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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영화 ‘관상’ 자문 맡은 김용남

사람의 내면 간파해야 좋은 관상가

글ㆍ진혜린 | 사진ㆍ조영철 기자

2013. 11. 15

사주니 팔자니 믿지 않던 사람들도 영화 ‘관상’을 보고 나면 ‘내 관상은 어떨까?’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얼굴만 보고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꿰뚫는 영화 속 내경(송강호) 같은 관상가는 어디로 가야 만날 수 있을까?

영화 ‘관상’ 자문 맡은 김용남


영화 ‘관상’ 속 내경 같은 관상가, 존재할까?
“너무 다이어트에 목숨 걸지 마세요. 얼굴은 토(土)형인데, 이효리 몸매를 가지려 하니 그게 되나. 기자님이 그런 몸매를 갖게 되면 생각과 일이 따로 노는 격이고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해요. 그러니까 날씬해질 필요가 없어요. 얼굴에 맞는 체형이라는 게 있는데, 지금이 딱 좋아요.”
한창 다이어트에 열을 올리는 중이었으니 마주 앉은 관상가 김용남(45) 씨가 현 상황을 맞춘 건 확실하다. 하지만 여성들의 최대 고민인 다이어트를 화두로 삼았으니 넓은 과녁을 명중시킨 화살 같았다. 영화 ‘관상’에서 내경의 솜씨를 본 후 관상가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졌던 모양이다. 말하지도 않은 기자의 호구를 줄줄 꿰는 걸 보고도 신기하지가 않았으니 말이다.
영화 ‘관상’ 제작팀에서 관상학적 자문을 구했다던 김용남 씨는 영화 속 내경이라는 인물은 ‘전설’에 가깝다고 말한다.
“조선 시대 혹은 고려 시대에 그런 관상가가 있었다더라 하는 이야기가 책으로 혹은 말로 전해져왔을 뿐 다른 등장인물들처럼 실존하지는 않았다는 거예요. 하지만 정확한 실증이 없을 뿐, 신안(神眼)의 경지에 오른다면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그래서 영화 ‘관상’에서 내경이 아들의 죽음을 예측만 할 뿐, 확신하지 못했다는 건 작품의 큰 오점이라고 했다. 내경 정도의 실력이라면 아예 아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자신의 관상으로 아들이 언제, 왜 죽는지를 내다볼 수 있었을 거라는 거다.
신의 경지에 오른 관상가는 도대체 어디까지 알아맞힐 수 있을까. 내경처럼 얼굴만 보고 살인자를 찾아내거나 한명회의 부관참시를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신안의 경지라면 한 인물에 대해 위로는 5대조를, 아래로는 5대손을 볼 수 있다고 말하죠. 진짜 신력 있는 관상가는 좋은 대학에 갈 것이다, 부자가 될 상이다, 유명해질 관상이다 등 표면적인 것만 알아보는 게 아니라 사람의 내면세계를 간파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뜻합니다. 결국 관상은 말하지 않아도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거예요.”
성품이나 당사자가 처한 상황, 미래의 운명을 내다보는 것이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관상이지만 실제 관상가가 추구하는 것은 ‘내면의 세계를 간파하는 것’이란다. 즉, 훌륭한 관상가는 얼마나 정확히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
겉으로 표현한 적 없는 마음을 꿰뚫어본다니, 손아귀에 쥔 참새를 죽이든 살리든 변하는 게 마음인데 그걸 맞춘다는 게 가능이나 할까? 호기심이 발동하여 “기자에게는 뭐가 보이냐”고 물으니 김용남 씨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불가능할 것 같아 마음에만 담아두었던 오랜 ‘꿈’을 훤히 들여다보듯 단언한다. 지금까지 그 꿈을 이루지 못했던 이유 또한 보기 좋게 들어맞는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신안’이라고 할 수 없단다. 김용남 씨 또한 아직은 때에 따라 잘못 판단할 경우가 있으니까.
“신안의 경지에 오르는 것은 관상가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이에요. 하지만 단순히 공부를 많이 한다고 해서 신안이 되는 것은 아니죠. 사람의 마음을 읽는 방법은 책에 나오는 게 아니니까요. 그래서 현존하는 관상가 중에 ‘내가 신안을 가졌소’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조심스럽게 제 스승님이 그 정도의 경지에 올랐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그의 스승은 허영만 화백 만화 ‘꼴’의 실제 모델인 신기원 씨. 국내 관상 대가로 손꼽히는 인물이지만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겨우 개안(開眼)하였을 뿐 ‘신안’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용남 씨는 스물다섯 살의 나이에 지금의 스승을 찾아가 20여 년 동안 관상을 배웠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내면세계를 본다는 것은 동양철학의 핵심이에요. 유가와 도가, 불교를 잇는 공통분모이기도 하고요. 더욱이 아무리 관상을 잘 본다고 해도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거나 마음을 아프게 하면 좋은 관상가라고 할 수 없어요. 사람에게 준 상처는 고스란히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거든요. 그래서 사람을 보는 게 아니라 마음을 보는 법을 수행을 통해 갈고닦아야 하는 거죠. 수많은 가르침을 받았지만 수행을 통해 무엇을 얻느냐 하는 것은 스스로 일궈나가야 할 단계라고 생각해요.”

