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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것들의 반란

글·구희언 기자, 김경주 OSEN 기자 | 사진·현일수 이기욱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MBC KBS tvN 제공

입력 2014.01.16 15:27:00

고아라, 이연희, 소녀시대 윤아는 SM엔터테인먼트가 배출한 대표적인 미녀 ‘스타’다. 이들은 미모로는 둘째가라면 서럽지만 아쉽게도 배우로서 이렇다 할 대표작은 없었다. 그랬기에 늘 방점은 ‘배우’가 아닌 ‘스타’에 찍혔다. 손대면 터질 듯, 툭 치면 꺾일 듯 언제까지나 한 떨기 가련한 꽃 같을 줄 알았던 그들이 독을 품기로 마음먹었다. 살을 찌우고 망가지는 건 기본이요, 삿대질에 욕설도 서슴지 않는다. 진짜배기 배우로 진화하기 위한 성장통을 감내한 미녀들의 반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예쁜 것들의 반란

‘총리와 나’에서 파파라치 기자로 변신한 윤아, ‘응답하라 1994’로 연기변신에 성공한 고아라, ‘미스코리아’로 배우 인생 반전을 노리는 이연희(왼쪽부터).

소녀를 깨고 나온 고아라

눈도 제대로 붙이지 못할 정도로 바쁜 촬영 스케줄이지만 역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건 크나큰 즐거움인가 보다. 게다가 촬영 현장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화기애애 그 자체라고 하니,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이 있을까. 잠깐 짬을 내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 촬영장 근처 카페에서 만난 고아라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빛났다. 삐죽빼죽 푸들 머리 성나정과 동일인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인형 미모’를 과시한 그는 드라마에 대한 말이 나오자 큰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연기를 칭찬하는 대목에서는 고개를 숙이며 “아직 많이 부족하다”며 겸손을 표했다.

예쁜 것들의 반란
▼ 요즘 ‘응사’ 연기에 대한 칭찬이 정말 많다. 인기를 실감하나.

촬영 현장에만 있기도 하고, 인터넷을 잘 보지 않는 편이라 모른다.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가 느끼는데 칭찬해주셔서 감사드린다. 데뷔 초반에도 그랬지만 다양한 배역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할 거다. 지금은 많은 분이 나를 나정이로 봐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할 뿐이다.

▼ ‘응사’ 출연은 어떻게 하게 됐나.



감독님이 나를 보고 싶다고 하셔서 시놉시스도 없는 상태로 미팅을 진행했다. 전작인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을 정말 재밌게 본 터라 감독님을 뵙고 싶어서 바로 달려갔다. 감독님은 나를 ‘반올림’ 때 보셨다고 하더라. 그때 모습을 기억하고 실제 성격이 어떤지 궁금해서 불렀다고 하셨다. 화보 이미지와는 다르게, 실제 성격은 안 그럴 것 같다고 생각하셨나 보다. 내가 그때 모든 사람한테 인사하고 오지랖 넓고 그랬거든(웃음). 감독님뿐 아니라 배우의 길을 폭넓게 만들어주신 작가님한테도 감사드린다.

▼ ‘응칠’이 워낙 인기 있었는데 후속작이라는 데 부담감은 없었나.

당연히 있었다. 하지만 ‘응사’만의 매력이 있다. 시청자도 ‘응칠’은 그만의 매력으로, ‘응사’는 우리만의 매력으로 봐주시는 것 같아서 좋다. 그리고 작품을 하면서 흥행에 대한 생각은 안 하는 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랑을 받으면 시청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으니 좋긴 좋다. 이제까지 한 작품도 좋았지만, 시청자들이 공감해주시고 촬영장도 정말 재밌어서 즐겁다.

▼ 머리를 면도칼로 잘랐다고 들었다.

처음 성나정 캐릭터를 보고 떠오른 헤어스타일이다. 커팅을 실제 면도칼로 도려내다시피 했다. 들어보니 1990년대에는 진짜 머리를 면도칼로 잘랐다고 하더라. 이런 머리는 생전 처음 보니까 생소했지만, 어떻게 하면 나정이 느낌이 날 수 있을까 고민해서 생각해낸 머리 스타일이다.

