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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조민수·엄정화 ·문소리 40대 여배우들의 이유 있는 도발

글·김민주 자유기고가 | 사진·이기욱 기자,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014. 02. 14

여자들에겐 로망이 있다. 일도 사랑도 섹스도 뜨겁게 즐기면서 사는 인생. 누가 봐도 멋지고, 남자에게 이끌려 다니지 않는 그런 당당한 삶 말이다. 조민수, 문소리, 엄정화가 40대 여자들의 ‘관능의 법칙’을 이야기한다.

조민수·엄정화 ·문소리 40대 여배우들의 이유 있는 도발
대한민국에서 40대 여자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모습일까. 골드미스라는 타이틀을 달고 일에 올인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결혼과 동시에 점점 사회의 비주류로 분류되면서 본인의 이름 석 자보다 ‘누구의 아내와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리거나, 워킹맘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정신없이 살고 있지 않은가.

영화 ‘관능의 법칙’은 여자의 전성기는 20대라는 사회의 보편적인 정서에 일침을 가한다. 여자가 인생에서 가장 화려하게 만개하는 절정은 바로 40대라고! 이미 영화 ‘싱글즈’로 30대 여성들의 심리와 삶을 섬세하게 터치하는 데 남다른 연출력을 과시한 권칠인 감독이 메가폰을, 40대를 대표하는 여배우 엄정화(45)·문소리(40)·조민수(49)가 손을 잡았다.

엄정화는 오랜 연인과 헤어진 뒤 찾아온 연하남의 애정공세에 가슴이 뛰기 시작하는 케이블 TV 예능국 PD 역할, 문소리는 여자는 사랑받기를 포기하는 순간 끝이라는 생각으로 남편에게 당당하게 요구하는 도발적인 주부 역할, 조민수는 20대로 돌아간 듯 남자친구와의 두근거리는 로맨스에 행복감을 맛보며 다시 결혼을 꿈꾸는 싱글맘 역할을 맡았다.

1월 중순, 세 명의 여배우가 ‘관능의 법칙’ 개봉을 앞두고 ‘40대 여배우들의 속내’를 주제로 브런치 테이블에 모여 앉았다. 엄정화는 볼륨 있는 몸매가 여실히 드러나는 블랙 미니 원피스를, 문소리는 참하고 단아한 느낌에 금빛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준 블랙 드레스를, 조민수는 고급스러움과 우아함이 깃든 검정 체크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본격적인 수다가 시작되기 전,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이 공개됐다. 문소리가 남편 역의 이성민과 침대 위에서 티격태격하고, 조민수가 상대역인 이경영과 거품 목욕을 하는 모습에 이어 “내 혀는 간보는 것 말고, 다른 것 좀 맛보고 살면 안 되니?”라는 대사와 장면이 이어졌다. 하지만 영상을 본 조민수는 “에이, 더 야한 부분이 많았는데 학생들이 봐도 괜찮을 정도로 무난하게 편집이 됐다. 지금 본 영상은 우리 영화에서 가장 재미없는 부분일 것”이라고 말하면서 ‘핫한 19금 영화’를 예고했다.



“연하남이 대시한다면? Why Not?”

조민수·엄정화 ·문소리 40대 여배우들의 이유 있는 도발

여배우에게는 다양한 배역의 기회가 많지 않아 아쉽다는 조민수.

영화 개봉에 앞서 제작사 측은 30~4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앙케트를 진행했다. 첫 번째 문항 ‘어려도 너무 어린 연하남이 대시한다면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답은 Yes 30%, No가 62%였다. 역시 너무 어린 연하남은 아직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 하지만 의외로 엄정화의 대답은 “Why Not?”이었다.

“내 나이쯤 되면 선택권이 별로 없잖아. 내 나이 또래의 남자들이 다 결혼을 해서 말이야. 그러므로 어린 남자가 대시를 한다면, 내 대답은 ‘Why Not?’이야. 몇 살까지 괜찮냐고? 음, 8~10세 연하까지? 하하하. 나야 좋지만 상대방은 어떨지 모르지.”

두 번째 문항, ‘나는 여자로서 사랑받기 위해 만전의 노력을 기울인다’에 대한 대답은 Yes 47%, No 50%. 그리고 이에 대한 문소리의 대답은 “만전…은 힘들어~”였다.

“와~ 생각보다 3040 여성들에게 ‘예스’라는 대답이 높게 나왔네. 나도 노력 좀 해야겠다. 나는 영화에서의 미연 캐릭터처럼 전업주부가 아니니까, 만전의 노력을 기울이기는 힘들어. 그래도 뭐, 조금의 노력은 하면서 살지. 어떤 게 있냐고? 음, 얼마 전에 남편을 한의원에 데려가서 약 지어 먹였어. 하하하. 거기까지!”

