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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사로잡은 여배우, 쥘리 가예

글·김명희 기자|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REX 제공

입력 2014.03.14 13:53:00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을 둘러싼 사랑의 줄다리기는 의외로 싱겁게 막을 내렸다. 올랑드 대통령이 엘리제궁의 실질적인 안주인 노릇을 했던 동거녀와 결별을 선언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새 여자 친구 쥘리 가예에게 승리가 돌아간 것. 카를라 브루니에 이어 또다시 연예인 출신 퍼스트레이디가 탄생할 것인가, 세계인의 관심이 엘리제궁에 쏠리고 있다.
대통령을 사로잡은 여배우, 쥘리 가예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쥘리 가예와 스캔들에 휩싸였다. 가예는 프랑스의 사랑받는 여배우이자, 영화제작자.

심야에 헬멧을 뒤집어쓴 채 경호원이 운전하는 오토바이 뒷자리에 타고 대통령 관저를 빠져나간 남자는 연인이 살고 있는 인근 아파트로 향했다. 남자는 프랑수아 올랑드(60) 프랑스 대통령, 그가 한밤중에 우스꽝스러운 차림으로 달려나가 만나려 했던 여인은 여배우 쥘리 가예(42)다. 하지만 그녀의 아파트 주변에선 또 다른 사람들이 올랑드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연예 주간지 ‘클로저(Closer)’에서 보낸 파파라치들이었다. 오랜 추적 끝에 두 사람의 밀회 장면을 포착한 ‘클로저’는 1월 10일 특집 기사를 통해 두 사람의 관계를 폭로했다.

‘클로저’는 바람둥이로 유명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전 총리가 운영하는 기업의 자회사에서 발간하는 잡지로, 2012년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의 가슴 노출 사진을 실어 영국 왕실의 노여움을 샀던 프랑스의 대표적인 대중지. 올랑드의 스캔들은 미들턴의 가슴보다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80만 부가 팔려나갔고, 세계로 전파돼 다양하면서도 흥미로운 스펙트럼을 그렸다. 올랑드가 썼던 헬멧은 완판됐고, 엘리제궁은 발칵 뒤집혔으며, 그 와중에도 프랑스인들은 ‘대통령도 사생활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며 의외로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스캔들의 주인공 쥘리 가예는 ‘지성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프랑스의 보석 같은 여배우’라는 찬사를 받는 인물. 의사인 아버지와 골동품 딜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노래와 연기를 배웠고, 17세 때 런던으로 건너가 본격적인 연기 수업을 받았다. 대학에서는 미술사와 인문학을 전공했으며, 1993년 ‘세 가지 색 블루’로 데뷔한 이래 ‘쉘 위 댄스’ ‘마이 베스트 프렌드’ 등 5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2009년 도쿄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같은 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훌리오와 에밀리아’라는 영화를 통해 제작자로도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대통령을 사로잡은 여배우, 쥘리 가예

쥘리 가예(왼쪽)와의 스캔들이 보도되고 나서 얼마되지 않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동거녀 트리에르바일레는 엘리제궁을 떠났다.

대통령을 둘러싼 여자들의 전쟁

가예는 불혹을 넘겼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외모를 유지하며 모델로도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올랑드와의 스캔들이 불거지기 직전 ‘엘르’ 프랑스판 2월호 표지 촬영을 했는데, ‘클로저’가 두 사람의 관계를 보도하자마자 ‘엘르’ 측은 잡지를 이틀이나 앞당겨 발행하는 민첩함을 발휘했다.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 산티아고 아미고레나와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두고 있지만 결혼 8년 만인 2006년 이혼, 현재는 싱글이다. 올랑드 대통령과는 2012년 대선 당시 지지 광고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는 후문. 당시 광고에서 그는 올랑드에 대해 “훌륭하고 겸손하며 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올랑드 대통령의 ‘특별한’ 사랑은 이미 여러 차례 화제가 됐으며 종종 정치적 이슈로 번지기도 했다. 그는 대학 시절 만난 세골렌 루아얄(61) 전 사회당 당수와 20여 년간 동거하면서 4명의 자녀를 낳았다. 오랜 연인이자 정치적 동지였던 두 사람의 관계에 금이 간 것은 2005년 주간지 ‘파리마치’의 정치부 기자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49)가 등장하면서부터. 정치인과 기자로 처음 만난 올랑드와 트리에르바일레는 사랑에 빠졌고, 루아얄도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사실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당시는 루아얄이 사회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해 사르코지와 박빙의 승부를 벌이던 시점. 선거가 끝날 때까지 동거남의 외도를 눈감았던 루아얄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올랑드와 결별을 선언했고 올랑드는 트리에르바일레에게 달려갔다.

루아얄은 대선 패배와 함께 권력에서 멀어졌지만 트리에르바일레는 뜻밖의 기회를 만났다. 사르코지가 잡았던 정권이 2012년 올랑드에게 넘어오면서 그가 순식간에 퍼스트레이디가 된 것. 물론 동거녀가 과연 영부인의 예우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에 관한 논란도 있었다. 이에 대해 그녀는 “사르코지의 부인 카를라 브루니는 정치와 거리가 먼 패션과 연예계 출신이다. 그는 정치 코드를 몰랐지만 나는 정치와 미디어를 손바닥 꿰듯 잘 알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자신을 어필했다.