▼ 여배우로서 망가지는 게 걱정되지는 않던가.

나는 그게 더 재밌는데. 제작진도 어떻게 하면 “아라를 못생기게 찍을까” 하시더라(웃음). 농담이고, 실제로 나정이가 되려고 살도 찌웠다. 대본 리딩을 할 때도 완전 큰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녔다.

▼ 아무래도 화보·인형 이미지가 강했는데, 변신이 두렵지는 않았나.

나도 걱정했다. ‘고아라’ 하면 각인된 이미지, 특히 화보 이미지가 크니까. 그 부분을 감독님도 생각하셨다. 아무래도 선입견이 크니까. 그런데 그렇지 않은 내 성격을 알아봐주신 것에 감사하다. 실제로 나정이 성격과 내 성격이 비슷하다. 내가 진주 출신인데 편안하고 구수한 시골의 피는 어디 가지 않나 보다(웃음). 오지랖 넓고 발랄한 면 등 비슷한 부분을 알아봐주신 만큼 앞으로 남은 기간도 나정이를 잘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개인적으론 술 먹고 윙크하는 장면이 정말 웃겼다.

나정이의 주사가 윙크하는 것인데, 그건 원래 설정에 있었다. 감독님이 아이디어를 주셨다. 아는 분이 술에 취하면 윙크를 한다고 하더라. 그리고 내가 윙크할 때 한쪽 눈썹이 올라간다. 그래서 본래 내 스타일에 팁은 감독님이 주셨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뭔가.

MT 장면을 촬영할 땐 정말 MT를 간 것처럼 재밌었다. 현장에서 진짜 MT 온 기분으로 놀았다. 온종일 그 장면만 찍었는데 진짜 재밌었다.

▼ 진짜 현장 분위기가 좋은가 보다.

정말 재밌게 찍고 있다. 지난 빼빼로데이에는 서로 빼빼로도 주고받았다.

▼ ‘먹방’도 화제였다.

주위에서 “너 맛있게 먹더라”고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화제가 된 줄은 몰랐다. 극 중 성나정이 워낙 많이 먹는 캐릭터라 먹방이 가능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일부러 살을 찌우기도 있고. 촬영하면서 최대한 많이 먹는다.

▼ 시청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나정이의 남편이 누구인지다.

나도 내 남편을 모른다. 대본 보면서 추리한다. 정말 안 가르쳐주신다. 마지막 대본을 받아들어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 만약 본인이 성나정이라면 누굴 남편감으로 고를 건가.

글쎄, 누구 한 명을 딱 잡아 고르기 힘들 것 같다. 다들 매력이 있지 않나. 쓰레기와 칠봉은 상반된 매력을 가진 캐릭터다. 둘뿐만 아니라 다른 캐릭터도 짱짱하다. 지역마다 특색이 있어서 재밌다. 빙그레는 충청도만의 귀여운 면이 있고, 해태는 광주의 화끈하고 의리 넘치는 매력이 있고. 아마 나정이도 고르기 힘들 것 같다. 드라마가 끝날 때쯤 남편이 밝혀지겠지? 그때까지 내 남편 후보님들, 지켜볼 테니 잘해(웃음).

▼ 쓰레기 역의 정우, 칠봉 역의 유연석과의 호흡은 어떤가.

두 사람 모두한테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정우 오빠는 사투리를 쓸 때 도움을 많이 줘서 고맙다. 서울에 오래 살아서 그런지 막상 사투리를 하려니 안 나오더라. 그때 정우 오빠와 대화를 많이 나눴는데, 사투리 쓰는 부분에서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고향 진주 사투리가 배어나오는 것 같다. 이제는 사투리가 더 편할 만큼. 유연석 오빠는 정말 재밌고 유머러스하다. 나이도 나이지만 내공이 있다 보니 편하게 해주고 리드를 잘해준다. 재밌게 연기할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고맙다.

▼ 1994년 당시를 잘 모를 나이인데, 연기하며 어렵지는 않았나.