‘나는 여전히 로맨틱한 연애를 꿈꾼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 여성의 83%가 Yes라고 했다. 조민수의 반응은 “그래 압도적일 줄 알았어.”

“난 100%도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로맨틱한 연애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 없냐고? 우선, 나부터 열심히 살아볼게. 하하하.”

그리고 마지막 질문, ‘난 지금이 인생의 절정이라고 생각한다’에 대한 여성들의 답은 56.8%가 No였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세 여배우들의 생각은 확실히 달랐다.

조민수·엄정화 ·문소리 40대 여배우들의 이유 있는 도발
조민수·엄정화 ·문소리 40대 여배우들의 이유 있는 도발

지금까지 일과 사랑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늘 일을 선택했다는 엄정화.

엄정화 난 지금이 절정이라고 생각하고 싶어. 내 인생의 절정이 지나갔다고 생각하면, 화려했던 과거만 그리워하면서 살게 될 것 같거든. 그래서 지금이 항상 뜨겁고 좋은 시간들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싶어.

문소리 여자는 아이를 낳고 많은 변화가 있잖아. 아이 뒤치다꺼리하면서 정신없이 살다가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면, ‘내가 언제 이렇게 됐지?’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할 때가 있어. 그런데 60대인, 친구의 어머니가 ‘지금 뒤돌아 생각하면 아이 키우면서 살던 40대가 가장 예쁜 나이였는데 그걸 깨닫지 못하고 살아서 너무 안타깝다’면서 ‘너희들은 지금이 얼마나 예쁘고 소중한 나이인지 알라’고 하시더라고. 그 말을 듣고, ‘아~ 나도 오늘이 제일 예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 그래서 ‘오늘의 나’를 사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고, 지금도 그런 마음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야.

조민수 나는 2012년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면서 지금이 배우로서 전성기가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듣고 있어. 심지어 ‘피에타’ 이후 ‘로또 맞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야. 그래서 남들은 지금의 내가 ‘절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나는 그렇지 않아. 난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해. 나의 절정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일과 사랑 중에 어떤 게 더 중요하냐고?”

이들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여배우이기 전에, 연애와 결혼, 가슴속에는 늘 뜨거운 사랑을 꿈꾸는 여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평범하게 연애와 결혼, 그리고 사랑을 하기에 쉽지만은 않았을 터. 연애와 결혼 그리고 일과 사랑 사이에서 이들은 어떤 고민을 안고 살아왔을까.

엄정화 나는 일과 사랑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늘 ‘일’을 택했어. 앞으로도 많이 변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랑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면 잡아야겠지.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따뜻하고 달콤한 연애를 했으면 좋겠어.

조민수 음… 일과 사랑? 살다 보면 주변 사람들이 갑자기 예뻐질 때가 있어. “무슨 좋은 일 있느냐”고 물어보면, 사랑을 하고 있더라고. 일로 성취했을 때와 사랑을 하고 있을 때의 표정은 확실히 다른 것 같아. 그래서 나는 ‘사랑’이 더 중요할 것 같아.

문소리 나의 20대는 압도적으로 일이 중요했어. 사랑은… 나중에 하면 된다고 생각했지. 그러다가 점점 나이가 들어가니까, 일과 사랑 그리고 친구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지금은 압도적으로 ‘사랑’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 결혼은 나에게 ‘따뜻함’을 주었고, 남편이라는 존재는 ‘난로’ 같은 느낌이거든. 남녀 간의 사랑도 있겠지만 폭넓게 생각하면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도 사랑이고. 내가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도 사랑이잖아.

엄정화 극 중 캐릭터가 나와 비슷한 부분이 많은 건 사실이야. 일을 좋아하는 모습도 그렇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모습도 굉장히 닮았어. 실제 내 모습과 70% 정도는 똑같은 것 같은데, 다들 어때?

문소리 사실대로 말하면, 나는 비슷하지 않아. 20% 정도? 극 중 미연은 굉장히 헌신적인 아내잖아. 그런데 나는 배우로 활동하면서 하는 일도 많고, 학교도 다니고 있기 때문에 그렇지 못하거든. 다행히 상대역인 이성민 씨가 내 캐릭터까지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어서, 내가 헌신적인 캐릭터에 몰입을 잘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조민수 권칠인 감독님은 내 실제 성격이 캐릭터와 가장 비슷하다고 말하는데, 난 잘 모르겠어. 나는 50% 정도는 실제의 나와 닮은 것 같아.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산다는 것은…”

조민수·엄정화 ·문소리 40대 여배우들의 이유 있는 도발

‘난로’ 같은 남편과의 결혼을 통해 따뜻함을 얻었다는 문소리.

