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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리스 오블리주’와 거리 먼 대한민국 최고 연봉 임원들

최태원·정몽구·김승연·신영자…

글·김유림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14.05.16 16:14:00

올해 처음 공개된 기업 등기임원 연봉 서열을 살펴보면 1백억원 이상 연봉자는 최태원·정몽구·김승연 회장 등 3명이고, 10억원 이상도 1백45명이나 된다. 하지만 이들 중에는 공금 횡령, 부실 경영 등 회사에 손실을 입히고 구속·수감 중 연봉을 수령한 임원들이 포함돼 있어 대중은 불편한 심기를 감출 수 없다.
‘노블리스 오블리주’와 거리 먼 대한민국 최고 연봉 임원들
지난 3월 말 국내 유명 기업 임원진의 월급 통장이 최초로 공개됐다. 새로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등기이사의 경우 보수를 공개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 최근 재벌닷컴 발표에 의하면 3월 31일까지 2013회계연도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회사 2천1백48개사(단순 투자 및 자산 유동화 법인 제외)의 등기임원 개인별 보수 지급 현황을 집계한 결과 최고 연봉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보수’에는 기본급과 성과급을 포함해 퇴직금, 스톡옵션 행사 차익 등이 포함되지만 본 기사에서는 퇴직금은 제외한 금액으로 순위를 매겼다. 우리나라 최고 부자인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등기이사에서 빠져 있어 이번 보수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연봉 킹’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봉 서열 1위는 SK그룹 최태원(54) 회장이 차지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주)SK, SK이노베이션, SK C·C, SK하이닉스 등 그룹의 4개 계열사 등기이사로 재직하면서 총 3백1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급여가 94억원, 상여금이 2백7억원을 차지한다. 2012년에는 상여금을 받지 못했으나 해당 연도의 계열사 실적 호전으로 상여금이 늘어나면서 총보수도 늘어났다. 하지만 최 회장은 지난해 1월 회삿돈 4백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법정 구속돼 1년 내내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3백억원대의 ‘옥중 경영’을 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편 최 회장은 지난 2월 27일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후 (주)SK와 SK이노베이션, SK C&C, SK하이닉스 등의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따라서 내년부터 최 회장은 보수 공개 대상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주’와 거리 먼 대한민국 최고 연봉 임원들
현재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2조8천4백40여 억원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에 이어 상장사 부호 중 4위를 차지한다. 올해 지급받은 배당금은 2백86억원. 하지만 최태원 회장은 최근 SK C·C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와 저축은행에서 1조원대 돈을 빌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SK그룹의 소유 지배 구조에 변화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올해부터 배당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 해 4백억원이 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이자 연체로 SK C·C 주식이 금융권에 몰수되거나, 스스로 주식을 매각할 경우 최 회장 중심의 순환 지배 구조가 깨질지도 모른다는 예측인 것. 또한 최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가 강남구 대치동 신사옥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네트웍스는 중구 명동 사옥과 도심에 분산된 조직을 신사옥으로 통합 이전하기 위해 SK케미칼 부지에 건물을 올리고 지난 2월 사용 승인을 받았지만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 지하 5층, 지상 9층, 연면적 4만7638㎡ 규모의 신사옥 매각가는 3천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최태원 회장은 이번 연봉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그룹 차원에서 보면 잇단 악재로 순조로운 경영이 힘들어 보인다.

연봉 2위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에서 1백40억원을 받은 정몽구(76) 현대차그룹 회장이 차지했다. 현대건설과 현대파워텍, 현대엔지비 등 계열사들의 등기이사로도 올라 있지만 이들 기업에선 보수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회장은 연봉 이외에도 주식 배당금으로 4백95억원을 받아 지난해 전체 소득은 6백35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자동차 자산 총액은 1백80조9천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4조2천억원 더 늘었으며 정 회장 소유의 주식 평가액은 7조1천1백30여 억원으로 국내 재벌 총수 중 1분기 내 주식 가치가 가장 많이 불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통상적으로 매분기마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주식 자산 평가액이 가장 많이 올랐지만, 올 1분기에는 정 회장이 이 회장을 제치며 크게 선전한 것. 정 회장이 갖고 있는 현대하이스코를 비롯해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등의 주식이 모두 상승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노블리스 오블리주’와 거리 먼 대한민국 최고 연봉 임원들
한편 정몽구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44) 현대차 부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으로부터 24여 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정 부회장은 기아차의 재기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경영 능력을 충분히 검증받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 주식 배당금은 2백28억원으로 이 둘을 합치면 전체 소득 부문에서는 업계 4위(2백52억원)를 차지한다. 참고로 2013년 재계 소득 랭킹 1위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 등기이사가 아니어서 연봉은 받지 않았지만 배당금만으로 1천79억원을 받아 1위 자리를 고수했다. 그다음은 정몽구 회장, 3위는 최태원 회장이다.