아무래도 괴리감이 있을 것 같아서 공부를 많이 했다. 주위분들한테도 많이 물어봤는데 그 시대에 관한 공통점이 꼭 하나씩은 있더라. 당시 유행했던 패션에 대해서는 다들 똑같은 의견이었다. H.O.T가 나왔을 당시의 향수도 기억하려 했다. 당시 자료도 찾아보고, 자료를 스크랩해서 파일로 만들기도 했다. 사회적인 것, 문화적인 것들, 사건·사고들 모두 다. 그렇지만 워낙 대본이 디테일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촬영 현장에서 감독님이 예전 음악을 은근슬쩍 틀어주신다. 감성이 잘 살 수 있도록. 감독님 센스 짱이지 않나?

▼ ‘응사’는 첫사랑의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촬영하면서 첫사랑 생각이 많이 날 것 같다.

첫사랑이 짝사랑이었다. 두근두근 가슴앓이를 해봤기에 나정이에게 공감이 많이 간다. 대본 보면서 ‘어이구, 너도 이러고 있냐’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웃음). 마음을 많이 담아서 연기 중이다. 새록새록 그때의 기억이 난다.

망가지고 구르는 윤아

이제껏 윤아가 이 정도로 망가진 적이 있던가. KBS2 월화드라마 ‘총리와 나’에서 스캔들뉴스 소속 열혈 기자 남다정 역으로 분한 그는 그동안 수없이 봐온 기자들에게서 에센스만 뽑아낸 듯 자신의 캐릭터를 충실히 만들어가고 있다. 스틸 사진만 봤을 때는 ‘이렇게 예쁜 여기자가 어딨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 방송을 보니 구르고 달리고 깨지고 매달리고 신출귀몰하는 게 영락없는 기자였다. 사슴 같은 눈망울은 여전하지만 전작 ‘사랑비’까지만 해도 청순가련의 대명사였던 그가 망가짐을 불사한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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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에게 매번 취재당하다 반대로 취재하는 역을 맡아서 소감이 남다르겠다.

그렇다. 매번 내가 관심의 대상이 됐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대상을 쫓는 입장이라 굉장히 새로운 기분이다. 극 중 ‘허당’ 기자이기 때문에 기자적인 면모가 드러날 수 있는 장면은 많지 않다. 하지만 촬영하면서 ‘기자들이 이런 기분으로 취재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 정하는 것에서부터 어떤 질문을 던져야 좋은 기사를 쓸 수 있을까 등을 생각하니 꽤 어려웠다. 여태까지 만나온 기자들의 모습을 생각하며 연기하려고 했다.

▼ 그동안 어려운 환경을 이겨낸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는데,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대부분의 가족사에 아픔이 있는 인물들이었다. 이번에 맡은 인물도 그런 부분이 있지만 다른 점이라면 기존의 캐릭터들이 좀 더 캔디스러웠다는 것이다. ‘너는 내 운명’의 새벽이는 대표적인 캔디였고, ‘사랑비’에서의 하나는 ‘총리와 나’의 다정이보다 조금 더 차분하고 귀여운 면이 있었다. 다정이는 가장 시끄럽고 왈가닥이지만 그런 부분이 굉장히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그런 각각의 포인트가 조금씩 다른 것 같다.

▼ 다정이는 극 중 총리인 권율(이범수)을 따라다니며 파파라치 사진을 찍는다. 실제로 파파라치를 겪어봤나.

홍콩에서 많이 겪었다. 홍콩에 (파파라치가) 많은 것 같다. 비행기에도 있었고, (클럽 사진에 찍힌 건) 그건 진짜 내가 아니다. 예전에 가수 싸이 오빠와의 불륜설이 기사로 난 적이 있는데, 그런 말도 안 되는 내용과 같은 맥락이다. 난 클럽도 다니지 않는다. 이 자리를 빌려 사실이 아니고 억울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웃음).

▼ 연기 변신을 한 이유가 있나.

진짜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 감독님과 생각이 일치한 부분이, 기존에 해오던 내 연기 스타일과 다른 면을 보여주자는 거였다. 감독님도 “여태까지 윤아가 이런 연기를 한 적이 없었는데…”라고 표현하시는 걸 보면 그게 반전 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지 않을까 싶다. 여태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윤아스러운 성격이라 편하게 연기하고 있다. 주변 사람이나 팬들은 그런 내 진짜 모습을 알지만, 방송에선 조용하고 청순해 보였고 실제로 드라마에서도 그런 연기를 해왔다. 그렇기에 나를 청순한 이미지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가장 자연스럽게 보일지 생각하며 연기하고 있다.