세 명의 여배우가 이야기를 하는 중간, 권칠인 감독이 자리를 함께했다. 영화 ‘싱글즈’ ‘뜨거운 것이 좋아’ 등을 연출해온 권칠인 감독은 이번 영화에 대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장르였다”고 말했다. 영화 ‘싱글즈’ 이후 엄정화와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춘 권 감독. 어떻게 이 여배우들과 함께 작업을 하게 됐는지, 그도 할 말이 참 많아 보였다.

권칠인 내가 40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찍게 됐네. ‘싱글즈’를 촬영할 때 10년 후에 이 영화를 다시 한 번 보자고 했었잖아. 정화 씨는 감회가 남다를 거라고 생각해.

엄정화 30대에 영화 ‘싱글즈’를 남겨뒀던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풋풋하고 아름다웠잖아. 지금 ‘관능의 법칙’에 나의 40대가 고스란히 들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올라.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무척 행복하고 소중해. 어린 친구들이 영화 속 내 모습을 보면서 30대와 40대를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권칠인 언젠가는 진짜 선수(?)들과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만난 것 같아. 우리나라 40대 여배우들이 진짜 예쁘거든. 영화를 함께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본인들의 ‘자발적 의지’였지. 두 번째는 자신들이 원하는 남자 배우를 선택할 수 있게 해준 게 아니었을까.

엄정화 하하하. 맞아. 드라마 ‘야왕’ ‘무정도시’ 등에 출연했던 이재윤 씨는 내가 원했던 상대 배우였어. 그래서 우리 커플은 정말 달콤했지. 특히 이재윤 씨 캐릭터는 정말 매력적이었어. 나이와 상관없이 좋아하는 여자에게 솔직하게 대시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지 않아?

문소리 물론 캐스팅 전에 상대 남자 배우에 대한 논의는 했지. 그렇다고 내가 선택했다고 하기에는 좀 부끄럽고. 호호호. 그런데 드라마 ‘골든타임’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성민 씨는 같이 연기를 해본 후, 반해버렸어. 엄청 매력 있더라고. 너무 훌륭한 배우였어. 꽃남 배우들 부럽지 않았다니까.

조민수 난 드라마 ‘불꽃’에 함께 출연했던 이경영 선배님을 13년 만에 다시 만나서 좋았지. 그동안 센 역할들을 많이 해오셨는데, 사실은 멜로를 굉장히 잘하는 선배거든. 이번에 그 선배의 장점이 두드러졌을 거라고 생각해. 그.런.데. 거짓말 하면 안 돼~! 사실, 우리가 (젊은 남자 배우와 촬영하는) 정화를 얼마나 부러워했니. 하하하.

문소리 그거야 뭐… 하하하.

권칠인 남자 배우를 직접 선택하게 한 건 솔직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야. 솔직함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잖아. 배우들의 진심이 영화에 묻어 나왔을 거라 생각해. 이 영화를 본 사람들도 각자 좀 생각이 바뀌는 부분이 있으면 좋겠어.

조민수·엄정화 ·문소리 40대 여배우들의 이유 있는 도발
40대 여배우 셋은 그동안 살아오면서 느끼고 경험했던 연애와 결혼, 일과 사랑에 대해서 말하는 데 주저함이 조금도 없었다. 그리고 여배우들 세 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것에 기뻐했고, 그로 인해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 현실에 감사했다. 그동안에는 그녀들이 가진 열정을 쏟을 그릇이 늘 아쉽고 부족했기 때문이다.

조민수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산다는 건, 쉽지 않아. 나는 늘 일에 대한 ‘갈증’이 있어. 남자들에 비해 여배우들에게는 배역의 기회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거든. 나도 ‘신세계’의 황정민 씨 같은 조폭 역할, ‘변호인’의 송강호 씨 같은 변호사 역할을 해보고 싶어. 늘 변신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게, 갈증이 그 이유인 것 같아.

문소리 맞아. 남자는 조폭 역할을 해도 진짜 다양한 캐릭터가 있잖아. 그런데 여자는 엄마 역할이라면 딱 한 가지 이미지밖에 없어. 정말 안타까워.

엄정화 나도 공감하는 부분이야. 여배우의 역할에 늘 한계가 있는 게 정말 아쉽게 느껴져. 나는 액션신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기도 해. 물론, 그런 역할은 들어오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살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인 것 같아. 감사하고 또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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