것 같아요. 열심히 하려고 했지만, 뭔가 좌충우돌하게 되는…. 점차 사회화돼가는 과정이랄까요? 그래서 두 캐릭터에 더 애착을 갖고 보게 돼요.

Q 장그래나 안영이, 장백기 모두 신입 사원으로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에요. 세 분은 직장 생활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때 그 순간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드라마 ‘미생’ 보며 울고 웃는 직장인 리얼 토크
A씨 미국에서 회사에 다니다 귀국해 우리나라 기업에 입사해보니 분위기가 너무 달랐어요. 특히 할 일도 없는데, 단지 상사가 자리에 앉아 있다고 해서 시간을 죽이는 상황이 답답하고 이해되지 않았어요. 그때는 ‘팀장님, 할 일 다 했는데 가도 되지 않나요?’라고 하고 가곤 했는데, 주변 사람들은 그런 저를 ‘미쳤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런 행동이 제게 독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이젠 그런 분위기에 어느 정도 순응하게 됐어요.

B씨 아무 이유 없이 상사의 미움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결국 회사를 그만뒀는데 그 상사에게 원망 대신 고맙다는 편지를 쓰고 나왔어요. 정말 많은 걸 느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제가 그분의 도움을 받을 일이 생기더군요. 잘 마무리하고 나왔기에 위기에도 잘 대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C씨 드라마 속 장백기를 보면 헤드헌터를 통해 면접을 보러 다니잖아요. 저도 첫 직장에서 인턴으로 일했는데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걸 느꼈어요. ‘괜찮은 회사니까 더 견뎌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꾸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마음이 생기더군요. 과감하게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의 직장으로 옮겼는데, 이곳 일은 적성에 맞아요. 그때 결정을 잘한 것 같아요.

# 상사는 ‘5복’ 중 하나라는데!

STORY 2

주인공 장그래가 발령받은 영업3팀에는 일중독이지만 아부할 줄 모르는 오상식 과장, 순수함과 의리로 똘똘 뭉친 김동식 대리가 있다. 바로 옆 영업2팀의 고 과장은 오 과장을 걱정하고 응원하지만, 승진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경쟁자다. 여직원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보수적인 분위기의 자원팀은 눈치 빠르고 아부 잘하는 정 과장이 이끈다.

드라마 ‘미생’ 보며 울고 웃는 직장인 리얼 토크
Q 드라마에 나오는 여러 유형의 상사 중 가장 이상적인 캐릭터는 누군가요?

B씨 오상식 과장이 아닐까요. 아부할 줄 모르지만 일에 대한 열정이 있고, 툴툴대지만 후배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잖아요. 게다가 나름의 신념을 가지고 일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더라고요. 드라마 속 인상 깊은 대사 중 하나가 김 대리의 ‘우리 과장님 승진시켜드려야지’였어요. 오 과장은 정말 인복이 있는 것 같아요. 누가 자신의 상사를 승진시켜줄 생각을 하겠어요?

C씨 그 대사는 작가 자신의 바람을 투영한 것 같아요. ‘이런 후배가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에서요.

B씨 맞아요. 사실 오 과장 같은 사람이 회사에 있다는 것 자체가 판타지일 수 있어요. 그런 인성과 신념을 가진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A씨 전 좀 다르게 생각해요. 과연 오 과장이 좋은 상사일까요? 제 상사가 오 과장이라면 힘들 것 같아요. 오 과장은 남들처럼 아부도 못하고, 눈치 빠르게 행동하지도 않잖아요. 남들이 안 하는 일만 도맡아하고. 차라리 영업2팀 고 과장이 더 나은 것 같아요. 자기 팀원들을 어느 정도 챙기면서도 큰소리 내지 않고 여우같이 남의 팀 실적을 빼서라도 자기 팀을 지켜내고 있으니까요.

B씨 저는 오 과장이 어려운 일만 하는 건 일종의 작전 같아요. 남이 못하는 일을 맡아 해내는 건 나름 경쟁력일 수 있거든요.