▼ 연륜 많은 이범수와 촬영하며 배운 점이 있다면.

장면과 장면, 대사와 대사 사이를 그냥 넘어가지 않고 포인트를 넣어 연기하더라. 그것이 가장 놀라웠다. 연기하다 보면 ‘이 부분을 이렇게 연기하면 어색할 텐데, 어떻게 자연스럽게 보여줄까’ 고민스러운 지점이 있다. 선배는 그런 순간을 다 메우며 연기해서 신기했다. 옆에서 보며 많이 배우고 있다.

▼ 실제 이범수와 스무 살 차인데 세대 차이는 못 느끼나.

선배가 굉장히 센스가 좋고, 둘이 웃음 코드도 비슷하다. 그래서 내가 ‘빵’ 윤아라는 별명을 얻은 게 아닐까. 촬영 중간에 대사로 말장난하는 센스가 넘치신다. 첫 촬영 때 총리님의 모습으로 등장한 선배를 보고 ‘어,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총리님을 좋아하는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 이범수의 매력은 뭔가.

처음에는 말씀도 없을 것 같고, 카리스마만 넘칠 것 같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말장난도 많이 하고 진지하면서도 유머가 넘치는 분이었다. 자상하게 잘 챙겨주고, 연기할 때도 다정이가 더 살아나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할 수 있도록 많이 배려해준다. 장면마다 다정이가 돋보일 수 있는 아이디어도 많이 알려주시고, 감정이 부족하다 싶으면 다시 한 번 가보자고 말씀도 해준다. 내 연기의 부족한 면을 다 채워주는 느낌이다. 그래서 같이 연기하면 걱정이 없다.

▼ 소녀시대 멤버 중 제일 먼저 연기를 시작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소녀시대로 데뷔하기 한 달 전 ‘9회말 2아웃’에서 연기자로 먼저 데뷔했다. 그룹 내에서 처음 연기를 시작했기에 부담도 있었고, 지금처럼 연기돌이 많지 않을 때라 더 어깨가 무거웠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아무 생각 없이 정말 열심히 캐릭터에 맞게 연기하려고 노력한다. 다른 멤버들이 연기를 한 것도 ‘다 한번씩 연기해보자’가 아니라 각자 준비하던 차에 타이밍이 맞았던 거다. 다만 나는 기회를 먼저 잡은 것뿐이고. 매번 멤버들의 연기를 모니터링하며 나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것 같아 공부도 되고, 서로 어떤 점이 좋았다고 평가도 해준다. 단체 메신저 방에 TV 보는 걸 찍어서 올리기도 하고, 지적보다는 ‘잘 찍고 있어, 열심히 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더 많이 보내준다. 이번 작품 할 때도 멤버들이 재밌겠다고 응원을 많이 해줬다.

▼ 멤버 중 연기 라이벌은.

각자의 매력이 달라서 맡는 캐릭터도 다 다르기 때문에…(웃음). 그냥 내 것부터 열심히 해야지 생각하고 있다.

▼ 함께 촬영한 스태프가 칭찬을 많이 하더라.

그런가? 칭찬해준다니 기분이 좋다. 현장에서도 스태프와 거리감 없이 지내는 걸 좋아한다. 편하게 오래 알아온 사람처럼 지내는 게 일하면서도 즐겁다. 소녀시대 활동과 연기를 병행하니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집중도가 분산돼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촬영하면서 느낀 건 오히려 한 가지만 하지 않아서 더 힘이 난다는 점이었다. 연기하다 앨범 작업을 하면 새로운 일이라 에너지가 더 나온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니 열심히 관리하고 틈틈이 자면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다.

▼ 현장에서 초콜릿 바도 많이 먹는다고 들었다.

배고프면 아무것도 못 하는 성격이라 드라마 할 때는 더 잘 챙겨 먹는다. 스태프가 윤아랑 현장 다니면 살찐다고 할 정도로 식비를 아낌없이 쓴다(웃음). 함께 출연한 남자 보조 출연자들이 워낙 안 드셔서, 스태프 중 한 분이 여배우는 먹는데 남자들이 안 먹는다고 놀리셨다.