김수현이 연예인 중 최고 관상
김용남 씨는 ‘관상’의 시나리오를 보며 관상 용어를 점검하고, 각각의 인물에 맞는 관상학적 추론을 도왔다고 했다. 실존하는 인물이지만 자세한 초상화가 남아 있지 않아 전해져오는 이야기에 맞춰 관상을 추론할 수밖에 없었던 것. 한편으로는 일정 부분 캐스팅에 의견을 내 놓기도 했다. 가장 화제가 된 캐스팅이 바로 수양대군 역의 이정재다. 역모라 해도 왕이 된 인물이기 때문에 결국 ‘왕이 될 상’을 골랐을 거란 거다.
“수양대군은 엄청난 권력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에요. 관상학적으로는 눈빛이 강렬했을 거라 생각했죠. 그래서 제작진이 언급한 다섯 명의 배우 중 이정재 씨를 추천했죠. 다들 ‘왕이 될 상을 뽑은 거냐?’고 하지만 결국 배우는 연예인이기 때문에 연예인의 상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김씨는 연예인의 상, 경제인의 상, 정치인의 상이 다 따로 있다고 했다. 어떻게 다른지 설명을 부탁하자,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관상이란다.
“관상을 통계학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관상은 개체학이에요. 모든 사람의 생김이 다른 것처럼 모든 사람의 관상이 다르죠. 같은 눈이지만 다른 코를 가지고 있고, 또 전혀 다른 귀 모양을 하고 있으면 그 사람의 인생도 달라지는 거죠. 그래서 좋은 상이다, 나쁜 상이다라며 함부로 이야기하는 것도 옳지 않죠.”
연예인들이 가진 관상의 공통점은 좋은 시기가 그리 길지 않다는 데 있다. 일반인들은 누려보지 못할 인기를 얻지만 그 기간이 길지 않다는 것. 사람에 따라 인기를 얻는 시기가 언제인지, 기간이 얼마나 긴지 그 운의 크기는 각기 다르다.
“송강호 씨는 30대부터 운세를 타기 시작했는데, 40대 후반인 지금이 최고 절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후로도 그 운세를 밀고 갈 상이죠. 할리우드에 진출한 이병헌 씨는 송강호 씨와는 전혀 다른 상이지만 역시 40대에 가장 좋은 운세를 타고났어요. 요즘 가장 눈에 띄는 분은 김수현 씨예요. 최고 중에 최고죠. 사실 김수현 씨가 데뷔했을 때부터 한눈에 들어오더군요. 언제 두각을 드러낼지 지켜보고 있었죠. 20대 초반부터 기세를 타기 시작해 말년까지, 그러니까 죽을 때까지 그 운세를 밀고나갈 거라고 생각해요.”