C씨 어쨌든 확실히 ‘내가 어떤 상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승승장구할 수도 있고, 반대로 구박받을 수도 있는 것 같아요.

Q 여러분이 만난 최악의 상사는 어떤 유형이었나요?

B씨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분을 상사로 만난 적이 있어요. 드라마에서처럼 제게 서류를 던지기도 하셨고요. 게다가 저를 경쟁 상대로 여기셨어요. 제가 일을 잘해서 인정받는 상황이 되면, 오히려 경계하고 싫어하는 티가 났죠. 굉장히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분을 타산지석 삼아 ‘아랫사람을 경쟁 상대로 보는 상사(선배)는 결코 되지 말자’고 결심하는 계기가 됐어요.

A씨 저희 팀은 팀장이 자리에 앉아 있으면 불행하고, 외근 나가면 금방 행복해져요. 팀장 때문에 일할 의욕이 꺾일 정도니까요. 팀장이라면 능력이나 인성 등 존경할 수 있는 점이 있어야 하잖아요. 업무 능력은 솔직히 많이 부족한데, 사소한 일로 시비를 걸어 군기를 잡으려고 하니 팀원들의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죠. 직급이 올라갈수록 능력을 더 갖춰야 할 것 같아요. 자신의 부족함이 뭔지도 파악해야 하고요.

B씨 능력 있는 상사는 크게 생각하고, 능력 없는 상사는 감정적이며 작은 것에 연연하는 것 같아요. 능력이 없는 상사는 대개 비용부터 줄이려고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실적이 없으면 비용이라도 절감해야 하거든요. 팀원들이 일하기가 더 힘들어지는 구조가 되는 거예요.

C씨 저도 지금 상사가 최악인 것 같아요. 툭하면 팀원들을 인격적으로 모독하거든요. 그렇다고 업무 능력이 뛰어난가? 그것도 아니에요.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동료를 인격 모독하는 걸 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예요. 다들 팀장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는데 본인만 모르는 것 같아요. 말끝마다 ‘나도 다니고 싶어서 다니는 거 아니야’라고 할 때면 정말 답이 없다 싶어요.

Q 드라마 속 신입 사원 네 명 가운데 누가 후배로 들어오면 좋을까요?

B씨 당연히 장그래죠. 비록 스펙은 떨어져도 잠재력이 있고 인성이 좋다면 선배로서 누구나 키워보고 싶은 후배가 아닐까요?

C씨 저도 장그래요. 솔직히 안영이나 장백기처럼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는 후배는 다루기 어렵더라고요. 흔히 ‘배울 자세’라고 하죠? 능력도 중요하지만, 인성이나 자세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죠.

A씨 저는 한석율이에요.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치가 빠르고 상황을 잘 파악하는 직원이 같이 일하기 편하더라고요. 게다가 영업을 아니까 잘 클 수 있는 사람 같아요. 흔히 승진을 잘하려면, 네 가지가 빨라야 한다고 해요. 말 빠르고, 행동 빠르고, 눈치 빠르고, 판단 빠르고. 그런 면에서는 한석율이 회사가 원하는 인재죠.

# 여자라는 이유로…

STORY 3

인턴 시절부터 능력을 인정받던 안영이는 자원팀에 발령받아 실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그의 출중한 능력이 남자 선배들의 콤플렉스를 자극하다 보니 여자라는 이유로 온갖 차별과 무시를 한 몸에 받는 중이다. 영업1팀의 선 차장은 능력 있는 워킹맘이다. 오 과장과 동기지만 승진은 더 빨랐다. 사내에서 평판이 좋고 여자 후배들의 롤 모델로 꼽히지만, 정작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데는 곤란을 겪고 있다.

Q 극 중 안영이처럼 사내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받거나 괴로움을 당한 적이 있나요?

드라마 ‘미생’ 보며 울고 웃는 직장인 리얼 토크
A씨 안영이의 경우는 좀 심한 편이지만, 어떤 회사든 여자가 튀는 건 꼴불견이라고 보는 것 같아요. 남자가 튀는 건 능력 있는 거고요. 그래서 똑똑한 여자들은 안영이 같은 상황에 놓여 초반에 잘려나가기도 하죠.

