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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소는 여관으로 들어온다 가끔’의 무대 춘천

소를 찾아 떠나 깨달음과 만난 곳

글&사진·남기환 여행작가

2014. 10. 01

인생의 의미 있는 한 순간에서 답이 필요할 때, 혹은 생각을 가다듬어야 할 때 사람들은 길을 떠난다. 그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는 자신 혹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이 조금은 달라져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는다. 자신에게 벌어진 연이은 혼란의 이유를 더듬고 싶어 춘천으로 향했던 이가 있다. 그리고 그는 애초에 가려고 했던 곳을 물 건너에 둔 어느 여관에서 답일지 깨달음일지 모를 순간을 경험한다.

‘소는 여관으로 들어온다 가끔’의 무대 춘천
불교적 성찰로 다시 이야기하는 춘천

1993년 발표된 ‘소는 여관으로 들어온다 가끔’은 작가 윤대녕이 발표한 다수의 여정 소설들 가운데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다. 화두인 것 같기도 하고 시어 같기도 한 제목은 어떤 상징성을 담고 있음이 분명한데, 이 소설을 읽고 나면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소설 속 인물들의 여정은 사진을 들여다보듯 여행 안내서를 읽고 있는 듯 사실적이고, 그 여정 곳곳에서 읽히는 메시지도 지나치게 함축적이거나 우회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정공법이 이 작품을 에피소드류의 소설로 전락하지 않게 한 것은 순전히 작가의 필력과 문장, 성찰 덕분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시공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환청과 환상을 연상시키는 표현들과 윤대녕의 시감(詩感)이 풍부한 문장들로 인해,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한 자 한 자 뜯어보고 다시 페이지를 되넘겨 문장을 더듬게 한다. 어느새 소설을 읽다 보면 일상의 단출한 한 토막에 불과할 1박 2일의 시간이, 그 길이에 비해 풍성한 이야기가 담긴 의미 있는 여정으로 바뀌어가는 것도 그 길에서 만난 사람과 회상을 풀어놓는 그의 내공 덕분인 것이다.

소설 속에서 펼쳐지는 여행과 그 동선에서 만나는 공간은 명료하다. 기차를 타고 춘천으로 간 주인공은 애초에 소양댐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청평사로 가려 했으나 선착장에서 발길을 되돌린다. 혹시 춘천의 비경이나 작가가 아껴둔 공간이라도 기대했던 독자였다면 예의 유명한 ‘관광지’들의 등장이 실망스러울 정도다. 게다가 소설에서 주인공을 춘천으로 데려다준 경춘선 기차는 이제 복선 전철로 바뀌었고, 주말이면 월요일 아침 출근 전철 안을 방불케 할 만큼 번잡해졌다. 그렇게 가볍게 주말 춘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즐겨 찾는 소양호이고 그중 다시 적지 않은 이들이 청평사를 찾는다. 익숙한 여행지이고, 특별할 것 없어 보일지 모르는 여정들이 소설에 등장하지만, 그 속에 담긴 사연과 작가의 문장들은 남다를 것 없는 ‘관광지’들을 문학적 힘을 끌고 가는 의미 있는 공간으로 남겨놓는다.

‘소는 여관으로 들어온다 가끔’의 무대 춘천

1973년 건설된 소양댐은 천년 고찰 청평사를 배를 타고 건너야만 갈 수 있는 신비롭고 경외로운 공간으로 만들어줬다. 청평사를 찾기 위해서는 청평사 선착장에 도착한 뒤 오봉산을 향해 다시 길을 올라야 한다.

그런데 왜 하필 ‘소’가 전면에 등장할까 하는 궁금증은 윤대녕이 등단 이후 꾸준히 불교의 교리와 성찰 등에 관심을 보여왔다는 사실과, 소설 속 주인공이 궁극적으로 찾아가려 했던 곳이 청평사라는 절임을 연결하면서 풀리기 시작한다. 불교에서 소의 존재는 특별하다. 소는 깨달음이나 자아를 의미하는 상징물로 그 막중한 역할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소를 찾아 나서는 과정을 구도의 과정에 비유하는가 하면, 이를 심우도(尋牛圖) 혹은 십우도(十牛圖)라는 그림으로 사찰의 벽에 남겨 중생을 깨우친다. 때론 진흙소로 불교의 교리를 설명하기도 하는데, 진흙으로 만든 소가 물속에 녹아들며 사라져 물과 하나가 되는 비유로 수행을 통해 개체적인 자아가 사라질 수 있음을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불가에서 소란, 때로는 자아이기도 하고 때로는 깨달음이기도 하니 불법과 그 깨달음을 상징하는 아주 비중 있는 짐승인 셈이다.