운명 바꾸는 건 성형 아닌 마음 수양

영화 ‘관상’ 자문 맡은 김용남

현재 김용남 씨는 서울 관악구 낙성대역에 위치한 대한관상학회에서 관상학 강의를 하고 있다.





흔히 관상이 이목구비의 모양이나 크기나 위치를 통해 판단될 거라 생각하지만 몸에서 나오는 힘을 뜻하는 기세와 얼굴의 색을 뜻하는 기색이 더 중요하다고. 예를 들면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의 관상은 너나 할 것 없이 좋기 때문에 그때에 맞는 좋은 기세와 기색을 타는 사람이 당선된다는 것. 2012년 대선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온화하고 부드러운 여성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대선 기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커 보이고 웅장하게 느껴졌거든요. 그런 게 기세예요. 기색은 얼굴에 상서로운 기운, 아침 해가 뜨기 전의 밝은 기운이 들어와 있으면 좋은 기색을 띤다고 하거든요. 기색은 오히려 문재인 후보가 더 좋았어요. 스승인 신기원 선생님은 기세가 좋은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셨고, 저는 기색이 좋은 문재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봤어요. 결국엔 스승님 말씀이 맞았지만요.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는 달랐어요. 경선 때부터 대단한 기세와 기색을 갖추고 있었거든요. 요즘 기세와 기색의 좋은 예로 관상학 공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죠.”
웅장한 기세와 밝은 기색이 좋은 거라면, 노력으로 더 나은 기세와 기색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더욱 당당하고 긍정적으로 생활하다 보면 기세와 기색도 달라지지 않을까?
“자신의 운세에 따라 기세와 기색이 들어오기 때문에 절대로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혹자는 성형으로 관상을 바꿀 수 있다고 하지만, 성형으로 바뀌는 것은 인상일 뿐 근본적인 것은 변하지 않아요. 말하자면 성형 전의 관상으로 살아가는 거예요. 관상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게 얼굴이 아니라서 더욱 그렇죠.”
김용남 씨가 관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꼽은 것이 바로 목소리였다. 좋은 목소리는 길게 울리며 멀리 퍼진다는 것. 목소리의 여운이 얼마나 길게 퍼져나가느냐, 목소리의 톤이 얼마나 높고 낮으냐를 듣고 판단한다. 두 번째로 보는 것이 몸이다. 튼튼하고 바른 육체를 가져야 뜻을 품고 세상에 나아갈 수 있는 자신감이 배어나오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야 보는 게 얼굴이다. 얼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눈. 그것도 눈빛을 본다.
“목소리와 체형, 그리고 눈빛은 성형이 불가능하잖아요. 그 밖의 부수적인 것, 코나 턱의 모양을 바꾼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거든요. 체형도 얼굴과 궁합이 맞아야 자신의 뜻을 펼치며 행복하게 사는 거예요. 약간 근육이 있어야 좋은 금(金)형의 얼굴이 있고, 날씬해야 좋은 화(火)형, 통통한 게 좋은 토(土)형 등 각자에게 좋은 체형이라는 게 있거든요.”
연예인이라고 모두 키가 크고 날씬해야 성공하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이수근과 김병만의 경우는 아담한 체형에 걸맞은 토형의 얼굴을 하고 있고, 유재석은 목(木)형에 걸맞은 체형과 얼굴을 가졌다. 이수근과 김병만은 묵직하게 자리를 지키는 역을 해야 잘되며, 유재석은 무조건 뛰어다녀야 성공한다.
결국 성형으로 혹은 체형 관리로 자신의 운명을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성형 대신 생활 태도와 마음가짐을 바꾸면 피흉추길(避凶趨吉)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김장훈 씨는 어딜 봐도 1백억원대 부자의 상이 아닙니다. 그런데 1백억 기부자가 됐어요. 그 돈을 벌었다는 뜻이잖아요. 원래는 항상 10억을 가지고 있어야 할 상인데, 자꾸 퍼주니까 비운 만큼 계속 채워지는 거예요. 자신이 가진 것을 내놓지 않았다면 1백억을 벌 수는 없었겠죠. 그 돈을 기부하면서 연예 활동도 활발히 하고, 인기도 더 오래 누리는 거고요. 그래서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분들이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찾아오시면 기부를 권하곤 해요. 베푼 공은 다시 돌아오게 마련이니까요.”
피흉추길의 또 다른 방법은 명상과 수행. 책을 많이 읽고 멀리 여행을 하며 명상과 수행을 하다 보면 눈빛도 달라진다고. 조급한 사람의 특징인 짧은 호흡도 길고 깊게 바꾸면 운명의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단다.
“사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많은 분들이 관상을 맹신하게 될까 걱정되는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사실 관상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아무에게나 손을 내밀고, 얼굴을 보여줘서 상을 판단하게 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 아니죠. 관상을 걱정하기에 앞서 자신의 마음을 반듯하게 가지면 상도 바르게 바뀔 수 있다고 믿어요. 매일매일 좋은 마음을 가지면 결국에는 좋은 관상으로 바뀌지 않을까요?”