B씨 드라마에서 임신한 여직원이 무리하다가 쓰러지는 장면이 있잖아요. 남자 직원들이 ‘또 아이 가졌어?’라면서 대놓고 싫어하고. 여직원이 출산휴가에 들어가면 다른 사람들이 그 업무를 떠맡아야 하니 회사에서 임신을 반기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같은 여자조차 임신한 여성에 대한 배려가 없어요. 같은 부서 동료가 임신을 한 적이 있는데, 상사가 업무를 좀 줄여줬더니 다른 여직원이 ‘XX만 배려하는 게 어디 있느냐’고 항의하더라고요. 그때 상사가 ‘그럼 너도 결혼해서 임신해!’라고 받아쳐서 상황이 더 악화됐어요. 임신한 여직원만 더 미움 받게 됐거든요.

A씨 저희 회사의 경우에는 일이 워낙 힘들어서 여자들은 결혼과 동시에 100% 퇴사를 했어요. 저도 회사를 다니면서 결혼하고 아이를 가졌는데, 제가 그만두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더라고요. 아이 낳고 복귀하는 건 이상하게 보고요.

C씨 조직 생활에서 암묵적 연대를 가진 남자들과 달리 여자들끼리는 경쟁 관계인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는 여자 재무부장이 안영이를 서포트해줄 것처럼 잠깐 나오잖아요. 회사에서도 정말 괜찮은 후배가 있다면, 여자 선배로서 끌어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그건 정말 꿈일 뿐이죠. 사회에서 여자의 적은 여자거든요.

A씨 어떤 회사는 아예 남자, 그중에서도 유부남만 뽑는다고 해요. 미혼인 남자는 기혼보다 책임감이 덜하거든요. 그러니 여자는 취업하기 더 어렵죠.

B씨 연차가 올라갈수록 모든 승부는 술자리에서 난다는 생각이 더 들어요. 남자가 주로 술 접대를 하다 보니 여자보다 유리한 입지를 갖게 되는 것 같아요. 그 자체로 차별을 받는 구조인 거죠.

Q 남자들이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로 여자들을 공격하는데,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B씨 여자들은 감정이 드러나서 그런 게 아닐까요? 남자들은 더 여우 같아서 속을 절대 드러내지 않아요. 여자들 중에는 언제든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 반면, 남자들은 여자에 비해 직장이 절박하잖아요. 그러니 자존심이 구겨져도 참고 본인의 감정을 숨기는 거죠.

C씨 군대 문화의 영향도 크다고 봐요. 남자들은 군대에서 조직 문화를 배우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여자들은 학습하지 못하는 단체 생활, 상하 관계 등을 처절하게 익히죠. 살아남기 위해서. 그게 본능처럼 몸에 배어 있어서 상명하복에 대한 거부감도 거의 없더라고요.

A씨 맞아요. 저희 부장님은 어쩌다 사장님이 방문하시면 목소리도 우렁차게 90도로 인사하시고, 배웅할 때는 달려가서 엘리베이터를 잡아드려요. 과연 여자들이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요?

B씨 그런데 드라마 속에서 김 대리가 오 과장에게 엄청 잘하잖아요. 김 대리의 행동을 보면 아부가 아닌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는 느낌이 들어요. 상사가 소리를 지르면 보통 ‘미쳤나? 아 짜증 나’ 하기 쉽잖아요. 그런데 김 대리는 오히려 오 과장에게 슬며시 다가가 ‘혹시 무슨 일 있으셨어요?’ 하거든요. 어차피 상사와의 관계도 인간관계니까 남녀 상관 없이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드라마 ‘미생’ 보며 울고 웃는 직장인 리얼 토크
Q 드라마에서도 그려졌듯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건 쉽지 않은 일 같아요. 워킹맘을 힘들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일까요?