그렇다면 윤대녕이 ‘소는 여관으로 들어온다 가끔’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도 이 깨달음 혹은 자아를 찾는 여정임을 쉽게 이해하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작품에서 주인공이 찾는 소는 금영이라는 옛 연인으로 대치된다. 금영은 생모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살을 하고, 그 비밀을 끝까지 품은 아버지의 죽음을 겪은 뒤 출가를 한다. 그러나 그녀의 양어머니로 인해 오래지 않아 환속을 하게 되고, 이후 청평사 근처(청평리) 수몰 지구에 살았다는 생모의 흔적을 찾아 청평사로 떠난다. 그리고 다시 그녀를 찾아 청평사로 가기 위해 춘천길에 오르는 주인공. 금영이 생모의 흔적을 찾는 과정도, 그가 금영을 찾아 나선 과정도 따지고 보면 심우도의 ‘소를 찾아 나서는 길’을 의미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청평사를 향했지만 배편이 끊어져 소양댐 선착장에 발이 묶이고, 여기서 기차 안에서 봤던 어느 여인과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양강이 아닌 소양호, 내륙의 바다 건너 고찰로

소양호와 소양댐은 춘천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대표적인 여행지이기도 하다. 소양강 하류를 막아 댐을 쌓고 물을 가둔 것이 소양호다. 소양댐은 경부고속도로와 더불어 1970년대 우리나라 건설 경제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1973년 완공될 당시 동양 최대의 사력댐이라는 수식어가 온 국민을 들뜨게 했다.

굳이 이런 사연을 떠올리지 않아도 소양댐에 도착하면 그 장쾌한 규모에 눈과 가슴이 먼저 압도당한다. 짙푸른 가로수 숲길을 따라 올라온 뒤 펼쳐지는 푸르고 거대한 초록빛 웅덩이. 너울 같은 세찬 물결이 저만치 한참을 굽이치고 흘러가는 모습이, 한때는 수려한 산봉우리였을 호반의 산자락들이 비가 오거나 안개가 심한 날이면 선계를 내려다보듯 서 있는 모습이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소양강 하류를 막으면서 물을 가두느라 무려 6개 면 4천6백 세대가 물 아래로 잠겼고, 그렇게 만들어진 호수의 물결은 춘천, 인제, 양구에 두루 들이쳤다. 굴곡 수면 길이까지 합한다면 120km에 이르니 소양호를 두고 내륙의 바다라고 부르는 것도 이해가 간다.

‘소는 여관으로 들어온다 가끔’의 무대 춘천
전망대에서 소양호를 내려다보거나 산책로를 따라 호반을 잠시 거니는 것으로 부족하다 싶은 이들은 선착장으로 내려가 유람선 탈 채비를 서두른다. 소양호는 저수와 수력발전, 그리고 관광 외에도 가까운 지역으로의 교통 수로 역할도 했다. 한때는 양구나 인제의 어느 군부대들로 갈 때 이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소양호를 빠르게 둘러보는 공기부양정 쾌속 유람선도 생겼지만, 그래도 이곳 소양호 선착장을 이용하는 최고의 승객들은 청평사를 찾아 나선 이들이다. 30분마다 출발하는 청평사행 배편은 최고 80명 정도를 태울 수 있는 아담한 배다. 놀라운 건, 그 언젠가 청평사에 가기 위해 올랐던 배와 거의 다른 것이 없다는 점이다. 몇 번의 덧칠을 했는지 가늠하기 힘든, 곳곳에 녹이 슨 배는 순식간에 사람의 마음과 기억을 십 수년 전으로 되돌려놓는다. 선착장에 오기 전까지 세련된 외관의 소양댐 전시관과 깔끔하게 단장된 산책로를 봐왔건만 배에 오르는 순간 다시 시간은 순식간에 되감긴다. 그러고 보면 이 호수도, 이 물결도, 저만치 급하게 호수로 내달리던 호숫가 산비탈의 풍경도 달라진 것이 없다. 제법 멋을 낸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이 배에 오르는 풍경을 빼고는 말이다.