부실 경영·횡령에도 ‘고액 연봉’ 회장님들

‘노블리스 오블리주’와 거리 먼 대한민국 최고 연봉 임원들
유사 이래 최초로 고위 임원의 연봉이 공개되면서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연봉에 ‘받을 만하다’는 목소리보다는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반응이 우세한 분위기다. 특히 회사에 손실을 입힌 오너들에게조차 거액의 연봉 및 배당금이 지급됐다는 사실에 일반인들은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연봉 1위를 차지한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연봉 서열 3위인 한화 김승연(62) 회장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김 회장이 지난해 수령한 연봉은 1백31여억원. 한화건설에서 가장 많은 52억5천2백만원, 한화케미칼에서 26억1천2백만원, 한화에서 22억5천2백만원, 한화갤러리아에서 15억2백만원, 한화L·C에서 15억원을 각각 수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2012년 8월 부실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지난 2월에 풀려난 김 회장이 과연 제대로 경영에 참여했는지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구속 전까지 근무한 일수에 따른 상여금을 수령했으며 지난해 급여 2백억원은 모두 반납했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또한 김 회장은 올해 한화와 한화케미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집행유예를 받기 전까지 구속정지집행 상태에서 병원에 입원해 있었던 김 회장은 집행유예 이후에는 서울대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아오다 3월 27일 신병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상태다.

연봉 10위를 기록한 CJ그룹 이재현(54) 회장(47억원)과 18위를 차지한 효성그룹 조석래(79) 회장(39여 억원) 또한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이들 모두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을 받는 와중에 ‘고액 연봉’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룹 내 직원들과 함께 부외 자금(장부 기록 없이 이뤄지는 금융 거래)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총 1천6백억원의 세금 포탈과 횡령 및 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 기소된 이재현 회장은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4년, 벌금 2백60억원을 선고받았다. 이 회장은 신장 이식 수술 등 건강상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고 법정 구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4월 24일 항소심 첫 재판이 이뤄진다.

‘노블리스 오블리주’와 거리 먼 대한민국 최고 연봉 임원들

구속ㆍ수감 중에도 거액의 연봉을 받은 기업인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다.

지난해 9월 국세청 조사 후 양도소득세와 증여세 등을 탈루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은 최근 공판을 앞두고 전립선암 진단을 받아 항암 치료 중이다. 조 회장 측 변호인에 따르면 고령인 탓에 부정맥 등 다수의 지병이 있다고 한다. 효성 측 관계자에 따르면 조 회장은 2010년 담낭암 말기 진단을 받고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았고 올해 초 다시 전립선암을 진단받아 방사선 치료를 시작한 상태라고. 6월 초까지 서울대병원에서 호르몬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할 예정이어서 첫 공판은 항암 치료가 끝나는 6월 중순쯤 열릴 것으로 보인다.

샐러리맨의 성공 신화 ‘삼성맨’ 3인

연봉 4위와 5위, 8위는 재벌 총수가 아닌 샐러리맨 출신의 임원에게 돌아갔다. 비록 삼성전자 경영진에 한정돼 있지만 말단 월급쟁이로 시작해 고위 자리에까지 올랐다는 점에서 일반 직장인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4위를 차지한 권오현(62) 삼성전자 부회장(부품 부문 총괄)은 지난해 급여 17억7천8백만원, 상여금 20억3천4백만원, 기타근로소득(특별 격려금) 29억5천1백만원을 받아 총 67억6천3백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권 부회장은 1977년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연구원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해 삼성반도체연구소 연구원, 삼성전자 이사·부사장·사장을 거쳐 부회장까지 오른 인물로 ‘능력 있는 샐러리맨의 대표’로 꼽힌다. 연봉 서열 5위인 신종균(58)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 사장은 지난해 회사로부터 62억1천3백만원을 받았다. 급여 11억7천4만원에 상여금 15억9천5백만원, 기타근로소득이 34억4천4백만원을 차지한다.