세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에 기자이자 정치 토크쇼 진행자. 트리에르바일레는 여러모로 화려하기만 한 브루니와 대척점에 서 있는 듯 보였고, ‘올랑드의 정치적 자산’이라는 찬사까지 받았다. 트리에르바일레가 동거녀의 한계를 극복해가면서 ‘퍼스트 걸 프렌드’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동안 프랑스 정가에서는 꾸준히 올랑드와 가예의 염문설이 돌았다. 가예는 변호사까지 내세워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소문을 일축해왔다. 하지만 ‘클로저’가 결정적인 장면을 포착함으로써 두 사람의 소문은 현실이 됐고 당사자들 못지않게 트리에르바일레도 큰 충격을 받았다. 소식을 듣고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그는 “영부인 역할을 계속 수행할 수 있다면 올랑드의 염문을 용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결과는 더 참담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1월 25일 그녀와의 결별을 공식 선언했다.

이후 트리에르바일레는 자신이 근무했던 ‘파리마치’ 등과의 인터뷰에서 “올랑드와 쥘리 가예의 교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마치 고층건물에서 떨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면서도 “‘클로저’에 두 사람의 사진이 게재되기 전까지는 소문을 믿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대통령을 사로잡은 여배우, 쥘리 가예
“결별이 내 인생에서 처음은 아니기 때문에(그녀는 2번 이혼 경력이 있다) 새삼스럽게 위기라고 생각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번엔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 때문에 더 힘들었어요. 이젠 퍼스트레이디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새로운 경험으로 인해 앞으로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으로 생각해요.”

Sex in France

외국 언론이 올랑드 대통령의 외도에 호들갑스럽게 반응하는 것과 달리 프랑스 국민과 언론들, 심지어 정적들조차도 대통령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분위기다. 프랑스인들의 뼛속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자유 연애관엔 정치인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 젊은이 중 절반 이상이 결혼을 고려하지 않은 채 파트너와 동거 중이며, 남성의 절반, 여성의 1/3 이상이 파트너를 속이고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한다. 전체 신생아 중 혼외 자식의 비중도 50% 이상이라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애와 관련된 산업이 프랑스 경제의 큰 축을 형성하고 있다. 여성은 물론 남성들도 이성으로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외모에 막대한 투자를 한다. 프랑스의 패션과 외식 산업이 나날이 발전하는 것도 자유로운 연애 문화 분위기에 힘입은 바 크다. 파리의 레스토랑에선 불륜으로 보이는 커플이 식사 내내 손을 맞잡고 뜨거운 눈길을 주고받는 것이 낯선 풍경은 아니다. 최근 프랑스의 베스트셀러 ‘완벽한 여성은 멍청하다(La femme parfaite est une connasse)’라는 책은 “프랑스 여성들은 화려한 패션과 클래식 음악, 미술 등 교양까지 쌓으며 ‘완벽한 여성’을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독립적인 멋진 삶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남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날카로운 일침이지만 자유로운 사랑과 연애가 프랑스적인 삶의 기본임을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분석이다.

현재 올랑드 대통령은 가예와의 스캔들을 전면 부인하지는 않은 채 사생활 침해 부분에 관해서만 유감을 표한 상태. 가예는 ‘클로저’를 상대로 5만 유로(약 7천2백만원)의 정신적 피해 보상금과 4천 유로(약 5백80만원)의 소송비용을 청구했다. 하지만 가예의 강경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조심스럽게 가예의 엘리제궁 입성을 점치고 있다. “장관 재임 시절에는 일부 여성들이 잠자리를 거부하기도 했지만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나와의 잠자리를 거부하는 여성이) 한 명도 없었다”는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의 말처럼, 권력이야말로 이성을 사로잡는 가장 치명적인 매력이니 말이다.

◆ 엘리제궁의 러브 스토리

대통령을 사로잡은 여배우, 쥘리 가예
루이 15세의 정부 잔 앙투아네트 푸아송, 즉 퐁파두르 후작 부인의 별장이던 엘리제궁은 1959년 대통령제가 실시되면서부터 대통령 관저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올랑드 이전에 이곳을 거쳐간 인물은 샤를 드 골, 조르주 퐁피두,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프랑수와 미테랑, 자크 시라크, 니콜라 사르코지 등 6명. 이중 드 골을 제외한 5명은 떠들썩한 염문설로 ‘프랑스적인 삶’을 실천해, ‘섹스 스캔들은 프랑스 대통령의 고유 업무 중 하나’라는 농담까지 있을 정도다.

조르주 퐁피두는 아내의 외도로 구설에 올랐고, 데스탱은 밤에 몰래 엘리제궁을 빠져나와 여배우의 집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페라리 자동차를 몰고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내는 바람에 불륜이 들통 났다. 14년간 집권했던 미테랑 대통령의 두 집 살림은 프랑스 언론의 공공연한 비밀이었으며 그의 혼외 딸인 마자린은 아버지의 장례식에 등장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시라크 대통령은 파리시장 시절 여직원들 사이에서 ‘샤워 포함 3분’이란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여자 관계가 복잡했으며 대통령 시절에도 밤에 종종 관저를 몰래 빠져나가 연인을 만나곤 했다고 한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재임 시절 이혼하고 슈퍼모델 출신의 이혼녀 카를라 브루니와 재혼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그는 전처인 세실리아 여사와 법적으로 부부인 상태에서 브루니와 동거했으므로 사실상 두 사람은 불륜 관계였다.

지금까지 엘리제궁을 거쳐간 이들의 전력을 살펴보면 올랑드 대통령과 쥘리 가예의 스캔들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여성동아 2014년 3월 6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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