청평사로 가는 배는 앉을 자리가 부족해 서 있는 이들이 더러 눈에 띈다. 휴가철도 아닌 평범한 어느 평일이 이 정도이니, 경춘선 복선 전철의 최대 수혜자가 된 춘천은 주말이면 행복한 몸살을 앓고도 남을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을 실은 청평사행 배는 10여 분의 짧은 뱃길을 떠난다. 사실 ‘소는 여관으로 들어온다 가끔’의 주인공은 청평사로 가지 못했다. 그렇다면 청평사를 들른다는 건 윤대녕의 작품에서 드러난 동선을 정확히 거스르는 셈이 될 터이지만 주인공의 연인인 금영과, 그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주요한 공간이 청평사 그리고 소양호 수몰 지구이니 결코 빠뜨릴 수도 없는 순례지일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주변 산들의 초록을 반사시키는, 저만치의 숲만큼 호수의 푸른 빛깔이 갈라지는 잔영을 뱃전에서 내려다본다.

배를 타고 들어가 만나는 절이라.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처럼 영화적 설정이 아니고서야 우리의 많은 사찰들 가운데 이만큼 독특한 상황이 연출된 곳이 또 있을까? 물론 애초에 청평사는 이렇게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 아니었다. 소양댐이 만들어지면서 생겨난 희비의 단초들은 때론 배를 타고 어딘가로 간다는 독특한 상황을 만들어 그 가치를 더욱 높이기도 한다. 청평사가 그랬고 그 근처, 계곡을 따라 조성된 ‘청평사국민관광지’가 그렇다. 불자라면 이 상황이 더욱 남다르게 다가올지 모른다. 물을 건너 1천 년 넘은 고찰로 간다니, 그것만으로 충분히 신비롭고 경외로울 것이다. 무엇보다 속세와 완벽하게 단절된 듯해 오직 순수한 불심만이 허락될 것도 같은 기분이다.

짧은 뱃길은 무수한 잡념과 단상을 떠오르게 한다. 혹시 저만치 보이는 기슭, 청평사 선착장에 닿기 전에 잡스러운 생각은 다 호수에 담고 녹이고 오라는 것이었을까? 문득 진흙소의 이야기가 다시 떠오른다.

세상의 때와 어수선함이 씻기는 계곡 따라 고찰로

배가 청평사 선착장에 가까워지면서 왼편으로 제법 물길이 드세고 넉넉한 개천이 곧장 소양호로 떨어지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만약 소양호가 자연호라면 저런 풍경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계곡 어느 허리를 잘라 물을 가두어 호수를 만들다 보니 개천이 아닌 계곡수가 저렇게 어떤 완충지대도 없이 곧장 소양호로 흘러내리고 마는 것이다. 청평사를 올 때마다 눈여겨봤던 풍경이건만 조금도 익숙해지지 않고 불편한 마음은 여전하다.

이 풍경들을 뒤로하고 선착장에서 오봉산을 향해 천천히 길을 오르며 청평사행이 이어진다. 청평사 가는 길은 청평사계곡 혹은 선동계곡이라 불리는 맑은 골짜기를 따르게 된다. 아무리 무딘 이라 할지라도 청평사계곡에 들어서면 실제로 콧속이 시원하게 뚫리면서 머리가 말끔히 비워지는 느낌에 놀라고 말 것이다. 시원스레 물길을 이어가는 계곡은 크고 작은 소와 너울을 만들면서 변화무쌍하게 계곡수를 흘려 보낸다. 따가운 햇살은 무성한 숲 저 너머에 발목이 잡혔고, 적당히 어둑한 숲길에 귀까지 물소리를 들으며 호강하는 길. 발걸음이 저절로 느려지고 계곡과 마주해 한참을 내려다보게 하는 그런 길이다.