B씨 한번은 커피숍에 앉아 있는데 증권맨들이 하는 얘기가 들리더라고요. ‘결혼한 뒤 아기가 생겨서 아줌마를 쓰면 1백50만원이다. 요즘은 아줌마에 어머니까지 붙이는 추세인데, 어머니에게도 사례를 안 할 수 없다. 사례금을 1백만원이라고 치면, 육아에만 월 2백50만원이 나가는 거다. 그런 거 생각하면 아내가 집에서 아기를 보는 게 이득일 수 있다. 전문직이 아닌 이상 아내가 집에 있는 게 도와주는 거다.’ 계산기 두드려보면 답이 나오거든요. 주변 선배들 가운데도 이런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A씨 가사와 일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아서 아내가 ‘도와 달라’ ‘힘들다’고 호소해도 남편은 ‘누가 일하라고 했어? 힘들면 그만둬’라고 하기 일쑤죠. 남편이 도와준다고 해도 한계가 있고요. 남자의 부성애는 여자의 모성애보다 섬세하지 않으니까요. 남자들은 아이가 아파서 열이 펄펄 나는데도 한번 잠들면 깨지 않아요. 여자로서는 이해가 안 가죠. ‘아이가 이렇게 우는데 잠이 와?’라고 하면 싸움이 시작되는 거고요. 또 여자가 남자보다 손이 야무지다 보니, 남편이 집안일을 대충 하는 걸 못 견디는 거예요. 그래서 여자가 할 일은 끝이 없죠.

C씨 결혼해서 일을 계속하고 싶어도 결국 남자 쪽 상황이나 의견을 따르게 되더라고요. 남편이 미국에 가면 하던 일을 포기하고 따라가야 하고…. 남녀가 아무리 평등하다고 해도 어찌 됐건 남자가 주도적이게 되고 여자는 따르는 게 당연한 분위기예요.

A씨 여자의 능력이 월등한 경우에는 반대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아내가 남편보다 훨씬 잘 벌어서 남자가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를 맡는 경우도 봤어요. 그런데 문제는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 많이 벌기는 힘들다는 거예요. 회사에서 같은 차장이라도 월급이 다르거든요. 남자는 입사하면서 군 생활한 2년을 경력으로 인정받고 임원으로 승진할 기회도 여자보다 많이 주어져요. 하지만 여자는 임원이 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요. 결국 여자가 일을 그만두기 더 쉬운 상황이 되는 거죠.

# 에필로그-그럼에도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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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4

오상식 과장은 과로와 실적 부진으로 늘 사표를 서랍 한쪽에 넣어두고 있지만, 상사맨으로서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특히 영업이 잘돼서 수주에 성공하면 자신도 모르게 춤을 출 정도로 행복감에 젖는다. 오 과장의 아들은 그런 아빠를 따라 상사맨이 되고 싶단다.

Q 어느 때 직장인으로서 보람을 느끼나요?

C씨 무언가를 배워나간다는 생각이 들 때요. 한동안 회사에서 비전을 찾을 수 없어서 힘들었죠. 그런데 제가 만난 클라이언트가 정말 좋은 분이었어요. 2년을 알고 지냈는데 한 번도 언성을 높인 적이 없어요. 감정의 기복이 있을 수 있는데, 까마득한 후배인 제게 항상 후하게 칭찬하고 실수에는 너그러우셨어요. 그분이 참 지혜로우신 게, 그렇게 대해주시니 제가 뭐라도 더 해드리고 싶더라고요. 그분께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어요.

B씨 드라마에서 샐러리맨의 인생은 승진과 월급이 전부라고 하는 장면이 나와요. 역시 회사가 제 능력을 인정해주고 보상해줄 때 가장 보람을 느끼죠.

A씨 저는 큰 프로젝트를 별 탈 없이 마무리하고 나면, 누가 칭찬하지 않아도 스스로 보람을 느껴요. ‘큰 산을 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제 자신이 대견스럽다고 할까요? 그런 보람과 자부심이 회사를 계속 다니게 하는 동력이 아닌가 싶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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