▼ 비슷한 시기 같은 소속사의 이연희, 고아라와 경쟁하게 됐는데 부담스럽지는 않나.

같은 회사에 있는 여자 연기자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경쟁이 아니라, 우연히 3명이 활동하는 시기가 겹친 것뿐이다. 아라는, ‘응사’를 보면 이미지 변신을 한 거 같고 사랑을 많이 받아서 기분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연희 언니는, ‘미스코리아’ 에서 매력을 많이 뿜어낼 것 같아 내심 기대하고 있다. 많은 분이 우리 3명의 매력을 각기 달리 봐주고, SM의 매력도 봐주면 좋겠다.

있는 그대로의 이연희

미모를 따라가지 못하는 연기력으로 ‘발 연기’ 논란을 달고 살던 이연희는 MBC 드라마 ‘구가의 서’에서 성숙한 연기를 선보이며 재평가받았다. 그러나 특별 출연한 작품이 배우의 대표작이 될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최근 MBC 수목드라마 ‘미스코리아’에 합류한 그는 완벽한 미모를 가졌지만 ‘싼 티’에 ‘경박함’이 묻어나는 오지영 역에 흠뻑 빠져 있다. 작품은 1997년 IMF 외환 위기로 어려워진 화장품 회사를 살리려고 동네 퀸카를 미스코리아로 만드는 과정을 그린다. 데뷔 후 처음 수영복 차림으로 노출을 감행하고, 걸쭉한 욕도 스스럼없이 내뱉는 모습은 좀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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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뷔 후 청순한 역을 주로 연기했는데, 이번엔 불 같은 의리파 엘리베이터 걸이다.

엘리베이터 걸 중에서도 고참이다. 동생들을 쥐락펴락하고 인솔하는 강한 역인데, 재밌고 새로운 거라서 연기하며 흥분된다. 그동안 해보지 않은 역이라 준비하면서 조금 힘든 부분이 있었다. 배역에 몰입하면서 좀 더 주위분들에게 거칠게 대하려 많이 노력했다(웃음).

▼ 어떤 부분이 힘들었나.

도전할 것이 많았다. 목욕탕 장면도 있지만 그건 간에 기별도 안 가는 부분이었고, 미스코리아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거쳐야 할 게 많았다. 수영복을 입는 장면도 부담됐지만 현장에서 감독님과 다른 배우들이 잘 이끌어준 덕에 순조롭게 촬영했다.

▼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꼭 해야 했던 이유가 있나.

소재도 신선했고 자꾸 대본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뿌리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힘들지만 도전해보고 싶었다.

▼ 권석장 PD의 디렉션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항상 준비를 많이 해 연기하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현장에서 대본이 바뀌는 부분도 있고 즉흥적으로 대사를 쳐야 할 부분이 있어서 어렵지만 많이 배우고 있다.

▼ 미스코리아 하면 푸른 수영복이 떠오르는데, 몸매 노출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고민이 길지 않았기에 작품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저 재밌고 신선한 드라마라고만 생각했지, 막상 수영복을 입어야 하고 어느 정도까지 보여줄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촬영 전날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제작진의 노련함 덕에 짧은 시간 안에 끝나서 좋았다. 하고 나니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었다는 생각도 들고, 굉장히 과감해지는 느낌이었다. 방송에서는 어떨지 조금 두렵고 궁금하다. 120인치나 되는 좋은 TV를 가진 시청자들의 집에서 TV를 수거해버리고 싶다(웃음).

▼ 실제로 미스코리아를 꿈꾼 적이 있나.

어릴 때부터 연기자의 꿈을 키워왔고 1997년부터 연기 트레이닝을 받았기에 미스코리아에 대한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이번 드라마를 계기로 생각해보고 있는데, 굉장히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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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균, 이성민, 송선미 등 ‘파스타’ ‘골든타임’ 등에서 권 PD와 호흡한 멤버들과 연기 합을 맞추게 됐다.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워낙 연기 잘하는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게 돼서 편하고 좋다. 오지영 자체가 워낙 센 캐릭터고 해보지 않은 역이라 ‘과연 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다. 감독님과 선균 오빠가 잘할 수 있다며 응원해줘서 감사했고, 나도 자신을 믿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극중 인물의 미모에 대한 언급이 많다. 미녀 스타지만 그 부분이 민망하지는 않나.