물과 숲이 함께하던 이 길에서 사람들의 입을 다시 한 번 딱 벌어지게 하는 곳이 구성폭포다. 7m 높이에서 떨어지며 아홉 가지 신비로운 소리를 낸다고 해 이름 지어진 곳이다. 정확히 몇 가지의 소리가 들리는지 이 평범한 귀로는 가늠할 수 없지만,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가 보기에도 아찔한 옥빛 소를 이루고 다시 계곡 아래로 흘러가는 풍경은 계곡 아래까지 내려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게 한다. 세상의 온도와 마음의 무게가 몇 칸쯤은 쑥 내려간 기분, 비우고 버리고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해 떠난 여행이라면 적어도 이곳만큼은 제대로 짚은 목적지가 될 듯하다.

계곡 중간에 당 태종의 딸을 사랑한 청년이 죽임을 당한 뒤 뱀으로 환생, 공주의 몸에 붙어 당시 신라 땅이던 이곳까지 오게 된 ‘상사뱀 전설’을 일러주는 동상이 놓여 있고, 공주가 노숙을 했다는 공주굴도 보존돼 있다. 이 전설의 원은(怨恩)이 씻긴 주 무대는 청평사. 천천히 걸어도 30분이면 이제 이 오봉산의 진짜 주인인 청평사 회전문으로 들어서며 윤대녕의 소를 찾아 나섰던 길을 이어갈 것이다.

‘소는 여관으로 들어온다 가끔’의 무대 춘천

청평사에 오르기 위해 지나야 하는 청평사 계곡에는 당 태종의 딸을 사랑하다 죽임을 당한 뒤 뱀으로 환생해 공주의 몸에 붙어 당시 신라의 땅이던 이곳까지 오게 된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동상이 놓여 있고, 공주가 머물렀다는 공주굴도 보존돼 있다.



‘소는 여관으로 들어온다 가끔’의 무대 춘천
어디서건, 누구에게나 소는 찾아온다

오봉산을 등지고 묵직한 기운을 자아내는 청평사가 계단을 오를수록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973년 고려 광종 24년에 처음 암자로 지어졌다가 폐사, 중건을 거듭하다 조선 명종 5년인 1550년에 지금의 청평사라는 이름을 얻은 곳이다. 원래 우리의 사찰 양식에 있어야 할 세 단계의 문인 일주문과 천왕문, 해탈문 가운데서 일주문이 없고 회전문(보물 제 164호)이 천왕문의 구실을 대신하고 있다. 그런데 정면 3칸의 가운데 칸을 통로로 사용하고 있어 독특한 회전문을 중심으로 절이 앞뒤로 꽉 채워진 듯해 인상적이다. 심지어 회전문을 거쳐 경운루를 지나는 동안은 누각의 마루 아래를 통과하는 셈이 돼 머리와 몸이 절로 구부려진다. 계단을 오르고, 누각을 지나서야 서서히 대웅보전이 모습을 드러내고 그 전까지는 회전문과 경운루 외에는 시선 둘 곳 없이 밀집된 사찰의 양식을 경험하게 된다. 경운루 좌우의 누각에 걸린 연등과 2층의 누각들이 연결된 중층 형식의 역동적인 풍광이 눈에 들어오는 것도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대웅전에 마음이 팔려 서둘러 이 문과 누각들을 지나쳐 온 뒤의 일이다. 절의 규모가 한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서 오직 부처가 모셔진 곳, 그곳을 향하는 길만 바라보며 나아갈 수 있게 통로를 낮추고 주변 풍경을 막은 누각들을 배치한 것이 아닐까 싶다.