삼성전자의 TV와 생활가전 사업을 맡고 있는 윤부근(61) 사장도 50억8천9백만원의 연봉을 기록해 8위에 올랐다. 급여 11억7천4백만원에 상여금 14억8천1백만원, 기타 근로소득은 24억3천4백만원이다. 윤 사장은 지난 2월 차녀 결혼식을 치른 뒤 축의금으로 받은 돈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기부는 축의금을 전달한 사람들의 명의로 이뤄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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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샐러리맨의 좋은 예로’로 꼽히는 삼성 임원 3인방.



여성 등기임원 연봉 1위 롯데 신영자 사장

이번 연봉 공개에서 5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은 여성 등기임원은 총 5명이다. 그중 롯데쇼핑 신영자(72) 사장은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연봉 톱 10에 9위로 이름을 올렸다. 신 사장은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 롯데건설로부터 지난해 총 50억3천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호텔롯데에서 32억3천8백만원, 부산롯데호텔에서 12억7천5백만원, 롯데건설에서 5억1천7백만원을 받은 것. 호텔롯데에서 받은 급여만 25억원(상여금은 7억원)으로 아버지인 신격호(92) 총괄회장(5억원)과 남동생 신동주(60) 롯데홀딩스 부회장(9억9천9백만원)에 비해 훨씬 많은 액수다. 전체 연봉 역시 신 사장이 롯데그룹 일가 중 가장 많다. 신격호 회장은 33억5천만원, 신동빈(59) 롯데그룹 회장은 44억4천1백만원, 신동주 부회장은 27억9천1백만원이다. 하지만 신영자 사장은 지난 2012년 경영 일선에서 사실상 물러나 고액 연봉의 정당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내년에는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연봉을 정확히 가늠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총수 일가가 등기이사직에서 줄줄이 사퇴했기 때문이다. 4월 초 신동빈 회장이 롯데알미늄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데 이어 며칠 뒤 신격호 총괄회장도 롯데리아의 등기이사에서 사임했다. 물류 계열사인 롯데로지스틱스의 경우에는 총수 일가인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 신동주 부회장, 신영자 사장 등 4명이 동시에 등기이사직을 반납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연봉 공개에 따른 부담과 함께 문제가 불거졌던 계열사에서 발을 빼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최근 주요 계열사들의 사건,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롯데홈쇼핑의 전 ·현직 핵심 임원들의 납품 비리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회사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번져 그룹 전체에 비상이 걸렸고, 신 총괄회장의 숙원 사업으로 꼽히는 1백23층 규모의 제2 롯데월드타워 건설현장에서 잇달아 인명 사고가 일어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은 데다 롯데카드에서 고객 정보가 유출돼 기업 신뢰도에도 큰 타격을 받았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 규모가 작은 계열사의 경우 전문 경영진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물러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신영자 사장 뒤를 잇는 연봉 2위의 여성 등기임원은 삼성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연봉을 공개한 이부진(44) 호텔신라 사장이다. 이부진 사장의 동생인 이서현(41) 삼성에버랜드 패션 사업 부문 사장은 이재용(46) 삼성전자 부회장과 더불어 등기이사로 올라 있지 않아 이번 연봉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부진 사장의 지난해 연봉은 30억9백만원. 급여 10억4천만원에 상여금 5억6천9백만원, 기타근로소득 14억원을 받아 연봉 서열 25위를 기록했다. 이 사장은 지난 3월 13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재선임됐다. 3위는 고(故) 조수호 회장의 부인인 최은영(52) 한진해운 회장에게 돌아갔다. 최 회장은 지난해 한진해운과 한진해운홀딩스에서 총 29억8백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4위는 현정은(59) 현대그룹 회장으로 계열사 3곳에서 총 25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현대상선에서 8억8천만원, 현대로지스틱스에서 8억1천만원, 현대엘리베이터에서 8억1천만원을 기록했다. 최은영 회장과 현정은 회장은 재계에서 보기 드문 여성 회장이라는 점과 배우자 사망 후 해운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 앞으로 산적해 있는 당면 과제 등 공통점이 많아 자연스럽게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마지막 순위에 이름을 올린 이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 부회장. 현재현 회장에 비해 3억6천만원가량 적은 10억8천만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 5명의 연봉 공개 여성 등기임원은 오너 일가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와 거리 먼 대한민국 최고 연봉 임원들


여성동아 2014년 5월 6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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