오지영은 콤플렉스가 많은 인물이다. 어머니 없이 살았고, 공부도 못해서 미모 하나만 믿고 엘리베이터 걸을 시작했다. 그래서 오지영도 나도 과감히 도전해야 할 게 많았는데, 그걸 하면서 하나하나 자신을 놓게 되더라. 작품이 끝나면 많이 바뀐 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 살이 좀 빠진 것 같다.

지금 제대로 관리를 못 하고 있다(웃음). 촬영이 아침에 끝나서 한숨도 못 잤다. 드라마 시작 전 미스코리아들이 받는 수업을 잠깐 했는데, 그것만으론 부족할 것 같아 불안하다. 마지막에 오지영이 미스코리아가 될지가 이 작품의 관건인데, 그때 되면 다크서클이 이만큼 내려와서 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아 걱정이다.

▼ 연기에 참고한 자료가 있나.

1997년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영상을 제일 많이 봤다. 그 당시 유행했던 헤어와 메이크업을 찾아보고 실제 미스코리아를 지도한 분에게 워킹과 자세를 배웠다. 미스코리아 대회 본선 장면에서 보여줄 장기도 준비하고 있다.

▼ 이연희 하면 연기력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질 않는데,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

지금까지 (남에게) 이끌려 와서 연기한 부분도 사실 있었다. 스스로 캐릭터를 고집한 것도 있지만 주변의 조언이나 감독님이 만들어준 캐릭터에 맞춰 연기한 면이 강했는데, 이번에는 있는 그대로 연기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나는 시크한 면도 있고, 사람들을 살갑게 대하는 편은 아니다. 그런 부분을 많이 드러내려고 했다.

▼ 오지영을 연기할 때의 포인트가 있다면.

나는 선배들처럼 노련하거나 연기 폭이 넓지 않다. 캐릭터 자체는 왈가닥이지만 상황이 절박하고 진지함이 묻어나는 인물이라 마냥 오버하기보다는 그 상황에 몰입해서 연기하려고 한다.

▼ 와일드한 인물을 연기하며 대리 만족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좋은 건 욕할 수 있다는 거(웃음). 재밌었다. 항상 남 앞에서 내 모습을 감추고 남에게 피해 주지 않도록 좋게좋게 해왔는데, 이제는 거의 전쟁이다.

▼ 평소에 욕은 잘하나.

평소에 욕을 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잘하고 있다(웃음). 해보니 욕이 나쁜 게 아니더라. 그 순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하는 거라서 굉장히 좋았다.

▼ 이연희에게 1997년은 어떤 해인가.

H.O.T. 시절이라서 가요를 많이 들었다. 한창 끼를 내뿜던 시절인 것 같다.

▼ 같은 소속사 고아라, 윤아와의 연기 경쟁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데, 각자 만들어가야 할 연기의 길이 있는 것 같다. 최근 윤아가 드라마를 촬영하고 있는데, 그만의 상큼하고 발랄한 이미지를 잘 소화하는 것 같아서 언니로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라는, ‘응사’가 정말 잘돼서 좋고 앞으로 더 잘될 거라고 생각한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잠깐 만났을 때 서로 격려해줬다.

▼ MBC 드라마 ‘구가의 서’ 특별 출연으로 호평을 받았는데, 이번에 기대하는 바가 있나.

칭찬을 해주는 것은 좋지만 내게만 포커스가 맞춰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드라마를 재밌게 보고 스토리에 빠져서 작품 자체를 사랑해주면 좋겠다.

▼ 전지현과 김수현 주연의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같은 시간대에서 경쟁하게 됐다. ‘미스코리아’만의 매력은 뭘까.

미스코리아가 되기 위한 과정을 그려내면서도 로맨스와 고군분투가 어우러진 드라마다. 요즘 시대를 힘들게 살아가는 청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보면서 힐링이 되는 드라마일 거다.

여성동아 2014년 1월 6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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