‘소는 여관으로 들어온다 가끔’에서 이곳 청평사는 소의 전설을 간직한 곳으로 등장한다. 주인공은 그 전설을 소양호 선착장에서 만난 한 여인에게 듣지만, 이 전설에 금영의 사연이 더해지면서 전설은 어느덧 현실이 되어가는 듯하다. 소양호에 몸을 던져 죽은 생모를 떠올리며 금영은 어머니가 소를 타고 청평사로 올라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어머니를 따라 나선 금영을 다시 찾아 나선 주인공은 오래된 소의 전설을 말하는 그녀 덕분에 소를 타고 왔던 전설 속 나그네가 금영의 친부임을 알게 되고 새로운 실마리를 찾아간다. 여기에 금영의 출가와, 환속에 얽힌 사연들이 담긴다.

그렇지만 주인공과 여인은 배편이 끊어져 청평사로도, 그녀가 가려 했던 양구로도 가지 못한 채 소양댐 아래 여관에 함께 머물게 된다. 여관을 찾아가는 동안 경험하는 안개와 환청인 듯한 뿔피리 소리, 그리고 마치 오래된 연인을 만난 듯한 그녀와의 하룻밤 등이 몽환적인 문체로 그려진다. 주인공은 이미 금영 찾기를 포기해 다음 날 아침 첫배로 청평사를 가겠다는 결심을 무너뜨린 듯하다. 그리고 소를 타고 이곳으로 왔던 나그네처럼 주인공과 그녀는 나그네로 만나 나그네로 관계한다. 주인공이 청평사를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이 여관이 바로 법당 같다는 그의 설명으로 대신된다. 금영에 대한 생각을 새로운 만남과, 그 만남 뒤에 남겨진 자아를 발견함으로써 지우게 되는 것이다.

거창한 해탈은 아니지만 삶에서 일어나는 이런 깨달음들이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법당이고, 청평사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일까? 여관으로 소가 들어오듯 삶의 한 조각에 찾아온 자아에 대한 깨달음을 만난 여정. 윤대녕의 ‘소는 여관으로 들어온다 가끔’을 두고 결국 주인공이 금영을 찾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나를 찾고 되돌아가는 것이라 읽어도 좋다면, 청평사가 아닌 여관조차도 법당으로 받아들일 수 있던, 그리고 공간으로 들어왔을지 모를 소를 만난 주인공의 여정이 누구에게나 가능할 법도 하다는 동질감을 조금은 느꼈으면 하는 심정이다. 그건 제아무리 많은 이들이 알고 있고 또 찾고 있는 유명한 여행지일지라도 소는 그곳으로도 언젠가 천천히 걸어 들어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모든 순간에, 모든 공간에 발견과 깨달음이 존재한다면 말이다.

☞ Travel Information

청평사 찾아가기

승용차 이용 시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 춘천 IC에서 나와 양구행 46번 국도를 탄 뒤 배후령터널 간척 사거리에서 청평사 방향으로 우회전한다. 청평사 주차장에서 약 1.5km 걸어가면 본당에 이른다.

배편 이용 시 승용차로 소양댐 선착장까지 가거나, 전철을 이용할 경우 남춘천역에서 11번이나 12-1번 버스를 타고 소양댐 종점까지 오면 선착장에서 배를 이용할 수 있다.

· 배편 운항 시간 | 소양댐 선착장에서 청평사까지 매일 오전 9시 30분부터 30분 간격으로 운항하며, 오후 5시 30분에 마지막 운항. 되돌아오는 마지막 배편은 오후 6시인데, 정원이 차면 시간에 관계없이 출항한다.

· 이용 요금 | 소양댐 선착장∼청평사 선착장 왕복 어른 6천원, 어린이 4천원

· 문의 | 소양댐 선착장(033-242-2455)

입장료 어른 2천원, 청소년 1천2백원, 어린이 8백원

문의 033-244-1095, www.cheongpyeongsa.co.kr

‘소는 여관으로 들어온다 가끔’의 무대 춘천
남기환 여행작가

월간지 ‘Travel·Culture’ ‘CASA Bistro’ 등을 거쳐 여행 전문지 ‘The Beetle Map’ ‘across’ 등에서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 편집 디자인 업체 ‘아쉬’의 대표이자 미국계 유통업체 ‘코스트코’가 발행하는 멤버십 매거진 ‘The Costco Connection’ 한국판의 편집인이다. 10월 ‘7일간의 이스탄불 여행’을 발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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