⊙ 알기 쉬운 관상 설명

영화 ‘관상’ 자문 맡은 김용남


五體形(오체형)
木(목)형 이목구비가 수려함. 나무가 위로 뻗어 올라가는 기운을 상징하므로 얼굴이 갸름하고, 몸이 파리하며, 팔다리가 길고, 수려한 것이 특징이다.
火(화)형 불꽃이 위로 뾰족하게 타오르듯이 날렵하게 생기고, 혈색이 붉고, 이목구비가 뾰족하며, 팔다리가 가늘고 긴 것이 특징이다.
土(토)형 대지의 중후한 기질을 닮아서 얼굴이 둥글고, 혈색이 황색을 띠며, 몸이 풍후하고, 팔다리가 굵고 튼실한 것이 특징이다. 이목구비가 후덕하다.
金(금)형 쇠의 모난 성질을 닮아 얼굴이 사각형으로 균형을 이루며, 얼굴빛이 희고, 체형이 반듯하고, 키가 작은 것이 특징이다.
水(수)형 물의 윤택한 성질과 둥근 모양을 따라 얼굴이 둥글고, 몸은 살집이 많아서 풍만하고, 여유가 있어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부자의 관상 재복을 보는 대표적인 부분이 바로 눈. 눈동자가 작고 검으며 짙을수록 재복이 많다. 눈썹이 눈보다 더 길면 부자 또는 귀인이 된다. 이마 양쪽 가장자리가 꽉 차 있으면 부자 관상이다. 양쪽 눈썹 사이(인당)에 손가락 두 개 정도가 들어가야 한다.
자녀 복을 보는 누당(淚堂: 눈 밑 부분) 누당이 기운이 가득 찬 듯 두꺼우면 자손이 영화롭지만, 깊게 꺼지고 평평하면 자녀를 늦게 두거나 인연이 적어 자녀가 없을 수 있다. 누당에 검은 점이나 주름이 있으면 늙을 때까지 자손을 극하게 되고, 입이 부은 듯 나오면 독수공방하여 자녀를 두기 어렵다. 참고로 관상에서 말하는 자녀는 아들을 뜻한다. 딸이 아무리 많아도 아들이 없으면 자녀가 없는 상을 가지며, 부모의 얼굴에 나타난 자녀의 길흉화복 또한 아들에게만 해당된다는 것.
공부 잘할 관상 이마가 반듯하면 공부할 환경이 주어졌다는 뜻이다. 이마가 못생기거나 찌그러지면 공부할 환경이 좋지 않다는 뜻인데, 그중에서도 인당이 넓고 도톰하며 빛이 나면 환경에 굴하지 않고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뜻. 숱이 적당하며 깔끔하게 매듭진 눈썹을 가진 경우 공부의 마무리를 잘할 상이다. 마지막으로 눈이 빛나고 기운이 느껴지면 대학 입학뿐 아니라 출세운도 따른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고 치아가 조밀하며 잘생기면 효도하고 학교생활에 성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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